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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고비의 시간

생명 사랑으로 이어진 17년의 기록


  • ISBN-13
    978-89-7889-553-8 (03490)
  • 출판사 / 임프린트
    도서출판 지성사 / 도서출판 지성사
  • 정가
    23,000 원 확정정가
  • 발행일
    2024-08-26
  • 출간상태
    출간
  • 저자
    김성호
  • 번역
    -
  • 메인주제어
    과학: 일반
  • 추가주제어
    생물학, 생명과학 , 동물학 및 동물과학 , 동물학: 조류(조류학)
  • 키워드
    #동고비 #딱다구리 #둥지 #생명 사랑 #17년의 기록 #동고비정신 #과학: 일반
  • 도서유형
    종이책, 무선제본
  • 대상연령
    모든 연령, 성인 일반 단행본
  • 도서상세정보
    173 * 230 mm, 228 Page

책소개

생태학자 김성호가 동고비라는 생명을 오래도록 바라보며 기쁜 마음 하나로 써내려간 기록이다. 2년 동안 동고비를 관찰한 기록 《동고비와 함께한 80일》 이후로 15년을 더한 17년이라는 세월에 동고비라는 한 종의 삶을 깊이 들여다보고, 그들의 삶에 동행하면서 새로운 다름과 새로운 차이를 발견한 기쁨이 곳곳에 스며 있다. 10센티미터 남짓한 몸길이에 우리나라에서 텃새로 살아가는 동고비와 함께 자연에 깃들인 모든 생명의 치열함과 간절함이 다큐멘터리를 보듯 생생하게 펼쳐진다. 17년을 이어온 동고비와의 여정, 그의 마음이 행복하듯 읽는 이 모두가 행복한 생태 에세이다. 

목차

들어가는 글

1부 처음 2년의 만남, 《동고비와 함께한 80일》의 몇 이야기
 동고비를 만나야 했던 이유
 기다림과 만남
 둥지 다툼과 둥지의 주인
 진흙을 나르는 동고비

2부 그 이후의 15년
 동고비 둥지와 나무(수종)
          딱다구리의 둥지 | 수종과 수형의 선택 | 둥지의 높이 |둥지 입구의 방향과 입구의 보조 장치
 동고비의 번식 일정
     둥지 탐색과 둥지 청소
     진흙으로 딱다구리 둥지 입구 좁히기
     나뭇조각 나르기
     얇은 나무껍질 나르기
     둥지 짓기와 짝짓기
     알 낳기와 알 품기
     어린 새 키우기(육추)
        부화 초기 먹이/ 암수의 역할 | 어린 새 먹이, 동고비의 식단 | 배설물 | 어린 새의 모습
     이소/ 어린 새 둥지 떠나기
 둥지 다툼, 둥지 전쟁 
     딱다구리
     다람쥐 
     하늘다람쥐 
     청설모 
     숲속 작은 새들/ 기웃거리는 친구들 
     벌 
     소쩍새
     찌르레기
     원앙 
     큰소쩍새
     파랑새 
     호반새 
 둥지 전쟁 
         둥지 전쟁 1 은사시나무 둥지 | 둥지 전쟁 2 오동나무 둥지 | 둥지 전쟁 3 잣나무 둥지
둥지의 역사 
     둥지의 역사 1 오색딱다구리-동고비
     둥지의 역사 2 큰오색딱다구리-소쩍새-하늘다람쥐-동고비-하늘다람쥐-벌-동고비-하늘다람쥐-다람쥐
     둥지의 역사 3 큰오색딱다구리-소쩍새-하늘다람쥐-다람쥐-동고비
     둥지의 역사 4 청딱다구리-동고비-하늘다람쥐
 동고비 정신 
     동고비 정신-무승부
     동고비 정신-실패 
     동고비 정신-성공 
 가을, 무너지는 동고비의 보금자리

