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3의 이선균 사건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며

연예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구조적 문제점을 분석하고 파헤친 책이다.

이선균을 비롯한 적지 않은 배우, 가수, 예능인, 모델이 자살하고 많은 연예인이 어려운 상황에서 힘겹게 활동하는 것은 검경과 언론, 대중 때문만은 아니다. 가수, 배우, 예능인의 특성과 역할, 현실, 생활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해 초래된 연예인의 부정적 인식과 편견, 연예인에게 공인이라는 잣대를 들이대며 공직자보다 더 엄격한 도덕적 책무를 지게하고 규범적 내레이터 모델이 되기를 강요하는 사회적 분위기, 연예인을 육성 관리하는 기획자와 연예인의 활동 콘텐츠를 만드는 창작자의 문제, 스타를 소비하는 팬ㆍ팬덤의 폐해와 안티팬ㆍ사생팬ㆍ악플러의 병폐, 연예인의 죽음마저 이윤추구에 악용하는 사이버 렉카ㆍ지라시 제작자의 불법 행위 등이 연예인을 곤경에 처하게 할 뿐만 아니라 자살이라는 최악의 선택에 이르게 한다. 

연예인을 둘러싼 문제와 병폐, 시스템, 인식이 개선되지 않으면 대중문화 발전은 고사하고 제2, 제3의 이선균이 연이어 나올 수밖에 없다. 이선균 사건이 드러낸 정권ㆍ검경, 언론, 대중의 문제뿐만 아니라 연예인을 정신적ㆍ육체적으로 옥죄는 사회적 인식과 구조적 문제, 그리고 문화산업 종사자ㆍ소비자의 잘못된 행태를 지속해서 알려야 한다. 그것만이 이선균의 죽음을 헛되지 않게 하는 동시에 제2의 이선균 사건을 예방하고 연예인이 대중문화 주역으로 당당하게 활동할 수 있게 하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저자 배국남이 이 책을 집필한 이유다.

[목차]

