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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도둑

예술, 범죄, 사랑 그리고 욕망에 관한 위험하고 매혹적인 이야기


  • ISBN-13
    979-11-93166-65-9 (03840)
  • 출판사 / 임프린트
    (주)상상아카데미 / 생각의힘
  • 정가
    17,800 원 확정정가
  • 발행일
    2024-09-20
  • 출간상태
    출간
  • 저자
    마이클 핀클(Michael Finkel)
  • 번역
    염지선
  • 메인주제어
    에세이, 문학에세이
  • 추가주제어
    예술일반 , 위작, 변조, 예술품 절도
  • 키워드
    #에세이, 문학에세이 #예술일반 #위작, 변조, 예술품 절도
  • 도서유형
    종이책, 무선제본
  • 대상연령
    모든 연령, 성인 일반 단행본
  • 도서상세정보
    135 * 210 mm, 304 Page

책소개

능수능란한 논픽션 작가의 유려한 필치로
악명 높은 희대의 예술품 절도범을 파헤치다!

★★★곽아람, 장강명, 정재승 추천★★★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아마존, [뉴요커], [워싱턴포스트] 올해의 책★★★

여기, 당신의 마음을 홀딱 훔칠 읽을거리가 있다. 예술, 범죄, 사랑 그리고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아름다움을 소유하려는 끝없는 욕망에 관한 위험하고도 매혹적인 이야기를 담은 논픽션 《예술 도둑》이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 마이클 핀클이 역사상 가장 많은 예술 작품을 훔친 희대의 도둑, 스테판 브라이트비저를 둘러싼 기이하고 강렬하며 아롱아롱 번쩍이는 세계로 우리를 안내한다.

책은 1997년 2월 어느 분주한 일요일, 벨기에 ‘루벤스의 집’에서 벌어진 도난 사건으로 문을 연다. 스물두 살의 귀여운 연인, 브라이트비저와 앤 캐서린은 이날 상아 조각상 〈아담과 이브〉를 손에 넣는다. 그리고 그들이 함께 머무는 어머니 집 다락에 전시한다. 아름다운 보물로 둘러싸인 환상 속 공간에서 자신들만의 컬렉션을 꾸린다. 바라보고, 쓰다듬고, 사랑하고, 또 훔친다. 그러나 오만한 한 행동이 마침내 모든 것을 무너뜨리고 마는데…….

핀클은 수많은 이들과 주고받은 인터뷰, 광범위한 연구와 치밀한 취재 등을 토대로 이 모든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범죄 사건을 잘 짜인 이야기로 엮어내 우리에게 선보인다. 인간 본연의 감정과 욕망을 섬세하게 어루만지며 우리의 마음을 황홀하게 휘젓는다.

 

♥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 〈뉴요커〉, 아마존, 〈워싱턴포스트〉 〈리터러리 허브〉 선정 2023년 ‘올해의 책’
♥ 곽아람(〈조선일보〉 문화부 기자), 장강명(소설가), 정재승(뇌과학자) 추천
♥ 영국,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등 22개국 출간 및 영화화 결정

약 8년간 유럽 전역에서 200여 회에 걸쳐 300점 이상,
총 2조 원에 달하는 예술 작품을 훔친
희대의 도둑 브라이트비저의 행적과 내면을 좇는 경이로운 논픽션

스테판 브라이트비저(Stephane Breitwieser)는 도둑이다. 여느 도둑이라도 박물관 절도는 평생에 한 번이면 족할 테지만, 이 남자는 아니다. 1994년부터 2001년까지 유럽 전역에서 200여 회에 걸쳐 300점 이상 훔쳤고, 금전적 가치는 2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역사상 가장 많은 예술 작품을 훔쳤다. 그러나 묘한 구석이 있다. 브라이트비저는 변장하지 않았고, 몰래 들어가지도 않았다. 사람들로 붐비는 대낮에 당당하게 입장했다. 도구는 단 하나, 스위스 아미 나이프. 무엇보다 그는 돈 때문에 훔치지 않았다. 모든 시작은 ‘아름다움’이었다.

