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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세계와 맞지 않지만


  • ISBN-13
    978-89-6090-894-9 (03810)
  • 출판사 / 임프린트
    마음산책 / 마음산책
  • 정가
    16,800 원 확정정가
  • 발행일
    2024-09-15
  • 출간상태
    출간
  • 저자
    진은영
  • 번역
    -
  • 메인주제어
    에세이, 문학에세이
  • 추가주제어
    -
  • 키워드
    #에세이, 문학에세이
  • 도서유형
    종이책, 양장
  • 대상연령
    모든 연령, 성인 일반 단행본
  • 도서상세정보
    130 * 204 mm, 232 Page

책소개

“위대한 책들의 타격 아래서 우리는 번번이 죽고 

또 번번이 다른 존재로 태어난다”

 

고통과 슬픔 속에서도 영혼의 반짝임을 발견하는 시인,

진은영의 신작 산문집

 

등단 후 24년 동안 네 권의 시집을 출간하며 감각적이고 치열한 언어와 예리한 사회인식으로 사랑받아온 진은영 시인이 신작 산문집 『나는 세계와 맞지 않지만』을 펴낸다. 시인은 책의 서문에서 “내 빨간 수첩과 내 머릿속은 이렇게 어디서 왔는지 불분명한 타인의 문장들로 가득하다”라고 이야기한다. 쉽게 잠들지 못했던 밤과 죽고 싶었던 순간마다 자신을 살렸던 문장들이 있었고, 시인은 쉴 새 없이 그것들을 읽고 밑줄을 그으며 힘든 시간을 견뎠던 것이다. 시간이 흘러 고통과 회복의 기억이 희미해진 후에도 자신을 살게 했던 책이 있었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다. 진은영이 호명하는 작가들은 그 이름만으로도 강렬하고 매혹적이다. 카프카, 울프, 바흐만, 카뮈, 베유, 플라스, 아렌트…… 삶은 피할 수 없는 고통으로 가득하고, 아무리 애써도 승리는 오지 않을 수 있다는 걸 자각하면서도 전력으로 글을 썼던 작가들이다. 자신과 맞지 않는 세계 속에서 고유함을 잃지 않기 위해 분투했던 이들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지 않고 위대한 작가의 반열에 올랐다. 그들의 책도 낡지 않고 살아남아, 현대 독자들의 영혼에도 균열을 낸다. 시인은 사랑하는 작가들의 책과 문장들을 살피며, 사람을 살아가게 하는 힘에 대해 이야기한다. 또한 감당하기 어려운 슬픔 속에서도 끝까지 단 한 사람을 걱정하는 문학의 안간힘에 대해서도 쓴다. 

 

좋은 작가는 아첨하지 않는다. 오랜 친구처럼 우리에게 진실의 차가운 냉기를 깊이 들이마시라고 무심한 얼굴로 짧게 말한다. 카프카, 울프, 카뮈, 베유, 톨스토이, 플라스, 니체, 아렌트…… 여기서 다룬 저자들은 다 그렇다. 그들에게 삶은 계속되는 소송이거나 400년 내내 분투한 뒤에야 겨우 이룰 수 있는 소망, 다시 굴러떨어지는 바윗돌, 보상 없이 행하는 사랑, 끝없이 헤매다 제자리로 돌아오게 하는 겨울 숲 같은 것이다. (…) 이들은, 내 책을 읽는다면 넌 아침에 슬펐어도 저녁 무렵엔 꼭 행복해질 거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 대신, 너는 고통이란 고통은 다 겪겠지만 그래도 너 자신의 삶과 고유함을 포기하지 않을 거라고 말해준다. 작가들은 진심으로 독자를 믿는다. 그들에게 그런 믿음이 없다면, 어떤 슬픔 속에서도 삶을 중단하지 않는 화자, 자기와 꼭 들어맞지 않는 세계 속에 자기의 고유한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부단히 싸우는 주인공을 등장시킬 수 없을 것이다. (…) 릴케의 시구처럼 우리는 책에서 자신의 그림자로 흠뻑 젖은 것들을 읽는다.

