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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를 거닐다

가파도에서 만난 고전의 지혜 33편


  • ISBN-13
    979-11-6350-122-0 (03150)
  • 출판사 / 임프린트
    도서출판 단비 / 도서출판 단비
  • 정가
    13,000 원 확정정가
  • 발행일
    2024-09-10
  • 출간상태
    출간
  • 저자
    김경윤
  • 번역
    -
  • 메인주제어
    철학
  • 추가주제어
    인물: 철학자, 사회과학자 , 동아시아, 인도철학 , 인본주의철학 , 철학 주제 , 철학: 형이상학, 존재론 , 철학: 인식론과 지식론 , 윤리학, 도덕철학 , 노장철학 신봉자 및 단체 관련
  • 키워드
    #철학 #동양 철학 #장자 #인물: 철학자, 사회과학자 #동아시아, 인도철학 #인본주의철학 #철학 주제 #철학: 형이상학, 존재론 #철학: 인식론과 지식론 #윤리학, 도덕철학 #노장철학 신봉자 및 단체 관련
  • 도서유형
    종이책, 반양장/소프트커버
  • 대상연령
    모든 연령, 성인 일반 단행본
  • 도서상세정보
    128 * 188 mm, 224 Page

책소개

이렇게 달리기만 해도 괜찮을까?

대한민국에서 ‘어른’으로 살아가고 있다면 우리는 늘 ‘쓸모 있기’ 위하여 애써 왔다. 학창 시절엔 공부를 잘하거나 못하거나 상관없이 그래도 공부는 ‘열심히’ 했고, 직장을 얻으면 괜찮을 줄 알았는데, 기본적인 삶을 유지하기 위해서 또 쉬지 않고 ‘열심히’ 해야 했고, 지금도 하고 있다. 열심히 일한 만큼 잘 쉬어야 한다며, 잘 먹고 잘 쉬기 위하여 또 열심히 달리고 있다. 과연 이것이 우리가 원하던 삶일까? 하루 24시간 내내, 온 삶을 쓸모 있기 위하여 달리기만 하는 것이 우리 삶의 기본값일까?

한가롭게 걷기도 하고, 우리가 좋아하는 일을 좀 즐기기라도 할라치면 ‘한가한’ 소리 한다는 비난과 평가의 소리를 듣게 된다. 그런 쓸데없는 짓 하다가는 뒤처진다고. 하지만 더 슬픈 건, 우리가 우리 자신한테도 남들이 하는 평가의 소리를 똑같이 한다는 것이다. 저자도 ‘자신을 즐기라(8편 〈변무〉)’에서 “사람들은 어느새 자신의 소리를 듣고, 본성대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남들의 소리를 듣고, 남들의 모습을 바라보고, 남들이 원하는 대로 살아가게 됩니다. 이러한 것이 인생이라면 결국 우리는 남의 즐거움을 즐거워하느라 자신의 즐거움을 잊고 사는 것 아닐까요?”라고 묻는다.

 

멈추기 위해 필요한 사유

세상 모든 만물은 달리기만 할 수 없다. 더구나 문명을 일군 인간이 그저 달리기만 했기 때문에 지구도 과열 상태이고 온갖 후유증을 앓고 있다. 성능 좋은 기계도 달리기만 한다면 곧 멈출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인간은 사유의 존재이다. 쉼 없이 달리기만을 강요해 왔던 철학과 이데올로기에서 멈추고 싶다면 브레이크를 걸 수 있는 사유가 필요하다. 스스로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진정한 힘이 생기기 때문이다.

장자의 철학에 깊이 젖어 있던 저자는 오랫동안 도시에서 고군분투하면서 열심히 살았다. 하지만 코로나 시기를 겪으면서 하던 일을 모두 놓을 수밖에 없었고, 결국은 서울을 떠나 가파도로 터전을 옮겼다. 그에게는 엄청난 시련의 시간이었지만 그곳에서 장자의 철학을 제대로, 다시 만나게 되었다.

“어두움에서 벗어나려 그림자와 경주했던 제 모습이 보입니다. 그림자와의 경주는 결코 이길 수 없습니다. 그림자가 바로 제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그늘에 들어가야 그림자도 저도 쉴 수 있었습니다. 장자의 이야기를 연재하다가 ‘그림자의 비유’를 읽고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어두운 나에게서 벗어나려고 애면글면하던 내 과거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내가 나를 해치고 있었던 것입니다.”