여기, 당신의 마음을 홀딱 훔칠 읽을거리가 있다. 예술, 범죄, 사랑 그리고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아름다움을 소유하려는 끝없는 욕망에 관한 위험하고도 매혹적인 이야기를 담은 논픽션이다. 세계적인 저널리스트 마이클 핀클이 기이하고 강렬하며 아롱아롱 번쩍이는 세계로 우리를 안내한다. 핀클은 현대 사회와 격리된 채 27년간 홀로 살아온 이를 추적한 《숲속의 은둔자》(2017)로 전 세계에 이름을 알렸으며, 자신이 경험한 이름 도용 사건을 바탕으로 쓴 《트루 스토리》(2005)는 동명의 영화로 제작된 바 있다. 이 책 《예술 도둑》은 2023년 출간 즉시 “지금 가장 주목할 이야기 중 하나”라는 평가를 얻으며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아마존과 〈뉴요커〉, 〈워싱턴포스트〉 등 수많은 매체가 선정한 ‘올해의 책’에 이름을 올렸다.

사랑과 집착과 강박은 사람을 얼마나 멀리까지 데려갈까? 능수능란한 작가가 예술을 사랑한 남자와 스릴을 사랑한 여자와 아들을 사랑한 엄마 이야기로 무장한, 그 자체로 한 편의 유려한 예술 작품을 선보인다. 수많은 이들과 주고받은 인터뷰, 광범위한 연구와 치밀한 취재 등을 토대로 이 모든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범죄 사건을 잘 짜인 이야기로 엮어냈다.

“나는 단 한 가지 이유로 예술 작품을 훔쳤다
아름다움에 둘러싸여 마음껏 즐기고 싶었다”

핀클은 브라이트비저의 어린 시절부터 좇는다. 그는 호화로운 대저택에서 자라며 남부러울 것 없는 유년기를 보냈다. 또래 친구들과 어울려 놀기보다는 박물관에 가서 혼자 시간을 보내면 기분이 좋아지는 아이였다. 그림, 조각상, 오래된 가구, 저마다의 색채로 빛나는 유물 등을 보면 으레 마음을 빼앗겨 그 자리에 얼어붙고는 했다. 브라이트비저는 이를 가리켜 “과거로 피신”(44쪽)했던 시간이라고 소개한다. 그런 자신은 야만적인 도둑과 한참 거리가 멀다고 말한다. “감상적이고 날카로우며 안목을 지닌 진정한 미술품 수집가”(113쪽)로 불리기를 원하며, 나아가 “예술 해방가”라고 자처한다. 돈 때문이 아니라, 오로지 “아름다움”에 둘러싸이고자 훔쳤다고 주장한다. 스스로 “진정한 아름다움을 알아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선택받은 자”(98쪽)로 여긴다. 아름다움을 숭배하는 그는 훔친 작품들을 갓난아기인 양 애지중지 대한다. 그렇기에 떳떳하고, 당연히 양심의 가책도 없다.

브라이트비저의 관점에서 보면 박물관은 감옥과도 같다. 사람들로 북적이는 공간에서는 작품을 제대로 감상할 수도 없고 여러 제약이 있어 불편하기 짝이 없다. 자세히 좀 볼라치면 등 뒤를 셀카봉이 쿡쿡 눌러 방해받은 경험도 있을 것이다. 그는 “아무리 강렬히 마음을 울리는 작품 앞에 서 있어도 박물관에서는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36쪽)고 말한다. 그 대신 제안하는 방식은 이렇다. “소파나 안락의자에 몸을 기댈 수 있어야 한다. 원한다면 술도 한 모금 마셔도 좋다. 간식도 필요하다. 그리고 언제나 손을 뻗으면 작품에 닿을 수 있고 어루만질 수 있어야 한다. 그제야 예술을 새로운 방식으로 볼 수 있게 된다.”