_「책머리에」에서

 

 

한없이 다정하고, 비명이 나올 만큼 끔찍한

위대한 문학들이 끌어올리는 진실

 

진은영이 사랑하는 시인 헤르베르트는 항상 책을 읽던 사람이었다. 그는 책 읽기의 무용함에 대해서도 이야기했으며, “그저 삶을 연명하고 있을 뿐”이라고 고백했다. 진은영은 헤르베르트에게 공감한다. 자신 역시 읽을 수 있어서 살아갈 수 있었던 시절이 있음을 떠올리고, 시인의 일부가 된 수많은 문장에 대해 이야기한다. 피할 수 없는 고통을 직시하는 문장들, 실패하는 것이 결코 어리석은 게 아니라고 증언하는 문장들, 그저 인간으로 살기 위해 패배할지도 모를 싸움을 시작하는 이를 사랑하게 만드는 문장들이다. 카뮈, 바흐만, 베유 등 이러한 문장을 쓰는 작가들은 독자들을 쉽게 위로하지 않는다. 다만 서늘한 진실을 말함으로써 비정한 세계 속에서 자신의 고유성을 확보하기 위해 싸우는 이들이 얼마나 고귀한지 깨닫게 한다. 

 

우리가 무엇을 꿈꾸며 싸우든 그 꿈을 이루는 일은 어렵다. 조금 전진한 기분이었는데 도로 제자리라는 걸 깨닫게 된다. 인간은 실패하려고 태어난 ‘훼손된 피조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카뮈 덕분에, 우리는 어려운 싸움을 계속 이어가는 이들을 어리석다고 말하는 대신 위대한 용기를 가졌다고 말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우리가 진정 사랑하는 이들은 승리하는 이들이 아니라 진실과 인간적 품위를 지키기 위해 어쩌면 패배할지도 모를 싸움을 시작하는 이들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_본문에서

 

진은영은 삶이 곧 소송 과정임을 깨닫게 하는 카프카의 『소송』을 읽으며, 여성이 글 쓰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던 시대에 작가이자 ‘피고’로 살아야 했던 브론테 자매를 생각한다. 소수자성이 드러나는 순간 일상을 억압받는 한국 사회의 소수자들을 이야기하며 차별금지법 제정이 미뤄지고 있는 현실에 대해서도 쓴다. 울프의 『올랜도』를 읽으며 400년 동안 남성으로도 여성으로도, 외교 대사로도 집시로도 살다가 나중엔 열망했던 ‘시인’이 되는 올랜도를 통해 그저 모두가 자신이 살고자 하는 모습으로 사는 사회를 기원하기도 한다. 아리엘 도르프만의 시 「희망」을 읽으면서는 한국에서 벌어진 참사와 희생, 그 후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유가족들의 고통도 떠올린다. 탁월한 작가들과 작품들은 시대와 장소를 뛰어넘는다. 강력하고 유효한 질문을 던지고, 다수가 애써 외면하려던 불의를 드러낸다. 또한 시인의 말대로 용감한 독자들은 이 용감한 작품들을 알아본다. 작품을 통해 자신의 고유한 위치를 가늠하고, 정확한 위안을 받으며 삶을 쉽게 포기하지 않으리라 마음먹는다.

 

 

“우리의 사랑이 사소한 일에서 시작되듯 

구원도 혁명도 그럴 것이다”

 

김소연 시인은 진은영을 두고 “인간이 회복될 수 있는 힘이 어디에서 발현되는지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는 시인”이라고 썼다. 진은영은 슬픔 속에서도 힘껏 삶을 견디는 존재들의 작은 몸짓과 낮은 목소리에 주목하고, 신중한 문장으로 그 아름다움에 대해 적는다. 톨스토이의 「주인과 하인」에 나오는 욕심 많은 주인 브레후노프가 미세하게 달라지는 순간을 포착하고, 롤랑 바르트와 앤 카슨이 기록한 애도의 문장들을 섬세한 눈으로 읽는다. 자신을 드러내지 않음으로써 타인을 배려하고 체제에 저항했던 라이너 쿤체가 얼마나 용감한 시인이었는지 구체적으로 써 내려간다. 

