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좋아!”
다인이의 맞장구를 끝으로 모둠 이름이 결정되었다. 그러고 나니 다시 힘이 불끈 솟았다. 나는 오른손을 앞으로 쭉 뻗으며 말했다.
“반!”
아이들 모두 뭔가 하고 주춤했다. 그래서 내가 힘차게 말했다.
“이름 지은 기념으로 파이팅 한번 하자고!”
나는 다시 손을 뻗으며 ‘반!’을 외쳤다. 그러자 하루가 내 손 위에 자기 손을 얹으며 ‘하!’, 그다음은 다인이가 ‘다!’, 마지막으로 송이가 ‘송!’을 외쳤다. 그런 다음 우리 넷은 동시에 포개진 손을 위로 번쩍 치켜들며 입을 모았다.
“파이팅!”
파이팅, 이 말은 운동선수들이 시합에서 잘 ‘싸우자’는 뜻으로 외치는 소리다. 아이들과 함께 파이팅을 외칠 때만 해도 나는 ‘싸움’이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 하지만 사실 그때부터 싸움이 시작된 거다. 무슨 싸움이냐고? 몸치 중의 몸치, 송이와의 험난하고도 기나긴 싸움…….
내가 송이랑 진짜로 싸운 건 아니지만, 아무리 알려 줘도 손과 발이 따로 노는 송이를 가르치는 건 정말 싸움이나 다름없었다. 그렇다고 정말 싸울 수는 없었다. 백 번, 천 번 틀려도 친절하게 알려 준다고 약속해 놓았으니 이건 진짜 싸움보다 더 견디기 힘든 것이었다.
어느 날 댄스반에서 방과 후 수업이 시작되길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나와 하루, 다인이는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게 되었다. 하루가 먼저 이야기를 꺼냈다.
“우리 지금이라도 발표 종목을 바꿔야 하는 거 아냐?”
“…….”
나도 다인이도 왜 그런 말을 하느냐고 묻지 않았다. 이유가 너무 빤했기 때문이다. 우리 셋이 아무리 연습해 봤자 송이가 끼면 우리의 발표는 코미디일 뿐이었다. 잠깐의 침묵을 깨며 하루가 나를 향해 말했다.
“애초에 그냥 노래랑 악기 연주를 하는 게 나을 뻔했어.”
나는 그 말에 발끈해서 대꾸했다.
“지금 나 원망하는 거야? 송이가 그 정도일 줄 내가 어떻게 아냐고. 하루 너도 연습하면서 그랬잖아. 송이가 처음이라 그런 거라고. 너도 송이가 계속 이럴 줄은 예상 못한 거잖아.”
“누가 꼭 너 때문이래? 이럴 줄 알았다면 그냥 다른 거 했으면 좋았겠단 말이거든?”
하루도 뾰족한 말투로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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