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생물학의 시작부터 오가노이드와 역분화 줄기세포에 이르는 최신 세포생물학까지 따뜻하고 창의적인 시선으로 기술한다.
- 김경규(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한때 지적 호기심이 충만한 생명과학도였고, 생명과학 관련 회사 연구소에서 치료제 개발을 위한 산업 현장의 처절한 몸부림을 경험한 저자의 글솜씨가 눈에 들어온다.
생명의 신비를 밝히려는 연구자들의 숭고한 노력을 최대한 일반인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전달하고자 부단히 노력했다.
- 김재범(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
과학자들이 어떻게 다양한 단세포를 밖으로 꺼내 배양하고, 꺼낸 단세포를 다시 다세포 생명체처럼 조립하고 배양해가며 생명의 복잡성과 아름다움을 탐구하는지 생생히 전하고 있다.
- 최규하(포항공과대학교 생명과학과 교수)
왜 세포를 몸 밖으로 꺼냈을까
몸을 벗어난 생명은 생명과학자에게 가장 중요한 연구 대상 중 하나이다. 생명을 구성하는 세포와 조직, 기관은 몸속에 있을 때 완벽하게 제 역할을 한다. 그러나 몸속의 생명은 직접 관찰하거나 조작할 수 없다. 그래서 생명과학자들은 인간과 인간이 속한 포유류 세포를 실험실로 가져왔다. 생명과학 실험실은 생명 조각이 몸을 벗어난 후에도 살아 있도록 조성한 곳이다.
과학자들은 포유류 세포를 키우고 관찰하며 인간의 생명 현상을 밝히는 가장 직접적인 단서를 얻었다. 이제 생명과학은 그저 생명을 관찰하는 수준을 넘어 생명을 기계처럼 조작하는 경지에 오르게 되었다.
몸을 벗어난 세포, 몸 밖에서 나뉘고 자라고 살아가다
먼지 하나 없는 실험대, 크고 작은 기계, 반투명한 액체가 찰랑대는 플라스크, 마스크와 흰색 가운을 입은 연구자까지, ‘생명과학 실험실’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모두 실험실에 도착한 세포를 지키기 위해 만들어졌다. 《실험실로 간 세포》 1장에서는 몸을 벗어난 세포를 실험실에서 되살리는 과정을 소개한다.
실험실로 온 세포가 살기 위해서는 꼭 배지가 필요하다. 배지는 세포가 자라는 공간으로, 세포가 먹고 살 영양분을 담고 있다. 주성분은 생명의 기본 에너지인 포도당과 단백질을 조립하는 아미노산의 일종인 글루타민이다. 배지와 함께 완충 용액도 있어야 한다. 세포가 영양분을 먹고 배출하는 노폐물 때문에 pH 균형이 깨지면 살아남기 어렵다. 배지와 완충 용액 제조는 세포를 배양하는 중요한 첫걸음이다.
연구자는 이렇게 실험실에서 세포를 키우고 관찰하면서 궁금했던 생명 현상을 확인한다.
현대 생명과학 발전의 바탕이 된
실험실 세포의 놀라운 활약
《실험실로 간 세포》 2장에서는 연구자들이 지켜낸 세포에는 무엇이 있으며, 이들 세포로 무슨 일을 해내는지 이야기한다.
과거에는 세포 실험을 할 때마다 몸에서 세포를 떼어내 실험실에서 배양하는 일차 배양을 했다. 세포가 배양접시에 옮겨지면 어느 시점에서 분열을 멈추고 서서히 죽는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불멸화 세포주를 개발했다. 불멸화 세포주란 배양접시 위에 고립된 채로도 끊임없이 분열하는 세포이다. 1951년 흑인 여성 헨리에타 랙스의 암 조직에서 유래한 헬라세포는 대표적인 불멸화 세포주이다. 70년 동안 인간으로는 할 수 없는 연구의 도구가 되었으며, 자궁경부암 백신과 소아마비 백신 개발의 바탕이 되었다. 유래가 불분명한 또 다른 불멸화 세포주 HEK293은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당시 큰 몫을 해냈다. 이러한 불멸화 세포주의 과학적 성과와는 별개로 생명과 관련한 연구 윤리 문제는 피해갈 수 없었다.
