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야만의 고통을 견뎌 내며
또다시 저 빛 속으로 얼굴을 내민다.
내 안의 연약하고 부드러웠던 것을
세상은 죽도록 조롱했지만,
내 본질은 파괴될 수 없는 것.
나는 만족하고 화해하며,
가지를 수백 번 찢어 참을성 있게
새로운 잎을 틔워 내고,
그 모든 아픔에도 나는 여전히
이 미친 세상과 사랑에 빠져 있다. _19쪽
한창 성장 중인 청년이 고유한 개인이 되려는 강한 열망을 갖고 있고, 그래서 평균적이고 일상적인 삶에서 강하게 이탈할수록 남의 눈에 미친 사람처럼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따라서 나는 당신이 올바른 길을 가고 있다고 믿습니다. 당신이 그 필요성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그게 당신의 ‘광기’를 세계에 강요하거나 세계를 혁명하라는 뜻은 아닙니다. 그건 당신의 내면에 깃든 이상과 꿈이 시들지 않도록 세계에 맞서 자신을 지키라는 뜻입니다. 이러한 꿈의 아성인 우리의 어두운 내면세계는 끊임없이 위협받고, 동료들에게 조롱받고, 교육자들에게 기피되고 있습니다. 그건 고정된 상태가 아니라 끊임없이 만들어져 가는 과정입니다. _23쪽
인생은 계산도 수학 도식도 아닌 기적이다. 내 평생이 그랬다. 모든 것이 되돌아왔다. 똑같은 곤경, 똑같은 욕망과 즐거움, 똑같은 유혹이. 나는 계속 같은 모서리에 머리를 찧었고, 같은 연(鳶)들과 싸웠고, 같은 나비를 쫓았다. 항상 같은 상황과 상태가 반복되었다. 하지만 그건 영원히 새로운 놀이였고, 항상 아름답고 항상 위험하고 항상 흥분되었다. 나는 수천 번도 넘게 신이 나서 들떠 있었고, 수천 번도 넘게 죽도록 피곤했으며, 수천 번도 넘게 유치했고, 수천 번도 넘게 늙고 차가웠다. _27쪽
올바른 길로 나아가는 방법은 이렇습니다. 자기 자신을 깨닫되 스스로에 대해 판단하거나 스스로를 바꾸려 하지 말고, 우리 속에 예감의 형태로 미리 그려져 있는 삶의 모습으로 최대한 가깝게 다가가는 것입니다. 모든 위대한 시인들이 한결같이 하는 말이지요. 특히 노발리스는 “운명과 마음은 한 개념의 다른 이름”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_34쪽
우리가 믿어야 할 신은 우리 안에 있다. 자기 자신에게 “아니요”라고 말하는 사람은 신에게 “예”라고 말할 수 없다. _131쪽
네, 당신 자신에게, 당신의 고립과 감정, 당신의 운명에게 “예”라고 말하십시오! 다른 방법은 없습니다. 그 길이 정확히 어디로 갈지는 모르지만, 삶과 현실, 활활 타오르는 열정과 필연으로 이어지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 길이 참을 수 없을 만큼 힘들어 어쩌면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도 있습니다. 그 길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고, 그에 대한 생각은 나를 포함해 누구에게나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운명과 인생의 의미를 배반함으로써, 세간의 ‘정상적인 삶’에 합류함으로써, 혹은 다른 결정을 내림으로써 그 길에서 벗어나서는 안 됩니다. 그건 오래가지 못할 뿐 아니라 지금보다 더 큰 절망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_148쪽
오랜 세월 네가
책 속에서 찾던 지혜가
이제 책장마다 반짝거린다.
그건 이제 너의 것이기 때문이니. _161쪽
사랑하는 아들아, 너와 나 우리 둘은 이 세상만큼 아주 오래된 일을 함께하는 동료다. 신이 우리 각자에게 모종의 의미를 심어 주었고, 우리와 함께 무언가를 이루려고 한다는 사실을 믿어야 하고 믿어도 된다. 물론 그것이 무엇인지는 우리로선 알 수가 없고, 가끔 예감만 할 수 있을 뿐일지라도……. _164쪽
우리에게는 자신의 본질을 최대한 완벽하게 표현하는 것 말고 다른 발전과 성취의 방법은 없습니다. “당신 자신이 되십시오!” 이게 이상적인 명령입니다. 어쨌든 젊은이에게는 진리와 발전으로 가는 다른 길은 없습니다. _167쪽
매일 세상의 충만함이 우리를 스쳐 지나가고, 매일 꽃이 피고, 매일 해가 비치고, 매일 기쁨이 웃음 짓는다. 어떤 때는 우린 감사한 마음으로 그런 것을 한껏 누리지만, 어떤 때는 피곤하고 지쳐 그에 대해 알고 싶어 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늘 흘러넘치는 아름다움에 둘러싸여 있다. 이런 기쁨의 멋진 점은 아무 노력 없이도 우리에게 그저 주어지고, 돈으로는 살 수 없다는 것이다. 기쁨은 누구에게나 신의 선물처럼 자유롭게 주어진다. 바람에 실려 날아가는 피나무꽃의 향기처럼. _194쪽
사랑받는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사랑하는 것이 전부였다. 우리 존재를 가치 있고 즐겁게 만드는 것은 우리의 느낌과 감정뿐이라는 사실을 나는 점점 또렷이 깨달아 갔다. 지상에서 ‘행복’이라고 부를 수 있는 건 모두 감정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_262쪽
어린 시절 언제였던가,
나는 초원을 따라 걸었지,
그때 아침 바람을 타고
노랫소리가 조용히 들려왔지.
푸른 공기의 소리였을까,
아님 꽃향기였을까!
달콤한 향기를 풍기는 그 소리는
영원히 울려 퍼졌지,
나의 어린 시절 내내. _315쪽
노년의 정원에서는 우리가 예전에는 거의 돌보지 않던 꽃들이 피어난다. 인내의 꽃과 고결함의 꽃이다. _37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