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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필패

시험, 독재, 안정, 기술은 어떻게 중국을 성공으로 이끌었고 왜 쇠퇴의 원인이 되는가


  • ISBN-13
    979-11-93166-62-8 (93340)
  • 출판사 / 임프린트
    (주)상상아카데미 / 생각의힘
  • 정가
    32,000 원 확정정가
  • 발행일
    2024-08-16
  • 출간상태
    출간
  • 저자
    야성 황 (Yasheng Huang, 黄亚生)
  • 번역
    박누리
  • 메인주제어
    정치학 및 이론
  • 추가주제어
    정치 및 정부 , 정치구조 및 과정
  • 키워드
    #정치학 및 이론 #정치 및 정부 #정치구조 및 과정
  • 도서유형
    종이책, 무선제본
  • 대상연령
    모든 연령, 성인 일반 단행본
  • 도서상세정보
    152 * 223 mm, 624 Page

책소개

중국 정치·경제 전문가 MIT 교수 야성 황이
파헤친 중국식 국가 확장의 역사와 한계
★지만수(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 박사 추천, 2023〈포린 어페어스〉올해의 책

2018년 국가 주석 임기 제한이 폐지되면서 중국은 사실상 시진핑 1인 독재 체제로 돌입했다. 이후 중국은 세계 질서에 가히 위협적이라 할 수 있는 행적을 드러내고 있다. 우리는 중국을 이해할 수 있을까? 현 MIT 경영대학원 교수이자 중국-인도 연구센터 주임인 미국 내 중국 전문가 야성 황 교수는 과거의 문명국가, 현대의 문제국가 중국을 읽는 새로운 접근, ‘EAST 공식’을 제시한다. 시험(Examination)과 독재(Autocracy)와 안정(Stability)과 기술(Technology) 네 가지 주제의 머리글자를 딴 이 공식은, 현대 중국을 존재하게 한 ‘국가 확장 공식’을 가리킨다. 중국인의 인식론 바탕에는 EAST의 첫 글자이자 토대가 되는 시험, 과거(科擧) 제도가 있다. 587년 수나라에서 처음 개발된 이후 오늘날 가오카오(GAOKAO, 高考)까지 이어진 ‘과거 메커니즘’은 중국 사회를 지배해오면서 ‘독재’ 체제 속에서 ‘안정’을 가능하게 했고 국가 주도 ‘기술’ 발전을 촉진시켰다. EAST 공식은 현대에도 여전히 유효할 것인가? 중국의 야욕이 세계 질서를 흔드는 이때, 이 책은 거대한 시한폭탄의 해체도면을 그리며 중국이 나아가야 할 새로운 균형을 제안한다.

 

수나라에서 시진핑까지,
대국은 어떻게 탄생하고 몰락하는가?

2018년 국가 주석 임기 제한이 폐지되면서 중국은 사실상 시진핑 1인 독재 체제로 돌입했다. 이후 중국은 팬데믹 당시 도시 전체를 봉쇄한 ‘제로 코로나’ 정책,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서 통합의 이름으로 저지른 소수민족 탄압 정책과 인권 유린 등 세계 질서에 위협적이라 할 수 있는 행적까지 드러내고 있다. 2023년 10월 1일,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74주년을 통과하며 마침내 중국은 소련의 수명까지 뛰어넘었다. 국가가 모든 개인의 정보를 사생활 단위로 수집하고 통제하며 종교·사상 어떤 다양성도 인정하지 않는 나라. 중국공산당의 지배 아래 문화대혁명 등 국가적 재앙을 수차례 겪었음에도 G2의 대결 구도를 그리며 미국을 추격하고 있는 중국.

우리는 중국을 이해할 수 있을까? MIT 경영대학원 교수이자 중국-인도 연구센터 주임인 미국 내 중국 전문가 야성 황 교수는 과거의 문명국가, 현대의 문제국가 중국을 읽는 새로운 접근, ‘EAST 공식’을 제시한다. EAST 공식은 단순 동양(East)을 뜻하지 않는다. 시험(Examination)과 독재(Autocracy)와 안정(Stability)과 기술(Technology) 네 가지 주제의 머리글자를 딴 이 공식은, 현대 중국을 존재하게 한 ‘국가 확장 공식’을 가리킨다. 수나라에서 시진핑까지, 대국은 어떻게 탄생하고 몰락하는가? 이 책이 제시하는 중국 특색의 국가 확장 공식을 통해 새롭게 알 수 있다.

