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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크의 별이 빛나는 밤

고독 속 절규마저 빛나는 순간


  • ISBN-13
    979-11-93153-30-7 (03600)
  • 출판사 / 임프린트
    도서출판 더블북 / 도서출판 더블북
  • 정가
    21,000 원 확정정가
  • 발행일
    2024-08-08
  • 출간상태
    출간
  • 저자
    이미경
  • 번역
    -
  • 메인주제어
    예술론
  • 추가주제어
    -
  • 키워드
    #예술론
  • 도서유형
    종이책, 반양장/소프트커버
  • 대상연령
    모든 연령, 성인 일반 단행본
  • 도서상세정보
    143 * 210 mm, 316 Page

책소개

KBS 1TV ‘이슈 픽 쌤과 함께’ 이미경 교수의

뭉크의 삶과 작품에 대한 깊은 이해와 

친절하고 따뜻한 스토리텔링이 빛나는 뭉크 안내서!

 

세기의 전환기에 현대 미술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화가 중 하나로 꼽히는 에드바르 뭉크(1863년~1944년). 올해는 뭉크가 사망한 지 80주기를 맞이하는 해이다. 『뭉크의 별이 빛나는 밤』은 우리가 몰랐던 표현주의의 거장 뭉크의 삶 속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이 책의 저자 이미경 교수(연세대)는 현재 예술의전당에서 열리고 있는 특별회고전 《에드바르 뭉크: 비욘드 더 스크림》의 전시자문을 맡은 뭉크 전문가다. 저자는 책 출간에 앞서 KBS 1TV 〈이슈 픽 쌤과 함께〉(2024.06.30.)에서 ‘찬란한 절규-뭉크가 전하는 인생 사용 설명서’라는 주제로 평생을 옥죄던 고통과 불안을 뚫고 절규의 어둠에서 찬란한 태양으로 승화시킨 에드바르 뭉크의 삶, 죽음, 예술에 관한 모든 것을 들려주기도 했다.  

 

저자는 기록광인 뭉크가 남긴 일기, 메모, 스케치, 편지까지 찾아 읽으며 뭉크의 삶과 작품을 이해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그 결과 『뭉크의 별이 빛나는 밤』에는 뭉크의 비극으로 가득한 어린 시절, 초기 예술에 큰 영향을 끼친 다양한 예술인들과의 관계, 불륜, 짝사랑, 스토킹으로 얼룩진 세 여성과의 사랑, 평생을 시달린 우울증, 폐쇄공포증, 알코올 중독, 불면증과 같은 정신질환 등 그의 삶의 순간순간들이 마치 19세기 오슬로, 파리, 독일에서 그를 만난 듯 생생하게 펼쳐져 있다. 

 

흔히들 그림을 이해하려면 그 화가의 삶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뭉크의 작품은 더욱 그러하다. 예를 들어 〈생명의 춤〉을 온전히 이해하려면 뭉크가 유년 시절에 경험한 해변의 무도 축제, 첫사랑 밀리와의 아픈 추억, 자신을 스토킹하던 툴라와의 권총 오발 사고에 대해 알아야 한다. 뭉크는 여러 기억을 복합적으로 연결시켜 이 작품을 그려냈다. 이것이 『뭉크의 별이 빛나는 밤』을 《에드바르 뭉크: 비욘드 더 스크림》 전시를 찾기 전에 꼭 읽어야 하는 이유다. 이 책을 통해 독자는 뭉크의 작품을 보는 새로운 눈을 갖게 될 것이다. 

 

목차

프롤로그

 

I. 질병, 죽음, 광기

죽음과 함께한 어린 시절 

노총각의 늦은 결혼 | 비극의 서막 | 뭉크를 찾아온 죽음의 악마 | 죄의식은 마음의 빚이 되고 | 〈아픈 아이〉를 그리다

아! 아버지, 아버지 

화가의 길로 들어서다 | 아버지의 마지막 배웅 | 아버지의 죽음 | 끝없이 어긋나던 두 사람 | 아들 뭉크의 마지막 선물

버팀목이 되어준 가족 

삶의 무게에 흔들리다 | 끝나지 않은 비극 | 남겨진 가족들

 