누구나 브라이트비저처럼 생각한다. ‘아, 이 그림을 며칠이라도 내 방에 걸고 싶다.’ 그도 아니면 만져보고 싶다는 충동에는 쉬이 사로잡힌다. 그러나 머물고 지켜야 할 안전선 안에 거하지, 넘어버리진 않는다. 고상한 도둑의 열변에 주목하던 핀클은 심리학자와 박물관 관계자, 시민 공동체의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인다. 브라이트비저는 대체 왜 이러는 걸까? 도벽도 아니고 스탕달 증후군도 아니다. “자기 도취에 빠진 나르시시스트”(98쪽)라는 진단도 있지만, 그가 저지른 범죄의 원인을 설명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지적 능력에도 문제가 없고, 사회불안장애를 겪지도 않는다. 그렇다면 그는 왜 자신의 경험을 위해 다른 이의 경험을 망치는 것일까? “누구나 인류 전체의 유산을 제한 없이 접할 수 있어야 한다”(87쪽)는 의식을 갖고 작품을 보존하는 데 동참해야 한다는 성숙한 의식이 왜 그에게는 허망하고도 무용했던 것일까? 예술의 힘, 그리고 애초에 예술이란 대관절 무어길래? 핀클은 브라이트비저의 치밀한 범죄 여정을 따라가며 어쩌면 인간이 보편적으로 갖는 ‘예술에 대한 소유 욕망’이 도대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기묘한 절도와 기묘한 사랑,
기묘한 인생에 관한 이야기

한편 브라이트비저의 옆에는 연인이자, 영혼의 단짝이자, 보물 1호이자, 범죄 파트너인 앤 캐서린 클레인클라우스(Anne-Catherine Kleinklaus)가 있다. 앤 캐서린은 핀클이 제안한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지만 그의 지인들에 따르면 “브라이트비저를 만나기 전, 단조로운 삶을 살았다”고 증언한 바 있다. 도둑과 사랑에 빠진 앤 캐서린은 셀 수 없이 많은 박물관에서 수도 없이 망을 보았고, 세상에서 가장 대단했던 예술품 절도 사건의 주인공이 되었다. 브라이트비저가 구름 속에 사는 사람이라면, 앤 캐서린은 세상에 발을 딛고 사는 사람이었다. 그런 두 사람이 함께 환상 속 세계를 뛰어넘는 현실을 만들어냈다. “우리 둘만의 우주가 따로 존재하죠.”(107쪽) 브라이트비저는 말한다.

그들의 우주에는 어쩌다 보니 함께 궤도를 돌게 된 제3의 생명체가 존재한다. 이 치명적인 이야기에서 또 하나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는 사람, 바로 브라이트비저의 어머니인 미레유 스텐겔(Mireille Stengel)이다. 아들이 무슨 일을 해도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그냥 넘어가거나 아무런 조건 없이 쉽게 용서의 손길을 내밀던 그는 이 일련의 사건에서 가장 수수께끼가 많은 인물이기도 하다.

환상적이다. 이 실화를 손에 들면, ‘미친 듯이 열정적인 한 남자’가 값진 보물을 훔치고자 ‘어찌나 미친 듯이 범죄를 저지르는지’ 빠져들게 될 것이다. (…) 그러나 소동의 중심에 있는 사람들─그의 어머니와 연인 ─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알게 되는 순간, 이야기는 삽시간에 끔찍해진다. 주인공은 천재 같기도 하고 바보 같기도 한데, 아마 두 가지 모두일 것이다.
- 아마존 ‘올해의 책’ 추천평

세계적인 논픽션 작가가 들려주는
사랑과 집착으로 얼룩진 범죄 심리 스릴러

책은 1997년 2월 어느 분주한 일요일, 벨기에 ‘루벤스의 집’에서 벌어진 도난 사건으로 문을 연다. 스물두 살의 귀여운 연인, 브라이트비저와 앤 캐서린은 이날 상아 조각상 〈아담과 이브〉를 손에 넣는다. 그리고 그들이 함께 머무는 어머니 집 다락에 전시한다. 아름다운 보물로 둘러싸인 환상 속 공간에서 자신들만의 컬렉션을 꾸린다. 바라보고, 쓰다듬고, 사랑하고, 또 훔친다.

