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 예술에 대한 괴테의 고백
니체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최고의 책인 《괴테와의 대화》를 빼놓는다면, 독일의 산문 문학 가운데 반복해 읽을 만큼 가치 있는 작품은 없다고 말했다. 독일의 문예사가 프리드리히 군돌프는 그의 명저 《괴테》에서 《괴테와의 대화》를 복음서라고 표현하며, ‘괴테의 목소리를 그처럼 순수하게 청취할 수 있는 귀를 가졌다는 것은 에커만의 불멸의 공적’이라고 했다. 괴테의 며느리 오틸리에는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에, “에커만처럼 자기 자신의 감정을 전혀 개입시키지 않고 시아버님의 말을 그대로 이해해 쓴다는 것은 다른 사람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이 책을 읽으면 마치 아버님의 말과 목소리를 직접 듣는 것 같은 기분이 되어 버립니다.” 이렇게 썼다. 이것은 모두 인간 괴테가 《괴테와의 대화》 속에서 얼마나 생생하게 살아 숨 쉬고 있는지를 말해 주는 대목이다.
《괴테와의 대화》에는 ‘학문과 예술의 모든 분야에 걸친 위대한 원리, 인간의 고매한 관심과 정신적인 소산, 금세기의 탁월한 사람들에 대한 괴테의 해명’이 담겨 있으며 또 그의 자연과학에 대한 이론, 광산, 농업, 문학, 교육에 대한 극히 실제적인 견해, 그리고 가정생활 등이 구체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그러므로 이 《괴테와의 대화》는 비단 문학에 대한 괴테의 내적?외적 고백일 뿐 아니라, 인생과 예술, 인간과 사회에 대한 괴테의 생각을 생생한 그대로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괴테 스스로 달성한 기념비적 전체상
《괴테와의 대화》는 인간 괴테가 만년에 스스로 달성한, 하나의 기념비적인 전체상이다. 《시와 진실》 《빌헬름 마이스터의 편력시대》 《파우스트》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등, 괴테가 자기 작품으로서 완성한 예술적 형태의 경우와 같은 소재가, 여기에서는 에커만이라는 듣는 이를 모체로 하여 색다른 형식으로 드러나고 있다. 그리하여 그 소재는 각종 인식 및 증언의 풍부한 스케치로 다시 태어났다.
이 책에는 창조자로서의 괴테가 존재하지 않는다. 여기서 등장하는 괴테는, 상대에게 영향을 줘서 그를 움직이는 사람이다. 괴테의 빛나는 본질이 하나의 거울에 반사된 셈이다. 거울에는 이 거인의 독특한 형상이 비친다. 또 괴테의 세계, 그의 세계감정, 현실의 환경세계, 정신적 세계와의 온갖 관계 등이 총괄적으로 드러난다. 늙은 괴테의 지혜는, 그가 스스로 붓을 쥐고 만들어낸 유물 속에도 존재하지만, 이렇게 또 하나의 창조적 방법을 통해서도 뚜렷하게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 문화에 내려진 축복 괴테
《괴테와의 대화》를 자세히 보면 괴테가 죽음과 병 때문에 얼마나 괴로워했으며 스스로를 불행한 인간으로 생각했는지를 곳곳에서 발견할 수가 있다. 이와 같이 괴테 또한 약점 많고 불행한 인간이었다. 괴테는 많은 고통을 당하면서도 불행과 공포에서 벗어나 자신이 원하는 인물이 되기 위해 환경과 싸우며 무한히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인간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는 늘 그 인간 속에서 훌륭한 것을 찾기 위해 노력했고, 일생을 바쳐 그것을 높은 수준으로 고양시키려 애썼다. 이것이 바로 괴테를 평범한 작가가 아닌 독일을 넘어선 세계 문학에 내려진 축복으로 만든 것이다. 또한 그는 모든 인간 누구나 훌륭하게 개발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으며, 이런 점에 괴테의 교육자로서의 이상(理想)이 숨어 있는 것이다.
괴테의 탐구, 신념, 희망은 바로 ‘인간애’를 향하고 있다. 그의 모든 작품은 인간에 대한 사랑을 순화하고 고양시키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인생에 대한 그의 신념은 바로 이 인간애에 대한 신념이며 우주적 도덕 질서가 있다는 것에 대한 신념이었다. 《괴테와의 대화》를 읽는 사람들은 인간애의 실현을 위한 괴테의 노력을 이 책에서 배우고, 생의 무의미를 극복하며 좀더 높고 좀더 아름다운 것을 인생 속에 구현하기 위한 노력의 한 규범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