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지 않으면 사라졌을 마음을 편지로 전할 때,
누군가의 꿈이 되어주고 싶다고 생각할 때……
사랑과 꿈이 전부라고 생각하면 인생은 매우 단순해진다
오늘 나를 살아가게 하는 힘은 무엇인가요. 스스로에 대한 확신도 없고 보이지 않는 미래에 대한 불안함이 가득할 때, 살며시 마주 잡아오는 손을 가만히 내려다보다가 그것이 ‘내가 아는 유일한 다정함’이라고 말하는 윤성용 작가의 에세이 《이를테면, 사랑》을 멜라이트에서 선보입니다.
지금껏 당신을 살아가게 만든 것은 무엇인가요? 가장 힘든 시기에 손을 내밀어준 것은 무엇이었나요? 한없이 차갑고 어두웠던 당신을 밝은 곳으로 이끌어준 것은 무엇인가요?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어떤 점에서 다른가요? 이토록 많은 좌절과 아픔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요?
《이를테면, 사랑》은 이런 질문에 대한 나의 대답이다. - 7쪽
《이를테면, 사랑》은 언제나 편지지를 지니고 다니며 그 사람을 기다릴 때도, 그립거나 미안할 때도 편지를 쓰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그것은 조금은 부끄럽고 서툴지만 거짓말일 수는 없는 진심입니다. 나의 어설픔과 고단함도 그 사람에게는 웃음과 위로가 되었으면 하는, 쓰지 않았다면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사라졌을 그 마음을 담담하게 새겨봅니다. 그 마음은 곧 서로 다른 존재를 함께 살아가게 만드는 어떤 힘, 그것을 ‘사랑’이라고 부르기로 합니다.
“당신이 나의 꿈입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과 함께하기를 줄곧 바라왔다. 만약 그 사람에게 꿈이 없다면, 내가 그 꿈이 되어주어야겠다. 만약 그 사람에게 내년의 계획이 없다면, 내가 그 계획이 되어주어야겠다. 이런 소망은 나로 하여금 지난 꿈들을 잊게 만들었다. 그로 인해 나의 모든 불안과 슬픔이 사라졌으니, 사랑과 꿈이 전부라고 생각하면 인생은 매우 단순해지는 듯하다. - 38쪽
꿈은 나를 앞으로 나아가게 만든 힘이 된다
모든 것이 조금은 견딜 만해진다
어느 날 할아버지가 물었습니다. “비가 오는 날에 바다에서 수영해본 적 있니?”
이왕에 비에 젖었으니 더 기분 좋게 수영할 수 있는 거라는 할아버지의 말을 이제는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수많은 괴로움과 시련도 커다란 인생의 바다에서 바라보면 오히려 즐거움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 그래서 말합니다. “당신도 비를 맞고서 웃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설령 그렇지 못하더라도 당신 잘못은 아닙니다.”
“평생 상실의 감각과 함께 살아왔다”는 윤성용 작가의 고백처럼, 우리 역시 정확히 설명하기 어려운 미련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모릅니다. 모르는 새 놓쳐버리거나 어딘가에 두고 온 것들, 내 손 안에 있었다고 믿고 싶은 것들. 살아오면서 그렇게 점점 잃는 것들이 많아지고 어깨가 처진다고 생각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요. 어떤 시절의 충동과 자유로움과 모험심이 지금은 희미해졌다면, 지금은 신중함과 안정감, 현실감각이 그 자리를 채운 것일지도요.
잃어버린 것과 얻은 것 사이에 나의 삶은 계속 흘러간다. 나는 그 사이에서 겨우 균형을 맞추며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 ‘잃은 만큼 정확히 채워진다’고 생각하면 언제나 내 곁을 맴도는 서글픈 마음도 조금은 가라앉는 듯하다. - 113쪽
그래서 이제는 한없이 바라만 보고 있어도 좋은 강릉의 바다, 잘 익은 오렌지처럼 밝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소망, 다 큰 아들의 손톱을 깎아주고 싶어 하는 아버지의 마음, 하나일 때보다는 모여 있을 때 더 아름다운 반딧불이 무리나 안개꽃 다발 같은 것들, 이렇게 단순하고 당연하고 평범한 것에 시선을 두고 그것에서 찾은 기쁨들을 조금씩 쌓아가는 것이 좋은 삶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물론 앞으로도 여전히 혼란스럽고 불안하겠지요. 지금도 그렇듯이 수없이 흔들리겠지만, 아픔이 두려워 기쁨을 놓치기보다는 사랑하는 사람과 서로를 지지하며 나아가고 싶다는 꿈,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더 많이 말하고 싶다는 꿈이 오늘을 조금 더 견딜 만하게 해주지 않을까요.
“나는 외로웠어요. 그리고 행복했어요. 당신은 어때요?”
더 이상 홀로가 아닌 함께의 길을 선택한 글쓰기
윤성용 작가는 몇 년 전부터 매주 짧은 에세이를 써서 뉴스레터를 발행하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 타의에 의해 백일장에 나가 백지를 앞에 두고 막막해하던 소년이 그렇게 글을 쓰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우연한 여행에서 “가장 가깝지만 알 수 없는 ‘나’라는 존재와 제대로 마주”하면서부터였고, 그런 방식으로 어린 시절의 외로움과 상처를 들여다보고 스스로를 사랑하기 시작했습니다. 불완전하고 어설픈 자신의 내밀한 이야기가 오히려 누군가에게 위로가 된다는 것도, 독자들이 들려주는 또다른 이야기를 통해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역시 다시 살아갈 이유가 되었고요.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내가 불완전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서다. 나는 그것이 누군가에게 위로가 된다는 걸 알고 있다. ‘나, 그리고 당신, 우리는 모두 불완전한 작은 존재다.’ 이 문장을 진실로 받아들이는 순간 우리는 더 이상 감추기 위해 불안해하지 않아도 된다. 완벽하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되니까 편안하고 자유로워진다. 나는 그런 방식으로 나 자신을 사랑하기 시작했다. - 53쪽
나 자신을 사랑하기 위해서, 오래 기억하기 위해서, 인생의 불완전함을 연습하는 과정에서 계속 글을 씁니다. 5년 전의 자신에게 보내는 편지를 씁니다. 스스로를 가두고 제한하는 부정적인 단어들을 버리기로 결심합니다. 그보다는 마음을 비추는 문장들을 매일 하나씩 찾아보기로 합니다. 나를 움직이는 힘과 꿈에 대한 질문들을 더 많이 하기로 결심합니다. 《이를테면, 사랑》은 그렇게 잃어버린 줄 알고 그리워했던 나의 모습을 발견하고 되찾는 과정, 글쓰기를 통해 더 이상 홀로가 아닌 함께의 길을 선택한 기록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