본문인용

46쪽_  동고비와의 첫 만남을 포함한 17년 동안 1년에 적어도 한 곳의 동고비 둥지를 관찰했습니다. 동고비는 딱다구리 종류 가운데 가장 큰 까막딱다구리의 둥지도 좁혀 사용합니다. 그런데 멸종위기종이며 천연기념물인 까막딱다구리는 내가 거주하는 곳에서는 살지 않습니다. 하여 저들이 서식하는 경기 북부와 강원도에 가기도 했습니다. 모두 스물두 번의 번식 일정에 함께했고, 만난 둥지 나무는 모두 열일곱 그루입니다. 같은 나무에서 두 번 번식한 경우가 세 번 있었고, 같은 나무에서 세 번 번식한 예가 딱 한 번 있었습니다. 나머지는 해마다 둥지의 주인이 바뀌었습니다. 날마다 관찰한 둥지가 있고, 비슷한 일정이 이어질 때는 며칠 건너뛰기도 했으며, 특정 시기에만 집중해서 관찰한 둥지도 있습니다. 번식 일정을 성공적으로 마쳐 어린 새가 둥지를 잘 떠난 둥지가 있고, 중간에 둥지 나무가 부러지는 경우도 있었고, 둥지를 짓고 방심하여 보금자리가 완전히 망가진 경우가 있고, 암수의 손발이 제대로 맞지 않아 다투다 번식을 포기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끝까지 가지 못한 둥지의 경우 다른 둥지를 또 찾아 관찰했기 때문에 15년 동안 함께한 둥지는 모두 20곳입니다. 물론 같은 나무의 둥지를 해를 바꿔 또 보기도 했습니다.

 

73쪽_  동고비가 딱다구리의 둥지 입구를 좁히는 데에는 하루에서 3주가 걸립니다. 편차가 퍽 큽니다. 하루가 걸리느냐 3주가 걸리느냐는 담을 쌓듯 진흙을 쌓아 입구만 달랑 좁히느냐, 딱다구리가 파낸 공간 중 어린 새를 키울 공간만 남겨두고 다시 모두 채우며 입구까지 좁히느냐의 차이입니다. 하지만 어떤 경우든 진흙이 완전히 말라 돌 수준이 되려면 일주일은 기다려야 합니다. 돌처럼 굳으면 어지간해서는 무너지지 않습니다. 딱다구리가 작정하고 몇 시간은 쪼아대야 간신히 무너지니까요. 둥지를 완전히 비우고 아주 멀리 간 것이 아니라면, 곧 번식할 의지가 있는 동고비라면 어지간해서는 둥지를 빼앗기는 일이 없다는 뜻입니다.

 

94쪽_  그릇 모양의 둥지에서 부모 새가 먹이를 가져오면 어린 새는 모두 고개를 위로 한껏 들어 올립니다. 하지만 자연 수동(樹洞)이든 딱다구리의 둥지든 나무속 공간에서 자라는 어린 새는 상황이 조금 다릅니다. 우선 입구가 대체로 좁아서 어린 새 모두 고개를 내밀 수 없습니다. 또한 몇이든 어린 새가 둥지 입구로 고개를 내밀고 있더라도 부모 새가 먹이를 가져오면 어린 새가 보이는 모습은 둘 중 하나입니다. 고개를 더 내미는 경우가 있고, 내밀고 있던 고개를 오히려 넣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는 종에 따라 다릅니다. 후투티와 찌르레기의 경우 고개를 내밀고 있다가 부모 새를 발견하면 더 간절히 내밉니다. 딱다구리와 동고비는 그 반대입니다. 둥지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있다가도 부모 새가 먹이를 가져와 접근하면 오히려 안으로 들어가 버립니다. 먹이를 받아먹기 좋은 위치만 확보하고 있을 뿐 직접 받아먹는 것은 안전하게 둥지 안에서 이루어집니다.

 

105쪽_  동고비는 부화가 일어나 육추가 시작되어도 며칠은 암컷이 둥지를 지킵니다. 수컷이 전해주는 먹이를 받아서 어린 새에게 먹입니다. 배설물은 둥지 안에 있는 암컷이 처리합니다. 물고 밖으로 나와 버리고 곧바로 들어갑니다. 대체로 5일 정도가 지나면 이런 방식을 고집하기 어려워집니다. 수컷 혼자서는 어린 새의 식욕을 감당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릅니다. 방법은 하나입니다. 암컷도 둥지를 벗어나 먹이를 구해옵니다.