베이징 출신 MIT 교수의
이제까지 없던 날카로운 통찰

중국의 야망과 위기는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사회, 정치, 경제를 외부와 내부 양쪽의 시선으로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며 분석한 연구는 이제까지 없었다. 1960년 베이징 출생으로 1985년 하버드 대학교 행정학부를 졸업하고 1991년 박사학위를 취득한 저자는 로마 제국과 한나라를 비교하고, 영국 튜더 왕조 헨리 8세의 스캔들과 명나라 만력제의 황태자 책봉 거부를 비교하는 등 동과 서를 함께 살핀다. 무엇보다 중국 최초의 통일 왕조 진나라가 나무 몽둥이를 든 농민 반란군의 손에 무너진 진승·오광의 난에서 ‘정치적 중국’의 기원을 찾는 것에서 시작하여 중국 역사 구석구석 뿌리 내린 사료를 남김없이 끌어와 자기만의 데이터로 삼는다.

저자는 젊은 날 떠나온 땅을 향한 안타까움과 옛 문명에 대한 존중을 드러내면서도, 패색이 짙은 현 상황을 마치 최첨단의 수술실에서 메스를 잡은 화타와 같이 낱낱이 해부해 냉철하게 분석하고 서늘하게 진단한다. 중국의 부상과 침체, 현재와 미래를 통찰하는 저자의 명명백백한 분석은 선명한 비판도 아끼지 않으며 공명정대하게, 누구보다 날카롭게 역사의 시시비비까지 가린다. 학문적 야심을 논쟁적인 논리와 연구와 수치와 데이터로 단단히 뒷받침한 이 책을 통해 세계는 마침내 진짜 ‘중국’이 무엇인지 눈뜨게 된다.

과거 제도는 어떻게
중국을 형성하고 지탱했나

한때 세계 GDP 60%를 차지했던(송나라) 중국은 왜 초기 기술 우위를 살리지 못하고 독자적인 산업 혁명을 시작하지 못했을까?[소위 조지프 니덤의 니덤 문제(Needham Question)] 콜럼버스보다 이미 한 세기 먼저 대항해를 나섰던 명나라는 왜 해양 무대에서 스스로 퇴장했는가? 중국사에 해박한 독자들이 품었을 의문 역시 이 책이 주목한 ‘과거 제도’의 비밀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중국인의 인식론 바탕에는 EAST의 첫 글자이자 토대가 되는 시험, 과거(科擧) 제도가 있다. 국가 주도 관료 채용 시험인 과거 제도는 나라의 모든 인재에게 유교라는 단 하나의 체제만을 통일된 커리큘럼으로 교육하고 각 개인을 철저히 수치로 판단하여 위계를 부여하는 시험에 이르는 전체 과정을 가리킨다.

587년 수나라에서 개발된 이후 오늘날 가오카오(GAOKAO, 高考)까지 이어진 ‘과거 메커니즘’은 중국 사회를 지배하며 ‘독재’ 체제 속에서 ‘안정’을 가능하게 했고 국가 주도 ‘기술’ 발전을 촉진시켰다. 그런데 획일성은 창의성을 제물로 삼는다. 황실의 무기가 된 과거 제도는 어떤 규격 외 사건도 허락하지 않았고 관료제 외부에서 ‘사회’는 조직될 수 없었다. 저자는 시곗바늘을 바삐 돌리며 개혁개방 시대에는 젊은 인재들의 성장과 교육을 어떻게 범위의 땅으로 ‘아웃소싱’했는지, 자유의 땅에서 그들이 키운 결실을 어떻게 국가의 몫으로 돌렸는지도 조리 있게 밝힌다. 1,5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정책이 어떻게 한 국가의 인식 체계를 지배했는지 탐구·분석하여 마침내 오늘날 국제 정세 속 기현상의 발생 원리까지 밝히는 이 책은 독자에게 정신적 쾌감을 선사한다.

