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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기이 누리집은 대한민국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입니다.
평면표지(2D 앞표지)

겨울 폭설 속에는 봄에 피어날 씨앗이 있다


  • ISBN-13
    979-11-978480-9-4 (03810)
  • 출판사 / 임프린트
    에세이문예 / 에세이문예
  • 정가
    15,000 원 확정정가
  • 발행일
    2024-09-06
  • 출간상태
    출간
  • 저자
    박경애
  • 번역
    -
  • 메인주제어
    에세이, 문학에세이
  • 추가주제어
    -
  • 키워드
    #에세이, 문학에세이 #본격수필 #문학수필 #에세이문예
  • 도서유형
    종이책, 무선제본
  • 대상연령
    모든 연령, 성인 일반 단행본
  • 도서상세정보
    150 * 220 mm, 266 Page

책소개

생태수필을 지향하는 수필가 박경애의 첫 번째 수필집. 
박경애의 많은 수필이 인간을 중심으로 하는 자연환경의 관점이 아닌 모든 생명체와 인간이 동일한 가치선 상에 있다는 생태의 관점으로 이해되고 있다는 것은 수필가의 의식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박경애 수필이 생태 문학의 가능성을 확보함으로써 이제 수필은 그 위상을 높일 수 있을 터이다.
 

목차

Part 1

찔레꽃

 

폭염·15

약손·20

찔레꽃·25

까치발·29

치아·34

선물·39

봄 봄 봄·44

굳은살·49

증서·55

도시락·59

연두·63

카네이션·68

 

Part 2

온새미로

 

춘래불사춘·75

바다거북의 눈물·80

짱뚱어·85

미역·90

패딩·95

마스크·100

갈매기·105

기적·110

물 물 물·115

유리벽·120

바자우족·125

손님·130

  

Part 3

두 번째 서른

 

면허증·137

삘기·142

두 번째 서른·147

한 손·152

치실·156

밥·160

눈·164

이름·168

허기·172

메달·177

  

Part 4

이가락離家楽

 

모로코·185

금강소나무·190

꽃을 든 남자·194

청산도·200

협곡열차·206

단풍·212

차마고도·216

꽃보다 아름다운·221

가깝고도 먼 나라·227

마더 테레사·232

 

|서평|생태주의와 열린 사고를 통한 근대성 비판·239

권대근(문학평론가, 대신대학원대학교 교수)

본문인용

〈패딩〉

 

올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이다. 차고 건조한 한랭전선을 따라 북극발 한파가 한반도를 꽁꽁 얼어붙게 한다. 한파가 실어 온 강추위가 몰아치고, 강풍까지 불어 체감온도는 더 낮다. 추운 날 두툼한 잠바 하나 꺼내어 입고, 머플러 목에 두르니 칼바람도 두렵지 않다.

가슴 털이 여기저기 뜯겨 나가 흉하고 끔찍해 눈길을 돌리게 하는 오리 사진 한 장을 우연히 본다. 누가 오리에게 무슨 짓을 하였길래 저리도 흉하고 불쌍한 모습인가. 어느 기자가 몸소 체험해 보고 깨달은 것을 알리려고 쓴 기사 중 한 장면이다. 깊숙한 이면의 진실을 알리고, 소외된 곳에 따뜻한 관심을 가지게 하려는 의도로 찾아서 올린 사진이라고 한다. 오리 가슴에서 뜯겨 나간 가슴 털이 ‘덕다운’으로 오리털 패딩이 된다. 날씨가 추운 날 손쉽게 꺼내어 입는 패딩은 그냥 나의 옷 중 하나다. 패딩을 따스한 옷으로 여겨 추운 겨울 지내기에 적합하다고만 여긴 나의 무신경이 부끄럽다. 옷의 기능만 생각한 단순함을 깨우치고 그 진실에 눈 뜨게 하려는 기자의 의도는 성공한 셈이다. 내가 누리는 따스함이 당연한 게 아니다.

