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만큼 낮잠만큼
달콤한 가을 안의 너와 나
계절이라는 섭리 안에서
둥글게 이어지는 우정
무르익은 시간을 선물 받는 가을
오늘은 루시와 친구들이 사과를 따러 가는 날입니다. 무르익은 계절만큼 새빨간 사과가 주렁주렁 열린 사과나무 아래, 친구들은 힘을 모아 사과를 따고 바구니에 차곡차곡 담습니다. 그런데 어디선가, 사과를 따는 친구들을 뒤로하고 홀연히 사라졌던 토끼 레옹이 세상에서 가장 커다란 사과를 굴리며 다가옵니다. 오늘 사과 따기의 목적이었던 애플파이를 만들고도 남을 만큼 넉넉한 크기입니다. 기뻐하며 친구들과 집으로 향하려는데··· 어? 달팽이 아드리앙이 사라졌습니다.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애플파이 만드는 법을 알고 있는 건 우리들의 작은 친구 아드리앙뿐인데 말이지요. 루시와 친구들은 과연, 아드리앙을 찾고 하루가 저물기 전에 무사히 함께 애플파이를 만들 수 있을까요?
계절의 섭리 안에서
하나하나 맞추어 가는 퍼즐 놀이
인간과 동물, 모든 존재가 향유하는 자연이라는 축복을 지금 바로 여기에의 낙원으로 데려온 마리안느 뒤비크의 계절 시리즈가 가을 이야기로 돌아왔습니다. 작가의 이상향이 구현된 숲속 마을에서 루시와 친구들은 가을의 넉넉한 품이 내어주는 열매를 만끽합니다. 친구들과 함께하는 계절별 즐거운 놀이와 일상을 다루는 이 단순한 이야기 안에는 자라나는 아이들의 마음속을 간지럽히는 작은 지혜들이 숨어 있습니다. 우리가 평소 보지 못하고 지나가는 것들을 발견할 수 있도록 마음의 눈을 뜨게 하는 소소한 퍼즐들도 숨어 있지요. 서로 분리되지 않고 유기적으로 엮여 있는 이 즐거운 이야기 퍼즐은 가을의 열매인 ‘사과’, 가을의 축제인 ‘가장무도회’, 늦가을의 섭리인 ‘낮잠’, 이 세 가지 주제를 통해 맞추어집니다.
일도, 놀이도, 휴식도,
너와 함께라면 더 잘할 수 있어
이 하나하나의 에피소드 안에서 우리는 ‘맛있는 애플파이’ 하나를 먹기 위해서는 건강한 자연이 선물해 준 재료를 정성 어린 마음이 깃든 따뜻한 음식으로 재탄생시키기 위한 노동이 필요하고, 그와 같은 노동이 누군가와 함께 협력하여 이루어질 수 있다면 그 결과는 때때로 더 놀라울 것이라는 즐거움을 자연스레 알게 됩니다. 또, 우리 앞에 등장하는 어떤 인연 혹은 사건을 쉽게 오해하거나 또 두려워하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 주변의 무성한 수풀 사이사이 삶이 우리 몰래 장난스레 숨겨 놓았을지도 모르는 작은 힌트들을 잘 살펴보아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되지요. 무엇보다, 자연과 한 몸을 이루고 있는 우리에겐 자연의 주기가 그러하듯 때때로 충분한 휴식과 재충전의 시간도 필요하다는 것도요. 어여쁜 눈송이가 똑똑똑 눈 두드리는 날, 우리들의 든든한 곰 친구 앙투안이 겨울잠에 들 채비를 해야 하는 것처럼요.
이 다음, 그 다음의 계절들에도
우정은 계속된다는 약속
그림책 분야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며 전 세계 아이들과 어른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작가, 마리안느 뒤비크. 그녀가 그려내는 그림책 세계의 가장 특징적이고 일관된 요소를 하나 꼽을 수 있다면 바로 ‘변주’와 ‘연결’일 것입니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세상에서 어느 하나라도 서로 연결되지 않은 것은 없다는 것을 몸소 증명하는 듯이 그녀의 작품 안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면서도 매번 다른 이야기를 품고 살아 움직이는 동물 캐릭터들은, 이번 그녀의 계절 시리즈 연작을 통해 더욱 직접적인 방식으로 그 연결성을 드러내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시리즈’에 열광하는 이유 중 하나는 우리가 사랑에 푹 빠지게 된 이야기의 몸이, 선명하고 아름답고 놀랍고 생동하는 한 세계가, 다음, 그 다음에도 이어질 것이라는 두근거리는 약속 때문이겠지요. 그럼, 우리의 심장을 뛰게 만들고 매 순간 ‘살아 있음’을 속삭이는 이 사랑도 계속될 테니까요. 저항할 수 없도록 우리를 매료시키는 마리안느 뒤비크의 이 끝나지 않는 이야기가, 자연과 계절이라는 구체적인 연결 안에서 변주되는 시리즈를 통해 바로 지금 이 순간 우리에게 영원한 우정을 약속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지금, 이 속삭임이 들리시나요?
“돌아오는 봄에 만나, 사랑하는 앙투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