개혁 없는 대국은 몰락하고
거대한 하나의 중국은 무너진다

저자는 규모(Scale)와 범위(Scope) 두 상반된 힘의 축을 세운 다음, 그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오고 가는 균형과 긴장으로 중국의 역사를 해석한다. 규모는 동질성을, 범위는 이질성을 의미한다. 규모의 사회가 통일된 거대한 질서를 자랑한다면, 범위의 사회는 다양한 가치와 개성을 존중한다. 저자는 국가 확장과 유지를 위해 다양성을 희생하고 ‘규모’를 우선해온 유구한 역사적 맥락에 중국공산당이 기대어 있음을 왕조 시대 중국부터 중화인민공화국까지 중국 역사 전체를 재료로 한 여러 데이터 실험을 통해 밝힌다.

시진핑 정권은 이전 정권의 개혁주의 노선에서 후퇴해 ‘규모 극대화’를 추구하고 있다. 저자는 중국의 혁신을 훼손하고 최소한의 ‘범위’도 인정하지 않는 시진핑의 중국공산당은 결국 중국을 파멸시킬 것으로 파악한다. 혁신 없는 대국은 무너지고 시진핑이 꿈꾸는 거대한 중국은 필패한다는 것이다. 특히 시진핑은 2018년 임기 제한을 폐지함으로써 ‘털록의 저주’를 봉인해제 해버렸다. EAST 공식은 현대에도 여전히 유효할 것인가? 중국의 야욕이 세계 질서를 흔드는 이때, 이 책은 거대한 시한폭탄의 해체도면을 그리며 중국이 나아가야 할 새로운 균형을 제안한다. 행동 기제를 파악하면 다음 수를 읽을 수 있고, 메커니즘을 알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 독보적으로 유익하고 분석적인 이 책은 독자에게 많은 질문을 던질 것이다. ‘아무나’를 위한 책은 아니다.

세계를 가로지르는 거시적 관점을 적확하고 옳은 근거로 기둥 세운 분명한 통찰을 원하는 독자에게 이 책을 권한다. 역사의 거대한 구조를 뼈째 씹어 삼키고 ‘중국’이 어디로 갈지, 세계의 미래와 중국의 운명을 예측하는 당신만의 통찰을 완성하라. 덧붙여, 오늘의 한국 독자에게 이 책은 더욱 의미가 있다. 우리는 과거 제도와 유교 이데올로기를 직수입해 사용해 왔다. 전 국민을 일관된 수치로 평가하는 시험이 존재하는 사회의 능력주의 신화와 위계질서 내재화 및 이질성 거부 현상은 우리와도 무관하지 않다. 규모를 이룩하고 유지하기 위해 통일된 질서를 우선할 것인가, 사회에 때로는 혼란을 그러나 발전을 가져올 다양한 가치를 추구할 것인가? 그들의 위기를 살펴 우리의 나아갈 길을 준비하자.

목차

머리말

서론. EAST 공식이란

1부 시험

1장. 규모 확장 수단으로서의 과거 제도
2장. 중국의 조직화 - 그리고 중국공산당

2부 독재

3장. 사회 없는 국가
4장. 권위주의적 평균으로의 회귀

3부 안정

5장. 무엇이 중국의 전제 정치를 안정적으로 만드는가?
6장. 털록의 저주

4부 기술

7장. 니덤 문제의 재구성
8장. 정부 공화국

5부 EAST 공식

9장. 시진핑의 공산당
10장. EAST 모델을 깨고 나오기?

연표

참고문헌
찾아보기

본문인용

과거 제도는 중국 사회의 사분면과 역사를 넘나들며 깊이 침투했다. 중국의 모든 것을 아우르며 수많은 중국인의 시간과 노력을 무지막지하게 요구했고, 가치, 규범, 사유의 인큐베이터가 되어 중국인의 정신적 기반에 자리하는 이념과 인식론에 영향을 미쳤다. 과거 제도는 또한 국가의 권력과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고안된 일종의 국가 기관이기도 했다. 국가는 직접적으로는 최고의 인적 자본을 독점했고, 간접적으로는 종교 기관, 상인 집단, 지식인 집단이 인재를 선발할 수 있는 사회적 접근을 박탈했다.
--- 「머리말」 중에서

동질성(homogeneity)과 이질성(heterogeneity) 사이에서 발생하는 긴장은 규모와 범위라고도 부르는데, 이는 오늘날까지 중국 역사의 기저에 흐르는 근원적인 주제이다. 진승·오광의 난은 규모와 범위의 복잡성을 무시할 경우 위험을 자초한다는 교훈을 드러낸다. 중국의 통치자들은 이러한 긴장이 발생할 때 동질성을 위해 이질성을 희생시키는 방식을 사용해 왔다. 이데올로기에서는 유교나 공산주의라는 하나의 사상이 다른 사상을 죽이면서 힘을 얻었다. 정치에서는 황제나 중국공산당 총서기 등 단 한 명의 통치자가 다른 권력 중심들을 눌렀다. 관료 사회에서는 한 유형의 인적 자본인 유학자 관료들, 또는 테크노크라트들이 다른 유형의 인적 자본을 몰아냈다.