기자가 오리털 패딩 하나를 뜯어 옷 속의 털을 모두 꺼내 놓은 사진이 보인다. 옷에서 나온 오리털이 하얀 눈 수북이 쌓인 겨울 산과 같다. 털의 양이 많아도 너무 많고, 오리 솜털이 솜처럼 가볍고 부드러워 보인다. 오리털 패딩 한 벌에 열다섯 마리부터 스물다섯 마리의 털이 들어간다고 한다. 옷 하나에 이렇게 많은 오리털이 들어가다니. 솜털을 얻기 위해 살아 있는 오리에게서 강제로 뽑아낸다는 사실이 소름 돋는다. 산 사람을 위해 오리 가슴 털이 뽑혀 나가는 그 고통을 어찌 말로 다 표현할까. 날카로운 모서리나 가시에 손끝이 찔리거나 긁히기만 해도 아파서 비명을 지르고 통증으로 몇 날 며칠을 괴로워한다. 가슴팍의 연한 털이 뜯겨 나갈 때 아파서 지르는 비명을 상상만 해도 온몸이 몸서리쳐진다.

패딩 속 성분 표시를 솜털 대 깃털로 나타낸다. 패딩마다 비율이 다르고, 솜털이 깃털보다 비율이 높을수록 따듯하고 가격이 비싸다. 솜처럼 부드럽고 따스한 솜털이 많이 필요한 이유다. 가슴 솜털을 얻기 위해 살아있는 오리를 끌어안아 목을 움켜쥐고 털을 강제로 뽑아낸다고 하니 얼마나 잔인한가. 털을 뽑아내는 것을 육 주마다 반복하고, 적게는 5번에서 15번까지 반복해서 솜털이 뽑히는 고통을 겪은 뒤라야 고통 속 오리 삶이 끝이 난다고 한다. 생 털이 뜯겨 나간 가슴팍 피부가 찢어지고, 상처가 뻘겋다가 채 아물기도 전에 다시 반복된다고 한다. 살아있는 채로 우악스러운 손에 의해 생 털이 뽑혀 나갈 때의 그 고통은 얼마나 클 것이며, 토해내는 비명 또한 얼마나 절박하고 처절할까. 내 머리카락이 한 움큼 뽑혀 나간다고 생각만 해도 온몸이 오싹해진다. 산 사람을 위해 얼마나 더 많은 오리가 제물이 되어야 할까.

홈쇼핑 채널마다 겨울 추위를 대비하여 다양한 색상과 색다른 스타일의 패딩을 소개한다. 다 같은 패딩이건만, 작년 패딩과 조금 다른 스타일, 다른 색상으로 소비자의 눈과 귀를 현혹한다. 멋진 모델 뺨치는 쇼핑호스트의 옷 입은 맵시에 끌리고, 달콤한 말에 팔랑귀가 팔랑댄다. 성분 비율과 길이가 다르고, 색상이 다른 패딩 몇 벌이 옷장에 걸려 있지 않은가. 습관처럼 TV 앞에 앉아 홈쇼핑의 포로가 되어, 충동구매를 한 적이 어디 한두 번인가. 생각 없이 지름신에게 휘둘리는 어리석음을 ‘내가 나를 사랑하는 방법’이라 합리화시키는 우를 또 얼마나 많이 범했는가. 그동안 내가 누린 겨울의 호사가 무수히 많은 생명의 고통과 비명을 바탕으로 한 씨줄과 날줄의 직조로 생겨났음을 어찌할까. 내가 가진 많은 패딩을 버린다고, 안 입는다고 해결되지는 않는다. 이미 소유한 것을 어찌해야 할까.

생명은 수많은 관계 속에서 도움을 주고받으며 삶이 유지된다. 세상에 당연한 건 없다. 제물이 되기 위해 태어난 생명은 없다. 많은 오리 희생과 고통 뒤에 패딩은 달랑 한 벌이 된다고 한다. 산 사람을 위해 다른 생명이 얼마나 더 산 제물이 되어야 할까. 생명이 더 귀하고 덜 귀한 게 따로 있지 않은데 말이다. 오리 가슴에 뭉텅이로 털이 뽑혀 나가 살갗이 시뻘겋고 피멍이 든 게 내 살갗인 양 아프고 쓰리다. 추운 겨울 패딩 잠바를 사달라고 조르던 아이의 꿈에 털이 없는 오리들이 울면서 무리 지어 뒤따라와 놀라 꿈에서 깨어나는 동화를 읽은 기억이 난다. 오늘 밤 나의 잠자리가 편할 수 있을까.

