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아이는 아이대로 어른은 어른대로 저마다의 깊이로 다가가는 이야기
책을 읽을 때는 웃기다. 굶주림에 쪼그라들어 고양이로 변하는 호랑이가 귀엽고 앙큼하며 단순하게 웃긴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책을 덮은 후에는 애잔하다. 고양이로 나그네의 집에서 배고픔 모르고 살고 있으나 숲속에서 군림하던 호랑이의 포효를 잊지 않고 있는, 그러나 그 웅장한 울음을 더는 낼 수 없는 그런 존재로 고양이가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림책은 아이와 어른이라는 이중독자를 가진 매체다. 이 책은 아이들에겐 고양이를 바라보며 웃기는 상상을 한 이야기로 다가갈 것이며, 어른들에겐 애잔했던 과거의 어느 한 때 또는 지금 웅지를 펼치지 못한 누군가를 떠올리게 하지 않을까? 호랑이와 고양이, 그 둘을 하나의 존재로 엮어 단순하고 웃기지만 강렬하게 자신을 바라보고 또 누군가를 바라보게 함으로써 이중독자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재미나고 묵직한 그림책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그림에 녹여낸 넘치는 위트에서 확장되는 의미
앞면지에 보이는 등엔 용 문신이 그려져 있다. 뒷면지에 보이는 등엔 뱀이 보인다. 용 문신은 숲속에서 용맹하게 살던 호랑이의 것이고, 뱀 문신은 나그네의 집에서 사는 고양의 것임을 책을 덮으며 알게 된다. 또한 호랑이가 가졌던 용 문신은 호랑이를 데려온 나그네의 셔츠 뒷면에 그려져 있다. 이처럼 그림으로 이어지는 이야기를 따라가면 의미가 더 다채롭게 확장된다. 무자비한 인간이 동물들의 쉼터를 쳐들어올 때도 쉽게 포기하는 호랑이와는 달리 먹이로 낙점된 ‘검’자가 붙은 돼지가 보여주는 항거는 치열하다. 돼지는 약자이면서도 끝까지 생존을 위해 분투한다. 반면 호랑이는 털을 직선으로 날리고 눈물을 흩뿌리며 도망치는 모습을 보여주며 위기 아래에서 강자와 약자의 대처를 대비시키기도 한다. 이처럼 빈틈없이 그려진 그림도 라인과 채색, 그리고 효과 측면에서 여러 개의 레이어로 이루어져 있지만, 그림 자체에 담긴 이야기의 방향과 전개의 레이어도 다양하게 얽혀 있어 반복해서 읽을수록 이야기의 폭이 확장됨을 느낄 수 있다.
디지털 회화로 풀어낸 네온 컬러와 이미지의 향연
주인공은 한 마리의 호랑이다. 그러나 이 호랑이의 모습을 표현하는 색깔은 장면마다 이야기를 따라 변한다. 푸른 달빛이 드리워진 사막 위에 축 늘어져 있는 굶주린 호랑이는 푸른색이다. 인간의 습격을 받아 도망가는 호랑이는 붉은색이다. 도망쳐 도착한 사막에서 밤엔 푸른 호랑이로, 낮엔 분홍색 호랑이로 데워진다. 그러다 어느 때는 무지개색 호랑이가 되며 그 색을 점차 바꿔간다. 마지막에는 호랑이 원래의 색을 찾지만 안타깝게도 고양이로 불리는 존재로 남게 된다. 변화하는 색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것은 호랑이만이 아니다. 배경 전체에 적용된 네온 컬러는 호랑이에게 위기가 다가오고 마침내 쪼그라들어 고양이로 정체를 숨기기까지의 버라이어티한 상황을 생동감 넘치게 전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