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 음악의 역사를 다시 쓰는 아티스트
테일러 스위프트가 말하는 사랑, 음악, 그리고 인생
테일러 스위프트가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 남긴 말들, 『테일러 스위프트』가 출간되었다. 스위프트와 관련하여 소개되는 국내 첫 책으로, 그가 아티스트로서 성장하는 과정뿐 아니라 여러 논란과 어려움을 딛고 자신만의 서사를 구축해가는 모습이 생생한 육성과 함께 담겨 있다.
《타임》지 선정 2023년 올해의 인물, 그래미 어워드 올해의 앨범상을 네 번 수상하고 빌보드 차트 1위부터 14위까지 앨범 수록곡으로 채운 최초의 뮤지션……. 스위프트의 모든 행보가 곧 팝 역사의 새로운 기록이다. 이 책은 이러한 기록들 너머에서 살아 숨 쉬는 그의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고양이를 돌보고, 친구들과의 우정을 소중히 여기고, 열정적으로 사랑하고, 논란을 돌파하고, 팬들에게 깜짝 선물을 보내는 스위프트를 만날 수 있다.
테일러 스위프트를 지탱하는 가장 큰 기둥은 역시 음악이다. 책에는 컨트리음악, 팝, 인디 포크 발라드 등 여러 장르를 거치며 형성되어온 그의 음악 세계가 녹아 있을 뿐 아니라 스위프트가 작곡하는 과정과 그의 곡이 탄생한 배경도 엿볼 수 있다. 그의 활동을 세세히 기록한 연보와 음반 목록까지 정리되어 있어 국내의 스위프트 팬들에게 선물 같은 책이 될 것이다.
너무나 평범하면서도 너무나 신비로운, 일상과 판타지를 아우르는 이야기들. 하나이자 군단인 그는 무려 2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바로 우리 눈앞에서 시시각각 허물을 벗고 어른으로 성장하면서, 그야말로 ‘끝없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고, 그 이야기의 힘 덕분에 자기 방에서 피가 나도록 기타 줄을 뜯던 외로운 아이의 일상은 미국의 GDP를 좌우하는 글로벌 슈퍼스타의 현실이 되었다. 삶은 이야기가 되고 이야기는 다시 삶이 된다. 그의 삶과 이야기는 하나로 어우러져 이제 전설의 반열에 오르고 있다.
―「옮긴이의 말」에서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되려고 애쓰지 않는 게 그냥 제 목표예요.”
나의 목소리로 재구성한 서사
새로운 시대의 롤 모델이 되다
스위프트는 시적인 가사를 통해 구체적 심상을 노래하는 타고난 스토리텔러다. 『테일러 스위프트』는 스위프트가 남긴 말들을 데뷔한 이후부터의 일화들과 뮤지션으로서의 고민, 음악산업에 대한 인식 등으로 나누어 보여주면서 그가 자신의 목소리를 발견해나가는 여정을 그린다.
2006년에 열일곱 살의 나이로 데뷔한 스위프트는 직접 작곡한 컨트리음악을 노래하는 십대 소녀로 컨트리음악계의 주목을 받는다. 2집 앨범 〈Fearless〉(2008)의 성공 이후 세계적인 스타가 된 그는 사생활을 침범하는 언론의 관심, 카녜이 웨스트가 시상식에서 난입한 사건, 거짓이 진실로 둔갑하는 추측성 루머 등으로 인해 힘든 시간을 겪는다.
위기와 마주한 그는 노래를 만들어 발표하며 스스로의 힘으로 일어선다. 유명세를 얻은 후 뒤따랐던 괴로움은 ‘평판’이라는 제목의 앨범 〈Reputation〉(2017)을 만들면서 해소한다. 카녜이 웨스트와 킴 카다시안이 자신을 ‘뱀’이라고 부르면서 비방하자, 스위프트는 오히려 뱀을 뮤직비디오에 등장시키고 자신이 뱀이라고 당당히 선포하면서 논란을 정면 돌파한다. 그는 사람들의 이야깃거리 대상이 아닌, 직접 이야기를 짓는 스토리텔러가 됨으로써 서사의 주도권을 거머쥔다.