50여 년 전 올해의 북극 한파로 서해 바닷물이 언 것처럼, 그 당시 바닷물이 겨울이면 으레 어는 줄 안다. 매서운 바람이 옷 속으로 파고드는 추운 겨울에 맨 교복으로 학교 가는 길이, 가 본 적 없는 시베리아 추위보다 더 춥다고 여긴 등굣길이다. 교복 위에 걸쳐 입을 코트가 없으니 맨 교복으로 동장군과 맞서 싸워야 한다. 칼바람이 얇은 교복을 바늘처럼 뚫고 들어와 송곳 되어 살갗을 찌르니 춥다 못하여 시리고 아프다. 이듬해, 이웃집 언니가 물려 준 낡은 코트가 추위를 막아주는 방한복이요, 교복 위 교복으로 매서운 바람을 막아주는 방풍복이다. 낡은 코트 한 벌이 준 행복하고 따스한 겨울을 보낸 추억이 아스라이 떠오른다. 예나 지금이나 추위를 많이 타서 추우면 온몸이 사족을 못 쓰고 몸과 마음이 움츠러든다. 철 따라 갈아입을 많은 옷으로도 만족 모르는 가엾은 팔랑귀 카멜레온이다. 정녕 개구리 올챙이 적을 모르는가.

패딩 외 침구류에서도 오리털 제품이 제법 있다. 원재료는 알지만, 그 공급 과정을 생각해 본 적이 그닥 없다. 패딩에 대한 체헐리즘 기사를 본 뒤 눈을 뜨다니, 무심함과 무신경에 개탄한다. 수많은 오리가 겪었을 고통에 눈감고, 비명에 두 귀 막아 알고도 모른 체한 건지 모른다. 나 혼자 발버둥을 친들 달라질 게 없다는 생각을 대세에 실어 합리화시켜 마음 편하기로 한 것인지도 모른다. 기자는 나 한 사람의 독자일망정 의도대로 무신경함에 강한 충격을 주었으니, 기획이 성공한 것이다. 추운 겨울에 패딩이 있어야만 하는 건 아니다. 오리털을 대신할 새로운 충전재도 있고, 새로운 충전재로 만든 착한 패딩도 있다고 한다.

세상 만물은 존재할 뿐이다.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다. 힘의 논리로 균형을 이룬다면 언젠가 한쪽이 기우는 날이 온다. 더 따스함을 찾는 패딩 욕심이 지금의 ‘코로나 19’ 팬데믹을 불러온 게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까. 산 사람을 위해 수많은 생명이 산 제물이 되는 일이 더는 없어야 하지 않을까.

서평

생태주의와 열린 사고를 통한 근대성 비판

 

 권대근

 문학평론가, 대신대학원대학교 교수

  

 

Ⅰ. 열며

 

문학가는 인류의 교사여야 한다는 측면에서 수필가는 시대와 역사의 증언자여야 할 것이다. 인간성 상실, 자연 파괴, 사회적 불안과 공포 등 총체적 위기에 처한 현재, 경제적 합리성만이 강조되는 현대자본주의 사회는 이제 더는 인류의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인간의 비인간화가 인성 때문이라고 보는 데는 다른 생각의 여지가 있을 수 있지만, ‘도구적’, ‘정합적 이성’만을 중시하는 현대사회의 구조가 비인간화를 불러온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의가 있을 수 없다. 그러므로 사회조직과 구조의 개혁은 필수적이다. 도구적 이성에만 빠져있는 인간이 찰나적 본성을 등한시하는 단적인 예는 과학기술의 맹목적 추종을 들 수 있다. 이른바 생태주의에 관한 관심은 날로 중요해지고 있다. 인간 의식에서부터 생활과 사회구조에 이르기까지 생태친화적인 문화를 건설해야 한다는 이 생태적 합리성에 근거한 대안적 세계관 모색과 관련해, 특히 우리 전통문화와 생활양식 속에 오늘날 새롭게 되살려 배울 것이 많다는 것이 수필가 박경애의 주된 관심사이다.

