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불》에는 조선 시대 명문가의 죽 만드는 풍습과 전통이 고스란히 재현되어 그 모습을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소설에는 죽 하나를 두고도 많은 이야기를 전한다. 실제로 밥은 아무나 해도 죽은 아무나 못 쑨다고 하면서 집안 가장인 이기채의 죽과 미음만은 언제나 딸인 효의가 손수 준비한다. 건강한 사람도 밥에 질리면 때로 한 끼는 죽 먹는 것이 입맛에 도움이 된다. 일반적으로 양갓집에서는 자릿조반이라 하여 조반 대신 맛깔스러운 흰죽을 올리기도 하며, 초례를 갓 치른 신랑 신부가 첫날밤을 새우고 나면 이른 새벽에 잣죽이나 깨죽을 들여 넣어 주는 것이 관습이었다.
-26쪽, 정성이 담긴 일상 보양식 죽
《미망》 속에서 빈번히 등장하며 개성 음식 문화를 대표하는 음식이 바로 편수다. 변씨만두라고도 불리는 편수는 살찐 늙은 닭을 고아 다져 잣가루를 많이 넣어 밀가루 반죽을 한다. 그리고 얇게 민 밀가루 반죽을 귀나게 썰어 귀로 싼 다음 닭 곤 물에 삶아 초장에 찍어 먹었다고 한다. 얇게 민 만두피와 곱고 어여쁘게 빚은 만두 모양에서 우리는 개성 음식의 정성 들인 정갈함을 엿볼 수 있다.
-92쪽, 정성껏 마음 들인 정갈함
《토지》에서는 된장에 묻어 둔 콩잎 한 접시를 보고 군침을 삼키며 콩잎 하나를 밥 위에 얹어 먹는다는 표현이 나온다. 이처럼 된장에 묻어 둔 콩잎장아찌는 짭조름한 맛과 향이 입에 군침을 돌게 하여 예로부터 기호도가 높았다. 경상도에서는 콩잎장아찌를 단풍콩잎장아찌라고 부르는데, 이는 단풍이 든 콩잎을 따서 장아찌로 만들기 때문이다. 늦가을 서리가 내린 후 낙엽이 들 때 콩잎을 따서 된장에 파묻는다. 그런 다음 누렇고 부드러워질 때까지 삭혀서 양념에 버무려 먹는 남도 농촌의 별미 반찬이다.
164쪽, 군침 돌게 하는 된장 속 콩잎장아찌
당시 농촌에서의 빈부 대립은 심각해졌으며 무전 농민들의 숫자는 갈수록 증가했다. 급기야 화전민이 되어 하루하루 목숨을 연명하는 사람들도 늘어만 갔다. 사당패 출신으로 세석에서 술집을 하다가 남편이 죽은 후에는 지리산 화전민이 된 춘매도 고구마를 삶거나 수수, 옥수수 등을 가루 내어 죽을 쑤어 먹는 힘겨운 삶을 살아간다. 강냉이 가루를 끓인 뻑뻑한 죽 한 사발이 산간 지역 화전민의 주식량이었다. 이렇듯 《토지》에서는 구한말에서 일제 강점기로 시간 흐름에 따라 식량 사정은 점점 악화되고 꽁보리밥을 먹던 농민들은 이제 보리죽, 시래기죽, 강냉이죽으로 목숨을 겨우 연명하고 있음이 잘 묘사되어 있다.
179쪽, 힘겨운 삶을 지탱한 보리죽, 시래기죽, 강냉이죽
《어리석은 석반》이란 제목에서 추측되듯이 어쩔 수 없이 선택할 수밖에 없는 어리석은 저녁밥이지만 그것이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필수적이라는 것을 할 수 없이 인정한다. 사실 예민한 미각으로 늘 힘들었던 이상 그도 음식을 먹고 생명을 유지할 수밖에 없는 세속적인 인간임을 고백하고 있다. 그러니 살기 위해 먹을 수밖에 없는 음식을 이제는 존경지심까지 가지고 대한다는 것이다. 생리적인 것을 해결해야 살 수 있는 인간의 나약함을 표현하고 있다.
219쪽, 이상 작품 속 음식 미학
《상록수》에는 농촌을 배경으로 한 소설답게 많은 나물이 등장하고 있다. 참죽나무에 순이 나면 못자리를 하는 풍경이 묘사되기도 하고, 양념이 귀하여 장물을 찔끔 친 갯나물, 짠지 등이 반찬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또 새우, 준치, 숭어도 등장하고 거기다 사정이 좀 나아지면 새우가 들어간 충청도식 지짐이도 등장한다. 지짐이는 국물이 찌개보다는 적고 조림보다는 많은 짭짤하게 끓인 음식으로 동혁이 형제의 상찬으로 나온다.
230쪽, 심훈 《상록수》 속 음식 담론
《춘향전》은 판소리 다섯 마당 중 가장 다양하고 많은 종류의 음식이 등장한다. 이는 《춘향전》의 배경인 전라도가 풍부한 곡식과 해산물, 산채 등 식재료가 풍부했고, 넓은 평야로 부유한 토반들이 대를 이어 살면서 좋은 음식을 대대로 전수했기 때문이다. 또한 수박, 사과, 고추 등 외래 농작물도 눈에 띄는데 조선 후기에 외래 농작물 유입이 조선 전역으로 보편화되었기 때문이다.
247쪽, 《춘향전》 화려한 음식 잔치
《흥보전》에는 귀한 고기 음식과 다양한 종류의 떡이 많이 등장한다. 《흥보전》은 민중의 희망을 표현한 작품으로 평소 가장 좋아하고 먹고 싶어 한 음식이 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백성들은 일상식으로 밥에 김치, 간단한 나물로 허기를 채우는 정도였다. 따라서 기름지고 맛있는 고기 요리는 늘 먹고 싶은 갈구의 대상이었다.
275쪽, 《흥보전》 배불리 먹고 싶은 소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