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문 속으로 ::
“뭐, 도둑같이 남의 물건 탐내다가 고장 내 놓고 불량품이라고?”
은우가 소리치자 민교가 얼굴을 붉혔다.
“뭐, 도둑?”
당당하던 민교 얼굴이 잔뜩 일그러졌다. 도둑이란 말까지 들먹이다니 너무했다. 나는 쏘아붙이고 싶었다. 하지만 입안에서만 맴돌 뿐이었다. 민교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밖으로 뛰어나갔다. 여학생 둘이 민교를 뒤따랐다. 나는 주먹을 불끈 쥐고 은우를 노려보았다.
“째려보면 어쩔 건데? 대신 물어낼래?”
은우가 일부러 내 어깨를 세게 부딪치고 지나갔다. 나는 입술만 깨물었다. (32쪽)
우리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운동장을 달렸다. 꽃향기는 잠잠하다가도 이따금 짙게 훅 다가왔다. 머리카락에, 옷에 온통 꽃향기가 휘감기는 느낌이었다. 우리는 서로 따라잡고 또 잡히면서 운동장을 돌았다.
한참을 달리다 벤치에 앉았다. 숨을 몰아쉬며 언뜻 하늘을 보았다. 별들이 말똥말똥 우리를 내려다보았다.
“아, 참 좋다!”
달콤한 사탕을 녹여 먹듯이 이 느낌을 오래 간직하고 싶었다. 이 아득한 꽃 냄새를 이젠 맡을 수 없다니, 학교와 헤어진다니 슬펐다. 민교와 진성이도 나와 같은 생각에 젖어 있는 것 같았다. 우리는 한동안 말없이 앉아 있었다. (55쪽)
“오, 우리 아들이 그동안 참 많이 컸구나!”
아빠가 손가락으로 내 머리카락을 기분 좋게 헝클었다. 내가 좋다는 뜻으로 아빠가 어릴 때부터 하던 표현이었다.
“저 별빛은 과거의 별빛이래요. 별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백 년, 이백 년 뒤의 사람들도 저 별빛을 본대요.”
나는 지난번 별빛 여행을 떠올리며 말했다.
“그럼, 지금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것도 나중 사람들이 보겠지?”
“예, 우리가 잘 지켜서 남겨 놓기만 하면요.”
아빠와 나는 별을 오래 쳐다보았다. 우리 이야기를 별들도 듣는 듯했다. (121쪽)
“또 있어. 우리 역사를 제대로 지키지 못하면, 저 중국의 동북공정에서 그랬던 것처럼 우리 역사가 남의 역사가 되어 버리고 말아.”
“동북공정요?”
“응, 중국은 한국 역사를 중국 역사의 일부라고 주장한단다. 고구려를 고대 중국 영토에 있던 중국의 지방 정권이라고 사실을 왜곡하고 부추기며 중국 역사로 만들어 버리려는 거야. 그 생각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지.”
난 아빠가 훌륭한 학자 못지않다고 생각했다.
“맞아요. 요즘 중국이 한복도, 김치도 마치 자기들 것인 양 억지를 쓰고 있잖아요.”
“그래, 우리 것을 못 지키고 빼앗긴 뒤 아무리 우리 것이라 해도 세계는 거들떠보지 않을 거야. 우리만이 주장하는 우리 역사가 아니라, 세계가 인정하는 우리 역사로 지켜나가야 해!”
나는 정말 마음을 단단히 잡아야겠다고 생각했다. (122~123쪽)
:: 작가의 말 ::
요즘 우리 한국 영화, 한국 가수들 부르는 노래, 드라마가 온 세상의 주목을 받고 있지요. 그뿐인가요? 한식, 한복에다, 게임이며 전자기기 등이 세계에서 인정받고 인기를 누리고 있지요. 우리나라 문화가 지금처럼 위상 높았던 적이 있었을까요?
배가 아픈지, 중국은 중국 소수민족의 문화를 자기네 문화로 끌어들여 김치, 한복, 아리랑조차 중국 것인 양해요. 처음엔 누구나 거짓말이라 무시하지만, 거짓말도 거듭 반복되면 그럴싸한 이유가 붙고 진화해요. 잘 모르는 사람을 혹하게 해서 믿어버리게 만들지요.
마치 발해 역사가 공공연히 중국 역사가 되어가듯이 말이지요. 지금 세계의 많은 학자는 발해를 중국의 역사로 믿고 있어요. 중국 중심으로 쓴 수많은 책을 외국어로 펴내 세계에 퍼뜨렸으니, 그 책을 자료로 읽은 학자들은 믿을 수밖에 없지요. 교사인 저는 학생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워줘야 한다고 느꼈어요.
저는 세상 누구도 ‘그건 당연히 한국 것이지’ 하고 인정하고, 아무도 넘볼 수 없도록 우리 것을 적극적으로 지키자고 말하고 싶어요. 그래야만, 후대에도 우리 것으로 남아있을 테니까요.
―〈작가의 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