둥지는 정신이 없을 만큼 분주해집니다. 암수 모두 쉼 없이 둥지에 드나들며 먹이와 배설물을 나르기 때문입니다. 저들을 보고 있는 나만 정신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동고비 암수도 정말 정신이 없어 보이고 실제 그렇습니다. 마음만이 아닙니다. 몸도 급합니다. 둥지 안으로 급히 들어가려다 부딪치거나 미끄러질 때가 있습니다. 안에서 밖으로 나올 때도 너무 서두르다 고꾸라지기도 합니다. 이때 암수의 손발이 잘 맞아야 합니다. 무조건 안으로 들어가려 하지 말고 다른 쪽이 있는지 살펴야 합니다. 있다면 입구에서 몸을 비키고 잠시 기다려줘야 합니다. 이를 잘 지키지 않으면 바쁜 와중에 충돌 사고도 많이 일어납니다.

 

115쪽_  동고비 어린 새는 둥지를 떠날 때 실패가 없습니다. 정확히 표현하면 지금까지는 보지 못했습니다. 동고비 둥지의 특별함이 큰 몫을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동고비는 둥지 입구가 엄청 좁습니다. 몸을 비비며 안간힘을 써야 간신히 드나들 수 있습니다. 이소를 앞둔 어린 새의 크기는 부모 새와 비슷합니다. 오히려 살짝 살지기도 하고요. 어린 새 또한 둥지를 벗어나려면 좁은 입구를 지나 스스로 몸을 비비며 밖으로 나오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몸짓이 있어야 합니다. 의지와 관계없이 떠밀려 둥지를 벗어나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동고비 부모 새는 이소 유도 행동을 거의 하지 않습니다. 전적으로 어린 새에게 맡깁니다.

 

137쪽_  까막딱다구리 둥지는 딱다구리 둥지 중에서도 경쟁이 가장 치열한 곳입니다. 자연 수동에서 번식하는 친구들이 많다고 했습니다. 그중에는 몸집이 큰 친구들도 있고요. 몸집이 크니 규모가 큰 수동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숲에 큰 수동을 품은 나무가 퍽 드뭅니다. 저들이 까막딱다구리 둥지로 몰려들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이처럼 덩치 큰 생명체들이 처절하게 다투는 전쟁터에 동고비도 참전합니다. 동고비가 실패할 확률이 무척 높습니다. 하지만 도전합니다. 어마어마하게 큰 정도가 아니라 바다처럼 넓어도 도전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그 전쟁에서 이기기도 합니다. 동고비, 참으로 당찬 친구입니다.

 

174쪽_  폭우가 쏟아져도 걱정이 없습니다. 비바람과 눈보라가 몰아쳐도 딴 세상 이야기입니다. 추운 날에는 훈훈하고 더운 날에는 선선합니다. 이에 그치지 않습니다. 딱다구리의 둥지는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요새입니다. 고개만 내밀고 방어하면 되니 말입니다. 그야말로 완벽한 둥지의 조건을 두루 갖춘 셈입니다. 그러니 나무를 파서 둥지를 지을 능력이 없는 숲의 뭇 생명이 딱다구리의 호화주택을 선망의 대상으로 삼을 만한 이유는 충분합니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문제가 생깁니다. 딱다구리의 둥지를 부러움의 대상을 지나 아예 자신의 것으로 삼으려는 친구들이 많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딱다구리의 숲에서는 지키려는 쪽과 빼앗으려는 쪽 사이의 다툼이 끊임없이 이어집니다. 특히, 번식의 계절에는 다툼의 수준을 넘어 전쟁이 벌어집니다.

