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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선에서 동그라미로


  • ISBN-13
    978-89-7973-626-7 (03810)
  • 출판사 / 임프린트
    도서출판 전망 / 도서출판 전망
  • 정가
    10,000 원 확정정가
  • 발행일
    2024-06-25
  • 출간상태
    출간
  • 저자
    정영임
  • 번역
    -
  • 메인주제어
  • 추가주제어
    -
  • 키워드
    #시 #여성시
  • 도서유형
    종이책, 무선제본
  • 대상연령
    모든 연령, 성인 일반 단행본
  • 도서상세정보
    125 * 210 mm, 136 Page

책소개

2017년 등단한 정영임 시인의 첫 시집이다. 차분하고 감수성 짙은 어조로 자신과 타자, 사물과 자연을 노래한다. 내면의 고백과도 같은 시가 있는가 하면, 사회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문제의식을 드러내고 있는 시편들도 있다. 자연의 모습을 들여다보며 생명이 싹트고, 자라고, 시들고, 마침내 쇠락해지는 여정 속에서 지금 이곳의 삶이 가장 의미가 있고 가장 아름답다는 깨우침을 주는 시편들이다. 또한 현대인의 고독하고 외로운 내면 풍경을 시적으로 형상화하여 공감과 울림을 준다.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수렵시대 1

수렵시대 2

시한부

여공의 하루

진화進化

돌가루

바나나 껍질

말씨

수련睡蓮에게 묻다

깡통

오빠

넙치

0월

코로나보다 무서운 것

자루

장맛날 수박

유리문

고분

도시의 좀비

벌거벗은 여자

미나리


 

제2부

직선에서 동그라미로

유채꽃

돌아서 가는 바람

홍시

고려장 이야기

게발선인장

참두릅나무

초승달

백운암 가는 길

겨울 벚나무

석남사를 떠나오면서

나팔꽃morning glory

놓을 수 없어서

마수걸이

관음포의 별

신발

눈 속의 꽃

목련의 봄

목련 나무 눈뜰 때


 

제3부

망설이다 놓은 것

초가을 매미

갈대

벚꽃 물드는 마음

헌화가

껌에 대한 예의

소주 마시는 날

스마트폰에도 심장이 있다면

자목련 아래에서

풀잎

낙화유수落花流水

저 사이가 갖고 싶다

영산홍꽃 한 다발

금목서

나무는 외로워서

사랑한다면 저들처럼

서출지에서 보내는 편지

검은 눈동자

매화꽃 사진

냉이

주홍글씨


 

제4부

소국小菊

마늘 논

가을 꽃

하얀 민들레

흔적

바람이 물결을 쓸고 가듯이

늦가을 소묘

돌아온 봄

상여 꽃

임경대에서

시간의 속도

고향 바다

얌전한 고양이

방월 간척지

수채화

양산천 음악 분수대

꽃댕강나무

표를 사다

밤, 광안리 바다

여름과 겨울 사이


 

작품해설/정훈

불안한 내면을 들여다보는 일과 시 쓰기의 자의식

본문인용

수직으로 사선으로

나를 찔러오는 말


 

소심해서 말 못하는

친구도 잘 못 사귀는

물건값 한 푼 못 깎는

바보 같은 너는 안 된다는 그 말


 

끝까지 가봐야 알지

바늘처럼 찌르는 비도

땅에 떨어지면

그 봐, 동그라미 되잖아

-「직선에서 동그라미로」


 

약육강식의 세상

주린 배 채우려면

사냥이 우선


 

어미는 괴롭힘 당해 우는 아이를

사자 새끼 기르듯

물어뜯는 법부터 가르친다


 

이리 뜯기고 저리 뜯겨

가죽만 남은 호랑이 아비

퇴근 후

넋두리 같은 술주정 받으면서


 

곰녀 엄마는

재주라도 팔아볼까

구인 광고를 들여다본다

-「수렵시대 1-곰녀」


 

옛날 환웅에게 두 여자가 있었는데요

호족의 딸과 곰족의 딸은

환웅의 아내가 되기 위해

동굴 속에서 마늘과 쑥으로 살고

삼칠일을 버텼다는데요

견디지 못한 호녀는

동굴을 뛰쳐나가

야산을 떠돌다

도시로 이주해 살았다는데요

빨간 립스틱에

빨간 매니큐어를 바르고

빨간 하이힐을 신은 채

거짓말처럼 살아 떠돈다는데요

환웅의 자손인 남자는

밤마다 호녀를 찾아 도시를 헤매고

동굴 같은 아파트에 늘어진 스웨터 입고 지지리 궁상떠는

곰 한 마리 아직도 앉아있다는데요

-「수렵시대 2-호녀」


 

계약기간 끝나고

떠나야 하는 비정규직들

불빛 환한 거리에서

동료로서 마지막 밤을 보낸다

불빛이 너무 환해 서러운

송별의 밤

세상 참 엿 같다고

안주 삼아 씹어 보지만

씹어도 씹히지 않고

마셔도 취하지 않는

모두는 시한부


 