이 책의 핵심은 중국의 독재가 깊숙이 뿌리내리며 확고하게 지속해온 토대에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효과적인 독재 실행 메커니즘이 있다는 것이다. EAST 공식의 첫 글자인 관료 채용 시험과 능력주의는 여러 세대에 걸친 중국 독재자들의 손끝에서 이러한 동질화 실행 도구가 발명되고, 확장되고, 성숙한 과정을 설명하는 데 중심적으로 등장한다.

국가는 규모와 범위 사이에서 최적의 균형을 유지해야 제대로 기능할 수 있다. 진나라는 문자 그대로 균형을 잘못 잡음으로써 자멸했고, 수나라는 범위 조건을 무시해 중국의 기술 우위를 낭비했다. 시진핑은 개혁개방 시대의 수많은 이질성을 말살함으로써 이전 시대의 실수를 반복하고 있으며 중국의 경제와 기술을 망가뜨리고 있다.
--- 「서론. EAST 공식이란」 중에서

역사학자 첸무는 팔고문을 가리켜 “인간 재능의 가장 큰 파괴자” 라 불렀다. 그러나 팔고문이 채택된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태생적으로 주관적인 주제에 객관성을 부여하기 위함이었다. 또 지원자 후보군이 크면 클수록 표준화된 형식이 필수적이다. 확장은 표준화를 요구했다.
--- 「1장. 규모 확장 수단으로서의 과거 제도」 중에서

1978년에서 2018년 사이 개혁개방을 내세운 중국공산당은 그 균형을 찾아냈다. 개혁개방주의자들은 지방에 상당한 수준의 자율을 부여하여 ‘M자형 경제’로 알려진 구조 안에서 신생 기업의 진입과 경쟁을 가능하게 했다. 동시에 지나친 지역 자율의 잠재적 위험도 간과하지 않았고, 중국공산당의 중앙집권적 인사 관리의 틀 안에 M자형 경제를 집어넣었다. 그 결과 탄생한 시스템은 권한을 부여하는 동시에 자율을 제약하고, 그 시스템 안에서 활동하는 주체들의 인센티브를 형성하고 구조화한다.

나는 1장에서 과거 중국 제국이 고도로 형식화된 과거 시험의 성과에 따라 확장되었다고 가정했었다. 그렇다면 그 과거 시험 성적에 상응하는 현대의 능력주의적 성과 지표는 무엇일까? 바로 GDP이다. 여기서는 GDP라는 단일 지표에 기반한 인사 통제와 M자형 경제라는 두 가지 서로 다른 장르가 있다. 전자에는 후자의 존재가 필수다.
--- 「2장. 중국의 조직화 - 그리고 중국공산당」 중에서

조지프 헨릭은 자신의 저서 『위어드』에서 왜 서양이 다른 문명들과 다른지 그 문화적, 심리적 뿌리를 탐구한다. 세계의 다른 나라들이 빈곤과 퇴보에 빠져있던 시기에 서양은 처음으로 교육, 산업화, 부, 민주주의를 이룩했다. (…) 매우 흥미로운 접근 방식이지만, 그의 공식을 중국에 적용하면 눈에 띄는 변칙이 나타난다. 고대 중국의 특징은 사회 엘리트층을 넘어선 대중적 문해력이었지만, (그의 주장대로라면) 문해력에 기인해야 하는 근대화의 효과는 전혀 얻지 못했다. 중국의 문해력은 다음 단계로 나아가지 못했다. 즉, 높은 수준의 기초 문해력이 더 폭넓고 보편적인 문해력을 위한 씨앗을 심지 못했다. EAST 공식은 중국의 문해력이 오히려 정반대 효과를 낳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표준화된 시험은 정답과 가치 정렬을 위해 권위에 의존하고 숭앙하는 정신적 습관을 만든다. 또한 표준화된 시험은 교육학자들이 복잡하고 이질적인 사회를 성공적으로 헤쳐나가는 데 필수적인 정신적 특성이라고 분류하는 것들을 평가절하한다. 여기에는 비판적 사고(의견의 독립성, 논리와 추론에 대한 신뢰), 다양성 인정(우리 주변의 세계가 이질적이라는 인식), 공감(다른 사람의 관점에서 세상을 보는 능력)이 포함된다. 과거 제도는 이러한 자유주의적 가치를 모조리 부정한다.