오늘날 대부분의 줄기세포 실험에는 iPS 세포, 즉 유도만능줄기세포를 사용한다. 백혈구나 피부세포 같은 보통 세포를 배아줄기세포로 되돌린 세포이다. 무엇보다 윤리적 문제에서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다. 일본 과학자 야마나카 신야는 iPS 세포를 개발한 공로로 2012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2020년 5월, 하버드대학교 의과대학의 김광수 교수는 iPS 세포를 이용해 파킨슨병 환자를 치료했다고 발표했다.
《실험실로 간 세포》 3장에서는 세포를 촬영하고, 다양한 기술로 세포에 색을 입히는 과정을 따라간다. 생명과학자들은 세포를 더욱 선명하게 관찰하기 위해 세포의 특정 부분만 염색하는 염색법을 개발했고, 21세기에는 세포에 형광을 칠하는 방법으로 발전했다. 과학자들은 세포에 형광단백질 유전자를 주입하거나, 원래 세포에 있던 단백질에 형광 항체 표지를 붙이거나, 세포가 갖고 있는 단백질에 외부의 형광물질을 결합해 색을 내는 면역형광법을 사용하여 세포를 관찰한다.
색을 칠한 세포는 다양한 현미경으로 촬영한다. 이 책에는 헬라세포나 사람의 뇌 오가노이드를 비롯해 현미경으로 세포를 촬영한 여러 사진이 실려 있다. 각각의 사진은 우리가 본 적 없는 낯선 세계에 대한 아름다움과 경이로움을 느끼게 해준다.
《실험실로 간 세포》 4장에서는 실험실 세포를 모아 몸을 재현하는 노력을 소개한다. 미니 장기라고도 하는 오가노이드와 동물의 살코기를 대체하는 배양육 등이다. 이런 조직 공학 기술은 아직 완전하지 않지만, 알지 못했던 생명의 비밀을 밝히고 지금의 생명과학으로는 구하지 못하는 환자들을 살려낼 것이다.
계속 실패해도 조금씩 나아가는
생명과학자들의 치열한 노력
이지아 저자는 동물생명공학과를 졸업한 뒤 바이오 제약회사에서 단백질 의약품 생산 세포주를 개발하는 일을 했다. 실험만 반복하는 일에 한계를 느껴 학계로 돌아와 석사 학위를 받았다. 저자는 생명과학자로서 학계와 현장을 두루 경험했다. 그 경험은 재치 있는 문체와 생생한 묘사를 통해 책에 잘 녹아 있다.
생명과학자들은 우리가 잘 몰랐던 의외의 고충을 겪는다. 현미경으로 세포를 관찰하느라 시력이 약해지고, 세포주 하나를 고르기 위해 손목이 부러질 만큼 실험을 한다. 과도한 실험으로 일어나는 관절 부상은 이 분야에서 자주 일어나는 산업재해이다. 공들여 키운 세포가 미생물에 감염돼 몇 달의 시간과 수천만 원이 한순간에 날아가기도 한다.
《실험실로 간 세포》 5장에서는 세포로는 불가능한 연구를 소개한다. 동물실험과 인간을 이용한 임상시험이다. 대표적 실험동물인 생쥐 이야기에도 생명과학자의 고뇌와 아픔이 담겨 있다. 아이가 태어난 후 생쥐를 희생시킨 손으로 아이를 만지고 싶지 않아 연구를 그만둔 연구자가 있다. 자기 논문에 제일 기여한 생쥐를 추도하기 위해 논문에 자기 이름보다 앞에 생쥐의 학명인 Mus musculus를 넣고 싶다던 연구자도 있다.
현대 생명과학에는 한 번만 실패해도 무위로 돌아가는 실험과 그것을 이루어내는 사람들의 노
력이 담겨 있다. 저자는 생명과학 실험실이 어떤 곳인지 모르는 이들에게 몸에서 벗어난 생명을 다루는 어려움과 한계를 알려주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친다. 《실험실로 간 세포》는 저자의 바람처럼 생명과학의 느린 발전에도 여유를 가지고 과학자를 응원하고 싶도록 만든다. 아울러 생명과학 진로를 고민하는 사람에게는 고민의 방향을 잡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