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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네스는 오늘 태어날 거야


  • ISBN-13
    979-11-93801-08-6 (03870)
  • 출판사 / 임프린트
    바람의아이들 / 바람북스
  • 정가
    17,800 원 확정정가
  • 발행일
    2024-08-20
  • 출간상태
    출간
  • 저자
    과달루페 네텔
  • 번역
    최이슬기
  • 메인주제어
    근현대소설
  • 추가주제어
    -
  • 키워드
    #근현대소설 #여성 #장애 #출산 #비혼 #비출산 #페미니즘
  • 도서유형
    종이책, 양장
  • 대상연령
    모든 연령, 성인 일반 단행본
  • 도서상세정보
    130 * 215 mm, 298 Page

책소개

이것은 우리의 일이다

비혼 비출산 시대, 여성에게 모성이란 무엇인가

 

여성들은 남성보다 학업 성적도 더 좋고 대학을 더 많이 졸업하는데도 성별 소득 격차에서 밀리고 가정과 커리어를 조화롭게 유지하는 데 실패하곤 한다. 2023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클라우디아 골딘은 ‘탐욕스러운 일greedy work’에 지나치게 많은 보상이 주어지는 경제구조에 원인이 있다면서 근본적인 차원에서 문제 해결을 주문했다. 물론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중요하지만 대부분은 쉽고 빠르게 오지 않는다. 더군다나 한정적인 시간을 살아가는 개인이 사회구조가 바뀌고 내 삶이 달라지길 기대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오늘날 많은 여성들이 비혼, 비출산을 선택한다. 결혼과 출산이 더 이상 인생의 과업이나 윤리적 의무가 아닌 시대, 직장에서도 집에서도 전전긍긍하는 워킹맘이나 집에서 놀고 먹는다고 손가락질받는 전업주부, 자기 아이를 끼고 도느라 사회에 민폐를 끼치는 맘충이 되지 않겠다는 지극히 당연한 선택. 현재 2024년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68명 정도로 예상되고 있으며,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비출산을 선택하는 여성들은 날이 갈수록 늘고 있다.

2023년 국제부커상 최종 후보에 올랐던 멕시코 소설 『이네스는 오늘 태어날 거야』는 바로 여성에게 주어진 모성 선택의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룬 작품이다. 주인공이자 화자인 라우라는 외국에서 공부하고 아무 부담 없이 연애를 하며 자유롭게 살아가는 비혼 여성이다. 학업과 논문에 대한 열정, 밤늦게까지 이어지는 파티, 원할 때마다 훌쩍 떠날 수 있는 해외 여행 등 삶에는 즐길 수 있는 일들이 너무나 많고, 라우라의 삶에서 결혼과 출산은 존재하지 않는 선택지다. 파트너의 유혹에 굴복할 뻔한 순간, 그 즉시 난관수술을 감행할 만큼 비출산에 대해 단호하고 확신에 차 있는 라우라. 소설에서 라우라는 자신을 포함해 각기 다른 다섯 여성의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 한때 라우라와 같은 신념을 공유했지만 이제 사랑하는 남자와 결혼해 난임시술을 받으면서까지 아기를 원하는 친구 알리나, 도저히 통제되지 않는 아들을 홀로 키우느라 삶의 의욕마저 놓아버리는 옆집 여자 도리스, 딸의 비출산 선언을 듣고 비로소 자신의 경험을 돌아보는 라우라의 어머니, 그리고 알리나가 낳은 아기를 돌보는 보모 마를레네까지. 아이를 낳든 낳지 않든 이들에게 모성은 중요한 화두이자 문젯거리이다.

라우라는 옆집 여자 도리스가 폭력적인 어린 아들 니콜라스 때문에 차츰 시들어가다 우울증 에 빠지는 상황을 지켜보는 한편, 니콜라스의 문제가 어른들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아챈다. 아이 하나를 제대로 키우는 일이란 얼마나 고단하고 무거운지. 그리고 어째서 고통은 오로지 엄마들의 몫인지. 라우라는 니콜라스와 가까이 지내면서 아이를 돌보는 일에서 의외의 기쁨을 맛보기도 한다. 친구 알리나가 아기를 가지면서 기대한 일도 기쁨과 보람 같은 긍정적인 체험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아기가 태어나기도 전에 장애 판정을 받고 생존 자체도 장담할 수 없게 되면서 출산에 대한 기대는 비극을 예고하게 된다.

