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안녕하세요, 여러분!
저희는 학교에서 여러분과 같은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이에요. 그런데 저희에게는 다른 선생님들이 많이 해보지 못한 특별한 경험이 있는데요. 그것은 바로 얼마 전까지 외국에 있는 한국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지냈다는 점이지요. 그렇게 외국에 몇 년간 살면서 그곳에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흥미 있는 이야깃거리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여러분은 문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친구의 성격을 알게 될수록 점점 깊은 사이가 될 수 있듯이 세계 여러 나라의 문화를 알게 되면 그 나라 사람들을 더욱 잘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교통, 통신 수단의 발달로 세계 여러 나라의 교류가 더욱 활발해지게 된 지금, 각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려는 노력은 더욱 필요하겠죠?
아무쪼록 이 책이 그동안 단편적으로 알고 있거나 잘 알지 못했던 나라를 바르게 이해하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또 이 책을 읽는 여러분이 열린 마음을 가지고 세계와 소통하는 멋진 인재로 자라나길 소망합니다.
[책 속으로]
“사실 이 피라미드를 처음 만들 때는 경사각이 54도가 되게 설계했다고 해. 그런데 피라미드를 높이 쌓아갈수록 사람들은 무너질까 봐 걱정이 되기 시작했지.”
선생님이 두 손으로 피라미드가 무너지는 흉내를 내자 나는 속으로 움찔했다.
“그래서 만드는 도중에 경사각을 43도로 낮추게 되었고, 피라미드는 지금의 굴절된 모습으로 완성되게 된 거야.”
“그래도 이렇게 무사히 완성되어서 정말 다행이에요.”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말했다.
“쿠푸는 아버지인 스네프루의 실패를 거울 삼아 유명한 대피라미드를 완성할 수 있었군요. 스네프루님, 감사합니다!”
슬기는 두 손을 모아 기도하는 시늉을 했다.
-p. 42, ‘최초의 피라미드는 실패작?’ 중에서
“운베소(un beso)는 ‘한 번의 키스’라는 뜻이야. 볼을 맞댈 때 ‘쪽~!’ 하는 소리도 잘 내야 하지. 팬데믹이 한창일 땐 주먹 인사를 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다들 운베소를 하잖아.”
“우리 아빠는 처음엔 볼이 세게 부딪쳤다고 해서 너무 웃겼어.”
“하하. 그건 우리도 가끔 있는 일이지. 여기서는 운베소로 인사하는데 스페인이나 이탈리아에서는 도스 베소(Dos besos, 두 번의 키스, 이탈리아어로는 Due Baci, 두에 바치)로 인사를 해. 사실 팬데믹 초기에는 이런 볼 키스 때문에 코로나 바이러스가 많이 퍼지기도 했대.”
“나는 아직도 남자 친구들이나 어른들과 운베소를 할 때 까끌까끌한 수염은 좀 이상해.”
“그런데 다나야, 너네 오빠는 정말 여기서 살아야 할 것 같아.”
“왜?”
“호세는 교실에 들어오면 한 바퀴 돌면서 30명이 넘는 친구들 모두와 운베소나 아브라소(abrazo, 포옹)를 해. 우리도 그렇게까진 하지 않는데 말이야.”
“나는 여기 운베소 문화가 제일 좋더라고.”
-p. 72, ‘만날 때와 헤어질 땐 뽀뽀~!’ 중에서
“선생님, 그런데 겨울이 되면 우리가 사는 모스크바는 태양이 비추지 않는데요?”
“지환이 잘 봤구나! 맞아. 그래서 겨울에는 낮이 짧고 밤이 긴 셈이지. 특히 여기 무르만스크에서는 하루 종일 밤이 된단다.”
“선생님, 저는 가족들이랑 무르만스크에 오로라를 보러 겨울에 갔는데 완전 깜깜하지만은 않았어요.”
“그래, 하루 종일 태양이 직접 비추지는 않아 극야 상태이지만, 공기 알갱이 때문에 빛이 반사되어서 어슴푸레 보이는 거야.”
“그런데 지금은 아침 9시인데도 아직 어둡네요.”
수현이는 선생님이 닫아놓은 커튼을 열어 창밖을 보며 말했다.
