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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괴사설

어디에도 없지만, 어디에나 있는


  • ISBN-13
    979-11-89836-57-3 (03810)
  • 출판사 / 임프린트
    에이플랫 / 에이플랫
  • 정가
    17,000 원 확정정가
  • 발행일
    2024-09-30
  • 출간상태
    출간
  • 저자
    김봉석 , 배명은 , 비티 , 위래 , 전혜진 , 홍락훈
  • 번역
    -
  • 메인주제어
    공포, 초자연소설
  • 추가주제어
    스릴러 / 서스펜스소설 , 범죄, 미스터리소설 , SF
  • 키워드
    #장르소설 #한국소설 #호러 #스릴러 #SF #요괴 #앤솔러지 #공포, 초자연소설 #범죄, 미스터리소설 #스릴러 / 서스펜스소설
  • 도서유형
    종이책, 반양장/소프트커버
  • 대상연령
    모든 연령, 성인 일반 단행본
  • 도서상세정보
    120 * 180 mm, 304 Page

책소개

“요괴는 없어, 혹은 보이지 않을 뿐인지도 몰라”

 

분명 우리 세상에 요괴는 없다. 그러나 아직 증명할 방법이 없거나, 지금까지는 교묘히 정체를 숨기고 있는 걸 수도 있다. 또는 요괴란 우리 안의 감춰진 무언가를 은유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도 아니라면 우리의 불완전한 세상의 편린을 형용하거나 혹은 이 모두를 심판하려는 이들은 아닐까?

 

한국 장르소설을 대표하는 여섯 작가들의 '색'다른 요괴 이야기

 

장르소설 앤솔러지 〈요괴사설〉은 요괴를 이야기의 중심에 두었다지만 그렇다고 호러 장르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호러를 비롯해 SF, 풍자극, 범죄 미스터리, 음모론에 이르는 다양한 장르의 작품이 요괴라는 세계이자 소재를 기기묘묘한 방식으로 파고든다. 여러 개의 요괴담을 교묘하게 직조한 메타 도시전설이 서늘한 뒷맛을 남기는가 하면, 도깨비불로 말미암은 편집증 환자의 고풍스러운 독백으로 불온한 분위기를 형성하던 이야기가 뜻밖의 세계에 당도하기도 한다. 요괴는 여러 가지 형태로 형상화되어 현대 한국에 설화로 전해지는 ‘득옥 이야기’를 끌어들인 풍자극에는 물론, 잔혹한 현실 범죄로 가득한 하드보일드극 어딘가에 슬그머니 자리하기도 한다. 영화로도 잘 알려진 서양 요괴 그렘린이 음모론이라는 색다른 옷을 입고 등장하는가 하면, 여성을 소유하려는 남자의 비겁하고 뒤틀린 소유욕을 주술적 의미가 담긴 요괴 문신과 엮어내기도 한다.

목차

기획의 말: 요괴와 만나기 전에
위래 - 무시소리 이야기
비티 - 도깨비불 
전혜진 - 나의 제이드 선생님: 득옥(得玉) 이야기
김봉석 - 호숫가의 집
홍락훈 - 그렘린 시스템
배명은 - 문신

본문인용

아마도 주인공이 연인에게서 느끼는 불안을 시각적으로 형상화한 캐릭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영화를 다 보고 나서 친구들이랑 이야기를 하는데 춤추는 여자 이야기를 꺼내니 다들 조용해지더니 제 얼굴만 보더라고요. 아니, 영화에서 춤추는 여자는 한 장면도 나온 적 없다는 거예요.

--- 23p, 「무시소리 이야기」(위래) 중

 

차분해진 정신으로 도깨비를 보았다. 웅-웅. 수족이 있다. 손가락이 있다. 형체지만 덩치가 곱절로 크다. 가까워올 때마다 무쇠 같은 살이 보였다. 저것은 아니 사람임이 분명하다. 몸에 흠집 같은 털이 무수하다.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 있어야 할 눈구멍이 잘 보이지 않는다. 하나같이 팔에 방망이 같은 것을 들고 있다는 건 알 수 있었다.