위대한 책을 읽는다고 혁명을 일으키거나 인류를 구원하지는 못했지만, 다만 살아갈 수 있었다는 진은영 시인. 시인이 되기 전부터 늘 좋은 독자였을 그가 아껴온 작가와 작품의 목록을 보다 보면, 시인이 깊이 몰입했을 주제, 영혼에 흔적을 남겼을 문장에 대해 상상하게 된다. 다만 한 사람을 살게 하는 일은 결코 사소하지 않다. 누군가의 삶에 끊임없이 빛을 비추는 일은 실로 대단하고, 우리는 책을 읽으며 그 빛을 쬘 수 있다. ‘도끼’ 같은 문장들을 발견하는 행운을 누리고, 자신이 세상과 맞지 않는다고 느끼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나아가기도 한다. 진은영 시인의 아름다운 산문을 읽으며, 읽기가 진정한 구원으로 이어지는 삶이 있음을 깨닫는다.

 

이것은 개인적 고백인 동시에 문학적 고백이다. 인간으로서 감당하기 힘든 고통과 위로할 길 없는 슬픔을 한 사람에게서 감지하고 그를 마지막 순간까지 지키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이 바로 문학의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 안간힘이 사라질 때 문학은 끝난다.

_본문에서

 

목차

책머리에 | 나는 세계에 꼭 들어맞지 않는다―포기하지 않는 읽기

 

