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문장:
대한민국은 온실가스를 줄이기가 정말 어려운 나라라는 생각을 자주 한다.
본문:
지구환경문제의 근저에 세계경제체제가 있다. 20세기의 새로운 경제 질서 아래서 각국의 경제는 급속히 성장했고 동시에 자본과 상품이 자유롭게 이동했다. 그 결과 천연자원의 고갈과 광범위한 환경오염으로 이어졌다. 선진국은 자국의 오염 산업을 제3세계 국가로 옮기고, 그 곳에서 싸게 만든 상품을 대량으로 소비해왔다. 처리하기 성가신 폐기물은 또다시 가난한 나라에 떠넘겼다. 그렇게 선진국에서 쓰다 버린 의류, 가전제품, 자동차 등이 자원 재활용을 핑계로 개발도상국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그곳에서도 멀쩡한 옷이 산처럼 쌓이고 불타거나 방치되고 있다. 환경오염의 외부 효과가 지구 차원으로 번지고 있는 것이다.
- 1부. 지구환경문제와 국제적 대응, 18쪽
탄소시장의 관점에서, 이러한 특성 때문에 온실가스 감축 실적을 거래할 수 있게 된다. 어디서 배출하든 동일하게 온실효과를 일으킨다고 했으니 뒤집어 말하면 어느 곳에서 줄이든 똑같이 온실효과가 줄어든다. 그렇다면 가장 싼 곳에서 줄이는 게 가장 효율적이다. 한 나라 안에서도 그렇고 지구적으로도 그렇다. 거래를 허용함으로써 감축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지구적 관점에서는 누가 배출하고 누가 줄이느냐보다 배출되는 ‘총량’이 얼마인지가 중요하다.
- 2부. 기후변화 대응, 74쪽
배출권의 공급량은 기본적으로 감축 비용에 의존한다. 탄소시장에 공급되는 배출권은 누군가 온실가스를 감축한 실적(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시장에서 공급 가격이 생산 비용에 따라 결정되는 것과 다르지 않다. 감축 비용이 곧 배출권의 생산 비용이다.
- 3부 국제탄소시장, 127쪽
세계는 탄소중립을 목표로 움직이고 있다. 상쇄배출권을 인정한다면 온실가스 배출 제로는 불가능하다. 상쇄배출권 구매 조건으로 배출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상쇄시장은 제로섬 게임이다. 어디선가 줄인 온실가스 1톤을 근거로 다른 누군가가 1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하기 때문이다.
- 3부 국제탄소시장, 133쪽
많은 사람이 교토의정서는 실패했다고 한다. 무엇보다 온실가스 감축에 성과가 없기 때문이다. 실패의 원인은 여러 가지이겠지만, 애초에 접근이 잘못되었다는 주장이 있다. 교토의정서의 모델은 오존층의 고갈, 아황산가스의 국가간 이동, 핵무기 억제에 활용된 국제협력의 방식을 따랐다. 핵무기처럼 온실가스도 감축 목표를 세우고 실제 줄이는지 검증하는 하향식 접근방식이다. 문제는 기후변화문제가 핵무기 감축과는 성격이 전혀 다르다는 데에 있다.
- 4부 국제 탄소시장의 근거, 246쪽
찬반이 첨예하게 갈림에도 불구하고 탄소시장은 온실가스 감축을 실현하기 위한 국제협력의 기본 제도이다. 뿌리 깊은 이념적 반대에도 불구하고 과감한 온실가스 감축에 필요한 엄청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국제 탄소시장을 활용하지 않을 수 없다. 탄소시장이 만들어지면 이를 고리로 개별 국가의 각종 탄소가격제도가 하나로 연결될 수 있다. 사실 국가가 상쇄배출권을 사용하기로 결정하는 순간 국제 탄소시장과의 연계는 시작된다. 탄소시장이 만들어지면 이 길을 따라 돈이 흐르고 기술이 움직인다. 선진국의 사업자(공공·민간)가 유치국에 돈과 기술을 투입한다. 이때 선진국의 기술은 개발도상국이 접근할 수 없었던 기술이다.
- 5부 파리협정의 국제 탄소시장, 309쪽
제6조(탄소시장 조항)가 왜 이렇게 논란이 되는 것일까? 탄소시장을 실제 운영하는데 수반되는 기술적 난관이 있기도 하지만, 더 큰 이유는 합의 내용에 따라 정치적 셈법이 복잡하기 때문이다. 기술적 판단을 넘어서는 정치적 득실이 합의를 어렵게 한다. 또 섣불리 합의하면 탄소시장의 신뢰성뿐 아니라 당사국의 온실가스 감축은 물론이고, 파리협정 자체의 이행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강한 우려가 있었다.
- 6부. 파리협정 탄소시장의 세부이행규칙, 355쪽
대한민국은 파리협정 국제 탄소시장에서 투자국이 될 것이다. 국제사회에 공표한 구매 예정 물량(3,750만 톤)으로 따지면 단연 중요 투자국이다. 그런데 국가로서, 또 투자자로서 감당해야 할 탄소시장의 위험 요소가 존재한다. 이를 알고 대비해야 평판을 해치지 않는다. 한국은 선진국이다. 국제사회에서 모두 그렇게 본다. 이제 선진국에 합당한 자세와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국익과 더불어 국가의 위신과 평판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면서 행동해야 한다.
- 7부. 국제 탄소시장과 대한민국, 43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