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향연 속에서 따뜻함을 찾다
홍긍표 선생님의 “추억, 그 화석이 된 흔적들”은 읽는 이로 하여금 한동안 잊고 지냈던 순진한 어린 시절을 다시금 떠올리게 만드는 마법 같은 책으로, 잠들기 전에 두세 편씩 감상하기 좋은 내용들입니다. 이 책은 단순히 개인적인 회고록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가슴 속에 남아있는, 하지만 점점 잊혀져가는 소중한 추억들을 되살려주는 따뜻한 이야기로 가득 차 있습니다. 마치 시들어가던 화초에 물을 흠뻑 뿌려주면 다음날 생생하듯, 책을 읽고 나면 가물거리던 옛날 추억이 또렷해짐을 느낍니다.
누구에게나 있었던 유년 시절의 포근하고 아름다웠던 일상들을 매우 섬세하게 그려냄으로써 책장을 넘기는 순간 독자들을 단숨에 초등학교 그 시절을 회상하게 합니다. 우리들에게 언제나 정겨웠던 교실 안 풍경, 계절마다 변하는 아름다운 들녘 모습, 친구들과 함께했던 각종 놀이, 가족과 함께했던 소소한 순간들이 마치 한 폭의 수채화처럼 펼쳐집니다. 곱고 쉬운 말로 엮은 문장은 독자들에게 생생한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저마다의 유년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데 부족함이 없습니다.
자연과 사람들의 조화로운 삶
작가가 묘사한 고향마을은 자연과 사람들 사이의 공존과 조화를 잘 보여줍니다. 초가지붕 위 박꽃과 제비에 대한 여름날의 추억, 겨울날 아궁이 앞에서 느끼던 어머니의 따스한 손길, 씨앗뿌리고 가꾸고 수확하던 농촌 부모님들의 일상을 물 흐르듯 묘사한 글은 현대의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잊고 지냈던 소중한 기억들을 다시 떠올리게 합니다. 책은 우리들에게 그 옛날 고단했던 삶 속에서 찾을 수 있었던 진정한 행복이 얼마나 많았는지를 다시 한 번 알려줍니다.
주말마다 찾아가는 농막에서 써내려간 글 역시 고향의 향수를 자극하기에 충분합니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 작가만의 교류 방식에 공감하며, 자연을 관찰하고 기록하는 섬세한 눈은 보통을 넘어섭니다. 그리움을 묘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계속되는 현재의 삶 속에서도 그 아름다운 자연과 추억을 이웃에게 나누어 주는 인간미가 돋보인다.
삶의 교훈과 지혜
단순히 옛 추억을 나열하는 것으로 끝내지 않고, 그 시절의 경험들을 통해 얻은 삶의 자세나 지혜를 진솔하게 담아내면서 글마다 부여하는 의미가 심장합니다. 작가는 유년 시절에 꿈꾸던 자신의 장래희망을 되새겨보고, 소소한 사건들 속에서 얻은 느낌들을 자연스럽게 독자들과 공유하며, 그 속에서 삶의 소중한 가치들을 발견하도록 유도합니다. 이는 독자들로 하여금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고, 현재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는 매개체가 되기도 합니다.
학교이야기 편은 작가의 학창시절과 직장인으로서의 현재 모습이 절묘하게 대비됨은 물론, 교편생활을 하면서 느꼈던 보람과 즐거움, 현재의 교육에 대한 작가의 견해를 읽을 수 있으며, 앞세운 제자에 대한 애틋한 정을 그린 대목에서는 숙연해집니다. 누가 선생님 아니랄까봐 사소한 것에도 의미를 부여하고 평범한 만남에서도 소중함을 찾습니다. 작가가 살아온 일상 속에서 발견한 교훈은 자연스럽게 그에 어울리는 한자 성어(成語)를 사용하여 이 책의 깊이를 더해 줍니다. 익숙한 사자성어가 대부분이지만 평소엔 좀처럼 접해보지 못했던 것들도 있어 자연스럽게 배우는 기쁨도 큽니다. 만남과 이별은 사람사이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닙니다. 애완동물 천만시대에 살면서 동물을 대하는 사람의 마음가짐을 밝히며, 그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방식을 제시하고, 손수 기르던 거북이를 떠나보내면서 조귀문으로 명복을 비는 생명존중의 자세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물론 꽃상여 이야기, 친구를 떠나보내고 쓴 조사(弔詞), 일찍 세상 떠난 지음(知音)의 아내에게 전하는 ‘천국으로 보내는 메일’ 등 하늘나라로 떠난 사람들과의 작별인사나 새롭게 만나는 사람들과의 사귐을 읽노라면 작가의 훈훈한 인간미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가슴에 남기는 긴 여운
“추억, 그 화석이 된 흔적들”을 읽고 나면, 마음 한켠에 잔잔한 여운이 남습니다. 홍긍표 선생님의 진솔하고 섬세한 필치는 오랫동안 기억 속에 남아 독자들의 가슴을 훈훈하게 적셔줄 것입니다. 바쁘고 복잡한 일상 속에서 잠시나마 휴식을 취하고 싶고, 잊고 지냈던 소중한 기억들을 되찾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을 강력히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