시련의 삶에서 다시 만난 장자의 철학은 그를 오롯이 쉬게 만들었고, 그리하여 그는 더 깊고 단단해졌다. 저자는 자신의 이야기와 함께 그가 만난 장자 이야기를 누구든지 쉽게 읽을 수 있도록 편안하게 풀어내게 되었다.   

 

장자는 지금 우리에게도 유효하다

《장자》는 오래된 고전이다. 누구나 한 번쯤 장자 이름을 들었을 것이고, 읽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품었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이름에 짓눌려 다가가기가 쉽지 않다. 책의 무게도 만만치 않고. 시작만 하고 끝을 맺지 못한 독자들이 많을 수 있다. 혹은 2,500년 전에 살았던 중국 사람의 철학을 왜 읽어야 하나, 의문을 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맞는 말이기도 하다. 지금 읽어야 할 책과 세상 이야기도 많은데, 그렇게 오래된 고전이라니! 하지만 인간의 삶은 겉모습은 많이 변했지만 살아가는 속살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다. 장자가 살았던 시대는 중국 역사에서 혼란의 시기였다. 전쟁이 끊이지 않았고, 사회가 혼란스러운 만큼 내로라하는 사상가들이 넘쳐 나던 때다. 벼슬 한자리 얻기 위해 끊임없이 ‘쓸모 있음’을 주장했던 많은 사상가 중에서 장자는 ‘쓸모없음’을 말했던 사람이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어떠한가? 이제 우리는 AI(인공지능)와 경쟁하면서 자신의 쓸모 있음을 내세워야 한다. 하지만 사회의 기준에서 말하는 경제적인 효용 가치로만 따진다면 무슨 수로 어마어마한 정보를 지닌 무적의 AI를 이길 수 있단 말인가! AI와 경쟁해서 계속 달려야만 할까? 그게 가능한 일이기나 할까? 인간이기에 할 수 있는 일, 스스로 멈추어 사유해야 할 때가 아닐까? 변화의 시기에 떠돌지 않고 뿌리를 내리고 살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정보의 ‘양’이 문제가 아니라 ‘질’적인 변화가 필요한 때이다.

스스로를 위해서 천천히 산책하듯, 저자의 안내를 따라 장자를 만나 보기를. 그리하여 자신의 길을 갈 수 있기를, 무엇보다 스스로 즐길 수 있는 길을 찾을 수 있기를!

목차

서문  007

1부 내편內篇: 장자의 핵심

그 무엇에도 갇히지 말라  016

하늘의 소리를 듣는 사람  020

삶을 보살피는 방법  025

쓸모없기를 바랐다  031

장애가 없는 자 누구인가 036

진정한 스승은?  042

지도자를 잘못 만나면  049

 

2부 외편外篇: 장자의 확장

자신을 즐기라  056

말의 행복  061

언박싱의 역사  067

지배 중독에서 벗어나기  072

사람의 마음 기계의 마음  078

하늘의 즐거움을 아는 사람  084

원숭이에게 옷 입히기  090

나는 어떤 지식인인가?  095

문명의 계보학  101

강과 바다의 대화  107

진정한 즐거움이란  113

잊음이 생의 최고 경지  118

공자의 변신  124

지극히 아름답고 즐거운 경지  130

도道란 무엇입니까?  135

 

3부 잡편雜篇: 장자의 변형

어린이가 돼라  142

갇혀 있는 사람들  148

출세주의자에게  154

말로 사는 자들에게  160

말 없는 말  167

몸을 사랑하라  173

진짜 도둑은 누구인가  181

천하무적, 장자  189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려면  196

인정 욕구에 사로잡힌 자들에게  205

마이너리티의 대향연  213

본문인용

그림자와의 경주는 결코 이길 수 없습니다. 그림자가 바로 제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그늘에 들어가야 그림자도 저도 쉴 수 있었습니다. 가파도는 저에게 그런 그늘이 되어 주었습니다. 장자의 이야기를 연재하다가 ‘그림자의 비유’를 읽고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어두운 나에게서 벗어나려고 애면글면하던 내 과거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내가 나를 해치고 있었던 것입니다. (서문 p10)

 

본성대로 자연스럽게 살아가도록 자유를 허용하는 것이 아니라 온갖 윤리와 도덕으로 생각과 행동을 규제합니다. 그리고 평가하고 비판하고 차별합니다. 그리하여 사람들은 어느새 자신의 소리를 듣고, 내면을 바라보고 본성대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남들의 소리를 듣고, 남들의 모습을 바라보고, 남들이 원하는 대로 살아가게 됩니다.

