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속 깊이 감춰둔 지나간 계절의 아쉬움과 그리움
그 일렁이는 내밀한 기억을 세심하게 그려낸 주얼 문학의 첫 번째 여정
독립출판을 통해 2021년 1월 처음 출간된 주얼 작가의 『당신의 계절이 지나가면』은 독립출판물 장르에서는 보기 드문 단편소설집이다. 일반 독자들에게는 조금 생소할 수도 있는 독립출판 소설집임에도 『당신의 계절이 지나가면』은 출간 후 작가 특유의 서정적이고 감각적인 필치로 아련하고도 따스한 여운을 전해주며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리고 2024년 5월 새로운 디자인과 함께 개정판으로 재출간되었다.
작품집에는 총 12편의 짧은 소설이 수록되었다. 각 소설에는 아름다웠던, 때론 잊고 싶을 정도로 괴로웠던 기억을 가만히 끌어안고 일상을 살아가는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가 풍부한 계절의 이미지와 함께 펼쳐진다. 처음으로 상실의 아픔을 겪었던 이십 대의 뜨거웠던 여름, 이제는 먼 기억 속 희미한 추억이 되어버린 인연을 떠올리는 가을, 차갑고 외로운 현실을 마주하며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찾게 되는 겨울. 그리고 고통스런 시간을 보낸 뒤 조심스럽게 맞이하는 따듯한 봄까지.
소설 속 인물들은 반복되는 계절을 보내며 아스라이 떠오르는 추억과 함께 슬픔과 기쁨, 그리고 아픔을 되새긴다. 그리고 그리움과 아쉬움은 가슴 속에 조용히 묻어놓은 채 아무렇지 않은 듯 그저 담담하게 현실을 살아간다. 극적인 서사 없이 담백하고 차분하게 흘러가는 12편의 이야기는 얼핏 평범해 보이기도 하지만, 그렇게 평범한 이야기 속에서 작가가 섬세하게 펼쳐낸 작지만 고요하게 반짝이는 순간들은 결국 독자들의 기억 속 어느 순간에 가닿아 깊은 울림을 전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