술에 취해 춤이라도 추고 싶은데

술에 취해 잠이라도 자고 싶은데

마셔도 취하지 않고

마셔도 잠 오지 않는 밤이다

-「시한부」


 

남편이 건네준 박봉의 통장을 들고

이러다 자식들 공부라도 제대로 시킬까

고민 끝에 장롱 깊숙이 통장을 접어 넣고

본드 공장에 품팔이 갔다

일하는 손길 서툴러도 기계는

인정사정이 없다

본드 봉지가 내 앞에 산더미처럼 쌓이다가

바닥에 내리꽂히고

여유 없는 기계 소리

착착착 내 귀를 때린다

컨베이어벨트를 탄 포장상자

오늘은 몇 박스를 싸야 할까

어두침침한 바닥에

먼지 수북한 박스를 뜯어 깔고

실컷 잠이라도 자보았으면 싶은데

퇴근 시간이 다 되어도 또 일감을 잡으라는

누군가의 목소리,


 

나는 공장의 기계일까

만들어진 상품일까

-「여공의 하루」


 

유선 전화기는 휴대전화로 진화하고

흑백 TV는 벽걸이 TV로 진화하고

부채는 에어컨으로 진화하고

금속활자는 컴퓨터로 진화하고

가마솥은 전기밥솥으로 진화하고

가마는 자동차로 진화하고

그들은 더 새로워진다

겨우 한 가지를 가지면

더 새롭게 진화한 물건이 쏟아져 나온다

물건을 가지고 또 가져도 따라갈 수 없는 속도

나는 빠르게 퇴화하는 중이다

-「진화進化」

서평

시집 󰡔직선에서 동그라미로󰡕에는 시인인 꽃과 같은 식물을 소재로 한 시편들이 많이 들어 있다. 꽃을 노래하지 않는 시인은 별로 없다. 많은 시인들이 꽃을 노래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정영임은 목련꽃을 보면서 세월의 허무함과 함께 아름다운 시절에 대한 꿈과, 또한 지나가서 기억에 파묻히게 될 삶의 회한을 떠올린다. “꽃은 잊힐 것을 알아서/ 오늘 뜨겁게 피지만/ 나는 다음에 다음에 하다가/ 피지도 못하고 잊힐까 몰라/ 그래도 안녕이란 말 않으려네”라 읊조리는 화자의 심사(心思)에는 한철 아름답게 피워올리다 어느새 시들고야 마는 생명의 허무가 가득하다. 아름다울 때 절정의 모습을 보이는 꽃을 보면서, 그러한 꽃과 비교하여 초라한 자신의 내면을 고백하는 작품으로 읽어도 좋다. 시인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이 자신의 물질적·정신적 풍요로움과 관계없이 생명이 가져다주는 허무를 생각한다. ‘한철’이라는 말은 그래서 나왔을 것이다. 생명의 진행 과정에서 싹트고, 자라고, 시들고, 마침내 쇠락해지곤 하는 여정을 들여다보면 지금 이곳의 삶이 가장 의미가 있고 가장 아름답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생각만 일고 현실은 누추하고, 초라하고, 빈한할 따름이다.

구멍이 난 듯 허허로운 일상에서 시인은 무엇을 꿈꾸는지 시편 군데군데 그 마음을 흩뿌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시인은 절로 일어나는 욕심을 숨기지 않고 고백하되, 그 욕심이나 욕망이 질박하다는 사실을 보게 된다. 시인은 누추한 현실을 겪으며 자신의 뜻을 조금씩 꺾으며 살아온 것처럼 보인다. 이는 요즘 세태에 비춰보면 미덕이다. 시 쓰기는 그러한 시인의 내면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훌륭한 수단이다. 시인은 시를 씀으로써 세계를 향한 목소리를 낸다. 그 어조에는 원망과 불안이 없지 않다. 그런데 시인의 개성적인 목소리는 보편적인 우리 시대의 외침이기도 하다. 개별자는 보편적인 존재의 특징을 바탕으로 해서 존재한다. 시인이 처한 현실의 궁핍은 곧바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궁핍과 이어져 있는 것이다. 내면에 도사리고 있는 슬픔이나 원망은 시적인 형상화로 우리에게 말을 건넨다. 여기에서 공감의 연대가 만들어진다. 외롭고 고독한, 한 내면의 풍경을 정영임의 시를 읽으며 되짚게 된다. 스산한 가을바람처럼 이리저리 흔들리다가 그늘진 곳에 잠시 머물면 녹슨 기억이 한꺼번에 소환되는 듯 그의 시편은 을씨년스러운 기분을 불러일으키지만, 한편으로는 생명이 남기는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 고민하게 한다.

-정훈(시인, 문학평론가) 작품해설 중에서

저자소개

저자 : 정영임
경남 남해 출생
2017년 <모던포엠>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문인협회 양산지부 사무국장

출판사소개

1992년 설립된 부산 소재 출판사.
* 시, 소설, 수필, 문학평론 등 문학 중심 서적 발간.
* 그 외 문화비평, 인문학, 번역서, 사진집 등 단행본 다수 발간.
* 1999년부터 시전문계간지 <신생> 발간(현재 통권 95호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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