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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기이 누리집은 대한민국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입니다.
평면표지(2D 앞표지)

떠나보낸 엘리제를 위하여


  • ISBN-13
    978-89-7814-942-6 (03810)
  • 출판사 / 임프린트
    도서출판 교음사 / 도서출판 교음사
  • 정가
    13,000 원 확정정가
  • 발행일
    2023-10-27
  • 출간상태
    출간
  • 저자
    김계월
  • 번역
    -
  • 메인주제어
    에세이, 문학에세이
  • 추가주제어
    -
  • 키워드
    #한국문학 #한국수필 #수필문학 #에세이, 문학에세이
  • 도서유형
    종이책, 반양장/소프트커버
  • 대상연령
    모든 연령, 성인 일반 단행본
  • 도서상세정보
    148 * 210 mm, 238 Page

책소개

김계월의 수필은 진솔한 이야기와 상상력이 만나 콜라보로 글의 무대를 펼친다. 작가의 작품은 간결하면서도 깊이가 있고, 단아하면서 유려하다. 또한, 긴장감과 호기심을 자극하는 매력이 있으며, 인간미가 느껴진다. 작가의 삶의 태도와 철학이 녹아있는 작품을 읽다 보면, 수작(秀作)이 펼치는 향연에 초대되어 융숭한 대접을 받는 느낌이 든다

목차

1. 비로 남다
떠나보낸 엘리제를 위하여 … 16
그때 그랬더라면 … 20
망각을 지우는 계절 … 25
존경해요, 꼬꼬댁 … 30
좋은 결정 … 34
미세먼지 신호등 … 39
사랑할 수밖에 없는 추억 … 44
시외버스에 꿈을 싣고 … 48
라스트 콘서트 … 52
비를 맞다 … 56
비가 되다 … 61
비로 남다 … 65

2. 영화 속 그들처럼
깐마늘색 … 72
사랑이라는 습관 … 76
재즈는 별이 되어 … 81
당신의 안전지대는 안전한가요? … 85
꿈이 뭐길래 … 89
영화 속 그들처럼 … 94
벼랑 끝 거짓말 … 98
퐁네프의 연인과 소녀들 … 103
빈자리 … 108
꾸꾸와 티코 … 113
더 늦기 전에 … 118
타임머신, 타임을 걸다 … 122

3. 오래전 그 집
문밖으로 … 128
오직 하나뿐인 … 133
밤바다에서 춤추는 여자 … 138
길은 언제나 그곳에 … 142
해 질 녘 핫라인 … 146
오래전 그 집 … 151
장롱 위의 사진 … 156
그림자놀이 … 161
삼베보 … 165
마지막 인연 … 169

4. 숨바꼭질 정원
페루에서 보낸 편지 … 174
제주의 깊고 짙푸른 밤 … 179
여름날의 수채화 … 185
숨바꼭질 정원 … 190
어느 봄날의 일기 … 195
어이재에 부는 바람 … 199
언제나 그곳에 … 204
물 위를 걷노라면 … 208
길모퉁이에서 도란도란 … 211
소방관의 기도 … 215
여기는 강릉역입니다 … 219