 

210~211쪽_  동고비, 참으로 당찬 새입니다. “딱다구리 둥지가 다 좋은데 넓은 것이 문제라고?” “문제도 아니네.” “좁히면 되잖아!” “바로 시작하지, 뭐.” 생각만 하지 않고 행동으로 옮길 줄 알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그 엄청난 덩치들과의 싸움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끝내 둥지의 주인공이 되기도 합니다. 어떻게 더 당찰 수 있을까요? 그런데 어찌 보면 아주 엉뚱한 모습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나 또한 한두 해 보고 멈춘 것이 아니라 볼 수 있는 끝까지 보려 한 덕이겠지요. 비어 있는 둥지가 아니라 현재 사용 중인 둥지를 좁혀 자신의 둥지로 삼으려는 무모한 동고비를 만난 것입니다. (……) “좋다, 그렇다면 나도 동행한다.”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동고비의 무모해 보이는 행동을 우선 동고비 정신이라 부르겠습니다.

서평

부지런하고 바지런한 그리고 알뜰하고 살뜰한,

무엇보다도 당차다는 표현이 딱 어울리는 동고비! 

17년의 기록에 담긴 생명 사랑에 흠뻑 빠져들다! 

 

▶ 이 책은…

생태학자 김성호가 동고비라는 생명을 오래도록 바라보며 기쁜 마음 하나로 써내려간 기록이다. 2년 동안 동고비를 관찰한 기록 《동고비와 함께한 80일》 이후로 15년을 더한 17년이라는 세월에 동고비라는 한 종의 삶을 깊이 들여다보고, 그들의 삶에 동행하면서 새로운 다름과 새로운 차이를 발견한 기쁨이 곳곳에 스며 있다. 10센티미터 남짓한 몸길이에 우리나라에서 텃새로 살아가는 동고비와 함께 자연에 깃들인 모든 생명의 치열함과 간절함이 다큐멘터리를 보듯 생생하게 펼쳐진다. 17년을 이어온 동고비와의 여정, 그의 마음이 행복하듯 읽는 이 모두가 행복한 생태 에세이다.  

 

 

▶▶ 짧다 할 수 없고 길다 할 수도 없는 시간,

동고비 이야기를 다시 펼치다!

 

몸길이 10센티미터 남짓의 몸집이 아주 작고 무척 빠른 데다 겉으로 보기에 암수의 구별조차 까다로운 동고비! 2010년 당시 서남대학교 생명과학과 김성호 교수가 동고비 한 쌍이 8마리의 새끼를 키우는 과정을 2년에 걸쳐 관찰한 기록 《동고비와 함께한 80일》을 펴낸 지 어언 14년이다. 동고비는 당시 국내에서 본격적인 연구 대상으로 다룬 적이 없었던 터라 《동고비와 함께한 80일》은 많은 이의 뜨거운 관심과 찬사를 받았다. 이제 그가 30여 년 동안 몸담았던 서남대학교를 떠나 생태작가라는 이름표를 달고 15년의 관찰을 더해 《동고비의 시간》을 펴냈다. 부제는 ‘생명 사랑으로 이어온 17년의 기록’이다.

2년에 걸쳐 관찰한 《동고비와 함께한 80일》을 펴낸 이후 묘한 여운이 가슴속에 남았다던 그는 “동고비라 하여 다 같을까?” 하는 궁금증으로 계속 동고비 곁에 머물렀고, 그 시간들이 쌓여 어느덧 17년이 되었노라 고백한다. 그가 17년이라는 긴 시간을 동고비를 지켜보았던 까닭은 곧 동고비라는 한 생명의 ‘같음이라는 바탕’에 ‘다름’이 많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전작이 동고비가 딱다구리의 둥지 입구를 좁히기 시작한 첫날부터 어린 새 여덟 마리를 잘 키워 둥지를 떠나기까지 80일의 기록이라면, 이 책 《동고비의 시간》은 《동고비와 함께 한 80일》의 몇 이야기와 함께 그 이후의 15년에 걸쳐 동고비라는 한 종의 ‘같음이라는 바탕’에 ‘다름’을 알 수 있는 여러 사례를 담은 기록이다. 새끼를 키우는 어미 새의 눈물겨운 노력은 물론 둥지를 둘러싼 다양한 종의 치열한 다툼, 수시로 주인이 바뀌는 둥지의 역사, 마지막으로 그 작은 새가 치열한 둥지 경쟁 속에서 어떻게 살아내는지를 정리한 동고비의 정신을 담았다. 