II. 방황하는 청춘

오슬로의 은인들 

오슬로: 크리스티아니아 보헤미안 그룹 

크로그, 은인에서 악연으로 | 네 삶을 기술하라 | 저승에서 온 파괴자 | 예게르의 초라한 죽음

파리: 생 클루 선언 

인상주의를 만난 뭉크 | 생 클루 선언 | 류머티즘의 재발과 스튜디오 화재 | 도박 중독에 빠지다

베를린: 검은 새끼 돼지 그룹 98

뭉크 스캔들의 전말 | ‘R’을 빠뜨린 실수 | 검은 새끼 돼지의 연인 | 그리고 옌스 티스

다시 노르웨이로 돌아오다 

신들의 해변에 집을 마련하다 | 마침내 찾은 소확행

 

III. 뭉크의 여인들

밀리 테울로브: 수치심만 남긴 첫사랑 

사랑의 열병을 앓다 | 잡힐 듯 잡히지 않는 | 팜므 파탈의 등장

다그니 율: 다가갈 수 없는 그대 

신비로운 매력의 여인 | 뭉크의 모델이 된 다그니 | 다그니의 결혼 그리고 추락 | 살해당한 마돈나 | 뭉크와 다그니의 초상화

툴라 라르센: 스토커의 일상 

스토킹으로 변한 사랑 | 점점 커지는 뭉크의 불안 | 인생 최악의 권총 오발 사고 | 툴라가 만든 지옥에 갇히다 | 뭉크, 복수의 화신 | 또 한 번의 총기 사고

에바 무도치: 그저 그렇게 끝난 끝사랑 

이상적인 사랑, 그러나 | 기록에서 사라진 여인들

 

IV. 생의 프리즈

인생 교향곡 | 《생의 프리즈》를 읽는 순서

 

사랑의 씨앗 

사랑은 목소리로부터 시작되었다 | 어둠, 숲속, 달빛 아래 | 이토록 도발적인 마돈나라니

사랑의 개화와 종말 

사랑은 재만 남기고 | 뱀파이어, 두려움의 실체 | 유년의 기억에 첫사랑을 더하다 | 입센과 뭉크의 만남 | 다시 파리로! | 뭉크, 동병상련을 느끼다

불안 

뭉크의 첫 번째 절규 〈절망〉 | 현대판 모나리자 〈절규〉 | 낙서, 뭉크의 소심한 복수 | 광장공포증을 앓는 뭉크가 본 세상

죽음 

뭉크 주변을 맴도는 죽음 | 예술로 승화된 그리움

 

V 은둔의 삶

고마운 후원자들 

뭉크의 시대를 예견한 막스 린데 | 뭉크가 그린 아이들 | 뭉크를 후원한 평생지기들 | 성공한 남자의 옷차림

정신병원에 입원한 뭉크 

뒤끝이 긴 뭉크 | 돋아나는 광기의 씨앗 | 스스로 정신병원에 들어가다

아울라 대강당의 벽화 〈태양〉 

자연인이 된 뭉크 | 20세기의 새로운 태양

《퇴폐미술전》과 은둔 생활 

암울한 소식 | 〈별이 빛나는 밤〉을 그린 화가들 | 뭉크, 밤의 본질을 그리다 | 예술가의 눈을 얻은 뭉크 | 퇴폐미술 낙인 | 위대한 유산

 

에필로그 

 

부록 1 / 뭉크 연대기 

부록 2 / 뭉크의 발자취 

참고문헌 

본문인용

뭉크는 다섯 살에 잃은 엄마를 대신해 자상한 소피에 누나에게 엄마의 정을 느끼곤 했다. 누나의 죽음은 사춘기를 맞은 뭉크에게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왔다. 열네 살 뭉크의 정서와 감정은 더욱더 불안정해졌다. 그는 언제고 죽을 수 있다는 공포에 사로잡혔고, 두려움과 불안감 그리고 죄의식에 휩싸였다.

소년 뭉크는 자신의 병이 소피에에게 전염되었다고 자책했으며, 자신을 대신해 누나가 죽은 것이라는 극심한 죄의식을 느꼈다. 이 마음의 부담감은 9년 후 〈아픈 아이〉로 탄생했다. 뭉크는 의지하던 누나 소피에를 잃은 정신적 충격에서 영원히 벗어나지 못했다.

