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없는 엄마’와 ‘느린 아이’가 써내려간 성장일기
《내 인생 가장 소중하고 특별한 손님》은 엄마경력 8년 차에 접어든 희수맘과 자폐스펙트럼을 가진 희수의 성장 일기이자 독립 일기다. 이 책에는 자폐스펙트럼을 진단받은 뒤 한 가족이 아이의 장애를 인정하고 ‘행복을 선택하기’까지의 과정이 담겨 있다.
작가는 어떤 아이를 보내주시든 정성을 다해 사랑으로 키우겠다고 간절히 바랐다. 그 바람은 장애를 가진 아이를 낳은 뒤 받아들이기 힘든 고통으로 이어졌다. 그 순간들을 처절하게 몸부림치고 받아들여 다시 평온한 일상을 찾기까지 가족 모두가 중심을 잃지 않으려 노력했다. 눈 마주침도, 불러도 대답 없는 아이의 장애 앞에서 무너지지 않았다. 언어치료는 물론 아이를 위해 어디든 갔다. 강, 바다, 아쿠아리움 하다못해 뒷산까지 아이와 늘 함께했다. 그리고 아이가 세상 속으로 걸어들어갈 수 있도록 이끌었다. 또한 저자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자폐스펙트럼에 대한 인식 개선과 더불어 하나의 존재로서 독립해가는 희수의 성장을 보여준다. 자폐스펙트럼 장애아 희수를 ‘사회적 고립’이 아닌 ‘세상과의 소통’으로 이끈 한 가족의 이야기를 만나보자.
가까이 있어도 멀리 있는,
생애 가장 특별한 ‘손님’을 둔 부모들을 위하여
국내 자폐스펙트럼장애 등록 인구는 3만 1천 명. 10년 전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그럼에도 자폐스펙트럼을 가진 아이들은 ‘어디에나 있지만 그 어디에도 없다.’ 사회의 날카로운 시선과 아무리 노력해도 제자리를 맴도는 아이의 상황 때문에 섬처럼 살아가는 경우가 많아서다. 아이의 자폐스펙트럼을 의심하면서 부모들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있다. 바로 스스로를 끊임없이 자책하고 후회하고 비관하는 것이다. 깨어 있는 매 순간 자폐스펙트럼과 싸운다. 아이가 다섯 살이 되기 전에 개입을 하면 할수록 증세를 호전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 때문이다. 어떤 이는 자폐성 장애아를 키우는 삶은 점점 더 빨리 흐르는 시계와 끊임없이 경주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할 정도다.
희수는 지능지수 65, 지적장애를 동반한 자폐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사랑이 무엇인지를 그 누구보다 잘 알고, 본인이 받는 사랑의 크기를 아는 현명한 아이다. 작가는 희수를 통해 특별함에 가려 있는 아이의 평범함을, 숫자가 나타내는 한계보다 아이와 부모가 한계 없이 교류하는 감정을 많은 이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엄마가 보여주는 사랑,
아이에게서 다시 배우는 사랑
1장에서는 아이의 자폐스펙트럼을 의심하고 진단받기까지의 과정을 담고 있다. 2장에서는 느린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슬픔과 기쁨에 대해 이야기한다. 3장에서는 아이와 함께하는 일상에서 다시 배우는 사랑을, 4장에서는 엄마로서의 성장기를 기록했다. 마지막 5장에서는 하나의 존재로 성장하기 시작한 희수의 독립 일기를 담았다.
작가에게 희수의 탄생은 하나의 사건이었고, 자폐스펙트럼 진단은 ‘천재지변처럼 어떤 상황이 닥친 것’이었다. 발달이 빨랐던 희수에게 퇴행이 온 순간, 옹알이조차 하지 않던 아이가 기적처럼 ‘엄마’라고 하던 순간, 배변 훈련에 성공한 순간, 웃음 각성으로 웃음을 제어하지 못하던 순간에도 작가는 기다렸다. 그리고 있는 그대로의 내 아이를 온전히 안아주고 사랑했다. 그렇게 엄마가 보여준 사랑을 아이가 되돌려주었다. 그 과정 속을 겪으며 작가는 ‘아이는 멈추지 않는다.’고 이야기한다. 멈춰 있는 것처럼 보이는 순간조차 아이는 자신만의 속도로 부지런히 나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주변과 비교하다 보면 뒤로 가는 것 같겠지만 온전히 살펴보면 엄마도 아이도 사실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 책에 기록된 희수와 엄마의 성장기를 보며 다시금 깨닫게 될 것이다. 우리 집에 온 귀한 ‘손님’인 아이가 혼자서 일상을 꾸릴 수 있도록 돕는 게 바로 부모의 역할이라는 것을.
작가는 《내 인생 가장 소중하고 특별한 손님》을 통해 우리가 몰랐던 자폐스펙트럼이라는 단어 속의 평범함을 보여준다. 더 나아가 여느 가족과도 같은 일상, 그 안에 담겨 있는 아이의 따뜻한 마음, 다정한 행동 등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자폐스펙트럼에 대한무지에서 나온 막연한 두려움 대신 희수의 마음과 행동에 대한 이유가 있음을, 희수도 우리와 같음을, 단지 표현 방법이 서툴고 다를 뿐이라 전한다.
“엄마가 되게 해줘서 고마워.”
세상 모든 부모는 힘들다. 그 힘듦 위에 지어진 행복은 한 사람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가족 모두가 만드는 것이다. 희수의 가족은 자폐스펙트럼에 대한 세상의 편견에 맞서 당당하게 아이를 키운다. 느리다고, 다르다고 해서 마음까지 느리다거나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작가는 아이가 열 번 하면 알 수 있는 걸 한두 번 모른다고 해서 부모가 포기하지 않기를, 아이의 특별함을 없애려고 노력하다 아이의 평범함마저 외면하는 실수를 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도 담았다. 또한 이 책을 통해 아이의 ‘특별함’이 가족의 행복을 좌지우지하는 것도 아님을 강조한다. 가족의 즐거움과 행복은 각자의 마음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위기 앞에서 보여준 가족의 사랑을 보고, 듣고, 먹고 자란 희수는 사랑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사랑은, 아주 행복한 거야.”
“사랑은, 아주 똑똑한 거야.”
“사랑은, 아주 좋아하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