책을 펴내며 _ 왜 『연예인도 사람이다』인가 4

1장 대한민국에서 연예인으로 산다는 것 - 연예인의 인식과 위상

1_ 박진영ㆍ송해, 왜 ‘딴따라’라고 자인했나 - 연예인에 대한 인식, 딴따라부터 

 문화 주역까지 19

2_ 이순재, 왜 연예인 결혼하기 힘들다 했나 - 연예인의 위상, 삼패 기생부터 장관까지 26

3_ 연예인은 공인 아니라는 성시경ㆍ신해철 vs 공인이라는 다수 연예인 vs 공인이라는 입장 비판하는 싸이ㆍ버벌진트 - 연예인은 공인인가? 33

2장 연예인은 계급사회-지망생ㆍ연습생부터 스타까지, 대우와 현실

1_ 학원ㆍ학교ㆍ기획사ㆍ오디션장 향하는 지망생의 자화상 41

2_ 연예기획사 연습생의 민낯 53

3_ 연예계 첫발 딛는 신인의 현실 66

4_ 가수ㆍ배우ㆍ예능인이라는 직업 가진 일반 연예인의 현주소 78

5_ 스타, 수입ㆍ인기ㆍ일자리 독식하는 최상위 포식자 87

6_ 바닥으로 추락한 스타ㆍ연예인의 모습 98

3장 가수ㆍ배우ㆍ예능인의 실상 - 분야별 연예인의 현황과 특성

1_ 음악과 퍼포먼스로 즐거움 주는 가수의 현황과 특성 109

2_ 연기로 감동 주는 배우의 현황과 특성 117

3_ 예능과 코미디로 웃음 주는 개그맨‧예능인의 현황과 특성 125

4_ 모델ㆍ방송인ㆍ댄서ㆍ유튜버ㆍ스포테이너의 현황과 특성 133

5_ 배우ㆍ가수ㆍ예능인으로 활약하는 멀티테이너의 명암 143

4장 연예인 어떻게 살까 - 연예인의 삶과 생활

1_ 연예인의 삶은 화려한가 - 연예인의 생활 153

2_ 연예인, 얼마나 버나 - 연예인의 수입과 재산 159

3_ 연예인은 누구와 결혼할까 - 연예인의 결혼과 이혼 163

4_ 연예인 언제까지 활동하나 - 연예인의 활동 수명 169

5_ 연예인은 극단의 감정노동자! - 연예인의 직업적 특성과 고통 178

5장 연예인은 무엇을 하나 - 연예인의 역할

1_ 연예인, 대중문화 지형도를 그리다 - 연예인의 문화적 역할 187

2_ 연예인은 하나님보다 힘이 세다! - 연예인의 사회적 역할 194

3_ 연예인의 이름부터 쓰레기까지 돈 되는 시대 - 연예인의 경제적 역할 200

6장 누가 연예인을 만드나 - 창작자ㆍ기획자 메이커와 연예인 

1_ 누가 연예인과 스타를 만드나 209

2_ 창작자 메이커와 연예인 - PD, 감독, 작가, 작곡가 겸 프로듀서 220

3_ 기획자 메이커와 연예인 - 매니저, 신인개발팀, 기획사 대표 243

7장 대중과 팬은 연예인 어떻게 소비ㆍ수용하나 - 대중ㆍ팬과 연예인 

1_ 연예인의 존재 기반, 팬과 팬클럽, 팬덤의 두 얼굴 259

2_ 대중, 연예인을 양극단으로 소비ㆍ수용하는 야누스 271

3_ 연예인 생명을 위협하는 어둠의 세력들…사생팬ㆍ안티팬ㆍ악플러ㆍ해커 276

4_ 팬과 동행하는 연예인 vs 팬을 악용하는 연예인 283

8장 언론은 연예인 킬러일까, 키퍼일까 - 언론과 연예인

1_ 한국 연예저널리즘은 ‘너절리즘’인가? 289

2_ 연예ㆍ대중문화 기자, 언론인? 클릭 장사꾼? 302

3_ 평론가의 역할과 행태 - 비평가? 홍보꾼? 악담꾼? 사기꾼? 309

4_ 연예인의 죽음을 부추기는 악의 축들…사이버 렉카ㆍ이슈 블로거ㆍ지라시 제작자 314

9장 연예인을 대하는 정권의 시선은? - 정권과 연예인

1_ 연예인, 정권의 동원ㆍ홍보 도구인가, 여론 호도 수단인가? 325

2_ 검경의 수사 행태가 연예인을 극단적 선택으로 내몬다! 332

3_ 사회ㆍ정치적 견해 밝힌 연예인의 후폭풍은? 338

10장 연예인, 시대와 문화 바꾸다 - 사회ㆍ대중ㆍ문화 변화시킨 연예인들 

1_ 김혜자 유재석 장나라 방탄소년단…선한 연예인의 영향력은? 347

2_ 승리 정준영 박유천 신정환…범죄 연예인의 파장은? 354

3_ 이선균 최진실 종현 구하라…자살로 생 마감한 연예인이 남긴 것은? 360

4_ 정태춘 박진영 설리 홍석천…문화 의미 있게 변화시킨 연예인들 369

5_ 이미자 조용필 이순재 나문희 전유성…50~70년 활동하며 사표로 남은 연예인들 375

6_ 송강호 정우성 서태지 아이유…SKY 공화국 전복시킨 중ㆍ고졸 연예인들 384

7_ 오순택 강수연 H.O.T 싸이 윤여정 이정재…연예인의 국제적 위상 높인 주역들 391

8_ 이대엽 이주일 신성일 신영균 리아…정치인으로 변신한 연예인에 대한 평가는? 402

9_ 이덕화 최민수 하정우 박시은 앤톤…대를 잇는 2ㆍ3세 연예인, 공정 무너뜨린 특혜의 산물? 407

주 414

연예 뉴스 관련 매체의 급증에 따른 경쟁의 심화와 포털에 의존하는 수입구조로 인해 연예인과 대중문화를 담당하는 기자들이 적지 않은 문제와 병폐를 드러내고 있다. 연예저널리즘을 담당하는 기자의 가장 큰 문제는 전문성과 객관성, 윤리적 의식이 결여돼 질 낮은 기사 더 나아가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뉴스를 양산해 대중문화와 연예인의 발전을 가로막는 것이다. 전문성이 결여된 기자들이 심도 있는 분석ㆍ기획 기사나 비평 대신 독자나 시청자, 네티즌, 구독자의 눈길을 손쉽게 끌기 위한 낚시성 기사나 뉴스 가치가 없는 검색어ㆍ어뷰징 기사, 모니터닝 기사 등을 쏟아내 연예저널리즘의 질을 추락시키고 있다.

