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속으로
먼저 브랜드의 어원부터 살펴보자. 브랜드는 ‘태우다to burn’라는 의미의 고대 노르드어 ‘Brandr’에서 비롯되었다. 과거에 목장주는 본인이 키우는 가축에 ‘종원이네’, ‘은영이네’와 같은 각자의 낙인을 찍어 소유주를 표시했는데 이 낙인을 브랜드라고 부른다. 브랜드를 찍는 행위는 브랜딩이 된다. 처음에는 단순히 소유주를 표시하는 데 그쳤지만, 소비자에게도 점차 어떠한 상징이 되었을 것이다. 같은 소라도 ‘종원이네’라는 낙인이 찍힌 소가 더 건강하다든지, ‘은영이네’라는 낙인이 찍힌 말이 더 빨리 달린다는 것과 같은 인상이 생겼을 것이다. 또한, 그에 따르는 호불호, 즉 감정이 생겼을 것이다. _42쪽
극단적인 차별화는 나다움에서 시작한다. 나다운 만큼 지속적이고 고유한 차별화는 드물기 때문이다. 다만 나다움에 매몰되면 안 된다. 브랜딩을 한다는 것은 고객과 상호작용을 한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차별화는 고객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이어야만 한다. 이를 그 누구도 따라 할 수 없을 정도로 뾰족하게 만들어야 한다. 타깃을 좁히고 또 좁혀야 한다. 국민 모두가 아닌 단 한 명을 위한 나다움이라고 생각해야만 한다. 단 한 명의 단 하나의 문제를 푼다고 생각해야 한다. 명심하자. 타깃을 좁히면 살고, 타깃을 넓히면 죽는다. 우리의 본능은 다르게 말하겠지만 이를 극복해야 한다. _73쪽
내가 찾은 답은 고객 참여였다. 같은 E로 시작하지만 Experience(체험)가 아닌 Engage(참여)였다. 체험이 브랜드가 열심히 만든 완성품을 ‘짜잔!’하고 보여 주고 경험하게 만드는 것이라면, 참여는 브랜드를 처음부터 함께 ‘뚝딱뚝딱’ 만들어 나가는 경험을 선사하는 것이다. 체험하는 것은 고객이고, 참여하는 것은 파트너다. 파트너를 ‘단골’, ‘팬’, ‘멤버’, ‘크루’ 등 무엇으로 불러도 좋다. 중요한 사실은 소비자에게 단순 체험보다 더 강렬한 경험은 참여라는 점이다. 참여는 인류에게 오랫동안 생존과 결부된 행위였기 때문이다. _144쪽
라디오 방송을 들은 지 오래되었다면 지금 한번 라디오를 켜 보자. 여러분이 십 년 전에 들었던 익숙한 광고가 거의 똑같이 나오고 있을 것이다. ‘앞뒤가 똑같은 전화번호 1577!’, ‘조강지처가 좋더라. 썬연료가 좋더라!’ 등등. 이러한 기업들이 단순히 광고비를 아끼려고 똑같은 광고를 반복하고 있을까? 아니다. 통시적 반복을 통해 고객에게 브랜드를 각인하기 위해서다. 광고는 이처럼 지겨워야 한다. 생산자에게는 말이다. 생산자에게 지겨울 때 비로소 고객에게 들리고 인지되기 시작한다. 이를 명심해야 한다. _191쪽
브랜딩을 다루는 책에서는 잘 언급하지 않는 이야기다. 아니 ‘최적화’라는 말은 금기와도 같다. 즉각적인 판매의 냄새를 풍기기 때문이다. 세일즈와 마케팅 책에 더 적합한 이야기처럼 들릴지도 모른다. 브랜딩 책에서 ‘최적화’를 말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어긋날 수도 있다. 경박하게 말하자면 멋없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ZERO의 마지막 단어 O를 Optimize, 즉 ‘최적화’로 잡아야만 했다. 이 책은 하루하루 생존을 고민하는 작은 브랜드를 위해 쓰였기 때문이다. 우리에게는 그 무엇보다도 ‘버티는 힘’이 필요하다. 최적화는 이를 위한 기반이다.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자 환경이다. 이것이 있어야 브랜딩이 가능하다. _20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