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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을 기억하는 법


  • ISBN-13
    978-89-7973-627-4 (03810)
  • 출판사 / 임프린트
    도서출판 전망 / 도서출판 전망
  • 정가
    13,000 원 확정정가
  • 발행일
    2024-07-01
  • 출간상태
    출간
  • 저자
    김요아킴
  • 번역
    -
  • 메인주제어
  • 추가주제어
    -
  • 키워드
    #시 #부산시 #장소시
  • 도서유형
    종이책, 양장
  • 대상연령
    모든 연령, 성인 일반 단행본
  • 도서상세정보
    130 * 190 mm, 160 Page

책소개

김요아킴 시인의 일곱 번째 시집 『부산을 기억하는 법』 (도서출판 전망)이 출간되었다. 그동안 지역에서 성실하게 시작(詩作) 활동을 하며 구체적 현실과 끊임없이 시적 소통을 감행해 왔던 시인는 이번 시집을 통해 1993년, 교단에 발을 디디면서 시작된 부산살이의 부산다운 모습을 자신만의 삶을 통해 시적으로 보여주려 하고 있다. 부산은 시인에게 낯선 항구도시였지만, 시인이 태어난 고향 마산과 무척 닮은꼴이기에 그 습합(習合)의 점도(粘度)는 강하였고, 이는 자연스레 삼십 년 넘는 튼튼한 서사로 뿌리 내려졌다.

따라서 이러한 ‘부산’을 공통분모로 하는 시인 자신만의 다양한 생의 체험과 감각을 시적으로 형상화하면서, 흔히 말하는 제2의 고향이자 문학적 본향(本鄕)으로서의 의미를 재구(再構)하는데 이 시집의 남다른 의의가 있겠다. 2024년 부산정보산업진흥원 우수 출판콘텐츠 사업에 선정된 이 시집의 원고들은 모두 60편으로, 편편이 남쪽 항구도시인 부산이 가지는 독특한 아우라와 개성적인 결을 바탕으로 시인이 실제 발 딛고 호흡한 일상의 생활 현장을 오롯이 시적으로 발현하려 한 흔적의 기록들이다.

또한 삶의 터전으로서의 첫 직장을 잡는 일에서부터 새로운 인연들을 하나둘 만들어 가는 과정, 그리고 가정을 꾸리고 한 집안의 가장으로 생활전선에서 동고동락했던 유의미한 기억들을 언어로 직조하면서 여기, 지금(here and now)의 정체감을 찾으려 한 시인만의 남다른 분투기이기도 하다. 아울러 우리 사회를 관통하는 공동의 아픔과 상처를 외면하지 않고 함께 정면으로 맞서 끊임없이 스스로 성찰하고 행동하는 작가로서의 양심을 지키려 한 작은 몸부림 또한 용해되어 있다. 이러한 부산만이 가지는 지역성에 그가 살아온 생의 절반 이상의 시간을 유추하며, 이제는 토박이로서의 부산 사람다운 모습을 견인하는 질료로서의 의의가 이번 시집의 주된 내용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목차

서문


 

1부

개심開心-금정산을 맞았다

아미동은 여전히 힘이 세다

오륙도 비가悲歌

포효-안창, 호랭이 마을에서

법기리 반송盤松나무에게

동보서적, 희미한 옛 그림자

회국수에 시집을 비비다

4월 22일, 기후 진맥 시계-부산 시민공원에서

장승등대는 안녕하다

요산문학관, 그 나무-박선봉 노인을 떠올리며

수정산-산거족 블루스

황령산 봉수대에서

백양산자락을 이어 붙이다

新세한도-신축 아파트 공사장에서

상계봉 가는 길


 

2부

화명華明

기억에 기억을 튀기다-당감동 통닭골목에서

국민은행 당감동 지점

수화기 너머의 그 목소리

덕포동 시장 골목길

‘마’의 결기

돼지국밥을 탐하다

구포 삽화 1

구포 삽화 2

범일동 엘레지

여름, 내게 온 선물-거제동 가정법원 후기

당감동, 그 절집

삼광사 아랫마을에 관한 기억

화명동, 붕어를 찾아서

울컥, 사십계단-두 분의 소설가를 기억하며


 