--- 81p, 「도깨비불」(비티) 중

 

결혼 시장용 아이템 같다고요? 이분, 재미있는 말씀을 하시네. 밖에서 보면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보통 이런 결혼은 어느 정도 대등한 집안끼리 이루어지는 거니까요. 그 결혼으로 얻게 되는 것, 얻어내야 하는 것은 우리 집안 못지않은 집안의 안주인 자리죠. 그건 생각보다 중요해요.

--- 125p, 「나의 제이드 선생님: 득옥(得玉) 이야기」(전혜진) 중

 

“도끼날이 나무에 퍽 박히는 감촉 알아? 쓕 하고 뭔가를 파고드는 짜릿함이 있어. 손맛이 느껴져.”

지원이 좌우로 휘두르던 망치가 갑자기 휙 방향을 바꾸며 앞으로 향해, 강후의 왼쪽 어깨에 떨어졌다.

퍽!

--- 177p, 「호숫가의 집」(김봉석) 중

 

그리고 한수는 모니터에 매달린 무언가를 보았다. 작은 인형 같은. 하지만 그 끝이 뾰족하고 날카로운. 기분 나쁜 소리가 들렸다. 쇳소리. 칠판을 손톱으로 긁는 듯한. 그 소리가 이빨 사이로 새어 나왔고, 이따금 통통하게 살이 오른 민달팽이 같은 혓바닥이 기어 나와 모니터 화면을 핥았다.

--- 234p, 「그렘린 시스템」(홍락훈) 중

 

“그 문신사는 요괴를 문신한다고 해요. 이레즈미 같은 경우 도깨비나 귀신을 하잖아요. 여기도 그런가 보다 하고 했어요. 대부분 멋져 보이려고 하는데 이곳은 다르다고 하더라고요. 고대의 의지를 물려받아 주술적인 목적이 강하다고. 다들 미쳤구나 싶었어요. 당신이 보기엔 어때요? 이 여자?”

먹으로만 그려진 문신이지만 하민이 말을 할 때마다, 숨을 내쉬며 몸을 움직일 때마다, 여자도 움직이는 듯했다.

“마치 살아 있는 것 같군요.”

--- 278p, 「문신」(배명은) 중

서평

기획의 말: 요괴와 만나기 전에 中

 

“요괴는 없어. 혹은 보이지 않을 뿐인지도 몰라.” - 요괴미술관 초입에 쓰인 문구 중

 

일본 카가와현에 위치한 작은 섬 쇼도시마에는 ‘요괴미술관’이라는 낯선 볼거리가 있다. 거리를 두고 네 관으로 구성된 요괴미술관은 일본 요괴를 다양한 형태의 현대미술로 구현해 전시한 이색 미술관이다. 회화나 조소, 설치 작품이 여러 채의 건물을 꽤 효율적으로 채우고 있는데, 복잡하게 얽힌 복층은 물론 천장이나 바닥까지 주어진 공간을 꼼꼼하게 활용해 풍성한 볼거리를 선사한다. 세분화된 주제별로 구분한 이미지나 작품은 무척 다채로웠으며, 존재하지 않는 존재에 대한 상상력은 구체적이면서 동시에 분방했다. 당연히 기괴하고 흉포한 외양을 앞세운 작품도 여럿이다. 그러니 누구라도 물을 법하다. 실제로 여행지에서 마주친 관광객에게 도대체 왜 그런 곳에 가느냔 뉘앙스의 얘기를 듣기도 했고. 그래서 조금은 반가웠다. 요괴미술관 초입에 들어서는 순간 마주한 짧은 문구 안에는 단지 사특한 존재에 불과할 뿐이라는 요괴에 대한 선입견에 반하는 정의 혹은 존재 의의가 그대로 담겨 있는 듯했기 때문이다. “요괴는 없어. 혹은 보이지 않을 뿐인지도 몰라.(妖怪はいない。あるいは見えないだけかもしれない。)” 그렇다. 정말로 존재하는지 증명할 수는 없지만 사람들의 뇌리에 분명히 각인되어 전승된다면 그것은 현실의 그림자 언저리에 존재하며 현실을 투영하는 ‘이야기’의 본질과도 그대로 상통하는 것 아닐까.