_21쪽

 

뭉크의 비극적인 가족사를 들여다보면 질병, 죽음, 광기의 연속이다. 그러나 뭉크는 이에 굴하지 않았다. 그는 평생 자신을 따라다닌 질병, 죽음, 광기를 덮어두거나 외면하지 않고 이를 정면으로 마주하는 삶을 택했다. 뭉크의 일기를 보면 그가 이러한 고통을 자기 삶의 일부로 받아들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내 고통은 나 자신과 예술의 일부이다.

고통은 나와 하나이기에 그것이 파괴되면 나도, 예술도 파괴될 것이다.

— MM T 2748, 1927~1934년 스케치북 (2024-6-14)

 

뭉크가 기록한 대로 그의 예술은 고통의 연속이었다. 그리고 고통을 외면하지 않은 뭉크의 삶은 고통의 해결책이자 인생 사용 설명서였다. 뭉크 예술의 위대함은 고통을 자신의 삶으로 받아들여 예술로 승화시켰다는 데 있다.

_65~66쪽

 

뭉크는 개인전을 열어준 베를린 미술가 협회의 초청에 기쁜 마음으로 응했다. 이때 전시된 작품들은 〈봄〉, 〈키스〉, 〈그 다음 날〉이었다. 〈봄〉은 〈아픈 아이〉의 변형이었다. 그러나 오전 10시 전시장 문이 열리고 채 한 시간이 못 되어 큰 소동이 벌어졌다. 

급진적인 뭉크의 예술은 베를린 미술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베를린 미술가 협회는 뭉크의 전시를 지속하자는 쪽과 철회하자는 쪽으로 정확히 반으로 나뉘었다. 뭉크를 지지하는 젊은 회원들은 손님을 초대해 놓고 박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뭉크의 전시를 철회하려는 원로 회원들의 반대 목소리도 만만치 않았다. 결국 투표로 결정하기로 했다. 투표 결과는 120 대 105였다. 그렇게 전시는 폐쇄 결정이 내려졌다. 이 결정으로 뭉크의 전시는 일주일도 못 돼 막을 내렸다.

노르웨이 화가 뭉크가 베를린 미술계에 일으킨 파란은 전시 폐쇄로 끝나지 않았다. 뭉크의 전시가 촉발시킨 싸움은 베를린 미술가 협회의 원로 대 신진의 싸움으로 비화되었다. 이 싸움은 독일 현대 미술사를 통틀어 최대의 스캔들로, 바로 ‘뭉크 스캔들’이다.

_99~100쪽

 

뭉크는 티스와 같이 의지가 되어주는 이들의 전신 초상화를 그려 그 그림들을 야외 스튜디오에 호위무사처럼 둘러 세웠다. 그 전신 초상화들은 뭉크가 죽는 순간까지 그의 곁을 지켰다. 초상화들은 야외 스튜디오에서 거센 비, 바람, 눈을 그대로 맞았고 캔버스에는 그 흔적들이 그대로 남았다. 또 새, 개, 말 등 온갖 동물의 배설물도 묻었다. 티스의 초상화도 예외는 아니었다. 비를 맞고 눈이 쌓였다 녹은 얼룩이 그대로 남았다.

뭉크에게 왜 이렇게 작품들을 혹사시키느냐고 누군가 물은 적이 있었다. 뭉크는 캔버스에 시간의 층이 쌓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친구들의 전신 초상화에는 뭉크와 보낸 시간 만큼 세월의 흔적이 담겨 있는 셈이다.

_110쪽

 

뭉크는 밀리와 이별한 후 느낀 심장을 도려내는 듯한 아픔을 〈이별〉로 그려냈다. 하얀 옷을 입은 밀리가 바닷바람을 맞으며 해변을 향해 걷고 있다. 밀리의 머리카락은 바람에 나부끼다 뭉크의 목을 휘감고 심장 가까이 흘러내렸다. 떠나가는 밀리를 잡을 수 없는 뭉크는 심장이 아픈 듯 움켜쥐고 있다. 첫사랑 밀리는 뭉크의 심장이었다. 뭉크는 사람이 이별할 때 심장이 아프다는 것을 자신의 경험으로 똑똑히 느꼈다. 

뭉크는 〈이별〉을 그리기 전 뜯겨진 심장을 직접 보기 위해 도살장을 방문해 소의 도축 과정을 지켜보기도 했다. 무자비한 도축업자의 손에 큰 황소가 쓰러지며 울부짖었다. 도축업자가 무자비하게 황소의 심장에 단도를 꽂았다. 얼마 후 소의 심장도 펄떡임을 멈췄다. 무자비한 도축업자처럼 밀리는 뭉크의 심장을 도려냈다. 뭉크의 사랑도 멈췄다.