‘의심’하고 ‘회의’할 수 있는 이성적 힘이 상실될 때 인간은 권력과 그 이데올로기의 하수인이나 노예로 살아가게 된다는 것이다. 결국 ‘어떻게’만 좇는 ‘정합적 이성’ 중심의 인간과 사회는 양심과 도덕성을 잃어 ‘비인간화’의 극에 달하게 된다. 현대인들은 자신이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가에 대한 문제의식, 즉 ‘비판적 이성’을 도외시하고 자기에게 주어진 임무를 효과적으로 수행해내는 데에만 관심을 가지는 이러한 정합적 이성주의자들이다. 그것은 박경애의 수필 속, 현대사회와 문명의 곳곳에서 발견된다. 이를테면 효율적인 경제 성장을 위해 모든 가치를 도외시하는 산업구조, 기술 생산의 효율성만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과학기술 논리 등이 그것이다. 박경애의 수필은 바로 이 같은 문제점을 공존과 상생의 미학을 통해 찾아내고 있다. 박경애의 수필은 모든 수필이 하나 같이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비인간화의 한 예가 될 도구적 이성에 빠진 현대인의 비인간성에 대해 다루고 있는 한마디로 생태수필이다.

Ⅱ. 생태수필이란?

 

생태수필의 존재 의미는 인간과 자연의 유기적 전체를 지향하는 생태학적 세계관의 핵심에 있는 생명의 개념, 즉 생태계 중에서 생명 사이의 관계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보여주는 데 있다. 따라서 생태수필이란 생명 자체를 노래함으로써 생명의 본질과 가치를 추구하는 수필이며, 동시에 다른 존재들과의 관계 속에서 생명의 가치와 위상, 생명 고양의 조건을 살피어 그 중요성을 문학적 상상력 속에 구체화하는 수필을 가리킨다. 이 때문에 이를 달리 자연 친화적 수필이라 불러도 무방하다 하겠다. 박경애의 생태수필은 주로 고발, 발견, 전망 또는 신뢰를 지향한다. 고발의 장은 생태계 오염이나 생태계 파괴의 참상과 그로 인한 생태적 인간 정신의 상실을 고발하는 것이다. 발견의 장은 자연의 근본이자 바탕인 초록의 현장을 찾아 그 의미를 발견하는 것이다. 박경애에게 있어서 자연의 발견은 원시적 삶을 의미하며, 여유와 느림의 미학을 뜻한다. 생명의 발견 안에는 유년의 추억이 있고, 꿈이 나래를 펴고 있다. 그녀는 초록의 체온을 통해 삶의 진실을 발견해 내고자 한다. 전망 또는 신뢰의 공간은 수필가 고유의 감수성으로 아름답고 따뜻한 생태 사회를 보여주어 인류에게 그런 미래를 꿈꾸게 만드는 상상력의 보고를 의미한다. 문학적 상상력과 생태학적 인식으로 또 하나의 희망이 될 지구의 미래를 이야기하는 장이다. 따라서 박경애의 수필집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산업사회의 이데올로기와 인간중심주의, 그에 대한 대안으로 생태 문학을 제시한다고 하겠다.

 

Ⅲ. 펼치며

 

가. 생태적 합리성과 탈 소재주의

 

현대 산업사회는 독자를 감동시키는 강렬한 흡인력과 공감대를 지닌 수필을 요청한다. 뉴턴이 말한 수필의 보편성이야말로 소재의 다양성에 의미를 둔다고 하겠다. 박경애의 수필은 생태수필을 넘어 네 가지 범주로 그 특성이 확산하지만, 그녀의 시그니처 담론은 생태수필이 최우선이다. 문학적 보편성을 담보하기 위해서 편중적인 소재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측면에서 그녀는 생태수필 외에도 자기 삶과 관련된 자조적 수필 등 다양성을 품어왔다. 틸 다이가 상상을 ‘소재를 변형시켜 새 현실을 창조하는 힘’이라고 한 것은 소재의 확장이 수필 영역의 확대와 직결됨을 시사한다. 여기서 박경애는 그동안 멀리해온 ‘바다’ 소재의 접근성을 요구받는다고 하겠다. 위의 측면에서 박경애가 하나뿐인 지구를 잃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생태주의’를 내세우면서 ‘바다’에 관심을 표명하고 있는 일은 바람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인간에게 있어 바다는 환경인 동시에 문화다. 바다를 함께 하고 살아온 사람들에게는 바다는 그들의 치열한 삶의 일부분이고, 사람들은 도전과 응전 속에서도 경외하고 적응하며 삶의 순리를 따르기도 하였다. 미래로 가고 있는 수필 속에서 바다는 중대한 화두 이상의 무엇을 가지고 있다. 물의 총합으로 표징되는 바다, 생명의 원천으로 화합과 끌어안음의 그 바다를 배경으로 하거나 주요 대상물로 하는 수필은 사람도 등장하지만, 주역을 담당한 바다라는 무대에 내포된다. 우리나라도 반도의 삼면이 바다를 끼고 있는 까닭에 자연스럽게 바다를 읊은 노래가 많다. 우리 시가의 최초 작품이라고 말해지는 ‘구지가’나 ‘공무도하가’가 바다 또는 물을 배경으로 한 것부터 그렇다. 그러나 고대 시가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우리 문학에 투영된 바다의 모습이 한결같지 않으리라는 것은 물론이다. 이 글은 이런 관점에서 출발한다.

