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의 상황을 통해 그려내는 선과 악의 알레고리.
허집 작가가 그려낸 가장 어둡고도 깊은 디스토피아 SF 세계로 당신을 초대한다!
미래의 어느 날, 에너지 고갈로 인해 더 이상 지상에서 살아갈 수 없게 된 사람들은 지하세계에 발전소를 세우고 새로운 삶의 터전을 꾸린다. 빛, 공기, 식량.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것들이 부족한 지하세계에서 발전소 전기를 돌리며 하루하루 살아가는 사람들. 그들에게 일의 목적은 그저 원초적인 욕구를 해소하기 위함이다. 또한, 이곳에서는 약육강식, 적자생존의 법칙이 완벽히 적용된다.
주인공 소렌은 지하 발전소에서 전기를 생산하는 고아 노잡이다. 지하세계에서 노동력은 매우 중요한 자원이기에, 힘이 없고 어른의 보살핌을 제대로 받지 못한 고아는 가장 낮은 서열에 속한다. 그럼에도 소렌은 발전소 노잡이 일을 하며 자신의 삶을 지키기 위해 애쓴다. 그런 그에게 뻗친 검은 유혹들. 그 사이 발전소는 거대벌레의 침입으로 걷잡을 수 없는 혼돈 속에 빠지고, 생존을 위협하는 현실 속에서 사람들은 점차 본능에 충실한 모습을 보인다.
우리는 왜 성실히 일하고
약자를 돌보며 살아야 하는가.
허집 작가는 『벌레공장』 (1. 터널 속으로)을 통해 다양한 인간상을 구현했다. 결핍이 난무하는 세상 속에서 마주하는 검은 유혹들. 그것을 뿌리치는 자와 뿌리치지 못하는 자는 어떻게 다른가. 또한, 생존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어른은 얼마나 어른다울 수 있는가. 반대로 아이는 언제까지 연약하기만 한 존재일까. 작가가 은유적으로 전한 메시지를 깊이 있게 따라가다 보면 결국 ‘살아감에 있어서 무엇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두어야 하는지’, ‘약자를 존중하는 사회가 가지는 의미는 무엇인지’와 같은 다소 철학적인 물음에 가닿게 될 것이다. SF 소설 속 한 장면에서 우리 사회의 단면을 마주한 것과 같은 기시감을 느끼는 것. 이는 허집 작가의 세계관이 그려낸 SF 소설의 가장 큰 매력이다.
모든 디스토피아 SF 소설은 불안한 미래를 대변한다. 그러나 『벌레공장』은 그것에만 그치지 않는다. 어쩌면 작가는 소설을 통해 미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보다 매일 마주하는 현실을 더욱 조명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하루하루 값진 땀을 흘리며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이 책이 조금 다른 방식의 위로와 감동, 더 나아가 깊이감 있는 통찰력을 선사해줄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