_125~126쪽

 

〈질투〉에는 세 사람이 등장한다. 아담과 이브, 그리고 의문의 남성이다. 이 작품은 뭉크와 다그니, 프시비셰프스키의 삼각 관계 이야기다. 뭉크는 자신과 다그니를 아담과 이브로 그리고

다그니의 남편 프시비셰프스키를 질투에 사로잡힌 남성으로 만들어 엉뚱한 삼각관계를 그렸다. 

다그니가 결혼한 후 뭉크는 그저 다그니를 멀리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다그니를 향한 애타는 그의 마음을 대변하는 그림은 또 있다. 뭉크는 또 다른 〈질투〉에서 무관심한 프시비셰프스키의 모습을 담았다. 전면에 크게 그린 프시비셰프스키의 얼굴은 녹색으로 칠해져 있다. 독일어로 ‘녹색’은 ‘애송이, 풋내기’라는 의미여서 다그니의 가치를 알아보지 못하는 프시비셰프스키를 조롱하는 뭉크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_137쪽

 

마침내 뭉크는 툴라와 헤어지기로 결심했다. 뭉크와 툴라는 이 문제를 매듭짓고자 오스고르스트란의 집에 마주 앉았다. 둘 사이에 침묵이 흘렀다. 뭉크는 브랜디만 연신 마셔댔다. 술기운에 취한 뭉크와 점점 목소리를 높이는 툴라는 이제 정상적인 대화를 할 수 없게 되었다. 둘은 말싸움으로 시작해 몸싸움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실수로 뭉크가 집에 가지고 있던 권총에서 총알이 발사되었다. 누가 총을 발사했는지 정확히 알 길은 없다. 다만 뭉크가 남긴 기록에서는 툴라가 총을 발사했고 자신이 그 총의 총구를 막다가 손가락에 총상을 입은 것이라 했다.

총알이 박힌 뭉크의 왼손에서는 피가 철철 흘렀고 그는 이내 의식을 잃었다. 깨어난 뭉크는 마취를 거부하고 자신의 수술을 두 눈으로 지켜보았다. 의사는 뼈를 관통해 박힌 총알을 제거하고 부스러진 뼈를 갈고 다듬고 살을 꿰맸다. 이 과정은 한 시간 반이나 걸렸다. 뭉크는 이 과정을 이를 악물고 지켜보았다. 

_156~157쪽

 

어느 날 작품들을 한 곳에 모아보니 각각의 그림이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느꼈다.

작품들이 나란히 배치되자 즉시 음표가 되고 서로 어울려 하나의 교향곡이 되었다.

그러다 프리즈를 그리게 되었다.

— MM N 46, 1930~1934년 메모 (2024-6-10)

 

뭉크는 자신의 작품을 하나씩 보여주는 것보다 여러 작품을모아 보여주는 것이 대중들이 작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뭉크는 각각의 작품을 하나의 음표로 생각했다. 그래서 여러 음표가 모여 위대한 화성을 이루고 마침내 교향곡으로 완성된다고 믿었다. 《생의 프리즈》는 이렇게 탄생한 뭉크의인생 교향곡이다.

_185~186쪽

 

그림은 안 팔리고 월세 임대료는 자꾸 밀리는 날이 계속되었다. 어느 날 집주인은 밀린 집세를 받으려 문 앞에 진을 치고 앉아 뭉크가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이를 눈치챈 뭉크는 절대 내려가고 싶지 않았지만 그럴 수도 없었다. 하필 그날이 작품들을 살롱에 출품해야 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뭉크는 고민 끝에 2층에서 작품을 던져버렸다. 그의 친구들은 그 작품을 주워 마차에 실었다. 흙바닥에 작품을 던지다 보니 작품 표면에 흙이 묻기도 하고 찢어지기도 했다. 이때 〈여인의 세 시기: 스핑크스〉로 추정되는 작품도 가운데 구멍이 났다.