체포됐어도 자유로운 K…… 차별금지법 없는 한국은?―프란츠 카프카 『소송』

‘올랜도’도 버지니아도 성별 제약 없는 다양한 삶을 원했다―버지니아 울프 『올랜도』

진리의 담지자를 자처하는 지도자여…… 그것은 카리스마 아닌 망상―한나 아렌트 『인간의 조건』

유대인을 두려워한 철학이 유대인 천재들을 낳았다―마르틴 하이데거 『존재와 시간』

번번이 죽고 태어나는 경험으로 붐비는 곳, 문학―모리스 블랑쇼 『문학의 공간』

피해자의 슬픔을 응시하는 문학적 용기―잉에보르크 바흐만 『이력서』

삶도, 시도 중단할 수 없었던 러시아 국민시인―안나 아흐마토바 『레퀴엠-혁명기 러시아 여성시인 선집』

비극적 삶으로만 조명되기엔 황홀하고 치열한 실비아의 시―실비아 플라스 『에어리얼』

‘자기 자신’으로 존재했기에 사후에야 세상과 만난 디킨슨―에밀리 디킨슨 『고독은 잴 수 없는 것』

예술가의 삶 아닌 냉철한 지성으로 성찰을 준 ‘할머니 시인’―비스와바 쉼보르스카 『끝과 시작』

자식이 어디선가 비명을 지르고 있기를 바라는 부모…… 시로 쓴 참혹한 희망―아리엘 도르프만 『싼띠아고에서의 마지막 왈츠』

평범한 사람들의 목소리로 군국주의를 경계하다―이바라기 노리코 『처음 가는 마을』

하나도 잊지 않고 모든 것을 호명하는 다정함이 빚은 시―백석 『백석 시, 백 편』

삶의 가시는 시로 새 이야기가 된다…… 버스 운전사 패터슨처럼―윌리엄 칼로스 윌리엄스 『패터슨』

너를 밀어내고 나를 드러내야 이기는 세계…… 시인은 ‘사라짐’으로 답했다―라이너 쿤체 『은엉겅퀴』

공정은 정말 공정한가…… 막연함에 저항한 ‘디디온식 글쓰기’―조앤 디디온 『베들레헴을 향해 웅크리다』

카뮈가 말한다 ‘비극은 자각해야 할 운명’―알베르 카뮈 『시지프 신화』

인간을 운명의 중력에서 뜯어내 영원으로 들어 올리는 것…… 시몬 베유의 ‘사랑’―시몬 베유 『중력과 은총』 『일리아스 또는 힘의 시』

자유로운 집이여 오라…… 힘없는 이들에 던지는 희망의 몽상―가스통 바슐라르 『공간의 시학』

폭력적 현실에 띄우는 절박한 안부―존 버거 『A가 X에게』

사진, 과거와 현재가 함께하는 공존의 신비에 대하여―롤랑 바르트 『밝은 방』

먼저 떠난 오빠를 위한 192쪽의 기록…… 사랑은 기억이다―앤 카슨 『녹스』

예술을 ‘선물’하는 일, 그저 옛 인류의 순진한 발상일까―루이스 하이드 『선물』

삶의 습관으로 타인을 구원하는 인간…… 여우의 눈으로 포착하다―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주인과 하인」

돈과 행복을 신성화하는 조급한 현대인이여…… “신은 죽었다”―프리드리히 니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젊은 릴케는 스승이 아닌 동료였기에 멘토가 되었다―라이너 마리아 릴케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진정한 스승은 설명하지 않는다―자크 랑시에르 『무지한 스승』

후배 학자의 비판적 인용을 통해 생명 얻은 그리스 철학자들―『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들의 단편 선집』

본문인용

사실 삶은 기나긴 소송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태어나는 순간 성별, 인종, 계급 등의 사회문화적 규정들 속에 던져진다. 사회는 그 규정들이 제대로 지켜지는지 감시하며 늘 우리에게 체포영장을 발부하려고 대기 중이다. 규정 하나를 잘 지켜도 다른 규정들로 인한 소송들이 이어질 수 있다. 그러니 누구나 사는 동안 사회적 ‘정상상태’에 있을 것을 명하는 법 앞에서 계속 무죄를 입증하거나 유죄를 인정해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된다. 따라서 완전한 무죄방면은 불가능하다.

_22쪽

 

누군가를 사랑하고 사랑받는 일은 소중하지만 자신이 짜 넣을 인생의 무늬들이 모두 관계로만 환원된다고 믿지 않는다는 점에서 올랜도는 고독을 사랑하는 실존주의자의 면모를 지니고 있다. 

_34쪽

 

전쟁과 폭력으로 얼룩진 세상은 한없이 어둡다. 그런 세상에서 사랑은 벼락처럼 아주 잠시 동안 번쩍이며 어둠을 밝힌다. 장미꽃처럼 붉고 짧은 빛 속에서 바흐만은 꽃들을 몽환적으로만 그려내지 않는다. 피어난 꽃들 아래 환하게 불 밝혀진 역사의 과오라는 가시들을 뚫어지게 응시한다. 

_67쪽

 

어떤 시인들은 시 속에 죽어가는 이의 가쁜 숨소리를 담아낸다. 읽은 이의 가슴을 찢는, 고귀한 시들이다. 그러나 백석의 시에선 독자를 깜짝 놀라게 할 만큼 큰 비명이나 고통스러운 신음은 들리지 않는다. 다만 그는 죽어가는 사람, 피로와 고통과 절망에 취해 널브러져 있는 사람 곁에서 속삭이며 중얼거리듯 쓴다. 그 중얼거림에 삶의 깊은 성찰이나 낙원의 약속이 담겨 있는 것도 아니다. 

