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20|슬픔은 파랑? 파랑은 억울해!
색을 활용한 감정 묘사에는 반드시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 바로 개개인이 색의 이미지를 받아들이거나 만드는 데에는 객관적 사실보다 주관적 경험이 더 중요한 요소가 된다는 것이다. 우리가 지각하는 색은 대체로 긍정적 의미와 부정적 의미를 함께 갖고 있는데, 예를 들어 우울한 파랑과 청량한 파랑, 정열의 빨강과 분노의 빨강, 밝고 귀여운 노랑과 질투와 탐욕의 노랑처럼 말이다. 이런 양면적인 색의 이미지에서 내가 어떤 순간 어떤 분위기 속에서 그 색을 보았는지는 이미지의 결정적 요소가 될 수밖에! 어떤 어린이에게 빨강은 울그락불그락 화난 얼굴이기도 하지만 어떤 어린이에게는 세상 강인하고 멋있는 소방차이기도 하다. 그러니 부정적 이미지로만 묘사되는 색깔들은 얼마나 억울할까?
p.56|옛이야기 그림책 꼭 읽어야 할까?
옛이야기가 얼매나 재밌는데, 왜 얼라들한테 잘 안 해 줍니꺼? 혹시 알고 보면 무섭고 잔혹하다는 소문에 아이들에게 이야기해 주고, 읽어 주는 걸 꺼려하는 건 아닙니꺼? 원래 옛이야기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거다 보니까 이 동네 할매 얘기 다르고, 저 동네 할매 얘기가 달라요. 서양 옛이야기도 마찬가지라요. ‘빨간 모자’만 봐도 프페로가 기록한 페로동화에서는 빨간 모자가 늑대한테 잡아먹히고 끝납니다. 봐라. 길에서 낯선 늑대하고 이야기하고 그라마 죽는다! 이런 교훈을 딱 주지요. 하지만 백 년쯤 시간이 지난 후에는 사람들 생각도 바뀝니다. 빨간 모자랑 할머니가 잡아먹혔는데, 지나가던 나무꾼이 구해 주잖아요. 또 시간이 더 지나면 빨간 모자랑 할머니가 늑대한테 잡아먹히지 않고, 둘이 힘을 합쳐서 늑대를 잡아 죽이는 이야기로 바뀐다 아입니까. 비슷한 거 같아도 이야기는 시간 지나고 상황 바뀌면 조금씩 달라집니다. 살아 움직이는 거라요.
p.63|이억배와 그림책
“나에게 그림책은 어느 날 바람처럼 왔다가 이제는 내 삶의 대부분을 지배하고 있는 귀여운 독재자이다.
나는 그의 충성스런 신하쯤 될 것 같다.”
p.70|옛이야기는 계속된다 - 맥 바넷, 존 클라센 작가 인터뷰
어릴 때부터 옛이야기를 좋아했어요. 구전 전통 형식을 따르는 옛이야기는 누군가 말하면 듣고 다른 이가 말하며 자꾸 변하죠. 같은 이야기여도 관객에 따라 변합니다. 이야기를 듣는 아이들이 끔찍한 걸 좋아하면 그렇게 변하고, 괴물을 무서워하면 맞춰서 바뀌죠. 더 부드럽게 말하기도 합니다. 말하는 사람의 성격이나 듣는 사람에 맞춰 유연하게 바뀌는 게 옛이야기죠. 이런 매력에 오랫동안 옛이야기를 다시 쓰고 싶었어요. - 맥 바넷
p.87|오현수가 주목한 그림책 스타, 한국인 최초 칼데콧 명예상 수상 작가 차호윤
미국에서는 ‘A picture is worth a thousand of words.’라는 말이 있어요. 천 마디 말보다 그림 한 장의 힘이 세다는 거죠. 저는 미술 덕분에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마음껏 펼칠 수 있었어요. 내 자신을 잘 몰랐던 소심했던 저에게 우연히 시작한 미술은 정말로 숨구멍이었죠. 미술로 저를 표현하며 사람들에게 작품을 보여 주기 위해서 앞으로 나서기 시작했고 작품 설명을 위해 스스로 말문이 트이더니 자신감이 서서히 붙었거든요.
p.110|국내 최초! 시드니 스미스 단독 인터뷰! 대 공개!
친구들과 떨어져 낯설고 아는 이가 아무도 없는 곳으로 이사 갔을 때, 그림은 제 상상력을 집중시킬 곳을 제공해 주고 피난처도 되어주었습니다. 제가 괴물과 로봇, 슈퍼 영웅과 용을 그렸을 때 모두 진짜가 되었습니다. 용의 비늘이 느껴졌고, 괴물의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들렸고, 슈퍼 영웅의 힘도 느껴졌습니다. 그 그림들은 저와 함께했고 저는 그림 그리기에 더 깊이 빠져들었습니다. 그리고 계속 그렸지요.
p.183|50대 중년 부부가 함께 떠난 그림책 여행
요즘엔 꼭 역사 유적지 그림책이 아니더라도 맘 가는 대로 그림책 한 권을 챙겨 나섭니다. 그림책을 들고 좀 더 나은 장면을 찍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 모습에서 그림책이 도대체 무엇이길래 저러 나 호기심이 피어나길, 차 한 잔 마시는 휴식 시간에 테이블에 놓인 그림책 표지에 눈도장이 찍히기를 바라는 맘이지요. ‘그림책과 함께 떠나는 여행’은 함께 가는 이에게 그림책으로 건네는 초대장입니다.
p.221|그림책 물성 안내서 - 바코드
〈라키비움J 핑크〉(5호, 2021년 발간)의 바코드는 작은 새 꼬리다. 이 잡지를 펼치면 가장 먼저 나오는 내지에는 늘 라키비움J 뜻풀이가 있다. “라키비움 Larchiveum은 도서관(Library) + 기록관(Archive) + 박물관(Museum)이다. J는 여행(Journey)이기도 하고, 폴짝 뛰어오르는 것(Jump)이기도 하다. 기쁨이 넘치는 것(Joyful)이며 동시에 저널(Journal)이다. 작은 새(Jay)이기도 하며 제이(提耳)는 ‘명사. 귀에 입을 가까이하고 말함. 또는 친절하게 가르치거나 타이름’이다. 그리고 제2. 첫 번째보다 더 설레는, 제2이다. 〈라키비움J〉는 당신과 그림책 세상을 연결하는(Join) 독자 기반 그림책 잡지이다.”
〈라키비움J 블루〉의 기사가 당신의 마음에서 즐거이 행복을 지저귀는 작은 새가 되길 바란다. 함께 설레며 같이 연결되어 나와 당신이, 우리 아이들이 기쁨에 넘쳐 폴짝 뛰어오르는 재미가 넘치는 세상이 되길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