여러분은 자기 자신의 선택으로 어떤 사람이든 될 수 있고 여러분 등 뒤에서 오가는 속삭임은 여러분을 규정하지 못함을 알기 바랍니다. 자기가 어떤 모습으로 기억될지를 결정하는 사람은 오로지 여러분 자신입니다.
―『테일러 스위프트』에서
스위프트는 2013년 한 시상식장에서 당시 라디오방송 DJ였던 데이비드 뮬러에게 성추행을 당한다. 2년 뒤 스위프트는 그를 고발했고, 이후 법정까지 간 끝에 승소한다. 이 경험을 통해 스위프트는 필요한 말을 적시에 하는 태도의 힘을 깨닫는다. 더 나아가 늘 말의 진정성을 의심받는 여성, 성소수자, 장애인 같은 소외된 이들에게 공감하면서, 보다 정의로운 사회를 향한 정치적 목소리를 표출한다.
음악으로 연결되는 마음
확장되는 사랑의 의미
스위프트의 특별함은 그가 세계적인 팝 스타인 동시에 직접 곡을 만들고 가사를 쓰는 싱어송라이터라는 점에 있다. 『테일러 스위프트』는 그의 노래가 탄생한 배경을 소개하면서 아티스트이자 작가로서의 면모를 포착한다.
스위프트에게 사랑은 중요한 창작의 동력이다. 그의 곡 「Teardrops On My Guitar」는 짝사랑했던 남자아이를 생각하며 만든 음악이다. 「We Are Never Ever Getting Back Together」는 헤어진 남자친구의 친구로부터 재결합한 거 아니냐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스위프트가 내뱉었던 반응(“우리는 절대 절대로 다시 사귀지 않을 거야”)이 멜로디를 입고 곡이 된 경우다.
초기의 스위프트가 순수하고 저릿한 사랑을 노래했다면, 시간이 흐르면서 그 감정의 폭이 깊어지고 있다. 5집 앨범 〈1989〉(2014)부터는 사랑에 있어서 피해자와 가해자를 나누기보다 모두가 사랑이라는 복잡한 게임의 공모자라고 이야기한다. 8집 앨범 〈Folklore〉(2020)를 기점으로는 일기처럼 자기 이야기를 고백하는 것에서 허구의 캐릭터를 통해 타인에게 건너가는 방식으로 변화하면서 보다 성숙한 시선을 드러낸다.
스위프트가 말하는 사랑은 단순한 연인 간의 사랑을 넘어서는 넓은 의미를 포괄한다. 이를테면 팬들과의 사랑이 한 사례다. 팬들은 스위프트가 진실한 감정을 담아 쓴 곡에 각자의 이야기를 덧붙인다. 스위프트는 음악을 매개로 팬들과 주고받는 이 장거리 대화를 통해 사랑의 또 하나의 양상을 경험하고 이를 삶에 녹여낸다. 팬들을 집으로 초대해 새 앨범을 미리 들려주기도 하고, 팬들에게 깜짝 선물을 보내주기도 하면서 쌓아온 관계는 스위프트의 가장 귀중한 자산이다.
인간으로서 우리가 정말 원하는 건 타인과의 연결이라는 실감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저는 음악이 바로 그런 궁극적 연결이라고 생각해요. 연결할 사람이 아무도 없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언제든 음악을 틀면 같은 일을 겪은 누군가가 있고 우리는 혼자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어요.
―『테일러 스위프트』에서
팝 스타는 세상이 원하는 이미지라는 틀에 갇혀 휘둘리기 쉽다. 그러나 스위프트는 삶을 이야기로 풀어내고, 주위 사람들과 단단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스스로를 단단히 지켜낸다. 자기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바탕으로 한 다정함이야말로 스위프트가 흔들리지 않는 이유이자 시대의 아이콘으로서 사랑받는 원인이다. 『테일러 스위프트』를 통해 스위프트가 뿜어내는 그 에너지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