그는 마차에 타자마자 아까 던져서 구멍 난 캔버스를 접착제로 메우며 살롱으로 향했다. 어렵게 지켜낸 작품들은 살롱에 무사히 출품되었다. 이렇게 힘들게 출품했건만 그의 작품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_207~208쪽

 

〈절규〉의 핏빛 구름 속을 자세히 보면 “미친 사람만 그릴 수 있는 그림이다.”라는 작은 낙서가 있다. 이 낙서는 작품이 제작되고 11년이 흐른 1904년에 처음 발견되었다. 미술관 측은 이 낙서를 작품에 불만을 품은 관람객이 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러나 2021년 노르웨이 국립미술관은 작품 복원 과정에서 필체 감정을 통해 이 낙서를 뭉크 본인이 한 것으로 결론지었다. 

_221쪽

 

뭉크의 뒤끝은 사람뿐 아니라 개에게도 마찬가지였다. 1920년대 에켈리에서 은둔하던 뭉크는 이웃집 개가 말썽부리는 것을 여러 번 목격했다. 그 개는 좀 사나운 편이었는데 어느 날 뭉크의 다리를 물었다. 너무 화가 난 뭉크는 개 주인을 경찰에 신고했다. 하지만 분이 풀리지 않았다.

뭉크는 〈화난 개〉라는 그림을 그렸다. 뭉크는 개 물림 사고가 나고 한참 시간이 지난 1940년대에 그 사나운 개를 멍청한 모습으로 그림으로써 분풀이를 했다.

_252쪽

서평

“뭉크 = 절규”의 공식을 깨뜨리고

불안을 넘어서는 뭉크의 찬란한 희망을 엿보다

 

사람들에게 ‘뭉크’에 대해 물으면 백이면 백 〈절규〉를 떠올린다. 그리고 그 대표작 때문인지 그가 광기의 화가, 고독과 절망의 화가라고 생각한다. 광기에 사로잡혀 늘 죽음과 술을 가까이하며 불안한 삶을 산 화가로 기억하는 것이다. 과연 사실일까? 

뭉크가 우울증, 폐쇄공포증, 알코올 중독, 불면증 등 수많은 정신 질환으로 평생을 불안과 고통 속에 살았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내 고통은 나 자신과 예술의 일부이다. 고통은 나와 하나이기에 그것이 파괴되면 나도, 예술도 파괴될 것이다.” 뭉크의 말이다. 그는 고통을 자신의 삶으로 받아들여 예술로 승화시켰다. 뭉크는 살아 있는 거장으로 인정받으며 무려 2만 점이 넘는 작품을 남겼고, 81세까지 장수했다. 

저자는 뭉크가 남긴 걸작이 〈절규〉만이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특히 〈태양〉, 〈시트를 든 간호사〉, 〈별이 빛나는 밤〉 등을 언급하며 그가 불안과 절망뿐 아니라 위로와 희망을 그린 화가임을 강조한다. 그중 화려한 색채가 가득한 〈태양〉은 뭉크 인생에서 가장 빛나고 강한 삶의 에너지를 발산한다. 그래서인지 화폐에 들어갈 정도로 노르웨이 사람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는 작품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태양〉은 뭉크가 정신병원에서 퇴원한 후 그린 것으로, 그는 〈태양〉을 통해 우울과 고통의 끝에서 발견한 찬란한 희망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19세기 오슬로, 파리, 독일에 새겨진  

뭉크의 흥미로운 삶의 순간들이 생생하게 펼쳐진다

 

뭉크는 유년과 노년의 시간은 오슬로에서, 청년의 시간은 프랑스의 파리와 니스, 독일의 여러 도시를 떠돌며 살았다. 이 책에는 뭉크가 떠돌던 유럽 여러 도시에서 그가 맞이했던 중요한 순간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어머니와 누나를 떠나보내던 순간, 아버지와의 갈등으로 괴로워하던 시간, 가족들의 배웅을 받으며 처음으로 프랑스로 떠나던 순간은 물론이고 생 클루에서 아버지의 죽음을 전해 들은 순간, 몬테카를로의 도박장에서 얼마 남지 않는 장학금을 날려버린 밤, 독일에서 뭉크 스캔들을 은근히 즐기던 날들, 검은 새끼 돼지에서 다그니를 바라만 볼 수밖에 없던 순간, 툴라와 몸싸움을 하다 왼손에 총을 맞는 순간까지 마치 뭉크의 곁에서 그를 지켜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그 순간들을 펼쳐 보여준다. 저자의 친절하고 따뜻하고 섬세한 스토리텔링이 빛나는 순간들이다.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은 저자가 뭉크의 작품뿐 아니라 그가 남긴 일기, 메모, 스케치, 편지까지 찾아 읽으며 그의 삶을 이해하려 한 시간들이 쌓인 결과다. 