순응이 승리의 공식이었다. 이 강력한 문화적 전통에 젖어 있는 수험생들이 개인적 요소에 집중하지 않는 것은 전혀 놀랄 일이 아니다. (…) 전제 국가는 과거 시험을 통해 인간의 관점뿐 아니라 정치의 공통 언어까지 독점했다.
--- 「3장. 사회 없는 국가」 중에서

덩샤오핑, 후야오방, 자오쯔양이 이끌었던 1980년대는 시진핑의 중국이라는 시점에서 보면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1980년대 중국을 특징짓는 놀라운 수준의 권력 분산, 이념적 다양성, 눈부신 경제 성과는 1989년 6월 4일 천안문 항쟁 이후 새로운 지도부가 들어서자마자 이러한 업적들을 가능하게 했던 정치 개혁을 전부 뒤집으면서 끝장났다. 혁명 원로들은 천안문 이후 당 지도부의 권력을 강화하기 위해 다양한 권력 중심을 희생시키면서 중국공산당 총서기라는 단 하나의 직책에 힘을 실어주었다. 이러한 누적 투자의 수혜자가 바로 시진핑이다. 역설적으로 천안문은 미래의 독재자를 위한 길을 열어준 것이다.

천안문 이후 중국 지도부는 왜 국유기업 민영화와 외국 자본에 대한 개방을 공격적으로 추진하면서도 농촌 기업가 정신은 억압했을까? 순수하게 경제적인 측면에서만 보면 1990년대의 이러한 편향된 자유화는 1980년대와 비슷한 GDP 성장률을 가져왔다. 하지만 여기에는 정치적인 계산이 있었다. 이 전략은 중국 역사에서 수직적 자본주의, 즉 국가에 의존하는 자본주의를 재창조했다.

덩샤오핑과 천윈은 입헌 민주주의는 배제했지만, 적어도 세 개의 통치 기관인 중앙정치국 상임위원회, 중앙군사위원회, 국가 주석에게 권력을 분산하기 위해 의미 있고 합리적인 방식을 취했으며, 중국 정치 체제에 견제와 균형의 역학을 잠재적으로 도입할 수 있는 중앙고문위원회를 창설했다. 다시 말해, 그들은 마찰적인 독재 체제를 만들어 낸 것이다. 그리고 1989년 이후 이 체제를 스스로 말살해 버렸다. 오늘날 인격 숭배가 부활하고 문화대혁명의 ‘지저분하고 잔인하며 짧은’ 정치의 망령이 또다시 중국을 배회하고 있다. 2022년 10월 제20차 당대회에서 시진핑은 두 전임자가 세운 선례를 깨고 세 번째 임기를 시작했다. 중국은 재앙과도 같았던 마오쩌둥의 종신 집권 체제로 완전히 돌아갔다. 마오쩌둥 시대는 독재적이었고 경제적 파탄을 초래했을 뿐 아니라 권력 투쟁과 후계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그리고 이는 향후 중국을 기다리고 있는 불길한 미래일지도 모른다.
--- 「4장. 권위주의적 평균으로의 회귀」 중에서

즉, 중국식 시스템은 적합한 사람을 포용하고 부적합한 사람을 배제하는 데 탁월했다. 유능한 인재를 확보하면서도 통치에 대한 도전은 피해갈 수 있었던 그 시스템은 무엇이었을까? 바로 인적 자본에 등수를 매기는 것이었다. 합리적인 독재자가 이러한 시스템을 고안한다면 과거 제도와 매우 흡사할 것이다.

