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속으로
“춤 잘 추는 사람들이 왜 이렇게 많아?”
로제 손가락이 휴대폰 화면 위에서 신경질적으로 움직였다. 로제는 수많은 틱톡 영상을 시청하고도 다음 영상이 궁금해 멈출 수가 없었다. 한참 만에 비슷한 또래 여자아이가 춤추는 영상을 보다 몸을 벌떡 일으켰다.
“나도 이 정도는 출 수 있다고!”
-9쪽
힘찬이는 가던 길을 멈추고 화면에 코를 박았다. 그러는 동안 지나가는 사람들 얼굴도, 상쾌한 저녁 공기도, 자동차 경적도, 모두 힘찬이에게서 멀어졌다.
힘찬이는 화면 속으로 들어가 잔인한 격투를 직접 보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긴장감이 짜릿함을 몰고 오더니 이내 손바닥이 끈적끈적해졌다. 손을 얼른 바지에 문질러 닦았지만, 금세 축축해지는 걸 막을 수는 없었다. 그때 화면 속 칼 든 남자가 칼을 높을 쳐들었다.
-21쪽
엄마가 허리에 손을 척 올리자, 예랑이는 도망치듯 방으로 뛰어 들어가 버렸다. 몇 시간 못 잔 탓에 머리는 지끈지끈 아프고, 억울한 마음에 눈물도 툭 터졌다. 그 순간 예랑이를 위로해 줄 건 슈가 필터 영상밖에 없는 것 같았다.
‘아무한테도 방해받지 않고 하루 종일 슈가 필터 영상만 보면 얼마나 좋을까….’
-38~39쪽
미처 보지 못한 턱에 걸려 로제가 바닥에 너부러졌다. 쓰린 무릎을 문지르면서도 습관처럼 휴대폰 화면을 쓱 넘기는 자신의 모습에 흠칫 놀라고 말았다. 로제는 쩔뚝쩔뚝 걸어가며 휴대폰을 주머니에 밀어 넣었다. 뭔가 크게 잘못된 것 같은 기분이 스멀스멀 퍼져 갔다. 로제가 쭈뼛거리며 논술 학원에 들어서자 선생님이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74쪽
“휴대폰을 안 보면 하루가 24시간이 아니라 48시간처럼 길게 느껴진다고 했거든.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직접 해 보니까 진짜였어. 처음엔 너무 지루해서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그 자리에서 한 권을 다 읽어 버렸지 뭐야. 그러고도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아서 깜짝 놀랐다니까.”
로제가 눈을 반짝이며 말을 쏟아내자, 엄마가 빤히 쳐다봤다.
-111~11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