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크든 작든 고민 하나쯤은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친구들에게 말했다가 소문이라도 날까 봐, 어른들에게 말했다가 원치도 않는 충고만 잔뜩 들을까 봐 혼자서만 끙끙 앓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사람들을 위해 ‘난다할머니’가 나섰다. 전문 상담가처럼 상냥하게 좋은 얘기만 해 줄 거라는 기대는 금물! 화통한 성격의 할머니는 특유의 입담으로 함께 흉도 보고, 따끔하게 꾸짖기도 하고, 조금은 뻔뻔한 얘기도 하며 상담자들과 웃고 떠든다. 그렇게 난다할머니와 한바탕 수다를 떨고 나면 상담자들은 마음속 고민을 털어내고 어느 방향으로든 다시 걸어갈 용기를 얻는다. 지금 고민이 있다면 《난다할머니 고민 상담소》의 문을 두드려 보는 건 어떨까?
아그들, 무슨 고민이 그리 많다냐?
엄한 데 가서 빌빌거리지 말고 이리 뽀짝 모이그라
누구나 가슴속에 고민 하나쯤 품고 있을 것이다. 어리다고 해서 고민이 없을 리 만무하며, 경험 많은 어른이라고 걱정거리 하나 없이 만사형통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누구에게 고민 상담을 해야 할지, 속 시원히 해결책을 얻을 수는 있는 건지, 괜히 소문만 나는 건 아닌지 여러 생각으로 혼자 속앓이하는 사람들이 태반이다. 그런 사람들을 위해 ‘난다할머니’가 나섰다.
난다할머니는 호호 웃어 주는 인자한 할머니와는 거리가 멀다. 난다 긴다 하는 사람도 할머니 앞에선 꼼짝 못 할 만큼 좀 유별나다. 우선 군인처럼 빡빡 민 머리가 시선을 끈다. 머리는 짧아도 화려하게 꾸미는 건 절대 잊지 않는다. 외양만 신경 쓰는 게 아니라 몸도 가꿔야 한다며 매일같이 책을 읽고 운동도 열심히 한다. 나이는 먹었어도 팔다리 짱짱하고 머리가 팽팽 돌아가니 뭔들 못 하겠냐는 게 할머니 지론. 때론 자신감이 넘쳐 오버할 때도 있지만, 맛깔나는 할머니 말을 듣고 있으면 웃느라 얼굴이 다 얼얼할 지경이다. 뭐든 잘하는 난다할머니가 특출나게 잘하는 것이 있으니 바로 손녀 라희의 고민 상담을 해 주는 것! 절친이 갑자기 쌀쌀맞게 굴어 흐물흐물해진 라희의 마음에 갑옷을 둘러 준 것도, 까칠 호랑이 아빠 때문에 쪼그라든 라희의 마음을 펴 준 것도 바로 난다할머니다. 그런 난다할머니가 병으로 한 번 쓰러진 뒤 이빨 빠진 호랑이처럼 삶의 의욕을 잃고 만다. 라희는 난다할머니를 일으켜 세우기 위해 유튜브 방송을 계획하고, 그렇게 난다할머니의 고민 상담 방송이 시작된다.
“못생긴 내 얼굴이 싫어요.”라는 외모 고민부터 “동생 때문에 너무 짜증 나요.”라는 가족 관계 고민, “내 잘못으로 친구와 멀어졌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라는 친구 관계 고민, “진지한 성격을 바꾸고 싶어요.”라는 성격 고민까지. 구독자들의 고민은 각기 다르지만 다들 한 번쯤 생각해 봤을 만한 것들이다. 내가 특이해서 고민을 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이런 고민에 빠질 수 있다. 그러니 겁내지 말고 누군가에게 손을 내밀면 분명 고민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 것이다. 난다할머니는 고민이라는 늪에 빠진 구독자들에게 어떤 밧줄을 내려 주었을까?
세상 바꾸는 것보다 내 맘 바꾸는 것이 더 쉬운 일이어야
난다할머니의 상담은 할머니 말마따나 유식한 말이지도 않고, 상담자의 심리나 상황을 분석해 전문적인 설명을 해 주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구독자들은 난다할머니에게 열광하며 고민 상담을 해 온다. 어쩌면 사람들은 대단한 조언이 아니더라도 고민을 들어 줄 누군가가 필요했던 것은 아닐까?
난다할머니는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첫 번째 방법은 일단 말로 꺼내는 것이라고 한다. 털어놓는 것만으로 마음이 편해지기도 하고, 설명하면서 스스로 머릿속이 정리되기도 하니 말이다.
동생 때문에 짜증 난다는 구독자의 말에 난다할머니는 동생을 내버리라고 한다. 무슨 얼토당토않은 소리냐며 그러다 동생이 나쁜 놈들이라도 만나면 어쩌냐고 구독자는 항변한다. 나를 누구보다 귀찮게 하지만, 누구보다 내가 잘 알고 잘 맞춰 놀 수 있는 존재가 바로 동생이라는 걸 구독자는 말로 내뱉으면서 인지하게 된 것이다.
이렇듯 난다할머니는 상담 방식은 좀 남다르다. 공감을 해 주되 잘못된 것에는 단호하게 꾸짖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못생긴 얼굴이 싫다며 세상이 날 버린 것 같다는 구독자에게 난다할머니는 못생긴 사람은 버림받아도 싸다며 도리어 성을 낸다. 위로를 해 주거나 꾸미는 법을 알려 줄 거라 생각한 구독자는 황당할 수밖에. 하지만 난다할머니의 말을 들어 보니 고개가 끄덕여진다. 남들 기준에 맞지 않는다고 자신을 외면한 사람은 세상도 외면한다는 것이다. 덧붙여 난다할머니는 예쁘다는 말은 평생 못 들었지만 스스로 예쁘다고 생각한다며 자신감을 내보인다. 손바닥만 한 얼굴 가죽 때문에 나머지 가죽들이 기죽어 살 이유가 없다며 말이다.
고민들은 어찌 보면 모두 ‘관계’와 연관되어 있다. 나 자신에서 시작해서 친구, 가족, 연인과의 관계에 이르는 고민들은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기에 당연한 문제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고민들은 난다할머니 말처럼 마음먹기에 따라 쉽게 해결될 수 있다. 나 자신의 단점 때문에, 주변인과의 관계 때문에 고민이라면 “세상 바꾸는 것보다 내 맘 바꾸는 것이 더 쉬운 일이어야.”라는 난다할머니의 조언을 기억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