 

단지 요괴미술관만은 아니다. 일본은 요괴의 본고장이라 할 만큼 유독 그 역사도 깊고 자료도 많다. 실제로 이렇듯 단단한 전통을 가진 요괴는 지금까지도 여러 대중문화 콘텐츠에 이식되어 그 생명력을 무한히 확장하며 제 몫을 다하는 중이다. 요괴 미스터리라는 독보적인 장르를 구축한 소설가 교고쿠 나쓰히코가 정의하는 요괴란 입과 기록을 통해 전해지는 모호한 기현상을 구상화한 것에 가깝기에 요괴라 뭉뚱그린 실체에 다가서는 모든 과정은 그대로 미스터리가 된다. 지금이 순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만화랄 수 있는 〈주술회전〉과 〈귀멸의 칼날〉 역시 요괴에 빚진 바 크다. 그밖에 온갖 이형의 산물이나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것에 대한 수많은 이야기 역시 모두 그렇다. 초자연적인 현상이나 불가사의에 대한 호기심은 보이지 않지만 분명 존재하는 것들에 대한 기발한 상상력이거나 혹은 바람이다. 때로는 은유나 풍자이기도 하다. 물론 현실 그 자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것은 이미 현실에서의 상상이거나 바람이며, 현실에 대한 은유이거나 풍자이기 때문이다.

 

여섯 작가들께 ‘요괴’라는 키워드만 드리고 특별히 장르에 구애받지 않는 가운데 되도록 자유롭게 자신의 스타일대로 창작해주길 기대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그래서 〈요괴사설〉의 ‘사설’은 사설(私說)일 수도, 사설(邪說)일 수도 있다. 혹은 실학자 이익의 〈성호사설〉에서의 ‘사설(僿說)’처럼 세쇄(細碎)한 논설일 수도 있다. 〈무시소리 이야기〉(위래 작)는 여러 편의 요괴담을 교묘하게 직조해 우리의 현실로 끌어들이는 일종의 메타 도시전설로서 애써 괴담을 조장하지 않는 듯 가장하며 끝내 서늘한 뒷맛을 남긴다. 도깨비불로 말미암은 편집증 환자의 시종 고풍스럽고도 불안한 독백으로 이루어진 〈도깨비불〉(비티 작)은 도깨비와 세계의 진상을 마주하는 순간 다시 한번 세차게 폭발한다. 설화를 통해 전해지는 ‘득옥 이야기’를 현대 한국으로 끌어들인 〈나의 제이드 선생님: 득옥(得玉) 이야기〉(전혜진 작)는 재벌가의 뒤틀린 생리와 위선을 냉소를 머금고 날카롭게 풍자한다. 무엇보다 요괴가 파고들 틈이 있을까 싶은 마지막 순간 펼쳐지는 스산한 복수와 담담한 체념이 멋진 방점을 찍는다. 〈호숫가의 집〉은 작품 내내 초현실적인 요괴와 현실 범죄 사이의 미묘한 중간지대에 자리한 채 하드보일드한 묘사로 각각의 매력을 십분 부각한다. 그간 대중문화평론가로 활약해온 김봉석 작가의 관심과 흥미를 엿볼 수 있는 첫 소설이란 점은 아주 작은 덤에 불과하다. SF·판타지 초단편집으로 데뷔한 홍락훈 작가의 〈그렘린 시스템〉은 영화로도 잘 알려진 서양 요괴 그렘린을 독특한 음모론과 결부시키며 자신의 색을 여러 겹 덧입혔다. 주로 호러소설로 독자와 만나온 배명은 작가는 〈문신〉을 통해 남자의 지배욕과 폭력으로 말미암은 여자의 불안과 공포라는 익숙한 주제를 요괴 문신이라는 흥미로운 소재로 풀어냈다. 특히나 몇 차례나 예상을 비껴가는 전개는 결국 뒤틀린 욕망이란 이름으로 요괴에 중층의 의미를 더하는 듯하다.