저자는 『뭉크의 별이 빛나는 밤』이 만들어지는 동안에도 뭉크에 대한 관심을 멈추지 않았다. 오슬로로 뭉크의 흔적을 찾기 위한 여행을 떠난 것이다. 그녀는 뭉크가 어린 시절을 보낸 집들, 뭉크의 예술이 시작된 〈아픈 아이〉를 그린 집, 최초의 스튜디오, 자주 들르던 카페, 뭉크 미술관, 〈절규〉의 배경인 에케베르크 언덕, 노년을 보낸 에켈리의 집, 우리 구세주 공동묘지 등을 발품을 팔아 직접 찾아가 살펴보고 그 사진들을 이 책에 담았다. 특히 이 여행에서 그녀는 방치되었던 뭉크의 유골함에 대한 새로운 사실을 확인하여 이 책에 실었다.

 

특별회고전 《에드바르 뭉크: 비욘드 더 스크림》을

찾기 전에, 그리고 다녀온 후에도 반드시 읽어야 할 책!

 

지금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특별회고전 《에드바르 뭉크: 비욘드 더 스크림》은 7월중순까지 무려 1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관람을 마쳤다. 뭉크에 대한 관심이 매우 뜨겁다. 그렇다면 과연 그들은 뭉크의 작품들을 보며 어떤 생각을 하고 무엇을 이해했을까? 

사실 뭉크의 작품들은 그 수가 2만 점이 넘고 작품에 담긴 의미도 복잡하게 얽혀 있어 이해하기가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다. 따라서 그의 삶을 이해하지 않고서는 그의 작품을 온전히 이해하기라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에드바르 뭉크: 비욘드 더 스크림》의 전시자문을 맡은 저자는 이런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기에 ‘뭉크 전문가’로서 자신의 역량을 쏟아 이 책 『뭉크의 별이 빛나는 밤』을 썼다. 저자는 특히 이번 전시의 중요한 섹션인 《생의 프리즈》에 대해서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생의 프리즈》가 생겨난 계기, 읽는 방법, 그에 속한 주요 작품들에 대한 해석을 포함하여 《생의 프리즈》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담았다.

이 책을 들고 《에드바르 뭉크: 비욘드 더 스크림》 전을 찾는다면 뭉크의 작품이 속삭이는 이야기를 보다 분명히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이미 다녀왔더라고 괜찮다. 전시에서 보았던 작품들을 떠올리며 이 책을 읽는다면 그때의 감동이 다시 생생하게 떠오를 것이다. 

저자소개

저자 : 이미경
한양대학교 교육공학과를 졸업하고 숙명여자대학교 미술사학과에서 석사,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화여자대학교 박사후 연구원과 숙명여자대학교 초빙대우교수로 재직한 바 있으며 현재 연세대학교 연구교수로 재직 중이다. 특별회고전 《에드바르 뭉크: 비욘드 더 스크림》(2024)의 전시자문을 맡았다.
충남문화재단 문화예술지원 심사위원(2021), 《고종희 교수 아카이브전》(2019) 기획을 비롯해 KBS ‘이슈 pick 쌤과 함께’(2024) 출연 등 미술 관련 활동을 하고 있다. 현재 안과의사협회에 「이미경의 아트 톡」, 서울신문에 「으른들의 미술사」, 「경이로운 미술」칼럼을 게재하고 있다.
저서로 『미술관에서 만난 범죄 이야기: 명화 속 잔혹한 이야기』(드루, 2023)와 『미술사, 한 걸음 더』(공저, 이담출판사, 2021)가 있다. 논문으로 「대서양의 이방인이 그린 전쟁: 존 싱어 사전트의 전쟁 기념화와 애도의 방식」(2024), 「아일랜드인이 그린 빅토리아 시기의 통치 이념과 프로파간다: 다니엘 매클리즈의 웨스트민스터 궁 로열 갤러리 벽화 연구」(2024), 「평범한 인물들의 비범한 역사: 포드 매독스 브라운의 맨체스터 시청사 벽화 연구」(2021) 등이 있다. 현재 영국 벽화 미술을 연구하고 있으며, 이 연구와 관련해 교육부 주관 학문후속세대 연구에 선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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