3부

그날 이후-이십 대의 비망록

부산, 1993년 가을

OB집에서 靑山을 찾다

지금, 우리는

서면 교차로에서-4월 27일

이곳, 부산에서 세월을 외치다-세월호 참사 9주기를 맞아

노르웨이 숲 옆 푸르지오

그날, 서면 광장에서

덕천동, 횟집에 앉아

아나고의 힘

자갈치 곰장어傳

갈맷길, 당신만큼의 동행

나무들이 합장하다-금정산 중턱에서

밤의 기억법-초읍, 원당골의 그날

가만히 있으라-이태원 참사, 서면 추모광장에서


 

4부

수선집에 관한 고찰

해리미용실 화명 7호점

랩소디 인 골목길-코로나 팬데믹

성지곡 수원지

송정, 그 바닷가

안녕, 구덕야구장

호모 플라스티쿠스-다마트를 다녀와서

별을 기억해야 할 아침

매일 아침 7시 45분이면

고해-아침햇살에게 미안하다

대결 1-자가용에 관한 보고서

대결 2-자가용에 관한 보고서

윗몸 일으키기-초읍 어린이대공원에서

동네마실 너머 1-우신탕 입구에서

동네마실 너머 2-화명2동 골목을 걷다


 

작품해설/김수우(시인)_ 영혼은 어디에 발을 디디는가

본문인용

우두커니 앉은 방안의 어둠이 짙을수록, 창밖 산 그림자가 선명하게 드러났다


 

생의 감각이 날밤을 새우며 통증으로 이어지던 날, 조금씩 산의 오솔길이 보이기 시작했다


 

마음을 내려놔야 한다는 처방을 떠올리며 지금껏 짊어온 무게를 저울질하려할 때 길섶의 꽃무릇이 슬며시 다가왔다


 

배고픔을 하얗게 속이던 하루하루를 보내며 무심코 지나쳤을 그 숲속 길냥이에게 비로소 인절미 과자 하나를 뜯어주었다


 

끈적하게 지상에 발을 디뎌온 날들 하늘의 명을 알아야 할 지금, 마침내 마음이 환하게 열리었다

―「개심開心-금정산을 맞았다」


 

상석床石의 제물은 죽은 자의 몫이 아니다


 

떼로 날아든 까치의 수런거림 뒤로

시대를 관통하는 배고픔이 도사리고 있다


 

대여섯 살, 전설의 고향에서나 볼 법한

하얀 소복 입은 긴 머리 그림자


 

살기 위한 몸부림 앞엔 무서움도 사치다


 

매캐한 화약내, 가릴 것 없는 민둥 자리로

이방인의 묘비는 산 자의 주춧돌이 되고

대를 이어갈 든든한 옹벽이 되었다


 

아이들이 태어나고 무명옷을 다듬질할 방망이는

끊임없이 비문을 두드리고

유골함은 이미 항아리가 되어 부엌을 지켜왔다


 

가끔씩 ‘이따이, 이따이’ ‘아츠이, 아츠이’ 하는 소리가

들려온다는 소문만이 무성할 뿐


 

아무도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이 아미동에

산 자와 죽은 자의 경계는 없다


 

여기는, 가난으로 생과 사를 초월하는 힘을 가진 곳이다

―「아미동은 여전히 힘이 세다」


 

동해와 남해가 나뉘는

서늘한 경계에서

목숨보다 더한 이념의 광기가

시퍼런 파도를 적셨던 그곳은

거센 소용돌이로 누구도 빠져나오지 못할

창백한 역사의 쉼표 어디메쯤에서

아무런 이유도 없이

영문도 모른 채 끌려나와

새끼줄에 묶인 무수한 손발

전쟁이 터진 그해, 오로지

단 한 발의 총성도 아까워

확실하게 증거를 인멸하려 했던

그곳은 지금, 유람선이

유행가를 매달고 하염없이

부산항으로 돌아오라 넘실대고 있지만

저 먼 쓰시마 해협까지 떠밀려간

그때의 잔혹한 기억들을 떠올리며

좌우로 떠 있는 방패섬과 솔섬이

결국 우삭도 하나였음을 오륙도는

썰물처럼 여전히 노래하고 있다

―「오륙도 비가悲歌」


 

산군山君이 사라졌다

인왕을 거처로 남북 수백 리를

옹골차게 호령했을 깊은 산중의

왕좌는 이미 폐위되었다


 

유난히 도드라진 산맥의 힘줄

속속들이 헤집으며

놋대야보다 더 큰 광채로

어둠 밝힌, 숲속의

이 경외敬畏로운 자세는

백두대간을 틈타 목을 축이며

천천히 하늘을 바라본, 여기

호계천까지 이어졌다


 