 

우리는 서로를 돌보고 다정하게 살아갈 거야

삶에 대한 의지와 연약한 존재에 대한 사랑, 그 모든 것에 대하여

 

『이네스는 오늘 태어날 거야』의 원제 ‘La hija única’는 ‘외동딸’이라는 뜻이지만 말 그대로 ‘유일한 딸’이라는 의미도 갖고 있어 유일무이한 자기만의 삶을 살아가는 여성을 가리키기도 한다. 한국어 제목에서는 알리나의 딸에게 주어진 이름 ‘이네스’를 강조한다. 이네스는 17세기 남아메리카의 스페인 식민지에서 태어난 페미니스트 시인의 이름으로, 남아메리카 여성들에게는 결코 가볍지 않은 이름이다. 치안이 불안정하고 노골적인 남성중심주의가 살아 있는 멕시코에서 딸을 낳는다는 건 어쩌면 기뻐할 일이 아닐지도 모르지만 알리나는 기꺼이 배 속에 있는 딸아이에게 이 부적 같은 이름을 붙여준다. 그리고 마침내 활택뇌증을 갖고 태어난 이네스는 의사들의 비관적인 전망과 달리 끈질기게 살아남는다.

임신과 출산, 육아는 기쁨이자 즐거움인 동시에 고통이고 슬픔이다. 이미 아이를 다 키우고 노년에 이른 라우라의 엄마는 “자식은 인생의 기쁨이야. 조건 없는 사랑으로 채워 주고 더 나은 사람이 되게 해 주지.”라고 판에 박힌 모성 찬양을 늘어놓다가도 아이들을 키울 때 겪었던 '불치병 같은 피로감'에 대해 솔직히 고백하며 라우라의 비출산 선언에 공감한다. 더 이상 결혼과 출산이 당연하지 않은 시대, 어떠한 선택을 하든 선택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그리고 이 무거운 짐이 여성의 삶을 짓누른다.

보드랍고 귀여운 아기를 안고 피부를 맞대고 맑은 눈을 들여다보는 일은 어디에서도 경험할 수 없는 기쁨을 준다. 보모 마를레네에게서 보듯, 때로는 남의 아기를 맡아 키우면서까지 채워야 할 기본적인 욕망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내가 낳을 아기가 천사처럼 착하고 순하리라는 보장이 어디 있으랴. 말도 안 듣고 폭력적인 아이를 키우게 된다면 영원히 지옥에 갇힌 기분을 맛볼지도 모른다. 게다가 아기가 태어나자마자 죽는다면, 겨우 살아남는다 해도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중증장애인으로 살아야 한다면, 아기를 갖기로 한 선택을 후회하지 않을 수 있을까? 모든 삶은 그 자체로 축복일 수 있을까?

이 소설은 어머니 되기에 관한 여러 선택과 그에 따른 다양한 결과를 보여주지만 출산과 비 출산 사이에서 어떤 결론을 내리려고 하지 않는다. 모성이란 결국 삶과 죽음, 가족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로 나아갈 수밖에 없으며 우리가 진짜로 이야기해야 하는 주제는 여성의 출산이 아니라 삶에 대한 의지와 연약한 존재에 대한 돌봄, 사람 사이의 상호 이해와 연대라는 것. 이야기는 모성을 다루는 의료 시스템의 권위주의에 대한 비판과 페미니즘 시위까지 오늘날 여성을 둘러싼 다양한 문젯거리들을 다룬다. 역사적으로 여성의 삶이란 매순간 결핍과 부정의 감각을 강요당해 왔으나 지금은 아니다. 으스대는 의료 전문가들이 태어나기도 전에 사망 진단을 내린 이네스는 끝까지 살아남는다. 장애를 갖고 있으며 장기적인 생존을 장담하기도 어렵지만 이네스의 삶은 유일무이하며, 이네스가 삶에서 느끼는 기쁨과 슬픔은 오직 이네스만이 알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삶이란 저마다 다른 의미를 지닐 수밖에 없을 터. 출산이란 한 생명을 낳는 것, 그리하여 어머니가 되든 되지 않든 모성이란 여성의 삶을 특별하게 만드는 핵심 요인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네스는 오늘 태어날 거야』는 여전히 혼란을 겪고 있는 현대 여성들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지는 소설이다.

목차

Part one 13

Part two 141

옮긴이의 말 294

본문인용

파리에 머무는 동안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연극을 보러 가고, 술을 마시러 바나 클럽에 가는 데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중 어떤 것도 모성과 양립하기는 어려웠다. 자식이 있는 여자들은 그렇게 살 수 없다. 적어도 양육 초기 몇 년 동안은 불가능하다. 그저 오후의 영화 한 편 혹은 저녁 외식 한 끼를 스스로에게 허용하기 위해서, 한참 전부터 계획을 세우고 보모를 구하거나 아이들을 봐달라고 남편을 설득해야 한다. 그래서 나는 남자와 관계가 진지해지기 시작하면 언제나 나랑 아이 같은 건 생각도 하지 말라고 잘라 말했다.(p.19)

 

“딸입니다. 여기 외음부 형태가 아주 선명하게 보여요.”

