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만에 깨어난 해동 인간의 삶을 통해
인간의 생명과 존엄성을 다룬 어린이 SF
최근 인류의 과학 문명은 SF 영화에서만 가능한 줄 알았던 ‘냉동 인간 기술’이 현실에서 가능할 수 있음을 입증해 나가고 있다. 냉동 인간 기술은 신체를 냉동 상태에 두어 세포가 노화되지 않도록 보존하는 기술로, 불치병 환자들이 발달된 미래의 의학으로 치료받을 가능성을 열어 줄 뿐 아니라 인간이 수명을 연장할 수 있게 해 주는 꿈의 기술이라 할 수 있다. 상상하던 많은 것들이 과학 기술의 발전으로 현실에서 가능해진 것처럼 머잖아 냉동 인간 기술이 현실화되는 것은 시간 문제일 것이다. 그렇다면 현시대의 인간이 냉동되었다가 미래에 해동되어 다시 삶을 살아가게 되었을 때 어떤 일을 겪게 될까?
별숲에서 출간한 최은영 동화작가의 신작 어린이 SF 《해동 인간》은 30년 동안 냉동되어 있다가 고도로 발달된 미래 세상에서 해동되어 살아가는 이현 어린이의 모습을 다루고 있다. 머릿속에 심각한 고통을 일으키는 불치병으로 고통스러운 날들을 살아가던 이현은 의학 박사인 아빠의 노력으로 냉동 인간이 된다. 아무런 의식 없이 냉동 인간이 된 이현은 미래의 과학 기술로 30년 만에 해동되어 새로운 삶을 살게 된다. 자신을 고통스럽게 하던 머릿속 불치병도 발달된 의술로 치료받아 건강을 회복한다. 어찌 보면 이제 이현은 건강한 몸으로 즐거운 어린 시절을 보낼 날만 남은 듯하다. 하지만 30년 만에 의식을 찾고 난 후 이현이 맞닥뜨리게 된 것은 모두 낯설 뿐이다. 자신의 기억과는 다른 생김새와 직업을 가진 엄마 아빠, 돌아가신 줄로 알았는데 눈앞에 나타난 할아버지와 할머니, 오빠는 온데간데없고 대신 쌍둥이 여동생이 있다는 사실에 이현은 무척이나 혼란스럽다. 게다가 자신이 살던 시대와 너무나 많은 것이 달라진 세상 모습과 삶의 방식 때문에 적응하기가 몹시 힘들기만 하다. 아빠는 이현이 머리 수술을 하면서 다른 사람의 기억이 이현의 기억과 섞여 발생한 후유증이라고 말하지만, 이현은 이조차 받아들이기 힘들다. 대체 무엇이 자신의 기억이고, 무엇이 다른 사람의 기억인가.
쌍둥이 여동생 이서의 도움을 받아서 이현은 궁금한 것들을 확인해 나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마침내 이현은 이서와 함께 아빠 엄마가 근무하는 생명 연구소를 찾아간다. 그곳에서 우연히 이현이 해동 인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그동안 자신을 둘러싸고 숨겨져 왔던 비밀들이 밝혀지기 시작한다. 기억과 현실의 충돌을 감당해야 하는 이현은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 나가게 될까?
지금도 끊임없이 냉동 인간에 관한 연구는 지속되고 있다. 어쩌면 수년 내에 냉동 인간 기술이 현실화되고, 《해동 인간》 속 이야기처럼 약 30년 후에 해동 인간이 사람들과 함께 어우러져 지낼 날이 찾아올지도 모른다. 과연 우리는 오랜 시간 동안 잠들어 있다가 깨어난 해동 인간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해동 인간은 과학이 만들어 낸 이상한 존재일까, 아니면 지금의 나와 다르지 않은 평범한 사람일까? 과학 기술의 발전이 인간의 삶을 급속도로 변화시키고 있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지금, 이 책을 읽으며 인간의 생명과 존엄성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도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