곁들이자면, 17년 동안 그가 카메라에 담았던 엄청난 사진들 가운데 고민을 거듭한 끝에 추려낸 600여 장은 장면마다 사건과 상황을 알 수 있는 서사가 있어 마치 생태계의 단면을 다룬 한 편의 자연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 생동감이 넘친다.

 

 

▶▶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것이 아니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일, 자기마저 자기를 포기하는 것은 

절대 하지 않는 동고비 정신을 배우다!

 

딱다구리과의 옛 둥지를 있는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제 몸에 맞게 다시 꾸며서 번식하는 친구, 동고비는 둥지 입구가 참외만 한 까막딱다구리의 둥지를 선호한다. 그 둥지를 고쳐 쓰려면 둥지 청소를 시작으로 둥지 입구를 좁히기 위해 진흙을 날라 입구를 메우고, 또 굳히기까지 무려 한 달이 걸리는 데 여간 부지런하지 않으면 이루어낼 수 없는 작업이다. 비가 와도 줄기차게 진흙을 물고 나르고, 혹여 진흙을 실수로 떨어뜨리면 쏜살같이 뒤따라가 곡예하듯 공중에서 낚아채거나 땅에 떨어지면 끝까지 찾아 둥지로 물고 온다. 어디 그뿐인가, 무너지면 또 쌓고, 또 무너지면 다시 쌓는다. 이를 가리켜 작가는 동고비를 ‘부지런하고 바지런하다’, ‘알뜰하고 살뜰하다’ 그리고 ‘당차다’라고 표현한다.

 

이 책은 1부 ‘처음 2년의 만남, 《동고비와 함께한 80일》의 몇 이야기’로 동고비와의 인연과 2년에 걸쳐 둥지 짓는 과정을 간략하게 소개한다. 이후 “동고비라 하여 다 같을까?” 하는 궁금증을 떨치지 못하고 그 시간이 쌓여 어느새 17년, 한 생명의 ‘같음이라는 바탕’과 그 위에 서는 ‘다름’의 세계로 안내하는 2부 ‘그 이후의 15년’으로 구성되어 있다.

17년이라는 세월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 동고비라는 한 종을 지켜보면서 그의 마음속에 담긴 장면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손 한 뼘만 한 동고비가 어린 새를 키우려고 온갖 먹이를 물고 오는 100여 장에 이르는 장면과 마침내 잘 자란 어린 새가 둥지를 떠나는 50여 장의 장면은 오랜 세월을 관찰하지 않으면 얻을 수 없는 집념의 결과물이다. 

그 결과물을 바탕으로 동고비가 딱다구리의 나무 둥지를 고쳐 쓰는 다양한 나무들의 둥지 탐색과 청소, 진흙으로 딱다구리 둥지 좁히기와 꾸미기, 번식 일정에 맞춰 짝짓기, 마침내 알을 낳고 품고, 어린 새가 둥지를 떠나기까지의 동고비의 번식 일정이 세세하게 펼쳐진다. 

게다가 숲에 깃들여 사는 생명들이 딱다구리 둥지를 둘러싸고 벌이는 치열한 다툼과 주인이 수시로 바뀌는 둥지의 역사는 곧 자연의 섭리를 압축하는 한 편의 서사라고 할 만큼 이야깃거리가 풍부하다.

딱다구리 영역에서 둥지 주인 딱다구리를 비롯한 다람쥐, 하늘다람쥐, 청설모, 소쩍새, 말벌, 원앙, 큰소쩍새, 파랑새, 호반새 그리고 동고비가 펼치는 둥지 전쟁 이야기, 작가가 17년 동안 만나온 딱다구리의 열두 둥지에서 어떻게 해마다 둥지 주인이 바뀌는지 살펴보는 둥지의 역사, 그리고 그 속에서 무모하리만큼 과감한 동고비의 행동까지, 그 모든 것이 하나로 귀결된다. 무너지면 또 짓는 동고비 정신이라는…….