김계월의 수필세계 / 최남미(수필가, 문학평론가) ․ 222

본문인용

떠나보낸 엘리제를 위하여


첼리스트 요요마가 전 세계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는 미국 매사추세츠주 한 대학 체육관에서 깜짝 연주회를 연 것이다. 그는 백신 2차 접종을 하러 오면서 첼로를 챙겨 왔다. 세계적인 연주가가 평범한 이웃 아저씨 같은 모습으로 마스크를 쓴 채 연주하는 모습이 방송을 탔다. 2021년 3월 13일에 있었던 일이다. 
두려움이 켜켜이 쌓인 백신 접종 현장에서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1번과 슈베르트의 「아베 마리아」를 연주했다. 십여 분간의 연주가 끝났을 때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손뼉을 치며 환호했다고 한다. 백신을 맞으러 왔다가 거장을 만난 사람들은 얼마나 큰 위로를 받았을까.
음악은 다양한 형태로 인간에게 말을 걸어온다. 상처받은 마음을 다독이고 실의에 빠진 가슴에 새 희망을 불어넣는다. 음악가는 음악이 인간에게 위로와 희망이 되도록 이끌어 준다. 세상이 한결 순하고 아름답도록 온갖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어쩌면 그들에게 주어진 재능은 타인을 위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나도 그런 재능을 얻으려고 부단히 애쓴 적이 있다.
초등학교 시절, 단짝 친구는 피아노를 배우러 다녔다. 교실에 있는 풍금으로 능숙하게 동요를 연주했다. 그런 친구가 부러웠다. 나는 꿈도 꿀 수 없는 일이었다. 대신 건반처럼 생긴 선풍기 버튼을 누르며 놀았다. 풍금을 치려고 교실 열쇠 당번을 도맡아 했다. 이른 시간에 텅 빈 교실에서 혼자 풍금을 쳤다. 오른손만으로 연주를 흉내 냈다. 
대학에 들어가 아르바이트를 하며 피아노를 배웠다.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기초 피아노 교본 「바이엘」을 한 달 만에 마쳤다. 학원 가기 전에 종이 건반을 방바닥에 펼쳐놓고 곡을 외울 때까지 쳤다. 속성으로 나가던 피아노 배우기는 곧 벽을 만났다. 「체르니 30」 중간쯤에서 손가락이 따라가지 못했다. 좌절을 맛보며 배우기를 중단했다. 뭐든지 속력을 내다 보면 다지기를 할 틈을 얻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직장인이 됐을 때 잠자고 있던 소망이 꿈틀거렸다. 「엘리제를 위하여」를 칠 수 있을 만큼 다시 배우자는 바람이었다. 그러나 엘리제 근처에는 가지도 못하고 엄마가 됐다. 큰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갈 때 피아노를 샀다. 말로는 아이를 위해 거금을 썼다고 했지만, 내 꿈이 피아노 주변을 맴돌고 있다는 것을 남들은 모른다. 선풍기 건반을 치던 내가 피아노를 샀을 때 이미 꿈을 이룬 듯했다. 피아노는 나에게 왔는데 엘리제는 여전히 먼 곳에서 나를 바라보기만 했다. 슈퍼우먼으로 살다 보니 정작 나를 위한 시간을 내지 못한 것이다.
해가 바뀔 때마다 가계부 첫 장에 소망을 썼다. ‘마흔이 되면 피아노를 배우겠다.’
나의 마흔이 어느 틈에 지나가 버렸는지 모를 정도로 일상은 숨이 가쁘게 돌아갔다. 또다시 엘리제를 빼앗기고 말았다.
퇴직했을 때 기회가 다시 달아날까 봐 조바심이 났다. 학원에 다니며 기초부터 다시 배우기로 했다. 이사 다닐 때마다 소중하게 챙겨 온 피아노 교본을 꺼냈다. 누렇게 바랜 책이 거울 속의 내 모습을 닮았다. 때 묻은 표지 곳곳에 긁힌 자국이 눈가의 주름살처럼 보였다. 더 늦기 전에 아름다운 엘리제를 내 손으로 불러들이겠다는 의욕이 용솟음쳤다.
어느 날 아침 집안일을 마치고 커피잔을 마주했을 때였다. 아파트에 피아노 소리가 울려 퍼졌다. 연주 소리는 웅장하고 화려했다. 어느 한 부분 끊김 없이 강물처럼 흘렀다. 커피 향을 뒤로 한 채 벌떡 일어섰다. 잘 들을 수 있는 데를 찾느라 벽 곳곳에 귀를 갖다 댔다. 화장실에 들어가니 가장 선명하게 들렸다. 불을 끄고 문을 닫은 채 욕조에 걸터앉아 음악 감상을 했다. 피아노를 전공하는 이웃집 학생의 연습 시간이었다.
연주회장 맨 앞줄에 앉아 있는 것 같았다. 화장실이 얼마나 훌륭한 감상실이 될 수 있는지 처음 알았다. 곡은 욕조에 물이 차오르듯이 좁은 공간을 채웠다. 쇼팽의 「즉흥환상곡」이 이어졌다. 깜깜한 화장실에서 천재 음악가를 만나는 기분이 어떤지 아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음악에 실려 하늘을 날아오르는 느낌이었다. 오직 나만을 위한 연주회라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나는 피아노를 배우겠다는 계획을 수정했다. 「엘리제를 위하여」를 떠나보내기로 마음먹었다. 듣는 사람이 되기로 했다. 연주가들의 연주를 감상하고 내 안의 울림을 느끼는 것도 연주의 한 부분이라는 생각을 했다. 이후에도 한동안 화장실 연주회는 계속됐다. 그런 이웃 덕분에 참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언제 어디서든 떠나보낸 엘리제를 만날 수 있는 세상이다. 간직해 온 꿈은 접었지만 아쉬울 건 없다. 떠나보내도 떠나지 않는 엘리제가 늘 곁에 있으니 말이다.
요요마의 깜짝 연주회 영상을 다시 찾아보았다. 여전히 진한 감동이 밀려왔다.

서평

김계월의 45편의 수필은 한 편도 빠뜨리지 않고 읽게 될 만큼 흡인력이 있으며 유려하다. 작품들은 각각 독립되어 있으면서도 유기적이다. 묘사하기, 상상하기, 카메라 아이(eye) 등 다양한 글쓰기 기법을 활용하여 창작한 수필은 호기심을 자극하여 몰입하도록 하는 힘이 있다. 특히 묘사와 상상의 기법을 입힌 진솔한 이야기는 글의 무대로 독자를 초대하는 역할을 톡톡히 한다. 관객이 되어서 무대를 바라보던 독자는 어느새 배우가 되어 글의 무대를 종횡무진 누비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 최남미(수필가, 문학평론가)

저자소개

저자 : 김계월
961년 강원 도계에서 태어났다.
2022년 『글로벌경제신문』 시니어 신춘문예를 통해 수필가로 등단했다.
시집 『내가 나를 사랑해야 할 시간, 지금』을 펴냈다. 한국수필문학가협회, 강릉문인협회, 영동수필문학회 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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