306쪽

디지털과 인터넷, OTT와 SNS의 발달로 누구나 문자와 영상 콘텐츠를 제작해 대량 유통시킬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콘텐츠를 이용해 대중적 인기와 막대한 수입을 올릴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유튜브나 틱톡, SNS를 통해 연예인에 관련된 자극적인 콘텐츠를 제작ㆍ유통하는 사이버 렉카, 이슈 블로거, 지라시 업자가 기승을 부린다. 연예인과 대중, 전문가는 이들을 향해 “혓바닥 살인마” “혐오를 돈 버는 데 활용하는 악마” “인간이기를 포기한 인격 살해범”이라는 분노를 표출하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지만, 갈수록 심해지는 이들의 행태와 폐해로 인해 수많은 연예인이 생명을 위협받고 대중문화 생태계가 교란된다. 

315쪽

이승만 정권의 비호를 받으며 정치깡패로 악명을 날린 반공예술단장 임화수는 경무대 실세인 곽영주에게 여배우를 수시로 성상납했고 김희갑을 비롯한 최고 인기 연예인들을 선거 및 정치 행사에 강제적으로 동원해 정권과 여당을 선전하고 표심을 얻는 수단으로 악용했다.

326쪽

우선 연예인의 수사 동기와 목적의 불순함이 문제로 꼽힌다. 국민의 비판과 분노를 유발하는 국정 실패나 정권의 대형 악재, 권력층의 부패, 검찰과 경찰의 비리에 대한 비판적 여론을 호도하기 위해 연예인의 수사를 악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또한, 국민의 시선과 관심을 끌 수 있는 연예인의 수사를 검경의 실적 과시용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일반인 범죄보다 

연예인의 수사는 국민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파장과 영향력이 커 검경의 활동에 관심이 증대된다. 이 과정에서 무리한 수사가 전개되는 병폐가 반복되고 있다. 이선균을 협박하고 마약 투약 혐의로 체포된 유흥업소 여실장과 전직 여배우의 진술과 제보만을 토대로 이선균과 함께 수사를 받은 지드래곤이 간이 시약 검사에 이어 국과수의 정밀 감정에서도 음성 판정이 나온 뒤 무혐의 처리되면서 실적을 의식해 경찰이 무리한 수사를 했다는 비판이 터져 나왔다. 

335쪽

미디어와 대중문화 발달로 스타와 연예인의 역할과 영향력이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스타와 연예인은 사람들에게 모방할 롤모델을 제공하고 정체성을 획득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대중은 연예인과 스타가 저명성으로 인해 사회적인 일에 역할을 맡거나 공공의 의문을 해결할 것으로 기대한다. 이런 상황에서 연예인의 자세 변화와 SNS와 OTT 등 손쉽게 자신의 의견과 주장을 개진할 수 있는 뉴미디어의 등장으로 사회적 견해와 정치적 입장을 표명하는 연예인이 많이 늘었다.

340쪽

연예계는 인권침해의 사각지대

스타의 겉모습은 화려하다. 많은 사람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게다가 한 번 떴다 하면 평범한 사람들은 상상하기조차 힘든 부와 명예를 누린다.

속을 들여다보면 그렇지도 않다. 극히 일부 스타를 제외한 상당수 연예인은 생활고를 겪고 있다. 인권침해는 다반사다. 정권에 따라서는 홍보 도구로 전락하거나 여론 호도의 수단으로 악용된다. 실적 쌓기에 혈안이 된 검경의 무리한 수사에 희생양이 되기도 하고, 조회 수 장사에 열을 올리는 언론의 무모한 기사ㆍ취재에 무방비로 사생활이 노출되거나 폭로되기도 한다. 연예인에게 공인이라는 잣대를 들이대며 공직자보다 더 엄격한 도덕적 책무를 지게 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연예인의 화려함에 가려진 차갑고 어두운 현실을 조명했다. 이선균과 지드래곤(권지용) 사건으로 드러난 연예인의 인권유린, 제2, 3의 이선균이 나올 수밖에 없는 우리 연예계의 현실과 문제점을 가감 없이 지적하고 있다. 한류의 본고장 대한민국 사회의 심각한 고질병을 직격한 훌륭한 비평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