이러한 것이 인생이라면 결국 우리는 남의 즐거움을 즐거워하느라 자신의 즐거움을 잊고 사는 것 아닐까요? (p58-59)

 

진정한 지혜는 보물 자체를 없애는 것이라고. 보물이 없다면, 상자도 필요 없고, 상자가 없다면 자물쇠도 필요 없다고. 보물이 없다면 지킴도 훔침도 불가능합니다. 언박싱의 즐거움은 사라지겠지만, 도난당할 염려도 사라집니다. 성인도 사라지고, 도둑도 사라집니다. 소유의 멈춤이 주는 평안(平安)입니다. (p71)

 

공자가 성인의 길을 따르려는 사람이었다면, 장자는 성인이 따랐던 하늘의 길을 따르려는 사람이었습니다. 성인의 길을 따르려는 사람은 성인이 이룩한 문명을 본받았고, 하늘의 길을 따르려는 사람은 하늘이 따랐던 자연을 본받았습니다. 이를 일컬어 인위(人爲)의 길과 무위(無爲)의 길이라 합니다. 인위의 길과 무위의 길은 겹치기도 하고 구별되기도 합니다. 인위의 길은 쌓이는 길이고, 무위의 길은 쌓이지 않는 길입니다. 쌓이면 문명이 되고, 쌓이지 않으면 자연이 됩니다. (p85)

 

아무리 시대가 변해도 변하지 않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우리는 단 한 번 태어나 단 한 번 살아가는, 세상의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유일한 생명이라는 점 말입니다. 그러니 무엇보다 목숨을, 생명을, 삶을 소중히 여기십시오. (p180)

서평

‘쓸모 있음’에서 놓여나 ‘쓸모없음’을 노래하길, 장자와 함께!

 

우리는 불행히도 태어나 자라면서 쓸모없음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적도, 한 적도 없다. 살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쓸모 있어야 했다. 열심히 공부했고, 직장을 구해서도 더 쓸모 있기 위해 쉬지 않고 무언가를 해야만 했고, 지금도 하고 있다. 물론 더 안정된 일자리와 삶을 위해서는 노력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사회의 시선과 기준으로 24시간 내내, 온 삶을 쓸모 있게만 살아야 할까? 모든 일을 쓸모 있는 ‘가치’로만 따진다면 한가롭게 산책하는 일도, 사랑하는 사람과 눈 맞추고 이야기하는 일도 할 수 없고, 해서도 안 된다.

우리 삶에서 쓸모 있는 일만 남겨 놓고 나머지는 모두 제한다고 상상해 보라. 그런 삶을 지탱할 수 있을까? 실제 우리는 꽤 쓸모없는 일을 하며 산다. 그런데 그럴 때마다 슬그머니 죄책감이 들고, 스스로 게으르다고 탓한다. 이제, 우리 스스로에게 숨을 쉴 수 있는 시간을 주자. 쓸모는 없지만 스스로 즐길 수 있는 시간을 허용하자. 그래도 불안하다고? 이럴 때 인간에게는 스스로를 설득할 수 있는 철학적 사유가 필요하다.

《장자》는 오래된 고전이다. ‘장자’의 이름을 적어도 한 번쯤은 들어 봤을 것이다. 하지만 그 이름에 짓눌려, 책의 무게에 짓눌려 다가가기가 힘들다. 오랜 시간 장자의 철학에 흠뻑 젖어 사유하고 글을 쓴 저자는 도시의 삶에서 벗어나 가파도에서 머물며 진짜 ‘장자’를 만났다. 장자가 말하는 쓸모없음에 대하여 깊이 끄덕이며 자신의 그림자와 함께 쉬는 길을 찾았다. 천천히 산책하듯 저자가 안내하는 길을 따라 장자와 함께 걸어 본다면 스스로 쉴 수 있을 것이다.

저자소개

저자 : 김경윤
환갑이 되어 한반도 최남단, 주민 100여 명, 고양이 200여 마리가 살고 있는 가파도로 내려왔습니다. 1년에 130만 원짜리 달팽이집을 얻어 고양이 세 마리와 살고 있습니다. 평상시에는 배표를 팔고, 책을 읽고 글을 씁니다. 가끔 섬에서 새로 사귄 벗들과 밥도 먹고 술도 마십니다. 가난하지만 넉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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