아름다운 것을 사랑했던 브라이트비저는 한때 이 세상의 주인이었다. 진정한 아름다움의 뮤즈, 하나의 예술 작품과도 같은 연인과 행복했다. 다락방 곳곳에서 빛을 발하는 천상의 광채와 함께 가슴 벅차게 하루를 시작했다. 루브르 박물관에서 그러했듯, 자신의 방에서도 옛 영광을 느꼈다. 그러나 집착과 강박은 고통스러운 사랑으로 이어졌다. 함께 왕국에 머물던 연인과 그 모든 범죄에 그리도 관대하던 어머니는 종국에 이르러 믿기 힘든 선택을 하고야 말았다. 이야기의 중심에 자리한 ‘사랑 이야기’는 그가 훔친 수많은 작품만큼이나 매혹적이다.

연결되고 싶고 이해받고 싶은 마음,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둘러싼 온갖 형태의 사랑은 우리를 상상하지도 못한 극단으로 몰아갈 수 있음을 핀클은 보여준다. 우리가 이 기묘한 도둑을 이해하게 되고, 자신도 모르게 공범이 되어버리고 마는 이유다. 《예술 도둑》은 걸작이다. 핀클은 인간 본연의 감정과 욕망을 섬세하게 어루만지며 우리의 마음을 황홀하게 휘젓는다. 예술과 미스터리 그리고 복잡한 인간 심리를 사랑하는 이들이 절대 놓쳐서는 안 될 강렬한 읽기의 체험으로 독자를 이끈다.

목차

1

38

감사를 전하며
취재 일기

본문인용

관광객 무리가 여전히 문제다. 힐끔 보니 모두 어떤 그림 앞에 모여 헤드폰을 끼고 오디오 가이드를 듣는 중이다. 이쪽에는 전혀 관심이 없어 보인다. 결전의 순간이다. 누구 한 명이라도 고개를 들면 모든 게 끝장이다. 브라이트비저는 머뭇거리지 않는다. 보통 도둑은 훔치다 잡히지 않는다. 망설이다 잡힌다.
--- p.26

크라나흐(Lucas Cranach), 브뤼헐(Pieter Bruegel the Elder), 부셰(Francois Boucher), 와토(Antoine Watteau), 호이옌(Jan van Goyen), 뒤러(Albrecht Durer) 등 한 시대를 풍미한 거장들의 작품도 있다. 그림이 하도 많다 보니 다락 전체가 색으로 소용돌이친다. 거기에 상아의 광채와 은이 내뿜는 빛이 더해져 색은 더욱 강조되고 반짝이는 금빛이 화려함을 극대화한다. 별 볼 일 없는 동네의 특별할 것 없는 집 다락. 예술 전문 기자들은 이곳에 숨겨둔 작품의 가치를 모두 합쳐 돈으로 환산하면 약 20억 달러(2조 7,000억 원) 정도 될 것으로 추정한다. 브라이트비저와 앤 캐서린, 두 사람은 환상 속 세계를 뛰어넘는 현실을 만들어냈다. 보물 상자 안에 사는 삶이라니.
--- p.31

커다란 포스터 침대에 깔린 시트가 마치 빨간 스포츠카 같다. 앤 캐서린은 침대 위에 편안히 늘어져 누워 있다. 물결처럼 하늘하늘한 검은색 실크 잠옷을 입고 무심히 웃는다. 방 안 가득 채운 보물을 만끽하듯 무대 위 배우처럼 양팔을 벌리더니 이내 선언한다. “여기가 바로 내 왕국이야.” 브라이트비저는 이 장면을 영상으로 촬영 중이고 그녀는 손으로 허공에 키스를 보낸다.
--- p.50

심리 치료사 미셸 슈미트는 “스테판 브라이트비저의 특별한 점이라면 너무 평범해서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커다란 눈만은 남들과 다르다. 날카로운 눈빛과 푸른 사파이어색 눈동자를 가졌고 두꺼운 눈썹 때문에 이 부분이 더 두드러져 보인다. 영리한 방법으로 여러 은둔술을 발휘하지만 브라이트비저의 눈은 마음의 창이자문이며, 그의 많은 것을 드러낸다. 아름다운 것을 보면 놀라움을 숨기지 못하고, 기쁘거나 슬플 때는 금방 눈물을 흘린다. 실제로 눈물이 많은 편이다.
--- p.79

