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주인공이 연인에게서 느끼는 불안을 시각적으로 형상화한 캐릭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영화를 다 보고 나서 친구들이랑 이야기를 하는데 춤추는 여자 이야기를 꺼내니 다들 조용해지더니 제 얼굴만 보더라고요. 아니, 영화에서 춤추는 여자는 한 장면도 나온 적 없다는 거예요.
--- 23p, 「무시소리 이야기」(위래) 중
차분해진 정신으로 도깨비를 보았다. 웅-웅. 수족이 있다. 손가락이 있다. 형체지만 덩치가 곱절로 크다. 가까워올 때마다 무쇠 같은 살이 보였다. 저것은 아니 사람임이 분명하다. 몸에 흠집 같은 털이 무수하다.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 있어야 할 눈구멍이 잘 보이지 않는다. 하나같이 팔에 방망이 같은 것을 들고 있다는 건 알 수 있었다.
--- 81p, 「도깨비불」(비티) 중
결혼 시장용 아이템 같다고요? 이분, 재미있는 말씀을 하시네. 밖에서 보면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보통 이런 결혼은 어느 정도 대등한 집안끼리 이루어지는 거니까요. 그 결혼으로 얻게 되는 것, 얻어내야 하는 것은 우리 집안 못지않은 집안의 안주인 자리죠. 그건 생각보다 중요해요.
--- 125p, 「나의 제이드 선생님: 득옥(得玉) 이야기」(전혜진) 중
“도끼날이 나무에 퍽 박히는 감촉 알아? 쓕 하고 뭔가를 파고드는 짜릿함이 있어. 손맛이 느껴져.”
지원이 좌우로 휘두르던 망치가 갑자기 휙 방향을 바꾸며 앞으로 향해, 강후의 왼쪽 어깨에 떨어졌다.
퍽!
--- 177p, 「호숫가의 집」(김봉석) 중
그리고 한수는 모니터에 매달린 무언가를 보았다. 작은 인형 같은. 하지만 그 끝이 뾰족하고 날카로운. 기분 나쁜 소리가 들렸다. 쇳소리. 칠판을 손톱으로 긁는 듯한. 그 소리가 이빨 사이로 새어 나왔고, 이따금 통통하게 살이 오른 민달팽이 같은 혓바닥이 기어 나와 모니터 화면을 핥았다.
--- 234p, 「그렘린 시스템」(홍락훈) 중
“그 문신사는 요괴를 문신한다고 해요. 이레즈미 같은 경우 도깨비나 귀신을 하잖아요. 여기도 그런가 보다 하고 했어요. 대부분 멋져 보이려고 하는데 이곳은 다르다고 하더라고요. 고대의 의지를 물려받아 주술적인 목적이 강하다고. 다들 미쳤구나 싶었어요. 당신이 보기엔 어때요? 이 여자?”
먹으로만 그려진 문신이지만 하민이 말을 할 때마다, 숨을 내쉬며 몸을 움직일 때마다, 여자도 움직이는 듯했다.
“마치 살아 있는 것 같군요.”
--- 278p, 「문신」(배명은)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