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봄, 자주 불러봅니다.
인생의 봄날은 저만치 멀어진 지 오래입니다. 이에 기죽지 않고 봄빛을 걸어두고 꿈의 씨앗을 심습니다. 자음과 모음을 두 손 넘치게 올려놓고 서툰 솜씨로 꿰매어 세상에 펼칩니다. 연두에서 초록을 지나 녹음으로 분주한 자연에 한 점으로 남을까. 꿈도 못 꿀 일이지만, 오색으로 물드는 숲을 상상합니다. 그리하여 무채색인 인생길이 차갑지 않습니다.
언제나 내 편인 가족에게 감사합니다.
_ 3쪽(작가의 말)
한 편의 글을 짓는데도 끊임없는 단련이 필요하다. 원고지 양만 채웠다 하여 글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사고의 확장을 통한 퇴고의 과정을 여러 번 거쳐 나와야만 단단한 글이 된다. 사물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은 늘 살아 있어야 하고 날카로운 이성과 따뜻한 감성이 조화롭게 행간을 채워야 한다. 인위적인 멋보다는 자연의 아름다움으로 전체를 채색한 글은 생명을 얻는다. 생명이 있는 것은 주변을 변화시키며 또 다른 순환의 길을 연다.
_ 15쪽(「봄, 연두를 쓰다」 부분)
누가 우리의 삶을 헹굴 수 있는가. 스스로 해야 하는데 이것이 눈에 보이지 않고 손에 잡히지 않기에 때 묻은 정도를 모른다. 내 삶이 얼마만큼 오염이 되어 박박 문지르고 헹궈야 하는지 알 수 없다. 심안으로 봐야 하기 때문이다. 심안이라는 것도 드러나지 않는 것이라 끊임없는 자아 성찰을 통해서만 조금은 가능하다. 성찰의 양태는 사람마다 다르다. 산이 있고 물이 흐르고 길이 이어지는 곳이면 내 삶을 계곡물이든 웅덩이든 호수든 마음으로 풍덩 담가 헹군다. 헹구고 나면 그 개운함으로 한동안은 몸도 마음도 맑아진다.
_ 30쪽(「삶을 헹구다」 부분)
솜털 보송보송한 엉덩이를 들었다 놓았다 하는 동작이 야무지다. 짓무르지 않도록 손으로 바람을 일으켜 말리는 정성은 성스럽다. 끝부분이 혹여나 여린 살을 찌를까 봐 기저귀를 접어 마무리하는 시선은 조심스럽고 손길은 따스하다.
_ 88쪽(「손길을 차갑지 않기를」 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