밤이 늦었다. 어머니는 자러 들어가고 브라이트비저와 앤 캐서린도 경매 책자를 들고 위층으로 올라간다. 잠긴 방문을 열고 들어가 안에서 다시 잠근다. 둘은 침대에 나란히 앉아 책자에서 〈클레브의 시빌〉을 꺼내 소중하게 손바닥으로 받쳐 든다. 액자도, 유리도, 관람객도, 경비원도 없다. 그림의 뒷면은 그동안 이 초상화를 소유했던 가문의 밀랍 인장이 여러 개 찍혀 있어 오돌토돌하다. 그림이 지나온 450년의 역사를 말해준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작품을 손에 들고 있자니 만족감이 스멀스멀 올라오고 모든 스트레스가 사라지는 듯하다. 마침내 누구에게도 보여줄 수 없는 생일 선물을 온전히 맛보게 되는 순간이다.
--- p.105

브라이트비저는 앤 캐서린이 들고 있던 카메라를 낚아채 마침 거실로 들어오는 어머니를 비추며 렌즈를 가까이 당긴다. 턱을 치켜들고 척추를 곧게 편 채 우아하고 침착한 모습이다. “방금 내가 한 말 들었어요?” 새해 목표가 수백만 달러어치의 예술품을 훔치는 거라고 한 말을 어머니가 들었는지 대놓고 묻는다. 브라이트비저는 이미 대답을 안다.
--- p.110

이런 일도 있다. 박물관에서 16세기 제단화 한 쌍을 훔쳐서 나왔는데 경찰관 한 명이 차 옆에 와 있어 깜짝 놀랐다. 60센티미터 정도 되는 길이에 너비는 30센티미터 정도인 제단화를 브라이트비저의 외투 아래 양쪽에 하나씩 숨겨 갖고 있던 채였다. 그림이 떨어질까 봐 양팔을 어색하게 몸에 붙이고 있으므로 어디 앉을 수도 없다. 매우 위험한 상황이지만 두 사람은 평온한 모습을 유지하며 공손하게 무슨 일인지 묻는다. 경찰은 주차 위반으로 접수 중이라고 설명한다. 브라이트비저는 이 와중에도 돈을 아끼려고 주차비를 내지 않고 다녀왔다. 보통의 도둑이라면 이 상황에서 안심하고 과태료를 내겠지만 브라이트비저는 다르다. 무모하게도 한껏 어정쩡한 자세로 이미 발부된 주차 딱지를 취소해달라고 그 자리에서 경찰과 언쟁을 벌인다.
--- p.125

결국 어떤 예술 작품에 마음이 끌리는지는 그 사람 자체의 본질과 연결된다. 아름다움이란 보는 사람의 눈에 달려 있다. 정말 그럴까? 유니버시티칼리지 런던 신경과학 교수 세미르 제키(Semir Zeki)는 MRI 촬영을 이용해 실험 참가자들이 화면에 비친 예술 작품을 보는 동안 뇌에서 일어나는 신경 활동을 추적했다. 그 결과 뇌에서 미적 반응이 일어나는 정확한 지점을 알아냈다. 눈 뒤에 위치한 콩알만 한 크기의 엽(葉)이었다. 그러므로 아름다움이란, 그다지 시적이진 않지만 정확하게 말하자면, 보는 사람의 내측 안와전두피질(medial orbital-frontal cortex)에 달려 있다.
--- p.150