 

모두 보이지 않지만 어디에나 있을 수도 있을 요괴를 다양한 세계로 구축해 인간의 욕망과 두려움을 건드린다. 그럼으로써 보이지 않지만 없다고는 단정할 수 없는 요괴의 미묘한 위치를 활용해, 보이지 않으면서 분명 존재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로 수렴한다. 그렇게 우리가 알고 있는 것들이 실은 보잘것없는 미몽에 불과하다는 것, 명백히 존재한다 자부하는 인간이라는 존재가 실은 미미하고 하찮다는 깨달음, 우리가 발 딛고 있는 현실의 불완전함이 다채롭게 펼쳐진다. 그러니 요괴와 만나기 전 필요한 건 공포가 아니다. 오직 흥미뿐이다.

저자소개

저자 : 김봉석
영화 기자로 일하면서 장르영화를 중심으로 글을 썼고, 장르소설과 만화, 웹툰 분야에서도 다양한 칼럼과 리뷰를 썼다. 장르적인 클리셰가 풍부하면서, 다채롭고 복잡한 인물들이 뒤엉키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독자로서 좋아했던 이야기를 직접 쓰고 싶어 소설을 시작했다. 〈나의 대중문화 표류기〉 〈1화뿐일지 몰라도 아직 끝은 아니야〉 〈시네마 던전: 김봉석 영화리뷰〉 〈내 안의 음란마귀〉 등의 책을 썼다.
저자 : 배명은
〈단편들, 한국 공포 문학의 밤〉 〈우리가 다른 귀신을 불러오나니〉 〈괴이, 학원〉 〈영원히 행복하게, 그러나〉 〈어느 노동자의 모험〉 〈빌런의 속사정〉 등 앤솔러지와 개인 단편집 〈폭풍의 집〉과 장편 〈수상한 한의원〉이 있다.
저자 : 비티
고향에서 태어나 집에서 자랐고, 모교를 졸업해 글로 소설을 적고 있다. 마녀학을 전공한 대학생들을 위해 〈현대 마녀학 입문〉을 집필하고 있다. 독특한 형식과 주제의 글에 관심이 있다. 최근에는 차가운 밀크티를 따뜻하게 마셨다.
저자 : 위래
2010년 8월 네이버 오늘의 문학에 〈미궁에는 괴물이〉를 게재하며 첫 고료를 받았다. 이후 여러 지면에서 꾸준히 장르소설을 썼다. 소설집 〈백관의 왕이 이르니〉를 출간하고, 웹소설 〈마왕이 너무 많다〉와 〈슬기로운 문명생활〉을 연재했다. 2024년, 경장편 〈허깨비 신이 돌아오도다〉가 나왔다.
저자 : 전혜진
만화와 웹툰, 추리와 스릴러, SF와 사회파 호러, 논픽션 등 매체와 장르를 넘나들며 활동하고 있다. 소설집 〈마리 이야기〉 〈바늘 끝에 사람이〉 〈아틀란티스 소녀〉, 장편소설 〈280일〉, 논픽션 〈규방의 미친 여자들〉과 〈순정만화에서 SF의 계보를 찾다〉 〈여성, 귀신이 되다〉를 발표했고, 다수의 앤솔러지에 참여했다.
저자 : 홍락훈
격동의 1980년대에 전라북도 익산시에서 태어났다. 고양이와 라쿤을 좋아하며, 만성 거북목 증후군으로 고생하고 있다. 2015년부터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 망상들을 이야기로 만들어 트위터에 올리고 있다. 초단편집 〈죽음과 세금은 피할 수 없다, 드래곤 역시〉 〈잼 한 병을 받았습니다〉 〈러브 앤 티스〉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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