“이곳 모스크바는 겨울에 낮이 짧고 밤이 기니 오후 3시면 금방 어두워질 거야.”
“그럼 우리 학교도 좀 더 일찍 마쳐야 하는 것 아닌가요? 캄캄해질 때까지 공부하긴 싫어요!”
“맞아요!”
친구들이 수현이 말에 모두 맞장구를 쳤다.
“좋아. 대신에 그럼 낮이 긴 여름에는 더 많이 공부하는 것으로 하자!”
선생님의 말에 교실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p. 100~101, ‘하루가 너무 짧은 겨울’ 중에서
“중국어로 만든 이름 좀 더 알려주세요.”
“여기 이 콜라는 중국에서는 ‘커코우커얼러(可口可乐)’라고 해. 소리도 비슷한데 뜻도 있어. ‘맛이 좋고 즐겁다’라는 뜻인데 꽤 어울리지 않니?”
“우리나라도 한자어를 많이 쓰는데 그럼 중국어랑 발음이 비슷한 것도 있어요?”
“그럼, 많지. 학교에 있는 도서관 있지? 도서관을 중국에서는 ‘투슈과안(도서관)’이라고 해. 잘 생각해 보면 알아들을 수 있겠지? 운동장은 ‘윈똥챠앙(운동장)’이라고 하고. 물론 중국어에는 성조가 있어 우리나라 말과는 조금 다른 면이 있지만 그래도 발음은 비슷하지.”
“윈똥챠앙이요? 뭔가 아닌 것 같으면서도 비슷해요.”
“그럼 우리 다 먹었으면 ‘싱바커(星巴克)’에 가서 커피를 마실까?”
“네? ‘싱바커(星巴克)’가 어디예요?”
“어디일 것 같니?”
“음, 싱이 별을 나타내니까, 영어로는 스타. 아, 스타벅스 아니에요?”
-p. 125~126, ‘KFC가 컨더지(肯德基)?’ 중에서
“그런데 여기 도톤보리 강에는 유람선이 지나가네요.”
“이 앞을 흐르는 강은 운하라고 부르는데 인공적으로 배가 다닐 수 있게 만든 거란다.”
“그렇군요. 이걸 사람이 만들었다니 놀라워요.”
“라임아, 저기 관광객들이 손을 흔들고 있구나.”
나도 힘차게 손을 흔들었다. 유람선이 미끄러지듯이 우리 앞을 스쳐 지나갔다.
“맞다, 그런데 그거 아니? 이렇게 유명한 도톤보리 운하를 백제의 후손이 만들었다는 거 말이야.”
“네? 그게 정말이에요?”
“고대 백제에서 건너온 왕족의 후손인 ‘나리야스 도톤’이 1612년경에 공사를 진행해서 완성을 시켰다고 하는구나.”
“그러면 혹시 도톤이라는 이름에서…….”
“빙고! 도톤의 이름에서 도톤보리가 유래된 거지.”
-p. 138, ‘오사카의 유명한 관광지를 백제의 후손이 만들었다니?’ 중에서
“베트남 사람들은 아침 일찍 외식을 많이 한단다. 식당도 문을 열었을 거야. 베트남 하면 쌀국수 아니겠니? 한번 먹어보자고.”
엄마가 한쪽 눈을 찡긋하며 내 손을 잡아끌었다. 엄마 말처럼 아침 시간에 식당은 손님들로 가득 차 있었다.
“신짜오.”
우리가 인사를 하자 식당 직원이 물 같은 것을 두 잔 내어주었다.
“이게 뭐예요?”
마시기 전에 직원에게 물었다.
“이건 짜다예요.”
‘짜다? 음식이 짜다는 말인가? 헤헤.’
속으로 킥킥거렸다.
“승준이 너, 짜다라는 이름 듣고 웃은 거지?”
“네, 맞아요.”
“우리나라에서 옥수수차, 보리차를 물 대신 마시는 것처럼 여기 호치민 사람들은 짜다를 마시지. 쌀국수가 약간 느끼하게 느껴질 때 이 차를 마시면 느끼한 맛을 잡아준단다.”
아빠의 설명을 들으니 이 차가 더욱 맛있게 느껴졌다.
-p. 169, ‘쌀국수의 본고장, 베트남’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