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생각은 우리가 평소 하는 말에도 나타나. 결정을 쉽게 내리지 못할 때 흔히 ‘결정 장애’라고 하잖아. 장애인은 부족한 존재라는 시각에서 망설이는 모습을 장애로 비하해 표현한 거야. 다름은 다름 그 자체로 이해하고 존중해야 해.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누가 더 나은지 줄 세우는 것, 그게 바로 차별이야.
- 27쪽, [1라운드] 결정을 못해서 결정 장애라고요?
‘흑형’이라는 말을 유독 흑인들의 신체적 우월성이나 힙합 재능에 한정해서 쓰고 있는 것도 문제야. 은연중에 흑인이 머리는 나쁘지만 힘은 세고, 클래식이 아닌 대중음악만 할 줄 안다는 이중적 차별의식을 품고 있거든. 그런 의미로 쓴 게 절대 아니라거나 자신은 클래식보다 대중음악을 더 좋아하기 때문에 칭찬한 거라고 반박할지도 몰라. 물론 누군가를 칭찬하려던 의도가 무조건 나쁘다는 게 아니야. 하지만 그 말을 듣는 사람의 기분이 나쁘다면 그건 칭찬이 아니야.
- 40쪽, [2라운드] 흑형에게 흑형은 칭찬 아니냐고요?
문제는 외모가 아니라 외모에 대한 말들이 우리의 의식을 가두어 버린다는 점이야. 어려서부터 ‘돼지’라고 놀림을 받던 친구는 늘 자신의 몸에 대해 고민하게 될 거야. ‘ㄱㄹㄹ’라고 불린 여자아이도 당장은 웃어넘길지 몰라도 거울을 볼 때마다 그 말이 떠오르겠지. 누군가는 그저 재미로 한 말이었겠지만, 그 말을 들은 사람은 그 말의 프레임에 갇혀 버리는 거야. ‘햄최몇(햄버거 최대 몇 개까지 먹을 수 있냐)’도 마찬가지야.
- 81~82쪽, [4라운드] 햄최몇, 웃자고 한 말이라고요?
어느 순간 젊음에 집착하고 늙음을 거부하는 문화가 현대 사회의 신념이 되어 버렸어. 젊은 외모를 유지하기 위해 30대에 미리 성형을 받는 사람이 많아지고, ‘안티에이징’이라고 써붙인 제품들이 불티나게 팔려 나가는 걸 봐. 자연스럽게 노화는 추한 것이고, 하나의 질병처럼 여겨지면서 혐오의 대상이 되고 있지. ‘안티에이징’이라는 말 자체가 노화를 막는다는 뜻이잖아. 나이 드는 것 자체를 부정적인 것으로 전제해야 성립하는 말이야.
- 95~96쪽, [5라운드] 어린이는 잼민이, 노인은 틀딱이라고요?
능력주의란 오로지 능력으로만 사람을 평가하는 태도야. 그런데 이 능력주의를 맹신하게 되면 차별은 자연스러운 것이 돼. 자신보다 못한 처지에 있는 사람을 깔보고 조롱하면서도 그것을 능력에 따른 차이일 뿐이라고 생각하며 죄의식을 갖지 않게 되거든. 이런 생각이 머릿속에 깔려 있기 때문에 지방 캠퍼스에 다니는 학생을 비하해도 자신이 정당하다고 여기는 거야. 그렇게 ‘지잡대(지방에 위치한 잡다한 대학교)’라는 말을 만들어 낸 거지.
- 117쪽, [6라운드] 임대아파트 살면 임거라고요?
가끔은 혼잣말로라도 시원하게 욕을 하는 것이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어. 실제로 욕을 할 때 코르티솔과 함께 우리 대뇌에서는 기분을 좋게 만들어 주는 도파민이 분비된대. 그런데 욕을 반복하면 이 도파민의 효과가 줄어들고, 우리 뇌는 점점 더 센 욕을 통해 도파민 분비량을 늘리려고 하게 돼. 그렇게 우리 뇌는 욕에 중독되고 마는 거야. 그래서 혼잣말로라도 욕을 쓰지 말라는 거지.
- 179쪽, [9라운드] 욕도 친하니까 하는 거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