차 안 공기는 얼어붙은 듯 차갑다. 둘 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러나 박물관에 도착해 주차를 할 때쯤 브라이트비저가 생기를 되찾는다. 작곡가 바그너가 1860년대부터 1870년대까지 살았던 저택의 수려한 경관에 기분이 좋아진 것이다. 리하르트 바그너 박물관은 루체른 호수를 둘러싼 아름다운 도시 공원에 있다. 호수 쪽으로 튀어나온 곶에 위치하고 주변은 빙하가 덮인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앤 캐서린이 자신의 자동차 문을 연다. 가방에는 손수건과 지문을 닦을 알코올 병이 들어 있다. 브라이트비저는 이 순간, 두 사람의 사랑을 되찾을 수 있을 거라는 느낌이 든다. “차에 있어. 지문만 지우고 바로 올 거야.” 앤 캐서린이 말한다. “난 잠깐 산책 좀 하고 있을게. 걱정 마.” 브라이트비저가 따라 내리며 녹색 트렌치코트를 걸치고 자동차 열쇠를 앤 캐서린에게 건네면서 몸을 숙여 키스를 한다. 이 키스가 두 사람 사이에 다시 온기를 불어넣기를 바라며.
--- p.202

브라이트비저는 판사를 마주 보고 앉는다. 판사는 시선을 사로잡는 네모난 안경을 썼고 허튼소리는 단 한 마디도 용납하지 않을 듯이 위압적인 모습이다. 옆에는 세 명의 여성과 남성 한 명으로 이루어진 배심원단이 앉아 있다. 모두 나이는 중년쯤으로 보이며 사건의 판결과 형량 결정에 참여한다. 브라이트비저 뒤에는 변호사가 앉는다. 옷을 잘 차려입었고 꼿꼿한 자세가 어딘지 귀족적으로 느껴진다. 떼 지어 몰려온 언론사 기자들을 위해 의자가 빼곡히 놓여 있다. 브라이트비저는 방 안에 있는 사람들의 눈이 모조리 자신에게 쏠리는 것을 느낀다. 개회 선언이 있고 재판이 시작된다.
--- p.247

삶에서 브라이트비저가 만난 얼마 되지 않는 사람들은 모두 이상하리만큼 그의 도둑질에 관대했다. 어머니와 아버지, 할머니, 할아버지, 메쉴르, 그리고 앤 캐서린도 모두 그랬다. 관대한 정도가 아니라 브라이트비저만큼 예술을 사랑한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여겼던 듯하다. 예술 전문 기자 노스는 “이 무리에는 부모 역할을 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지적한다. “‘도둑질을 멈춰라’, ‘작품을 돌려놓아라’, ‘어른답게 행동해라’라고 말해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바로 이 점이 브라이트비저의 문제였다.”--- p.280

 

 

서평

이 책을 읽기 위해 필요한 키워드는 세 가지다. 텅 빈 벽, 공허한 마음, 그리고 아름다움. 책은 마음의 빈 곳을 채우기 위해 아름다움을 훔치는 도둑의 일대기다. 주인공이 절도를 거듭할 때마다 미술관 벽과 진열장은 비게 되지만 비어 있던 그의 다락방 벽과 마음에는 아름다움이 깃들게 된다. 상궤를 벗어난 병적인 아름다움이.
누구에게나 고통의 순간에 도망칠 수 있는 자신만의 세계가 필요한데, 그 세계를 어떤 것들로 채울 것인가는 결국 선택의 문제다. 우리가 이 기묘한 도둑을 비난하면서도 이해하게 되는 것은 모두의 마음속에 결코 내 것이 될 수 없는 아름다움으로 채우고픈 공허가 있기 때문이리라. 훔치고 싶을 만큼 아름다운 것을 접한 적 있는 모든 이에게 권한다.
- 곽아람 (〈조선일보〉 문화부 기자, 《나의 뉴욕 수업》 저자)

 

