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커먼즈’에 대한 종합 이론서이자, 여러 실천 사례를 함께 소개하는 입문서
현대의 도시화한 세계는 이윤의 경제적 추출을 중심으로 조직화된 이해관계자들이 지배하는 세계다. 특히 대도시는 지배적 이해관계자들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다. 그 이해 집단이 은행, 기업, 국영 기업, 산업 단지, 무역 회사 등 어떤 형태를 띠든 상관없다. 이러한 조직화된 이해관계자 간 다양한 위계 관계는 대도시의 일상에 그림자를 드리우며 도시의 시공간적 변형을 지배한다. 그렇다면 현대 도시는 모든 활동에서 이익을 추출하는 데만 관심을 쏟는 지배 구조의 통로이자 도구일 뿐일까? 그리고 도시 생활은 신자유주의적, 또는 포스트 신자유주의적인 자본주의가 도시를 착취하는 과정의 반영일 뿐일까?
이 책은 오늘날 도시화한 세계의 맥락에서 커머닝 공간의 의미와 생산과정을 연구한다. 사적 공간뿐 아니라 공적 공간과도 구별되는 ‘공동공간(common spaces)’은 대도시에서 대중적으로 사용되는 장소로 등장하지만, 사용의 규칙과 형태는 지배적인 권위에 의존하지 않고 통제되지도 않는다. 공유할 재화와 서비스를 정의하고 생산하는 커머닝의 실천을 통해 특정 도시 공간이 공동의 공간으로 만들어진다. 특히 사회주택, 대도시 거리의 일상적 이용, 광장 점령 등을 포함하는 거주 공간(inhabited spaces)에 초점을 맞춘 연구를 바탕으로, 일상의 긴급한 필요나 집단 실험의 활기 속에서 폭발하는 창의성을 통해 공동공간이 생성된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한다. 라틴아메리카 노숙자 운동의 자주관리 정착지와 ‘아랍의 봄’의 점령 광장 야영지, 공공 공간을 되찾아 변형시키는 계획, 건물의 무단점유(squatting)와 개방적 이웃 센터들의 조성, 또는 (흔히 반젠트리피케이션 투쟁과 연결된) 자주적으로 조직된 ‘도시 되찾기(reclaim-the-city)’ 행사 등이 바로 그 집단 실험이다. 이 책은 그러한 실험들을 도시 커먼즈 이론을 통해 고찰함으로써 도시 커먼즈 운동의 의의와 가능성을 살핀다. 최근 새롭게 떠오르는 ‘도시 커먼즈(urban commons)’에 대한 종합적 이론서이자, 풍부한 실천 사례를 함께 소개하는 입문서라 할 수 있다.
커머닝의 세계는 운동하는 세계다
이 책은 오늘날 도시에서 나타나는 현대적 지배 형태를 넘어선 저항과 창조적인 대안의 가능성을 탐구한다. ‘커머닝’이라는 비교적 새로운 개념이 그 탐구에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커머닝 실천은 사람들 사이에 새로운 관계를 만든다. 그것은 여러 형태의 창조적인 만남과 협상을 촉진함으로써 공유를 조직하고 공동의 삶을 형성하는 통로가 된다. 따라서 커머닝 실천은 단순히 상품을 생산하거나 유통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형태의 사회생활 즉 공동생활의 양식을 창출한다. 그리고 그 반대편에 “공동의 것의 탈사회화(desocialization of the common)”를 촉진하고 확립하는 자본주의 사회조직의 규칙과 실천이 있다. 이것은 (화폐가 아니라 사회관계로 볼 수 있는) 자본에 의한 커머닝 산출물의 전유뿐 아니라, 인클로저 전략이라고 부를 수 있는 포괄적 전략에 기반을 둔다. 그러나 공유지의 자본주의적 인클로저는 울타리를 치는 과정일 뿐 아니라, 개방성을 지향하는 커머닝 실천을 방해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처럼 커머닝은 역사적으로 불확실하고 모호한 결과를 자주 초래하는 사회적 적대 관계가 그 모습을 결정하는 과정이다. 커머닝이 그 산출물과 이익을 노골적으로 특정 공동체 범위 내 구성원에게만 귀속시키려 할 때, 커머닝이 인클로저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인클로저 속성이 공동체의 공동공간에 대한 물리적 또는 상징적 장벽으로 작동한다는 것은 공간 커머닝(과 공간을 통한 커머닝)의 종말을 의미할 수도 있다. 공간 인클로저 행위를 통해 정의된 공동공간은 결국 ‘집합적으로 사적인’ 공간(예를 들어 폐쇄형 주택 단지의 실외 공간), 또는 공동체의 이름으로 행동하는 당국이 관리하는 ‘공공’ 공간(예를 들어 시립 공원 또는 마을 광장의 공간)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이 두 가지 형태의 폐쇄적 공동공간은 모두 ‘공동의 것을 변질’시키고 커머닝 실천의 해방 잠재력을 차단하는 경향이 있다.
공동공간은 공유된 공간이다. 공공 공간(Public Space)이 당국에 의해 일정한 조건에 따라 사람들에게 ‘주어진’ 공간이라면, 공동공간은 사람들이 ‘쟁취한’ 공간이다. 공동공간 공동체는 공간을 점유하고 공유할 수 있는 공동공간으로 변형시키는 과정에서 발전한다. 따라서 공동공간이 커먼으로서 유지되기 위해서는 공동체를 신참자들에게 개방함으로써 평등주의적 공유의 힘을 유지해야 한다. 랑시에르의 “도래할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와 비슷하게, 공동공간의 특징은 “타자 또는 신참자에 대한 무한한 개방성이다.” 공동공간은 운동의 공간이자 통로로서의 공간이다.
르페브르 전통 중 최고의 반열에 있는 책
모든 측면에서 현 상황은 절망과 무기력을 재생산하고 있으며, 평등하고 정의로운 사회에 접근하거나 생각하는 것조차 불가능해 보인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 책은 희망의 공간을 열어준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그 희망의 공간에서는 전쟁과 긴축의 악순환이 헤테로토피아적 공간 내 다양한 주체성의 조화로운 춤으로 바뀐다. 스타브리데스는 공간에 대한 일상적 인식에 도전함으로써 우리에게 공동으로 행동할 기회를 제공한다. 또한 도로와 공공장소, 주택, 점유 공간, 공원, 기타 장소 등 거의 모든 곳에서 커머닝의 헤테로토피아로 드나드는 문턱(threshold)을 찾거나 만들 기회를 포착하게 한다.
이 책은 이러한 문제를 다룬 최초의 이론서이며, 공간을 상품이나 국가가 관리하는 공간, 또는 전쟁이 만든 완전한 폐허가 아닌 커먼즈로서 고찰한 최초의 책이다. 이 책은 르페브르 전통 중 최고의 반열에 있지만, 동시에 푸코, 터너, 부르디외, 하트와 네그리, 지베치, 홀러웨이 등 현대 사회정치사상과도 관련이 있다. 이러한 사상 모두 현대 사회운동과 더 오래된 사회운동에 대한 엄격한 관찰에 얽혀 있고, 1930년대 건축 운동과 현대적인 광장 커먼즈가 교차하는 지점에 있다. 절망과 희망, 무기력과 권력 사이의 문턱은 결국 우리 자신의 손과 영혼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