알리나의 얼굴이 밝아졌다. 한번도 입 밖으로 말한 적은 없지만 우리는 둘 다 그녀가 딸을 원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이네스라고 부를 거야.” 알리나가 말했다. 나는 듣자마자 그 페미니스트 시인의 이름에 찬성했다. (p.43)

 

엄마는 녹초가 되어 있었다. 취침등의 흐릿한 불빛 아래 엄마의 다크서클은 더 길게 늘어져 보였다. 온갖 문제와 씨름하며 감정을 억누르느라 쌓인 피로였다. 다섯 살 먹은 나는 그런 엄마를 보며 화가 났다. 그날 밤, 나는 어떤 연민도 없이 엄마한테 멍청해 보인다고 말했다. 엄마는 주저하지 않고 대답했다. ‘네 말이 맞아. 너희들을 낳았을 때 엄마 뇌세포가 녹아버렸단다.“ 나는 그게 농담인지 진심인지 끝내 알아내지 못했다. (p.55)

 

“하지만, 살면요?” 최후의 희망을, 기적의 가능성을 놓치 않으려는 듯, 어쩌면 그 기적이 일어날까 봐 두려워하는 마음으로 알리나는 고집했다. “감정도 지성도 없는 덩어리가 된단 말인가요?”

“산다면, 그렇게 될 겁니다.” 의사가 말했다.

“그러면 제가 지금 뭘 할 수 있죠?” 알리나가 물었다. “잘 먹는 거요? 탈 없이 자라도록 침대에 있어야 하나요?”

“평소처럼 일상 생활을 유지하세요. 현재로서는 알리나도 저도 할 수 있는 게 정말이지 아무것도 없습니다. 누구라도요.” (p.71)

 

“하지만 아이가 아버지나 어머니랑 같이 사는 것 말고 다른 무슨 방법이 있어?” 알리나가 물었다.

“다른 많은 방법이 있지. 만일 너랑 나랑, 아우렐리오랑, 우리 딸들이랑 친구들 두어 명까지 같이 같은 집에서 살면서 일상을 공유하면 우리 삶이 어떨지 상상해봐. 분명 훨씬 덜 피곤할 거야.”  (p. 240)

 

1648년 혹은 1651년, 스페인 식민지였던 아메리카 대륙의 ‘누에바 에스파냐’에서 한 여자아이가 태어난다. 아홉 살의 나이에 남자 옷을 입고 대학에서 공부하고 싶다고 엄마를 조르던 그 아이는 자기만의 공간에서 읽고 쓰기 위해 수녀의 길을 택하고, 명성 덕분에 궁에 입성하여 통치 권력의 후원을 받고 부왕비와 매우 친밀한 관계를 맺으며 당대 최고의 지식인이자 작가가 된다. 그녀를 부르는 이름의 목록은 길다. 천재, 멕시코의 열번째 뮤즈, 아메리카의 피닉스(맙소사), 괴물 혹은 프릭, 어쩌면 레즈비언, 아메리카 최초의 페미니스트. 그리고 스스로의 표현에 따르면 ‘세상에서 가장 비천한 여자’. 소르 후아나 이네스 데 라 크루스 Sor Juana Inés de la Cruz. (p. 294 옮긴이의 말)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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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저자 : 과달루페 네텔
1973년 멕시코시티에서 태어났다. 파리의 고등사회과학연구원에서 언어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소설과 논픽션을 포함해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발표해 왔다. 2006년 보고타 하이페스티벌에서 39세 이하의 가장 중요한 라틴아메리카 작가 39인 중 한 명으로 선정되었고, 멕시코에서 잡지 편집장으로 활동하는 한편 스페인어 및 프랑스어 잡지에 정기적으로 기고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El huésped』(2006), 『The Body Where I Was Born』 (2011), 『After the Winter』 등이 있다. 여러 작품들이 연극, 퍼포먼스, 영화로 각색되었으며, 『이네스는 오늘 태어날 거야』는 2023년 국제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번역 : 최이슬기
고려대학교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서울대학교에서 중남미 문학을 공부했다. 12회 한국문학번역신인상을 수상했고, 옮긴 책으로는 『영원성의 역사』(공역), 『엄마, 나는 페미니스트가 되고 싶어』, 『고어 자본주의』, 『암캐』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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