기묘한 절도와 기묘한 사랑, 기묘한 인생에 관한 아주 흥미진진한 이야기. 하지만 이 책에 ‘소설 같다’는 표현은 어울리지 않는다. 소설보다 훨씬 더 기묘하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를 읽는 경험도 몹시 기묘하다. 독자는 주인공의 행태에 절레절레 고개를 저으면서도 분명 몇몇 순간에, 자신도 모르게 그의 공범이 되어버리고 만다. 그가 붙잡힐까 봐 겁내고, 아름다움을 온전히 독점하고 곁에 두는 은밀한 시간과 공간을 부러워하게 된다.
그리고 독자는 이 도둑이 미학적 열망 때문에 도둑질을 저질렀다는 주장을 반박하려다 심오한 수수께끼를 맞닥뜨리게 된다. 미학적 열망이라는 게 도대체 뭘까? 예술 작품은 왜 사람들을 사로잡는 걸까? 예술의 힘은, 그리고 예술은 뭘까? 혀를 내두르게 하는 꼼꼼한 취재와 마술처럼 유려한 문장, 그리고 이런 묵직한 질문들이 결합한 결과는 황홀하기까지 하다.
- 장강명 (작가)

 

영화 〈도둑들〉을 만든 영화 감독 최동훈은 언젠가 술자리에서 흥미로운 얘기를 꺼낸 적이 있다. “교수님, 미술관을 관람할 때 여기서 딱 한 작품만 훔친다면 어떤 작품을 몰래 가져갈 것인가를 생각하면서 감상해보세요. 그림들이 완전히 다르게 보일 겁니다.” 영화 〈도둑들〉의 영감이 어디서 왔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정말로, 그 후 내 미술관 감상은 완전히 다른 경험이 됐다. 몰래 집에 가져가서 평생 나만 훔쳐볼 그림을 찾는다는 건 은밀한 미학적 쾌감을 전해주었다. 다시 팔 수도 없는 장물이라, 오로지 작품과 나와의 관계에만 집중하는 흥미로운 경험은 내게 새로운 미적 욕망을 만들어냈다.
《예술 도둑》은 손에 들자마자 단숨에 읽어내려간 숨 막히는 책이다. 저널리스트 마이클 핀클이 이 책에서 역사상 가장 많은 예술품을 훔친 강도 스테판 브라이트비저를 그린다. 그는 여자친구 앤 캐서린 클레인클라우스와 함께 300여 점의 작품을 훔쳤는데, 그 가치는 무려 수십억 달러에 달한다. 오로지 어머니의 다락방에 비밀스럽게 보관하며 혼자 감상하며 미적 즐거움을 얻고 싶다는 욕망 때문에 범죄를 도모한다. 《예술 도둑》은 브라이트비저의 삶을 연대순으로 추적하는 38개의 경쾌한 장들로 구성돼 있는데, 핀클은 1997년 강도 사건으로부터 시작해 그들이 어떻게 작품을 훔치고 보관해왔는지 그리고 결국 파국에 이르는지 생생하게 그려낸다.
강도가 그림을 훔치고 몰래 보관하며 즐기고 감상해온 범죄는 흡사 사람을 납치해 지하실에 가두고 결국 살인까지 저지르고 시체를 유기한, 신문 속 끔찍한 살인 사건들과 무척 닮아 있다. 핀클은 브라이트비저의 흉악하면서도 치밀한 범죄 욕망을 통해 어쩌면 인간이 보편적으로 가지게 된 ‘예술에 대한 소유 욕망’이 도대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예술에 대한 인간의 내밀한 욕망을 가장 비뚤어진 방식으로 탐해온 예술 도둑을 통해 미학과 윤리의 관계를 철학적으로 성찰하게 만드는 책! 근래에 읽은 가장 흥미로운 예술 서적이다.
- 정재승 (뇌과학자, 《열두 발자국》 《과학콘서트》 저자)

 

돈이 아니라 정말로 아름다움에 대한 욕망 때문에 미술품을 훔치는 도둑이 있다면 믿어지나? 17세기 북유럽 작품에 특히 매력을 느끼고 도서관에 틀어박혀 독학으로 미술사 공부를 이어간 기묘한 도둑들. 스무 살 무렵부터 300여 점이 넘는 미술품을 훔친 실존 인물 스테판 브라이트비저와 그의 연인 앤 캐서린은 열정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를 보여준다. 무엇인가를 향한 지극한 사랑. 그런데 왜 나는 그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축복보다는 삶의 함정과 같은 이 ‘미친’ 사랑을, 죽기 전에 한 번은 꼭 만나고 싶다고 생각했을까.
- 이세라 (아츠인유 대표, 《미술관에서는 언제나 맨얼굴이 된다》 저자)

