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생대의 다양한 생물을 다룬, 쉽게 접할 수 있는 일반 교양서가 부족하다고 생각하던 차에 드디어 중생대 동식물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 등장했다.
- 김소영(과학전시기획자)
어린이들의 전유물처럼 여기는 공룡에 성인도 관심과 호기심을 가지는 계기가 되고, 어린이들과 함께 공룡의 다양한 특징과 공룡이 살았던 시대의 생태적 환경에 대해 함께 상상하며 재미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 책이 될 것이다.
- 박중기(이화여자대학교 에코과학부 교수, 자연사박물관 관장)
《중생대 지구 여행》을 읽으면서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아주 먼 과거의 지구로 날아가는 듯한 느낌을 받을 것이다. 아주 오래전 고환경과 당시에 살았던 동식물을 만나는 흥미로운 시간 여행을 떠나게 될 것이다!
- 임종덕(척추고생물학자)
페름기 후기 대멸종 이후 중생대는 어땠을까
지구상에 생명체가 나타난 이후 화산 활동, 빙하기, 소행성 충돌, 대기 중 산소 부족 등으로 생명체가 멸종하는 사건이 열한 차례가량 발생했다. 이 멸종 사건 가운데 규모가 큰 다섯 차례의 멸종을 ‘대멸종’이라고 한다. 그중 가장 치명적이고 모든 생명체가 절멸하다시피 한 대멸종은 고생대 페름기 후기 대멸종이다. 육지와 바다 생명체의 90퍼센트 이상이 사라진다는 것은 지구의 모든 것을 재부팅해야 한다는 말과 다름없다. 대멸종은 많은 생명체를 절멸에 이르게 했지만, 어떤 생명체에게는 새로운 생명체로 진화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기도 했다.
아무것도 살지 못할 것만 같은 환경에서도 생명은 탄생하고 살아가고 진화하고 멸종한다. 중생대는 최악의 대멸종을 겪고도 2억 년이 넘는 동안 서서히 원래의 모습을 회복해나갔다. 중생대는 파충류의 시대라고 할 만큼 공룡이나 익룡, 어룡 같은 다양한 파충류가 등장했다. 공룡만이 아니다. 조류와 포유류의 진화가 시작되었으며, 겉씨식물이 번성하고 꽃 피는 식물이 처음 나타난 시기이다. 《중생대 지구 여행》은 공룡과 시조새 정도만 떠올리기 쉬운 중생대의 다채로운 동식물을 삽화와 함께 풍부하게 알려준다.
멸종과 진화가 만들어낸 중생대의 역동적 생태계
46억 년의 지구 역사를 돌아보면 생물은 멸종과 탄생, 진화의 연속이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중생대 지구 여행》은 이 멸종과 진화가 어떻게 중생대의 다양하고 역동적인 생태계를 만들었는지를 흥미롭게 알려준다.
1부에서는 중생대 트라이아스기 생물의 진화와 멸종을 다룬다. 페름기 후기 대멸종 이후 지구는 황무지나 다름없었고 그 어떤 생명체도 품을 수 없는 상태였다. 차츰 땅에 생명을 불어넣을 균류가 살아났고 지의류와 양치식물도 등장했다. 곤충을 포함한 절지동물도 육지나 물속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가기 시작한다. 트라이아스기 후기에는 드디어 공룡의 조상 격인 파충류가 등장하고, 아주 작은 포유류도 등장해 자신을 숨기며 살아갔다.
2부에서는 중생대 쥐라기에 나타난 생물과 진화를 소개한다. 당시 지구는 전반적으로 덥고 습한 열대성 기후였다. 산소 농도가 감소해 동물은 호흡 곤란을 겪고, 식물은 광합성 효율이 떨어지는 현상이 일어났다. 이 시기 생물은 변화된 대기에 적응해 살아남기 위해 무수히 노력했을 것이다.
