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할 수 없는 것조차 희망으로 승화시키는 사람들을 만난다!
삶에 대해, 자신의 참모습에 대해 다시금 되돌아보게 하는 이야기!
『절대 희망』은 지난 30년 동안 사회복지기관에서 물리치료사이자 사회복지사로 일해온 저자가 공동체 장애인들과 함께 생활하며 경험한 일들을 진솔하게 되짚어낸 에세이집이다.
‘절대 희망’은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일이지만 삶의 동기가 되어주는 희망을 말한다. 도저히 불가한 일이라서 희망할 수조차 없지만 희망함으로써 다시 살아갈 수 있게 하는 것, 곧 고난의 삶을 희망으로 승화시켜 나가는 절대적인 희망에 관한 이야기가 이 책에 담겨 있다.
저자는 신학대학을 마치고 목회자의 길을 준비하다가 문득 ‘말보다는 실천으로 살아가는 삶’을 꿈꾸게 된다. 평소 흠모하던 슈바이처의 생을 떠올린 것이다. 그래서 고려대 병설 보건전문대 물리치료학과에 입학해 수련했고, 3년 후 국가고시에 합격해 물리치료사가 되었다. 드디어 자신이 꿈꾸어 오던 봉사의 길을 걷게 된 것이다. 그는 늘 장애인이나 노인, 극빈층 등 사회적 약자들과 함께해 왔다. 특히 장애인들과의 교감은 인간에 대한 근원적인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고 고백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장애를 인간 저마다의 존재적 특성으로 순순히 받아들인다. 장애인을 색다르게 바라보는 게 아니라 장애인을 그 자체로서의 삶으로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에게는 비장애인이나 장애인이나 모두 똑같다. 단지 몸이 불편해 힘들어하고 아파하는 장애인들의 몸을 조금이라도 편하게 해주기 위해 자신이 존재한다고 생각할 뿐이었다. 자신을 “시설의 일부라고 생각하며 치료에 임했다”고 술회할 정도다.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저자의 봉사와 헌신을 상찬할 목적으로 집필된 것은 결코 아니다. 시설에 입소해 살아가는 중증 장애인들과의 교감과 생활 경험을 진솔하게 전달함으로써 ‘이런 세상, 이런 사람도 있다’는 것을 다른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자 할 뿐이다. 나아가 이들 장애인을 통해 배우고 느낀 인간의 본원적 가치에 대해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 책에 실린 글을 관통하는 중심 화두가 ‘절대 희망’인 것은 그러한 연유에서다. 바로,
“사람이 살아가게 하는 힘은 어디에서 나올까? 뿐만 아니라 절망에 빠진 사람조차 살게 하는 힘은 도대체 어디에서 나올까?”
라는 질문과 일맥상통한다. 이러한 질문은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본질적 의문에 가닿는다. 결국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경계가 무너지고 모두가 동질의 인간이라는 유대를 형성하게 된다. 이것이 그동안 오랜 세월을 장애인 공동체에 몸담고 살아올 수 있었던 이유인 것이다. 따라서 이 책에 실린 장애인들의 이야기는 우리 사회가 외면해온 인간적 가치를 복원하는 것이며, 인간적 유대를 통해 현실적 난관과 한계를 극복해 가고자 하는 의지의 표현이다.
그래서 「절대 희망」에 실린 한 뇌성마비 장애인 이야기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그는 외양상 ‘절대 절망’이라 부를 만한 사람이다. 앉기, 용변 처리, 옷 입기 등 일상생활의 대부분을 남이 해줘야 하는 사지마비 상태다. 그런 그가 물리치료에 적극적이다. 신체 기능이 호전될 수 없으리란 것을 알면서도, 치료해도 걸을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치료를 마치고 돌아가는 그는 얼굴에는 항상 미소를 띠고 있다. 언젠가는 걷고 싶다는 ‘절대 희망’이 그가 오늘을 살게 하는 힘인 것이다. 그가 수줍게 꺼내놓은 “나는 시를 써요”라는 말을 통해 이미 그는 심리적으로는 시로써 일어나 걷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느끼게 한다. 이것이 바로 ‘절대 희망’의 힘이자 인간이 살아가는 힘이 아니겠는가.
이외에도 다양한 사람들이 장애를 딛고 일어서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감동적으로 들려준다. 40대 초반에 뇌졸중으로 다리가 마비되어 걸을 수 없게 된 한 여성은 휠체어를 한사코 거부하며 일어나고 넘어지기를 반복하다가 드디어 벽에 기대어 일어서고, 방을 돌고, 마침내는 홀로 길에 나서는 집념을 보여준다. 그런가 하면 발가락으로 컴퓨터의 자판을 두드려 글을 쓰고, 발로 전동휠체어를 운전하고, 발로 달걀 프라이를 하고, 발로 커피 타는 것은 물론 자수를 하기도 한다. 이들을 바라보며 “의지란 마른 짚단같이 연약하면서도 강철처럼 굳세서 평생을 무언가와 맞붙어 싸우게 한다.”는 저자의 깨달음은 장애, 비장애를 떠나서 인간이라면 누구나에게 깊은 공감을 주는 전언일 것이다.
이처럼 이 책은 우리 주위에 늘 존재해 왔고, 또 어느 날 갑자기 나의 일이 될지도 모르는 장애의 세계를 가감없이 보여주고 공감하게 한다. 이런 세상이, 이런 사람들이 동시대에 함께 살고 있었음을 깨닫고 깊은 유대를 통해 함께 살아갈 방도를 모색하고자 하는 것이 이 책이 지닌 의미이다.
또한 삶이 힘들고 고통스럽다고 해서 쉽게 포기하거나 물러서면 안 된다는 것이,
저마다의 가슴속에 ‘절대 희망’의 불씨 하나쯤은 간직하고 살아가기를 바라는 것이,
이 책의 장애인 이야기가 독자 여러분에게 전해주는 메시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