한 시대를 응축한 한 가정의 눈물겨운 서사시
20세기 양안의 시대사를 담은 다이샤오화의 『홀여귀』가 최초 번역되다
『홀여귀』는 말레이시아 화교 원로 작가 다이샤오화의 논픽션 장편 소설이다. 지금도 말레이시아에 활발히 작품 활동을 이어 오고 있는 그녀의 작품 세계에는 출생지인 타이완에 대한 사랑과, 부모님이 사셨던 중국 대륙의 문화적 혈맥(血脈)에 대한 공동체 의식이 잠재한다.
소설 속에서 저자는 1970년대 중국 다이(戴) 집안의 운명을 쓰고 있다. 무엇보다 저자의 동생 다이화광이 보여준 애국 역정(歷程)과, 저자의 모친인 후이슈전의 유해를 타이완에서 고향인 창저우로 모셔 안장하는 대목이 중심이다. 소설 같은 논픽션, 논픽션 같은 소설 『홀여귀』는 저자 자신의 1인칭 시점에서, 그녀 스스로 목도하고 참여했던 한 시대의 개인과 가정, 그리고 이민과 귀환의 역정을 솔직하게 서술한다.
작가가 묘사하고 있는 것은 사람들이 알지 못했던 한 가족의 슬픈 헤어짐과 만남의 가슴 아픈 이야기이다. 가족의 흥망성쇠와 애증을 넘어, 시대의 변화를 담아낸 것이 『홀여귀』의 가장 큰 특징이다. 가족의 애환, 인물의 운명을 구체적으로 생동감 있게 표현한 그녀의 글에서는 무엇보다 신선한 역사적 사실을 읽어낼 수 있을 것이다.
회귀(歸)의 서사
소설 속에서 핵심적으로 다루는 단어는 ‘귀(歸)’ 즉, ‘회귀’이다. 큰동생의 귀향(歸鄕), 모친의 귀장(歸葬)에서 그녀는 마음의 회귀를 통해 해협 양안 관계 또한 역사적으로, 문화적으로 회귀하여 역사의 격류 속에서 마침내 모든 것이 평온함으로 회귀할 수 있음을 상징하고 있다.
꿈에도 그리던 고향으로 양친을 돌려보낸 저자의 슬픔과 환희, 이별과 만남은 바로 인생의 모습이다. 그녀의 글에는 바로 양안에 대한 그리움이 담겨 있다. 이는 개인을 넘어 중국인의 삶의 역사이다. 다이샤오화는 유유히 흘러가는 타이완해협의 물결을 따라 흐르는 세월을 돌아보며 침착하고 건강한 글로 우리에게 말한다. 고향은 멀어진 적이 없으니, 영원히 마음에 남아 있다.
민간 서사로서 역사를 읽다
역자 심규호에 따르면, 『홀여귀』는 집필을 완성할 때까지 장장 10여 년의 세월이 소요되었다. 저자는 논픽션 작품의 창작 원칙에 따라 시간, 장소, 인물, 그리고 사건에 이르기까지 한 치의 착오도 없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대륙과 홍콩, 타이완 곳곳을 누비며 역사를 증언해줄 당사자나 관련자들을 탐방하고 문헌을 찾으며 사건과 인물, 당시의 구체적인 정황까지 최대한 실증할 수 있도록 애썼다. 또한 적지 않은 서신과 신문보도를 인용하기도 했다.
이는 한국 독자들에게 당시 타이완의 정치 상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실증적인 자료가 될 뿐더러, 민간서사를 통해 사람들이 알지 못했던 역사의 전모를 보다 확실하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