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자연의 조화로운 세계를 통해
생태적 감수성을 키워 주는 동시들!
동심이 가득한 세계로 어린이들을 초대해 온 청개구리 출판사의 동시집 시리즈 〈시 읽는 어린이〉 150번째 도서 『바람 달력』이 출간되었다. 경북작가상, 구미문학상, 구미예술문학상 등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하고, 초등학교 국어 교과서와 국어 교사용 지도서에 작품이 수록되는 등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는 조영미 시인의 세 번째 동시집이다.
조영미 시인은 초등학교 교사, 장학사, 교육연구사, 교감, 교장을 역임하면서 수많은 어린이 독자의 곁에서 함께 해왔다. 이러한 그의 이력에서 눈에 띄는 부분이 있는데, 바로 경상북도환경연수원에서 〈환경 감수성 문학반〉을 운영하며 시집을 발간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영미 시인이 학생, 교사, 학부모, 일반인들에게 문학뿐 아니라 환경교육 강연을 하고, 환경교육지도상을 수상한 경험에 빗대어 볼 때 ‘환경동시집’이라는 부제가 붙는 『바람 달력』 동시집의 출간이 무척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조영미 시인은 “40여 년 넘게 교직 생활을 하면서 디지털 시대를 만난 아이들이 너무 영상 매체에 젖어 지내고 있어 점점 자연에서 멀어지는 현실이 안타까웠”다고 고백하였다. 안타까운 마음은 학교마다 텃밭과 야생화 꽃밭을 조성하여 아이들이 스스로 채소와 꽃을 가꾸고 곤충을 관찰하면서 자연친화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데까지 나아갔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의 변화는 실로 뚜렷했다. 하지만 많은 아이들이 이러한 환경을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는 게 늘 마음에 걸렸다. 조영미 시인이 “지구를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자연친화적인 생활을 몸소 실천할 수 있는” 작품들로 이 책을 꾸려낸 이유다.
바람 달력에
빼곡이 쓰여 있는 글씨
월(月)요일은
달이 뜨면 솔방울 씨앗 날려보내기
화(火)요일은
불타는 단풍나무 씨앗 멀리 날려보내기
수(水)요일은
계곡의 물 아래로 내보내기
목(木)요일은
숲속 나무 상처 났나 진단하기
금(金)요일은
금성(샛별)을 바라보며 하루일 계획하기
토(土)요일은
숲속 쓰레기 문제 토의하기
일(日)요일은
바람도 쉬면서 초록별 지구 지키기 위해 생각에 잠기기
―「바람 달력」전문
이 동시집의 표제작인 「바람 달력」은 바람의 일정을 적어 놓은 달력을 엿보는 기분으로 읽게 되는 작품이다.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바람의 달력에는 일정이 빼곡하게 적혀 있다. “목(木)요일은/숲속 나무 상처 났나 진단하기”처럼 ‘월화수목금토일’의 한자에서 착안한 발상이 신선하고 재미있다. 바람의 일주일 일정은 토요일에 이르러 양상이 조금 달라진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주중의 일정이 달이 뜬 늦은 밤에 솔방울 씨앗을 날리거나, 금성을 바라보면서 하루 일을 계획하는 등 낭만적인 분위기였다면 토요일과 일요일은 각각 숲속 쓰레기 문제에 대해 토의하고, 초록별 지구를 지키기 위한 생각에 잠기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해설을 쓴 황수대 평론가의 말처럼 사실 지구의 환경을 가장 크게 훼손하는 주체는 바람이 아니라 인간이라는 점에서, 일종의 풍자시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때문에 1부 제목이기도 한 ‘초록별, 우리가 지켜요’라는 문장은 ‘바람 달력’을 엿본 우리 아이들의 실제 외침이 되기를 바라는 시인의 바람으로 읽힌다. 이와 같이 직설적인 화법으로 환경문제를 고발한 유형의 작품으로는 「다 안대요」「멀어지는 달」「물소리」「우리 세상이다」「환경 지킴이」「지구가 슬퍼」 등이 있다.
단순히 ‘환경을 지키자’는 구호를 외치는 것은 문학이라 보기 어렵다. 메시지의 전달에만 급급하여 문학성이 훼손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어린이들에게 무작정 환경을 지키라고만 말한다고 받아들여지거나 지켜질 일도 아니다. 황수대 평론가는 조영미 시인의 환경동시집이 인간과 자연이 아름답고 조화롭게 공존하는 세계를 섬세하게 그려내었다면서 “아이들의 생태적 감수성을 길러주는 동시집”이라고 평하였다. 조영미 시인은 『바람 달력』에서 ‘환경을 지키자’는 직접적 메시지보다 생태계 안에서의 ‘공존’과 ‘조화’를 먼저 보여주면서 자연의 모든 생명체가 그러하듯 인간도 자연 생태계 속에서 조화롭게 어울리기를 바라는 것이다.
산기슭 바위 틈
노랑 양지꽃
하얀 봄맞이꽃
색깔은 달라도
너무 잘 어울린다
길가 가로수
하얀 벚꽃
노란 개나리꽃
크기는 달라도
너무 잘 어울린다
학교 정원
빨간 영산홍
노란 씀바귀 꽃
약속이나 한 것처럼
너무 사이좋게 피어 있다
―「너무 잘 어울려」 전문
인간들은 나와 조금만 달라도 ‘다르다’라고 규정하며 ‘우리’에서 제외하는 경향이 있다. 성별, 인종, 국가라는 큰 틀 말고도 일상의 사소한 부분과 취향까지 반영하여 선을 긋는다. 「너무 잘 어울려」 작품 속에 그려진, 색깔과 크기가 달라도 다투지 않고 사이 좋게 피어 있는 작은 꽃들을 보면서 인간의 배타성이 얼마나 문제적인지 깨닫게 되기를 바란다. 「네 마음의 초인종」「좋다」「시골 별」「더 줄 게 없나」「단풍」「소나무와 너 그리고 나」「담쟁이넝쿨」「너」「기분 좋은 달리기」「섬마을 친구」「벚꽃같이」「네가 있어서」「겨울 호수」「한 지붕 대가족」「이름을 불러 주세요」「함박눈」「시골집」 등 이 시집 전반적으로 ‘노란 양지꽃’과 ‘하얀 봄맞이꽃’처럼 화합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작품이 많은데, 일독을 권한다.
조영미 시인은 『바람 달력』을 통해 “꽃 같은 널 바라보다/내가 꽃이 된 것처럼”(「어쩌지」) ‘나’와 ‘너’가 화합을 넘어 일체성을 획득하는 세계, 전부를 품어 주는 자연 속에서 생명을 가진 모두가 ‘한 지붕 대가족’(「한 지붕 대가족」)을 이루는 세계를 그려내었다. 이제 이처럼 다정하고 아름다운 세계에 함께 뛰어들 일만 남았다. 그것은 온전히 독자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