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자는 어떻게 학계의 울타리를 넘어 현실과 연결되는가?
순수성의 강박을 벗고 글쓰기와 조직 운동으로 세상에 말 걸기
『연구자가 세상에 말을 건네는 방법』은 문화 연구자 구슬아가 자신을 포함한 현시대의 글쓰기 양상과 대학원생노동조합을 만들고 이끌어본 경험을 토대로 연구자의 글쓰기와 조직 운동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다.
1부에서는 연구자가 글을 쓸 때 무엇을 염두에 두어야 하는지, 그 과정에서 맞닥트리는 고난은 어떤 것들인지 짚어보는 데 이어 그 모든 어려움에도 쓰기를 멈추지 않게 하는 동력과 그로써 지향하는 바를 제시한다. 저자는 개인적 글쓰기 경험은 물론 온라인 커뮤니티에서의 ‘꿀팁’ 찾는 글쓰기 양상과 인정 욕구를 추동하는 글쓰기 플랫폼의 전략을 비판적으로 돌아보며, ‘꿀팁’과 ‘좋아요’를 좇는 온라인 글쓰기가 보편화된 상황에서 ‘문화 비평’이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로 웹진을 운영하는 동안 어떤 과도기적 전략을 취해왔는지도 상세히 공유한다.
2부에서는 저자가 성균관대학교 조교 근로장학금 삭감 사건을 마주하여 동료들과 대학원생노동조합을 만들고 노조 위원장을 맡아 학계 안팎으로 활동하는 과정을 가까이서 들여다볼 수 있다. 분명 노동하고 있으나 노동자로서 인정도, 보호도 받기 힘든 대학원생들의 현실을 짚어내는 것은 물론, 그러한 관행과 관성에 맞서 구조적 불합리를 개선하기 위해 국내외 대학원생노동조합은 어떤 전략을 취해왔고, 또 취해야 하는지를 상세하게 다루며 그 과정에서 경계해야 할 태도(정치적 낭만주의와 회의주의)에 대해서도 살펴본다.
“연구하는 활동가” 혹은 “운동적인 연구자”로서의 생생한 경험을 담은 이 책은 이미 마련된 지식의 수용을 넘어 새로운 지식 체계를 구성해야 할 책임을 진 모든 연구자를, 연구 자체만으로도 지난한 그 길을 최소한의 권리가 보장되는 환경에서 걷고 싶은 이들을 향한다. 그러한 환경이 준비된 세상을 막연히 꿈꾸기만 하는 대신 현실 세상에 말 걸기를 포기하지 않고 직접 만들어나가는 방법을 스스로 꾹꾹 밟아 걸어온 발자취로 안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