쥐라기에는 본격적으로 공룡이 등장해 자신들만의 세상을 만들어갔다. 하늘을 나는 파충류인 익룡, 쥐라기 중기에 가장 흔한 포유류인 반수생 동물 도코돈트도 등장한다. 바다에서는 오늘날 찾아볼 수 없는 해양 파충류가 번성했는데, 현생 고래처럼 육지에 살았던 파충류 중 한 종이 바다로 되돌아갔다는 가설이 가장 유력하다.
3부에서는 중생대 백악기의 동식물과 새로운 생물의 출현을 소개한다. 꽃 피는 속씨식물이 등장했고, 이들을 따라 식물 수정의 매개가 되는 곤충도 급속도로 늘었다. 티라노사우루스가 등장했고, 깃털 달린 공룡이 번성하면서 그중 한 무리가 진화해 현생 조류가 되었다.
백악기 후기에는 공룡뿐만 아니라 포유류의 다양성도 풍부해졌다. 포유류는 고생대의 단궁류에서부터 시작되어 오랜 시간에 걸쳐 점점 분화해나갔다. 또한 엘라스모사우루스나 모사사우루스 같은 해양 파충류도 치열한 먹이경쟁을 펼치며 바다를 점령했다.
중생대 생태계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지구 환경에 적응하며, 자신만의 생존 전략을 세우고 먹이경쟁에서 살아남은 생물이 만든 삶의 현장이다.
지구와 생명체의 역사가 담겨 있는 화석
《중생대 지구 여행》에 등장하는 수많은 동식물의 기원과 수천만 년에서 수억 년 전의 모습, 진화 과정들은 어떻게 알 수 있는 걸까? 그 답은 화석에 있다. 화석이 되기 위해서는 골격, 이빨, 피부, 깃털, 똥, 발자국, 위석 등 생물의 유해나 잔해가 최소한 1만 년 이상 땅속에 묻혀 있어야 한다. 화석은 고환경, 고지질, 고생태, 고기후 등 수많은 정보를 담고 있는 중요한 고생물학적 자원이다. 어떤 연구자는 화석을 ‘수다쟁이’라고 표현했을 정도이다.
고생물학자들은 이 화석으로 생물의 멸종과 진화를 연구하고, 생물을 분류한다. 생물이 살았던 고환경, 고생태도 연구한다. 또 화석은 현생 인류가 등장하기 전, 지구 생명체의 역사를 연구하는 고생물학의 기반이다. 고생물학은 과거와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 지구의 변화를 예측하는 토대가 되는 학문이다.
이 책을 읽고 난 후에는 그저 돌처럼 보이기도 하는 화석이 어떤 정보를 담고 있을까 궁금해질 것이다.
인간의 위기이자 인간의 잘못,
여섯 번째 대멸종
다섯 번의 대멸종이 발생하지 않았다면 인류뿐만 아니라 지금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우리가 알고 있는 약 150만 종의 생물은 없었을 수도 있다. 요즘 ‘여섯 번째 대멸종’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여섯 번째 대멸종은 인간에 의한 것이라는 점에서 이전의 대멸종과 다르다.
2020년 국제자연보전연맹은 매년 멸종되는 생물종 수는 약 1,000종에서 1만 종 사이로 추정되며, 하루에 한 종에서 열 종의 생물이 지구상에서 사라져가고 있다고 발표했다. 멸종에 가장 취약한 생물은 식물과 곤충이다. 매우 작고 하찮아 보이는 이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커다란 역할을 하는 생태계에서 가장 중요한 구성원이다. 생태계는 이 지구상의 모든 생물과 연결되어 있다. 꿀벌 한 종만 사라져도 꿀벌과 연결되어 있는 식물의 번식이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고, 식물을 먹고 사는 인간의 생존도 보장할 수 없다.
《중생대 지구 여행》은 오늘날 인간에게 닥친 멸종 위기 상황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교훈을 준다. 생태계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어느 하나 허투루 다룰 수 없는 존재이다. 이들과의 탄탄한 공존만이 인간의 멸종을 막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