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생존하기를 바란다면, 충만하고 자연적인 삶과 정말 인간다운 삶을 누리고자 한다면, 윗세대가 어떻게 음식을 먹었는지, 거기에 들인 시간은 얼마나 되는지, 식사를 통해 형성한 사회적 관계는 무엇인지, 음식에 썼던 돈은 얼마나 되는지, 음식으로 세워졌다가 무너진 권력은 무엇인지 자세히 살펴봐야 한다. 음식을 먹는 것이 모두에게 즐거움, 공유, 창작, 기쁨, 자기 초월의 원천이 되도록 해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지구와 생명을 구하는 방법이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음악, 의학, 시간, 재산, 노마디즘, 사랑, 죽음, 지정학, 기술, 유대교, 근대성, 미로, 예측, 대양의 긴 역사를 공부하고 책으로 쓴 바 있는 경제학자이자 미래학자 자크 아탈리가 이번에는 음식의 역사를 탐구했다. 도서출판 따비의 신간 《교양인이 알아야 할 음식의 역사―인류는 무엇을 어떻게 먹어왔을까, 그리고 미래에도 그렇게 먹을 수 있을까》에서 아탈리는 “먹는다는 것은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에 무엇을 의미할까?”라는 물음의 답을 찾아간다.
음식, 거의 모든 것의 기원
인류의 조상이 먹을거리를 찾고, 잡고, 나누고, 빼앗거나 지키기 위한 의사소통이 필요했기 때문에 언어가 발생했다(불을 사용해 음식을 익혀 먹으면서 소화에 필요한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게 되어 뇌의 용량이 커지기도 했다). 기원전 6000년, 메소포타미아 농민들은 홍수를 최대한 극복하고 수확량을 늘리기 위해 둑을 조성하고 관개시설을 만들었다. 그 일을 더 잘하기 위해 그들은 더 큰 조직으로 모여야 했고 그 조직은 곧 제국이 되었다. 제국은 식량 때문에 생겼다. 지렛대, 화살, 바퀴, 농사, 목축 등 그 이후에 이루어진 혁신들도 먹어야 하는 필요성 때문에 가능했다.
식량 때문에 만든 도시국가, 제국, 국가에서 황제와 왕들이 통치하기 위해 먹었다. 어떤 황제는 한 번 식사에 스물두 차례 음식이 나오도록 했고, 어떤 왕은 200명의 신하들이 말 한마디 못 하고 선 채로 지켜보는 가운데 혼자서 식사를 했다. 권력자들은 과시와 포섭, 외교를 위해 연회를 베풀고 만찬을 열었다.
수천 년 동안 민족의 정체성은 영토, 풍경, 그 땅에서 자라는 식물과 동물뿐 아니라 조리법과 식사 예절로 정의되었다. 또한 수천 년 동안 음식은 대화의 규칙과 사회관계의 구조를 정립했다. 신과 저녁을 먹을 수 있는 사람, 가족과 점심을 먹을 수 있는 사람, 먹을 것을 구걸하는 사람, 먹을 것을 입에 대지 않는 사람들이 있었다. 또 음식을 만드는 사람과 다른 사람에게서 얻는 사람이 있었다.
인류는 저절로 난 풀과 과일을 찾으러 떠돌아다녔고, 작은 동물에서 좀 더 큰 동물까지 사냥했다. 그러는 동안 먹어도 되는 풀과 독이 있는 풀을 구분하게 되었고, 협동을 하게 되었다. 곡물을 키우게 되면서 정착을 했고, 어떤 동물들을 길들여 키워 먹었다. 더 많은 먹을거리를 얻을 수 있도록 처음에는 신에게, 나중에는 과학에 의존했다.
이제 음식은 주방이 아니라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이 되어 전 세계인의 식탁에 올라간다. 과거에는 먹지 못해서 죽었는데, 이제는 너무 먹어서 죽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과거에는 종교가 먹어도 되는 음식과 먹으면 안 되는 음식, 먹으면 안 되는 때를 정했는데, 이제는 식품 회사의 광고와 영양학이 어떤 음식은 권장하고 어떤 음식은 금지한다. 종교의 힘은 여전하지만 채식주의 같은 새로운 윤리에 따라 스스로 금기 음식을 정하는 사람들도 생겼다.
미래에도 지금처럼 먹을 수 있을까
아탈리는 수만 년에 걸친 인간의 역사를 정리하며 “음식을 먹는 것은 그 어떤 인간 활동보다 역사의 중심에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런데 이렇게 과거를 아는 것은 미래를 이해하고 대비하기 위해서다. 음식의 역사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풍부하고 다양한 천연 식품을 먹어왔는데, 왜 인간과 자연에 해로운, 규격화되고 단일화된 가공식품을 전 세계인이, 특히 가난한 사람일수록 먹게 되었을까? 다양한 주제로 대화를 이어가던 식사 자리가 사라지고 혼자 아무 데서나 아무 말 없이 밥을 먹는 사람들이 계속 늘어나면 인간관계는 어떻게 변할까? 환경 파괴와 기후 변화로 촉발된 새로운 식량 사정을, 늘어나는 인구를 먹여야 할 필요성을, 과학기술은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미래학자인 자크 아탈리가 음식의 역사를 탐구한 이유는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고자 한 것이다. “과거를 해박하고 자세하게 알지 못하면 현재를 설명할 가치 있는 이론도, 미래를 예측할 가치 있는 이론도 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앞으로도 우리의 식생활을 주도하고 싶다면, 건강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다면, 그리고 인류의 생존이 달린 자연을 구하고 싶다면, 이 책이 설명하는 음식의 역사를 이해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