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신전》은 ‘간신 3부작’의 하나로 인물편이다. 역대 거물급 간신들 중 18명을 추려 그들의 행적을 상세히 추적했다. 특히 그들의 간행, 즉 간사한 언행을 실현하는 수법에 중점을 두고 살펴보았다.
수천 년 중국사를 통해 숱하게 많은 간신들이 출몰했다. 나라를 망치고, 나라를 망하게 만들고, 심지어 나라를 팔아먹은 매국노급 간신도 적지 않았다. 이런 간신 18명을 시대 순서로 골라 그 행적을 소개한다. 이 책에 소개된 18명의 간신의 신상명세를 간략하게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1. 조고(趙高, ?~기원전 207) / 진(秦, 기원전 221~기원전 206) / 피살
최초의 통일 왕조 진나라를 불과 15년 만에 망하게 만든 원흉의 하나이며, 간신의 수법을 대표하는 ‘지록위마(指鹿爲馬)’라는 유명한 고사를 남겼다. 교묘한 말재주를 특기로 한다.
2. 양기(梁冀, ?~159) / 동한(東漢, 25~220) / 피살
제갈량도 치를 떨었던 외척 간신을 대표하는 인물로 부인 손수(孫壽)와 함께 서로 사치와 향락을 다투며 탐욕의 극을 달렸다. 어린 황제 질제(質帝)가 자신을 조롱했다고 서슴없이 독살하고 대권을 장악하여 나라를 뒤흔들었다.
3. 동탁(董卓, ?~192) / 동한 / 피살
동한 말기의 군벌로서 무력으로 환관과 대신들을 살육하여 대권을 장악했다. 자기 권력 행사에 방해되는 사람은 누구를 막론하여 해쳤다.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권력욕의 화신으로 무소불위(無所不爲)의 권력을 휘둘렀으나 양아들 여포(呂布)에게 살해되었다.
4. 우문호(宇文護, 515~572) / 북주(北周, 557~581) / 피살
시기와 질투의 화신으로 19년 동안 권력을 멋대로 휘두르며 자기보다 나은 사람들을 수없이 해친 간신이다.
5. 양소(楊素, ?~606) / 수(隋, 581~618) / 우울증으로 사망
역사상 희대의 혼군 수 양제(煬帝)와 결탁하여 궁정의 거의 모든 음모에 앞장서 양제의 형인 태자 양용(楊勇)과 아버지 문제(文帝)를 죽였다. 갖가지 속임수로 자립한 인물이다.
6. 이의부(李義府, 614~666) / 당(唐, 618~907)
‘웃음 속에 칼을 감추다’는 ‘소리장도(笑裏藏刀)’라는 별명의 소유자로, 음험하고 교활한 성품에 시기와 질투에 사로잡혀 자신의 마음과 맞지 않는 사람들을 가리지 않고 잔인하게 해친 인간 삵괭이였다.
7. 이임보(李林甫, ?~752) / 당
‘입으로 달콤한 말을 술술 내뱉지만 속에는 칼을 품고 있는’ ‘구밀복검(口蜜腹劍)’이란 별칭으로 불리는 거간이다. 남다른 눈치와 따를 수 없는 아첨으로 황제의 비위를 맞추어 장장 19년 동안 재상 자리를 지키면서 정직하고 유능한 대신들을 해쳤다. 이임보를 기점으로 대당 제국은 쇠퇴의 길로 접어들었다.
8. 양국충(楊國忠, ?~756) / 당 / 피살
이임보의 뒤를 이은 재상으로 사사로운 은원관계로 사람을 쓰고 일을 처리하는 데 능숙했다. 정적 안록산(安祿山)을 제거하기 위해 그를 압박한 결과 안록산은 반란을 일으켰고, 이후 당 제국은 암흑으로 빠졌다.
9. 노기(盧杞, ?~약 785) / 당
간사한 짓을 저지르고도 그것을 모르게 만들었던 간신 중의 간신이다. 자신을 무시하는 재상 양염(楊炎)을 갖은 수단으로 모함하여 끝내 죽였다. 위대한 서예가 안진경(顏眞卿)도 그의 독수에 걸려 죽임을 당했다.
10. 채경(蔡京, 1047~1126) / 북송(北宋, 960~1127) / 유배사
‘세월이 얼마나 남았다고 사서 고생입니까’라는 말로 휘종을 꼬드겨 엄청난 토목공사를 일으키게 하고, 호화사치와 쾌락에만 몸을 맡기게 만들어 결국 북송 왕조를 끝장나게 만든 간신이었다. 땅이 1억 평에 생일잔치에 메추리탕 한 그릇을 위해 메추리 수백 마리를 희생시켜 백성을 허탈하게 만들었다.
11. 황잠선(黃潛善, ?~1129) / 북송 / 유배사
나라가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도 일신의 편안함과 추구하여 외적이 나라를 유린하도록 방치하고, 권력을 멋대로 휘둘러 재상으로 있으면서 숱한 충신과 인재를 죽였다.
12. 진회(秦檜, 1090~1155) / 남송(南宋, 1127~1279)
자신의 사리사욕을 위해 이민족에게 나라와 백성을 팔고 ‘막수유(莫須有, 혹 있을 지도 모르는)’라는 있지도 않은 죄목으로 명장 악비(岳飛)를 비롯한 수많은 충신을 모함하여 죽음으로 몬 간신 중의 간신이다. 철상으로 만들어져 악비의 무덤 앞에 무릎을 꿇은 채 영원히 역사에 사죄하고 있다.
