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 편의 이야기, 네 가지 친구 관계
책에 실린 네 편의 친구 사건은 각기 다른 아이가 주인공의 되어 자신과 갈등 상황 속에 놓인 친구와 있었던 일을 털어놓는 이야기입니다. 어떤 사건은 가볍게 지나가지만, 어떤 사건은 꽤 심각하게 지속되기도 합니다. 사건의 발단부터 전개, 그리고 해결까지 촘촘히 이야기하기에, 책의 모양도 사건 파일처럼 구성되어 있습니다. 네 가지 사건을 통해, 네 가지 빛깔의 친구 관계를 생각해 보게 합니다.
★이성 친구 관계
첫 번째 사건 ‘새민이 이야기’는 이성 친구 간의 갈등을 그리고 있습니다. 가끔 좋아하는 친구를 더 괴롭히는 아이들이 있지요? 좋아하고 친해지고 싶는 마음과 반대로 짓궂게 표현하는 거예요. 이야기 속 수민이가 그런 아이랍니다.
“있잖아, 오새민, 나…… 너 좋아해. 네가 나 싫어하는 거 같아서 심술 났어. 그래서 장난이라도 쳐서 친해지려고 그런 거야. 아프게 하려고 한 거 아냐.”
_〈못 말리는 친구 사건〉 중에서
수민이가 이렇게 행동한 것은, 다른 사람에게 자기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데 미성숙하기 때문이에요. 이런 수민의 마음도 모르고 새민이는 전전긍긍 수민이에게 벗어날 방법을 궁리 중인데요……. 자, 친해지고 싶은 친구에게 심술 부리기보다는 용기 내어 솔직하게 다가가면 오해할 일도 없겠죠.
★반대 성향의 친구 관계
두 번째 사건 ‘승욱이 이야기’는 반대 성향의 친구끼리 친해지는 내용입니다. 전학을 온 승욱이는 독립적인 성향을 지닌 똑 부러진 아이예요. 반면 승욱이의 짝이 된 기찬이는 실없이 싱글거리며 오지랖 넓게 온갖 일에 참견하는 아이랍니다. 야무진 승욱이 눈에 허술해 보이는 기찬이가 맘에 들 리 없죠.
‘우씨, 창피해! 저런 애 진짜 싫은데, 짝이라니!’
내 얼굴은 빨갛다 못해 화끈거렸다.
_〈못 말리는 친구 사건〉 중에서
하지만 극과 극으로 다른 친구라도 마음을 열 수 있는 특별한 계기가 생긴다면 어떨까요? 그 친구를 이해하게 되면, 그 친구의 싫었던 모습마저 좋아 보여서 나도 모르게 따라 하게 될지도 모른답니다.
★단짝 친구 관계
세 번째 사건 ‘우진이 이야기’는 절친끼리의 다툼에 관한 내용입니다. 유치원 시절부터 단짝인 우진이와 민찬이는 사소한 일로 크게 싸우게 되어요. 너무 격없이 지내다 보니 사소한 시비가 큰 싸움까지 번진 것이죠. 오랫동안 친했던 친구와 틀어졌으니 둘 다 마음이 편할 리가 없습니다.
‘아, 이러다가 민찬이랑 영영 멀어지면?’
덜컥 겁이 났다. 민찬이와는 유치원 때부터 절친이다. 우리 반에서 나랑 가장 잘 통하는 사이고. 그런 민찬이랑 멀어진다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해졌다.
_〈못 말리는 친구 사건〉 중에서
마침 둘은 등교 길에 마주치고, 사과하고 싶지만 자존심 때문에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는 상황에 놓여요. 자, 과연 누가 먼저 화해의 손길을 내밀까요? 비 온 뒤 단단해지는 땅처럼, 싸움 뒤 둘의 우정이 더 굳건해질 수 있을지 기대해 봅니다.
★여자 친구끼리 샘내는 관계
네 번째 사건 ‘도미 이야기’는 여자아이들 사이의 ‘질투’ 감정을 다루고 있습니다. 친구가 많은 도미를 샘낸 민정이는 거짓말을 퍼뜨려 도미를 은근히 따돌리는데요, 여자아이들 사이에 흐르는 미묘한 감정 대립이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어쩔 수 없이 혼자 가려는 순간, 몰려 있던 아이들이 고개를 확 돌려 날 쳐다봤다. 그것도 동시에.
“어, 왜?”
“아니야. 아무것도.”
눈빛으로 뭔가 주고받은 아이들이 머쓱한 표정을 짓더니 뭉쳐 걷기 시작했다. 뒤통수가 서늘해졌다. 가슴이 퉁퉁 무겁도 빠르게 뛰었다.
_〈못 말리는 친구 사건〉 중에서
도미 입장에서는 이유 없이 따돌리는 친구들이 당연히 밉고 속상하겠지요. 그래서 학원도 빠진 채 혼자서 끙끙거리다 마법처럼 민정이의 속마음을 엿보게 되는데요……. 친구한테 서운한 일이 있을 때 혼자 끙끙거리지 말고 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대화해 보면 어떨까요? 의외로 친구 역시 나처럼 고민하며 속상해하고 있을지 모른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