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님처럼 빨갛고, 보석처럼 빛나는 빨간 사과를
기다리고,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
아이들은 설레는 마음으로 빨간 사과를 기다립니다.
아이들의 기다림의 시간은 지루하지 않습니다.
마치, 세상이 아이들의 기다림을 함께해 주는 것처럼
아이들의 시간은 자연과 정겨운 풍경 속에서 흘러갑니다.
설렘의 시간이 사과 열매를 빨갛게 물들여 갑니다.
지구는 풀, 꽃, 나무의 이야기를 들으며 느리게 걷는 아이,
지호는 빠른 바람을 좋아해 달리는 아이입니다.
두 아이의 모습이 그림책의 초반 다른 속도로 그려집니다.
하지만, 빨간 사과를 기다리는 지구, 지호 마음은 다르지 않습니다.
집 옥상 위에서, 나무 위에서, 시골 버스 정류장에서, 겨울 강가에서도
찬찬히, 그리고 맑게 빛나는 얼굴로
빨간 사과를 함께 기다립니다.
앗! 빨간 사과다!
드디어 빨간 사과가 열린 날!
저 멀리 빨간 사과 한 개가 보입니다.
지구와 지호는 빨간 사과를 향해 달려갑니다.
신나게 계단을 내려 달려가는 지구의 귓가에 할아버지 목소리가 들립니다.
“당근이...당근이 어디 있더라?“
지구는 할아버지의 목소리를 모른 채 할 수가 없습니다.
지구의 눈에 보이는 당근은 할아버지 눈에는 왜 안 보이는 걸까요?
할아버지께 당근을 찾아드렸으니,
지구는 이제 사과를 먹으러 갈 수 있겠지요?
그런데, 방 안에서 할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지호는 벌써 저 만큼 달려가고 있는데 말이죠.
지구는 빨간 사과를 먹을 수 있을까요?
느리면 어때요?
빠르면 어때요?
우리는 함께 기다리고
빨간 사과를 함께 먹을 거예요.
아이들의 제각각 성격이 있습니다.
지구처럼 주변을 잘 살피며 마음을 두는 아이도 있고,
동생 지호처럼 목표를 향해 직진하는 귀여운 개구쟁이도 있습니다.
어른들은 어른들만의 시선으로 아이들의 다름에 대해 걱정을 하기도 하지만,
아이들 모두, 각자의 개성과 마음으로 자라나고 있습니다.
그림책 속에 담긴, 시골의 풍경, 집안의 오래된 가구들, 마당의 고양이,
오래되어 갈라진 담장 등의 모습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나아가는 두 아이를 따뜻하게 감싸주고 있습니다.
그렇게 독자의 시선을 만들어 냅니다.
필름 카메라로 담아낸 오래됨과 느림의 미학.
추억 빛으로 반짝이는 아이들의 미소를 담아낸 그림책
오랜 시간 아이들의 모습을 필름카메라로 담아낸 가희작가의 시선이
그림책의 전반 사랑스럽게 담겨있습니다.
현실의 풍경 속에서 연출된 커다란 색종이의 단면이 자연의 풍부한 색감과 아이들의 미소와 함께 콜라쥬 되어, 마치 공연과도 같은, 장면을 연출하기도 합니다.
작가는 주인공 아이들과 이야기를 공유하며 촬영작업을 하였습니다.
사진 속에 담긴 한국적 이미지인, 장판, 자개장, 나무로 된 벽, 할머니의 모습 등이 오래된 것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합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도시, 현대 사회 속에서도 여전히 존재하는 이러한 풍경을 다시 바라보는 순간이 느리게 흘러갑니다.
성장하는 두 아이의 미소가 오래됨과 느림의 미학 속에서 반짝거립니다.
햇님처럼 빨갛게, 보석처럼 빛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