_117쪽

 

슬픔에 빠진 아이는 늘 구석에 가서 웅크린다. 겁에 질린 동물들이 찾는 곳도 구석이다. 세상에서 버려진 기분이 들 때 우리는 구석으로 숨는다. 바슐라르에 따르면 구석이야말로 안전에 대한 몽상을 충족시켜주는 진정한 집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편안하게 거주한다고 말할 수 있는 곳은 상처받는 순간에 숨을 수 있고 비밀의 은신처가 될 수 있어야 하니까. 어쩌면 집은 “세계 안의 우리들의 구석”이라고 표현하는 게 더 정확할 것이다.

_156쪽

 

사랑은 늘 이런 식이다. 시대의 어둠, 운명적 불운, 제삼자의 모략, 서로에 대한 의심, 착각과 실수 등 배송 과정에 끼어든 각종 장애로 내가 보낸 사랑의 정량은 제대로 전해지지 않는다. 지금 당신의 연인이 홀로 어떤 마음의 감옥에 갇혀 있는지 살피라는 듯 소설은 거듭되는 배송 사고를 전한다.

_175~176쪽

 

그의 모습은 사회적 참사와 타자의 폭력으로 삶이 완전히 부서진 사람들과 그들의 가족을 닮아 있다. 이들은 먹을 사람 없는 밥상을 차리고 신을 사람 없는 구두를 강박적으로 닦는다. 세계가 통째로 파괴된 아픔을 겪는 사람들은 이 속절없는 반복으로 어떻게든 삶을 복구하려는 몸짓을 멈추지 못한다. 부러진 날개로 바닥 위에서 한없이 파닥거리는 새처럼.

_177쪽

 

이처럼 사진 속에서 우리 각자를 찌르는 개별적인 독특함에 사진의 본질이 담겨 있다. 그것은 바로 시간이다. 셔터의 ‘찰칵’ 음은 사물들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있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소리다. 사진에 찍히는 순간은 ‘찰칵’과 동시에 과거가 되기 때문이다. 모든 사물이 사라지고 변화한다는 사실에 대한 마음의 조바심이 기계음으로 번역된 것이다.

_182쪽

 

관습이나 종교에 따라서든, 혹은 책을 만드는 방식으로든, 우리가 애도를 위해 선택하는 모든 제의의 핵심은 이것이다. 사랑하는 이가 떠났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그의 이름을 부르고 그 얼굴을 떠올리며 그의 삶이 어떠했는지를 다른 이들과 함께 이야기하는 것. 그렇게 함으로써 고인이 살았던 삶의 역사를 세상에 알리며 그와 정중히, 그리고 천천히 작별하는 것.

_188쪽

 

내가 대학 시절 정규 수업에서 배운 철학자 중에도 여성은 없었다. 이후에 페미니즘 이론을 접하게 됐을 때 얼마나 신선했던가. 첫 장을 펼치기도 전, 표지에 박힌 여성 저자들의 이름이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너희도 철학책을 쓸 수 있어! 여자 선수가 한 명도 없었던 고대 올림픽 경기장에 남장을 하고 구경 나온 여자들(발각되면 죽음을 면치 못했다고 한다)처럼 사유의 경기장을 더 이상 엿보기만 하지 않아도 된다고 그 표지들은 속삭였다. 그리스 사상을 새롭게 조명한 한나 아렌트와 마사 누스바움의 철학서들, 그리스 고전문학 전공자인 앤 카슨의 아름다운 소설을 읽으면서 더 많은 여성이 비슷한 희망을 경험할 것이다. 물론 이런 소식을 가장 반기면서도 몹시 긴장하게 될 이들은 『단편 선집』의 철학자들이다. 머지않아 그들은 더 많은 여성, 즉 플라톤 이래 가장 열정적이고 풍자적인 인용자들을 만나게 될 테니까.

_232쪽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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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저자 : 진은영
2000년 <문학과 사회> 봄호로 등단했다.
시집 『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 『우리는 매일매일』 『훔쳐가는 노래』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를 출간했다.
조선대학교 문예창작학과에서 시를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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