유교는 본질적으로나 통치 수단으로서나 독재자의 이데올로기이다.
--- 「5장. 무엇이 중국의 전제 정치를 안정적으로 만드는가?」 중에서

중국공산당은 ‘시스템’을 사람들의 집합이 아니라 (조직 경제학의 언어로 표현하자면) ‘서로 연결된 계약들이 집합’, 즉 인센티브와 규칙과 제약의 집합과 배열로 보는 태도 덕분에 생존했다. 이 개념에서 시스템을 바꾼다는 것은 산수 계산을 하는 것과 비슷하다. 반부패 캠페인을 벌여서 10만 명의 부패 공무원이 숙청되면, 국가는 전체 명단에서 10만 명을 뺀 만큼 더 깨끗해진다. 100만 명의 공무원이 숙청되면 국가는 100만 명만큼 더 깨끗해진다.
--- 「6장. 털록의 저주」 중에서

나는 중국 역사에서 가장 흥미로운 시기로 220년부터 581년까지, 즉 위진남북조 시대를 꼽는다. 중국 역사에서 이 시기는 혼란스럽고, 전쟁이 끊이지 않았으며, 경쟁이 치열했고, 정치적으로도 분열되어 있었다. 다시 말해 로마 제국이 무너진 후 ‘다원화된’ 유럽과 매우 흡사했다. 유럽과 또 다른 유사점이 있다면 이 시기가 기술의 전성기였다는 점이다. 위진남북조 시대는 왕조 시대 중국 역사를 통틀어 가장 높은 CDI 지수인 31.1을 기록했다. 이 시기는 중국의 ‘유럽의 순간’이며, 심지어 유럽보다 먼저 그 지점에 도달했다. 위진남북조 시대는 220년에 시작했지만, 로마 제국이 무너진 것은 476년이다.
--- 「7장. 니덤 문제의 재구성」 중에서

중국 대학은 정부의 엄격한 통제와 감독을 받으며, 정부가 운영에도 아주 세밀하게 관여하는 경우가 많다. 엄밀하게 말해서 모든 중국 대학은 관료제의 일부이다. 각 대학은 재정부나 외교부처럼 행정상의 위계가 있다. 예를 들어 베이징 대학교와 칭화대학교는 차관급으로, 하위 대학들 대비 여러 특권을 누린다. 중국의 대학 총장은 정부가 임명하며, 대학 내에서는 엄격한 위계질서가 시행되고 있다. 교수진은 학장이나 총장과 같은 지도자들의 행정적 부속물이다. 연구비는 정부 지원으로 충당된다. 미국에서도 정부에서 연구비를 지원받는 일은 드물지 않지만, 중국에서는 미국의 국립과학재단이나 국립보건원과는 달리 학계보다 관료들이 연구비 지원 결정에 더 많은 재량권을 가지고 있다.

프라사드의 글은 중국이 홍콩을 생각하는 방식과 매우 흡사하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지만 그 사고방식은 완전히 틀렸다. 홍콩이 중국의 수많은 도시 중 하나가 되어버리는 순간, 중국의 수많은 첨단 기술 기업가들이 합법적인 차익거래 기회와 그에 따른 이점을 누릴 수 없게 된다. 시진핑 체제에서 훼손당한 것은 홍콩의 자치권뿐만이 아니다. 중국의 정치와 경제는 다시 중앙집권화되었고, 실용주의를 내세웠던 당의 개혁주의자들이 고안한 이단적 모델은 중국의 적대적인 외교 정책으로 깊은 상처를 입었다.
--- 「8장. 정부 공화국」 중에서

중국은 경제적으로는 남한을 지향하지만, 정치적으로는 북한 모델을 수용하고 있다.

시진핑의 반부패 캠페인은 더 큰 정치적, 개인적 안전을 위한 모색이 되어갔다. 수잔 셔크는 “시진핑은 당과 자신에 대한 충성심을 강화하는 데 몰두하고 있다. 권력을 확고하게 장악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불안정이 두드러지게 눈에 띈다”고 지적한다. 무기가 되어버린 반부패 캠페인의 악영향과 남은 규범과 양심의 가책이 시진핑을 코너로 몰아넣고 있다. 시진핑은 루비콘강을 건너고 말았다.
--- 「9장. 시진핑의 공산당」 중에서