 (중략)
 

Ⅳ. 닫으며

 

가정이란 울타리를 벗어나 우주를 살피는 것은 곧 자아를 찾는 작업이다. 수필은 또한 자기의 존재를 스스로 눈으로 응시하기 위한 수단이 된다. 자아 성찰은 바로 자기 내면의 자아를 바르게 세우는 작업인 것이다. 작가가 ‘떠남’을 꿈꾸는 것은 자아를 찾기 위함이다. 그래서 작가는 작품을 통해서 자유에 대한 가치와 주체에 대한 성찰의 의미를 고양하고자 한다. 그래서 이 수필집은 뿌리내릴 수 없는 예술가의 자유 정신을 문학적 방식으로 풀어낸 작품이라 하겠다. 고행 속에서 삶의 진가를 확인케 하는 그 역설적인 활기가 작품 전체를 휘감고 있는 고요하고 평온한 정적 분위기를 압도하고 있다. 떠남의 존재 가치를 확인하는 작가의 떠남에 박수를 보낸다. 그녀는 붓다의 얼굴을 닮기 위해, 좁혀지는 가슴을 넓히려 부단히 일상을 탈출하는 것이다. 마음이라도 맞는 사람을 만나 자연에 동화되어 차 한잔할 수 있는 여유, 이것이 즐거움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모든 인간은 떠나고 싶어 한다고 하지 않는가. 떠남을 통해 우주와 소통하면 구도자가 될 수 있다고 확신하면서 오늘도 떠남을 기대한다.

자연에 대한 꿈과 동경은 바로 중심 바깥으로 던져진 존재의 한계를 역설적으로 드러낸 삶의 변증인 것이다. 그녀의 수필이 주는 맛은 삶과 세계에 대한 깊은 성찰에서 길어 올려진 언어가 진정성의 분위기를 띤다는 데 있다. 일상을 현실이라는 인식에서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더 나아가 이상에서 실현하고자 하는 것은 작가의 용기 때문일 것이다. 문학 행위는 대상에 대한, 세계에 대한 인식행위다. 따라서 우리는 그녀의 인식 대상과 행위가 바로 사회 현실이고 역사 현실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위에 다뤄진 작품들이 인간을 중심으로 하는 자연환경의 관점이 아닌 모든 생명체와 인간이 동일한 가치선 상에 있다는 생태의 관점으로 이해되고 있다는 것은 수필가의 의식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박경애 수필이 생태 문학의 가능성을 확보함으로써 이제 수필은 그 위상을 높일 수 있다. 왜냐하면 문학에서 인식이 없다는 것은 영혼이 빠져나간 신체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생태 문제를 주제 의식으로 삼고, 생태 문학의 카테고리 속에서 수필가의 관심이 생명을 향하는 것은 작가적 사명을 다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저자소개

저자 : 박경애
부산교육대학교 졸업
수필가, 2012년 계간 『에세이문예』로 등단
한국에세이작품상, 에세이문예작품상 수상
홍조근정훈장 수훈
계간 에세이문예 편집부장(2018년~현재)
국제PEN부산지역위원회 사무국장(2022년~2023년)
국제PEN한국본부 회원
국제PEN부산지역위원회 감사 및 편집국장
기장문인협회 회원 및 편집위원(2020년~2023년) 역임
부산수필문학협회 회원
다스림 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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