13. 가사도(賈似道, 1213~1275) / 남송 / 유배 도중 피살
뇌물수수, 소인배 기용, 재물욕, 정적 모함, 음탕함, 적과 내통 등등 간신의 온갖 나쁜 특징을 한 몸에 지닌 간신의 대명사로 꼽힌다.
14. 유근(劉瑾, ?~1510) 명(明, 1368~1644) / 백성에게 맞아 죽음
자질이 그런대로 괜찮았던 황제 무종(武宗)을 향락으로 이끌어 나랏일을 장난쯤으로 여기게 만들었다. 동창과 서창을 설립하여 정적을 무자비하게 해쳤다. ‘서 있는 유씨 황제’라는 별명으로 불릴 정도로 권력을 좌지우지했다.
15. 엄숭(嚴嵩, 1480~1569) / 명
인공 호수에 진귀한 짐승을 풀고, 화려하기 그지없는 별장을 여러 채 소유했던 간신이다. 이를 유지하기 위해 뇌물을 닥치는 대로 삼킨 간신의 대명사였다. 많이 배운 지식인 간신으로 60이 넘은 나이에 내각에 참여하여 권력을 휘둘렀다.
아들 엄세번(嚴世蕃, ?~1565) / 명 / 피살
간신 엄숭의 아들로 아비와 함께 국정을 독단한 부자 간신이라는 이색적인 기록을 남겼다. 첩을 무려 27명이나 거느리는 등 사치와 방탕의 극을 달렸던 인간이다. 처형 뒤 집을 뒤지니 허황금 약 3만 냥, 백금 약 200만 냥, 진귀한 보물들이 수없이 나왔다고 한다.
16. 위충현(魏忠賢, ?~1627) / 명 / 자살
어린 천계 황제의 기호와 취향을 이용하여 조정의 모든 권한을 독단했으며, 결국은 황제를 약물중독에 빠뜨려 스물셋 젊은 나이에 죽게 만들었다. 많은 새끼 간신들을 자기 측근으로 길러 권력 기반을 다지는 수법을 보여주었다.
17. 온체인(溫體仁, ?~1638) / 명
또 다른 간신 주연유 등과 짝을 지어 나쁜 짓이란 모조리 저지르다 끝내는 서로를 해쳤다. 간신에게 의리란 있을 수 없다는 간신의 특징을 잘 보여주었다.
18. 화신(和珅, 1750~1799) / 청(淸, 1616~1911) / 사사
집 2천여 채, 논밭 1억 6천만 평, 개인금고 열 군데, 전당포 열 군데, 20년 동안 청나라 10년 세금 수입에 해당하는 80억 냥을 갈취한 탐욕의 대명사다. ‘화신이 죽자 가경제가 배부르게 먹고 살았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재물을 닥치는 대로 긁어모은 탐욕형 간신의 대명사이다.
보다시피 진·한 이전, 하·상·주시대와 춘추전국 시기의 간신들을 빠져 있다. 기록의 부족과 지면 관계 때문이다. 다만, 일부는 제1부 《간신론 – 이론편》에 소개되었고, 또 몇몇은 필자의 유튜브 채널에 소개되어 있으니 참고할 수 있겠다.[유튜브에 영상으로 소개한 간신으로는 춘추시대 제나라 환공 때의 ‘삼귀(역아, 수조, 개방)’를 비롯하여 비무극, 백비 등이다. 이 밖에 간신현상에 대한 역사적 성찰 영상도 들어 있다.]
이상 18명의 간신들 행적에서 확인되는 공통점은 우리가 끊임없이 지적해온 탐욕과 사리사욕이다. 자신의 부귀영화를 위해 온갖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하여 선량한 관리를 해치고 백성들을 갈취했다. 나라를 팔아넘기는 일까지 서슴지 않았다. 이런 문제는 제1부 《간신론 - 이론편》을 비롯하여 이 책 곳곳에서 지적하고 강조했기 때문에 더 이상의 언급은 피하고 바로 18대 간신의 행적을 살펴본다.
간신들의 행적은 그 신상명세를 비롯하여 그들의 간행을 가능하게 했던 시대적 배경, 기생충과 같은 간신의 숙주인 최고 권력자를 비롯한 관련 인물들을 중심으로 정리했다. 이들이 간신들에게 어떻게 희롱당했는지, 왜 넘어갔는지에 초점을 두고 읽기를 권한다. 또 간신들의 수법에도 주목하고, 이를 다시 3부 《간신학 – 수법편》과 연계시켜 경각심을 돋운 다음, 1부 《간신론 – 이론편》의 간신현상과 연결하여 간신과 간신현상이 얼마나 심각한가를 강화하면 좋겠다.
《간신전 - 인물편》에 소개된 18명은 모두 중국 역사를 더럽혔던 거물급 간신이긴 하지만, 그 행적은 지금 우리 사회를 횡행하며 나라를 망치고 있는 다양한 유형의 간신들과 판박이다. 다만 자료의 한계, 연구의 부족, 현실적 어려움 등으로 과거 우리 역사의 간신들과 비교할 수 없었다는 점이 아쉬울 따름이다. 독자들께서는 《간신론 - 이론편》에서 분류한 바 있는 우리 사회의 다양한 간신 유형들의 특징과 지금 우리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간신들의 간행에 주목하면 그것이 얼마나 심각한 현상인가를 충분히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