중국은 경제 발전과 지리적 여건이라는 민주주의의 흐름을 거스르고 있다. 동아시아는 민주주의의 활기가 넘친다. 한국과 대만은 오늘날 중국보다 훨씬 높은 소득 수준에서 체제 전환을 시작했다. 동아시아의 이런 패턴에서 눈에 띄는 예외는 중국과 북한이다. 민주화의 ‘제3의 물결’은 중국 해안에 도달하지 못했다. (…) 중국의 GDP는 한국에 근접하고 있는 반면, 정치 체제는 북한에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다. 이는 냉정한 현실이다.--- 「10장. EAST 모델을 깨고 나오기?」 중에서

 

 

서평

잊히고 생략된 시절인 중국의 80년대를 재발견하는 데서 출발하여 오늘날 시진핑 시대를 해석하고 전망하는 놀라운 책이다. 대가만이 할 수 있는 집요한 스토리텔링에 빠져들어 책에서 손을 떼기가 어렵다. 마치 추리소설을 읽는 느낌이다. 지금 온갖 중국 이야기가 넘쳐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면 남보다 한 차원 더 깊은 비밀과 통찰에 도착한 자의 뿌듯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중국 必敗와 必覇, 둘 중 어떤 결론에 도달할지 독자 몫을 남겨 놓은 한국어판의 제목이 의미심장하다. 읽고 판단하기 바란다.
-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책 제목의 EAST는 중국을 가리키기도 하지만, 부제에 나열된 중국 역사의 네 가지 열쇠를 의미하기도 한다. 6세기에 시작된 중국의 과거 시험은 엘리트 계급을 지향하는 이들이 국가에 봉사한다는 하나의 목표를 중심으로 단결하도록 강요했다. 독재는 국가 내부의 세력 간 균형과 국가 외부의 사회적 권력 중심을 제거함으로써 성장했다. 중국공산당은 이러한 오랜 전통을 나름의 독자적인 형태로 도입함으로써 자해에 가까운 혼란에도 불구하고 권위주의 체제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중국 왕조들이 최고 수준의 안정을 위해 치른 대가는 기술의 침체였다. 중화인민공화국의 아버지인 마오쩌둥이 사망한 후 개혁주의 지도자들은 혁신, 기업가 정신, 경제 성장을 위해 시스템을 개방했다. 그러나 이제 저자는 시진핑의 현대화된 제국주의 통치와 자유에 대한 탄압이 중국이 짧은 기간 누렸던 역동성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다고 예측한다. 저자만의 광범위하고 흔들림 없이 예리한 분석은 시진핑의 ‘중국몽’이 문자 그대로 일장춘몽에 불과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 앤드류 네이선 (〈포린 어페어스〉)

 

놀랍도록 독창적이고 명석하며 통찰력 있는 이론적 주장은 물론 방법론적 완성도 역시 주목할 만한 책. 광범위한 비교 사례와 탄탄한 통계 분석을 활용하여, 한 제도의 도입이 중국 역사를 어떻게 근본적으로 바꿔놓았는지 설명한다. 우아하고 이해하기 쉬운 스타일로 쓰여 학부생과 대학원생 모두에게 완벽한 교과서가 될 것이다. 출간과 동시에 고전에 반열에 오를 만한 책. 이론적 야망과 학문적 빼어남을 보여주는 영감이 가득하다.
- 민신 페이 (〈차이나 쿼터리〉)

 

 

 

저자소개

저자 : 야성 황 (Yasheng Huang, 黄亚生)
MIT 슬론 경영대학원 교수. 중국-인도 연구센터 주임. 1960년 베이징 출생, 1985년 하버드 대학교 행정학부를 졸업하고 1991년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푸단대학교, 하버드 경영대학원에서 재직했다. 저서로는 《중국 특색의 자본주의Capitalism with Chinese Characteristics》《중국을 세일즈하다Selling China》《중국의 인플레이션과 투자 통제Inflation and Investment in China》 등이 있다.
번역 : 박누리
20대에는 다수의 책을 우리말로 옮긴 번역가로, 30대에는 한국과 일본 굴지의 테크 기업에서 자본 시장 업무를 담당한 테크업계 금융인으로 살았다. 현재는 한국의 콘텐츠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있다. 인문학적 두뇌와 자본 시장의 감성을 품고 다양한 온라인 미디어에 기고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우크라이나에서 온 메시지》《재닛 옐런: 유리 천장을 뚫은 우리 시대의 경제학자》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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