 

이 책은 은밀한 상상을 자극한다. 미술관에 갇힌 예술을 해방하고, 거장의 작품을 곁에 두는 삶. 그 환상을 현실로 만들어낸 어린 도둑의 신념이 지금 우리에게 질문한다. 미학이 윤리보다 우월할까?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마음을 울리는 강렬한 작품 앞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무엇일까?
- 이지안 (미술치료사, 도슨트)

 

이 도둑은 우리의 마음도 훔친다.
- 뉴요커

 

실화를 바탕으로 한 매혹적인 심리 스릴러. 《예술 도둑》은 프랑스 추리 소설 특유의 긴장감이 있다. 매그레 경감과 명탐정 푸아로가 범인의 뒤를 바싹 쫓는 느낌이다. 책을 읽는 동안 범죄자를 향한 동정심과 혐오감이 공존한다. 그리고 결말은 충격 그 자체다. 핀클은 그야말로 이야기꾼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한번 잡으면 내려놓기 힘든 책이다.
- 월스트리트 저널

 

이야기 속 주인공처럼 《예술 도둑》이라는 책 자체도 자신감 넘치고 역동적이며 타이밍이 절묘하다. 끝없는 긴장과 놀라움의 연속이다. 불가능에 가깝지만 이득은 엄청난 범죄 행각을, 핀클은 그야말로 멋지게 그려낸다. 전형적인 기승전결 구조가 아닌 갈수록 미쳐가는 이야기다. 핀클의 책이 이토록 즐거운 건, 브라이트비저의 도둑질 전략이 한 번도 빠짐없이 미친 짓이라서다.
- 캐스린 슐츠 (《상실과 발견》 저자)

 

매혹적이면서도 복잡한 주인공의 삶을 놀랍고도 흥미진진하게 그려낸다. 집착과 잘못된 재능에 대한 이야기가 마음을 사로잡는다.
- 커크 월리스 존슨 (《깃털 도둑》 저자)

 

환상적이다. 이 실화를 손에 들면, ‘미친 듯이 열정적인 한 남자’가 값진 보물을 훔치고자 ‘어찌나 미친 듯이 범죄를 저지르는지’ 빠져들게 될 것이다. (…) 그러나 소동의 중심에 있는 사람들─그의 어머니와 연인 ─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알게 되는 순간, 이야기는 삽시간에 끔찍해진다. 주인공은 천재 같기도 하고 바보 같기도 한데, 아마 두 가지 모두일 것이다.
- 아마존 ‘올해의 책’ 추천평

 

 

 

 

 

 

 

 

 

 

저자소개

저자 : 마이클 핀클(Michael Finkel)
미국을 대표하는 저널리스트. 현대 사회와 격리된 채 27년간 홀로 살아온 이를 추적한 《숲속의 은둔자》(2017)로 전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자신이 경험한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쓴 《트루 스토리》(2005)는 에드거상 최우수 논픽션(범죄 부문) 후보에 올랐고, 2015년 동명의 영화로 제작되었다. 50개국 이상에서 취재를 해왔으며, 〈내셔널지오그래픽〉, 〈뉴욕타임스 매거진〉, 〈애틀랜틱〉, 〈GQ〉, 〈롤링스톤〉, 〈에스콰이어〉, 〈베니티 페어〉 등 다양한 매체에 글을 기고해왔다. 가족과 함께 유타주에 살고 있다.
번역 : 염지선
이화여자대학교 언론정보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 런던(UCL)에서 고고학을 전공했다. 가족과 함께 런던에 살면서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요가와 테니스를 좋아하고 인문·사회 분야 도서에 관심이 많다. 옮긴 책으로는 《완경 선언》, 《더 좋은 삶을 위한 철학》, 《우리가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 이유》, 《나 오늘 왜 그랬지?》, 《디자인, 경영을 만나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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