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왕할머니!”
휘리는 집에 오자마자 왕할머니를 찾았어요. 오늘의 승리는 모두 왕할머니의 낱말 덕분이잖아요.
“왕할머니! 또요! 또 이야기해 주셔요!”
하지만 무슨 일인지 왕할머니는 소파에 누워 주무시기만 하는 거예요.
“왕할머니, 일어나 보셔요! 네?”
방에 계시던 할머니가 나오셨어요.
“왕할머니 병원 다녀오셔서 피곤하신가 보다.”
-중략
수업이 모두 끝나고 집으로 가는 길, 유빈이가 휘리를 부르면서 뛰어왔어요.
“그런데 말이야, 휘리야, 그 낱말들…… 나도 써도 돼?”
“응”
“네가 쓰던 낱말들. 걸룩락이라든가, 그루잠이라든가.”
휘리는 괜히 멋쩍어서 머리를 긁적였어요.
“그 낱말이 뭐, 내 거냐? 당연히 써도 되지.”
“진짜?”
“그래. 나도 왕할머니에게 배운 낱말이야.”
휘리의 말에 유빈이가 피식 웃었어요.
“네 끝말잇기 비법은 왕할머니구나?”
“맞아! 내 비법은 우리 왕할머니지!”
휘리는 입이 부루퉁한 채 집으로 들어왔어요. 아무리 노력해도 유빈이를 이길 방법이 없을 것 같아서요.
“휘리 왔니?”
엄마가 휘리를 반갑게 맞아 주었어요.
“어서 들어 와. 왕할머니 오셨어.”
휘리는 소파에 앉아 있는 왕할머니를 보고 고개만 꾸벅 숙였어요.
“아가, 부애가 났어?”
또 시작이에요. 알지도 못하는 사투리로 말씀하시는 거 말이에요.
“휘리야, 너 화났냐고 그러시네? 이리 와 봐.”
옆에서 할머니가 해석을 해 주었어요. 하지만 휘리는 그 자리에서 꼼짝하지 않았어요.
“에이그, 인사 좀 제대로 하라고!”
엄마가 휘리의 책가방을 쥐고 잡아당겼어요. 그 모습은 억지로 끌려가는 것 같았지요.
“고빠이 잡힌 거 같다. 아프다, 놔둬라.”
왕할머니가 웃으며 말씀하셨어요.
‘고빠이는 뭐야, 짜장면 곱빼기도 아니고?’
딱 그렇게 생각했어요.
“할머니, 오늘 뭐 드시고 싶어요?”
엄마가 그렇게 물었어요. 그러자 할머니는 피식 웃으며 말씀하셨어요.
“가쉬기가 그렇게 먹고 싶더라.”
휘리는 고개를 갸웃거렸어요.
“가, 쉬기? 과자?”
옆에서 할머니가 말씀하셨어요.
“가쉬기는 과자가 아니라 칼국수를 말하는 거야.”
휘리는 입을 쫙 벌렸어요. 도대체 어디를 봐서 가쉬기가 칼국수가 된단 말이에요
〈본문 42~44쪽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