아들을 잃은 한 아낙의 젖이

어린 범을 살려냈다는 소문이 끝없는

산군의 은덕으로 귀결되었던

가난한 마을의 전설은

전쟁을 피해

먹고 살기 위해 부산하게 모여든

거친 생의 디딤이 되어줄

안창이었다


 

군주가 없는 시대, 여전히

도도한 바위와 넉넉한 나무 그늘 아래로

다시 한 번 큰 대륙을 향해 포효할

용맹한 족적이, 지금

골목 벽화 속에서 꿈틀거리고 있다

―「포효-안창, 호랭이 마을에서」

서평

기억은 때로는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지만 서로를 이어주는 날줄과 씨줄이기도 하다. 김요아킴 시인에게 부산은 아주 오래전부터 지금까지 이어지는 이야기이며, 때로는 가난한 삶들에게 건네는 돼지국밥 속의 따뜻한 위로이다. 시인에게 기억은 또, 죽은 자를 딛고 사는 잡초 같은 생명력이고 불의의 시대를 향해 내지르는 불온한 함성이기도 하다. 시인의 마음 한 켠에 여전히 자리잡고 있는 애틋한 그리움, 가슴 저린 회한, 얼핏얼핏 엿보이는 옅은 미소 사이를 오가는 팽팽한 긴장감이기도 하다. 부산의 마을 여기저기, 산등성이와 기슭, 골목을 끼고 도는 개천과 앞바다에서 태평양으로 이어지는 시인의 기억이, 잊지 말자고 낮지만 또렷한 목소리로 우리에게 말을 건넨다.

-이재봉(문학평론가, 부산대 교수)


 

장소는 얼마나 아름다운 텍스트인가. 시인은 모든 ‘間’을 알아차리는 사람이다. 장소를 본다는 건 새우잠에서 깨어나는 일이다. 그 감춰진 ‘間’에서 속살대는 무수한 입과 귀를 만나는 일이다. 무의식의 지층을 파고 들어가 은폐된 본래에 다가가 빛나는 눈동자와 마주치는 일이다. 이러한 만남의 탈은폐는 광활한 우주와 연결되어 내재와 초월로 작동한다. 장소 망각은 무수한 은폐를 외면하지만 기억은 그 은폐를 드러냄으로서 존재를 새롭게 열어젖힌다. 장소 기억이 반성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이고, 이 시집 전체에서 시인이 부산의 장소에 천착하는 까닭이다. (…) 부산의 장소들은 우리에게 무엇을 당부하는가. 그 울림이 이 시집의 모든 행간에 가득하다. 장소가 품은 세 개의 ‘間’은 우로보로스의 뱀처럼 또는 뫼비우스의 띠처럼 삶과 꿈을 순환적인 관계로 만든다. 이러한 순환 운동 속에 김요아킴 시인의 부산이 있다. 그는 이전 시집에서도 다양한 형식으로 지역성에 접근한 바 있지만 이번 시집은 주름진, 감춰진 겹들을 찾아내어 그 관계를 회복시키면서 충분한 부산성, 부산의 인문을 우리에게 열어준다. 기억과 상상의 바퀴를 따라 삐걱거리는 저 장소들이 질감과 음영을 가진 새로운 무늬를 창조하고 있음이다.

-김수우(시인), 해설 중에서

저자소개

저자 : 김요아킴
1969년 경남 마산에서 태어나 초중고를 다녔고, 경북대 사대 국어교육과를 졸업했다. 1993년 교단에 발을 디디면서 부산에 정착하였으며, 2003년 ≪시의나라≫와 2010년 ≪문학청춘≫ 신인상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가야산 호랑이』 『어느 시낭송』 『왼손잡이 투수』 『행복한 목욕탕』 『그녀의 시모노세끼항』 『공중부양사』 『부산을 기억하는 법』이 있으며, 산문집 『야구, 21개의 생을 말하다』와 서평집 『푸른 책 푸른 꿈』(공저)을 펴내기도 했다. 제9회 백신애 창작기금을 받았으며, 한국작가회의와 한국시인협회 회원으로 그리고 부산작가회의 회장이라는 소임을 맡고 있다. 현재 부산 경원고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출판사소개

1992년 설립된 부산 소재 출판사.
* 시, 소설, 수필, 문학평론 등 문학 중심 서적 발간.
* 그 외 문화비평, 인문학, 번역서, 사진집 등 단행본 다수 발간.
* 1999년부터 시전문계간지 <신생> 발간(현재 통권 95호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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