 

• 추천의 글

우리의 눈이 닿지 못했을 뿐, 숲에서는 둥지 다툼과 둥지 전쟁이 자주 벌어진다. 뺏고 빼앗기는 것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먹고 먹히는 것마저 모두 자연의 섭리 안에 있다. 우리의 숲에 좋은 나무가 부족하여 이러한 다툼이 다툼을 넘어 전쟁이 되고, 그 전쟁의 수준마저 점점 처절해진다면 문제는 다르다. 오랜 노력에 힘입어 우리의 숲이 예전보다 울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 속내까지 건강하지는 않다. 그 아픈 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작가는 동고비와 함께한 17년의 관찰 기록 《동고비의 시간》에 빗대어 들려주고 싶었던 것이고, 그래서 그의 생명 사랑은 더욱 소중한 감동으로 다가온다.《동고비와 함께 한 80일》을 읽었을 때 느꼈던 감동이 아직 생생한데, 여기에 15 년의 관찰이 더해졌다. 한 종의 생태에 대해 이렇게 긴 시간, 이렇게 세밀하게 들여다볼 수 있을까? 새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이토록 생생하게 전해줄 이야기꾼이 또 있을까? 자연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전문적인 지식이 함께 했기에 이런 멋진 이야기가 탄생했을 것이다. 
동고비 둥지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경쟁과 새끼를 키우는 어미 새의 눈물겨운 노력, 둥지 주변에 등장하는 다양한 종은 생태계의 단면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풍부한 생태사진을 바탕으로 펼쳐지는 살아 있는 조류 이야기는 이제 ‘김성호 조류기’라고 불러도 손색없는 독자적인 영역으로 진화해 가고 있다. 저자의 따뜻한 시선을 따라 동고비 이야기에 빠져보자. 새와 자연을 바라보는 완전히 새로운 ‘마음의 눈’이 생길 것이다.
_ 박진영(한국조류학회 회장, 국립생물자원관 생물다양성연구부 부장)

저자소개

저자 : 김성호
그의 생명 사랑은 시골 외가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며 시작한다. 방학 내내 외가에서 지내며 강, 산, 들의 모든 생명체를 벗 삼은 시간이 지금의 그를 만든 뿌리다. 살아 있는 것들을 향한 사랑이 더 많이 그리고 더 깊이 알고 싶다는 생각으로 이어져 연세대학교 생물학과에 진학하였고, 같은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학위까지 받았다. 1991년 서남대학교 생물학과 교수가 된 뒤 본격적으로 지리산과 섬진강이 품은 생명에 남다른 시선을 두기 시작한다. 세부 전공은 식물학이지만 유난히 새를 좋아하여 ‘새 아빠’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각별한 사랑으로 새를 관찰한 결과를 《큰오색딱따구리의 육아일기》 《동고비와 함께한 80일》 《까막딱따구리 숲》 《우리 새의 봄·여름·가을·겨울》 《빨간 모자를 쓴 딱따구리야》 《마을 뒷산에 옹달샘이 있어요》에 담았다. 이 중 《동고비와 함께한 80일》 《까막딱따구리 숲》은 새에서 눈을 떼지 않기 위해 학교를 휴직하며 쓴 책이기도 하다.
이 외에도 《나의 생명 수업》 《어여쁜 각시붕어야》 《관찰한다는 것》 《숲 청소부 버섯》 《얘들아, 우리 관찰하며 놀자!》 《생명감수성 쫌 아는 10대》 등을 펴냈다. 이 모든 책에는 집념 어린 관찰과 생명을 향한 감출 수 없는 사랑이 담겨 있다.
《동고비의 시간》은 동고비와 함께한 17년의 기록이다. 그저 생명 자체를 오래도록 바라보는 것을 기뻐하는 마음 하나가 아니라면 쓸 수 없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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