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은 또 다른 폭력을 낳는다
수민이는 화살이 되었고
서희는 곧장 활시위를 당겼다
나연이는 기꺼이 과녁의 자리에 섰다
내게도 선택의 순간이 왔다…
이 책의 특징
16년차 초등 교사가 직접 경험하고 쓴, 정글보다 더 살벌한 ‘교실’ 이야기
아이들이 학교생활을 하면서 가장 많이 고민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자녀를 학교에 보내는 학부모가 가장 크게 걱정하는 것은요? 바로 ‘친구 관계’입니다. 조금 더 솔직하게 표현하면 ‘학교 폭력’일 거예요. 학교 폭력에 휘말리게 되면,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성장해야 할 시기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게 되니까요.
피해를 입은 학생은 자살을 시도하거나 대학 진학을 포기하는 등 삶이 송두리째 망가질 정도로 심각한 타격을 받고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에, 가해 학생은 어떤가요? 진심 어린 반성은커녕 갖은 힘을 동원해 조치 처분을 회피 또는 지연시키거나, 별다른 제재 없이 상급 학교에 진학해 멀쩡히 살아가는 경우가 허다하지요. 원하는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면서 꿈을 펼쳐 나가거나요.
그래서 유명 연예인이나 운동선수, 혹은 고위 공직자의 자녀가 종종 과거에 학교 폭력 가해자였던 사실이 밝혀져 온 국민의 공분을 사는 일이 있지요. 지난해에 실화를 바탕으로 학교 폭력 피해자의 복수 과정을 그린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가 전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킨 것도 같은 맥락이지 않을까요?
누가 뭐래도 학교 폭력 문제는 한 사람의 인생을 좌지우지할 만큼 심각하고 중요한 문제입니다. 초등학교라고 해서 결코 예외는 아니에요. 《정글 인 더 스쿨》은 바로 그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요. 날이 갈수록 점점 더 교묘해지고 악랄해져 가는 초등학교 고학년 교실의 학교 폭력 문제를, 오로지 약육강식만이 존재하는 정글의 먹이사슬에 빗대어 실감 나게 풀어내고 있지요. 초등학교 교사로 16년째 근무하고 있는 작가가 생활부장을 맡아 학교 폭력 실무를 담당한 경험이 이야기 속에 고스란히 녹아들어, 마치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인 것마냥 생생하게 그려집니다.
사자와 하이에나가 득실대는 교실에서 초식 동물로 ‘똑똑하게’ 살아가기
전학 온 지 일주일이 지난 다인이는 전학생이라서 주목을 받을까 봐 걱정을 합니다. 이전 학교에서 있었던 일 때문에 괜스레 아이들의 시선을 끄는 것이 싫어서 있는 듯 없는 듯 존재감 없이 지내기로 다짐해요. 그러면서도 한 발짝 떨어져서 교실의 풍경을 찬찬히 관찰하기 시작하지요.
교실 속 정글에는 세 부류의 애들이 있다. 누가 봐도 강자인 사자 같은 애에게는 가만히 있어도 애들이 모여든다. 이 교실에서는 이서희, 저 애가 바로 사자다.
“서희야! 오늘은 더 예쁘다. 틴트 못 보던 색인데, 새로 산 거야?”
사자가 등장하면 벌 떼처럼 하이에나 무리가 달려든다. _14~15쪽에서
그러다 무표정한 얼굴에 존재감이 전혀 없으며, 다른 사람 일에는 아주 무신경한 피나연을 발견하고는 롤 모델로 삼기로 합니다. 그런데 어느 날, 수업 시간에 수도 퀴즈를 풀다가 서희가 틀린 문제를 맞혔다는 이유로 나연이가 타깃이 되어 궁지로 몰리게 되는데요. 서희 일당은 교묘하면서도 유치하기 짝이 없는 방법으로 틈만 나면 나연이를 괴롭히지요.
반 아이들은 서희 일당에게 감히 맞설 엄두를 내지 못한 채 그 기류에 어정쩡하게 탑승합니다. 다인이는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애매한 감정에 휩싸이게 되어요. 남의 일에 신경 쓰지 말고 존재감 없이 지내자고 다짐한 터라 나연이 편을 들기도 쉽지가 않고, 다른 아이들처럼 서희 일당에게 편승해 나연이를 괴롭히고 싶지도 않았거든요.
그러다 우연히 서희가 이랑이와 친한 사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어요. 이랑이는 이전 학교에서 다인이와 오랫동안 단짝으로 지냈지만 작년에 뜻하지 않은 일에 휩쓸리면서 오해가 쌓여 절교한 상황……. 다인이는 작년 사건이 서희 귀에 들어가 순전히 이랑이의 입장으로 포장된 채 아이들 입살에 오르내리게 될까 봐 불안한 마음에 휩싸입니다.
한편, 나연이에 대한 서희 일당의 괴롭힘은 갈수록 점점 더 악랄해져요. 다인이는 그들의 교묘하고 야비한 괴롭힘을 더 이상 모른 척할 수가 없어서, 자신의 과거가 알려질지도 모른다는 위험을 무릅쓰고 담임 선생님에게 익명의 투서를 보내는데요……. 과연 정글처럼 살벌한 6학년 1반 교실에 구원의 손길이 닿아 나연이를 학교 폭력에서 구해 내게 될까요? (이야기가 그렇게 단순하고 쉽게 흘러간다면 재미있을 리 없겠지요?^^)
이와 같이, 《정글 인 더 스쿨》에서는 우리 아이들이 생활하고 있는 교실을 배경으로, 학교 폭력을 비롯해 그 안에서 다채롭게 벌어지는 이야기들을 입체적인 시선으로 펼쳐 내고 있어요. 사자와 하이에나가 판치는 정글에서 임팔라나 얼룩말 같은 초식 동물들이 자신을 어떻게 지켜 나가는지 보여 주면서, ‘관계’와 ‘선택’의 메커니즘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게끔 하지요. 반드시 남들보다 강하고 힘이 세어야만 행복한 것이 아니라, 그 어떤 상황에서든 심지 있게 ‘자신만의’ ‘옳은’ 선택을 한다면 충분히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 준답니다. 결국엔 옳거나 바른 것이 승리한다는 보편의 진리를 확인시켜 주어요.
관계 맺음이 어려운 아이들에게 위로와 용기, 희망을 건네다
아이들은 교실에서 어울려 지내며 관계를 맺고 의사 소통을 하고 갈등을 해소하는 법을 배웁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 관계 맺음과 의사 소통, 또 갈등의 해소가 결코 쉽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지요.
그러다 이야기 초반의 나연이나 다인이처럼 스스로 관계를 단절하거나 갈등이 일어나는 상황을 아예 회피해 버리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는 사이에 학교 폭력의 유형은 갈수록 더 다양해지고, 방식 또한 더욱더 치밀하고 교묘해지고 있어요.
게다가 고학년쯤 되면 교실 안에서 권력 구조가 매우 뚜렷해집니다. 요즘 드라마 속의 빌런은 어떤 모습인가요? 예쁘거나 잘생긴 외모에 능력과 재력을 두루 다 갖추고 있지요? 초등학교 교실 속 풍경도 드라마와 다르지 않습니다. 서희 캐릭터처럼 공부 잘하고 운동 잘하고 호감형 외모를 지닌 아이들이 인기가 많거든요.
그만큼 그런 아이들이 권력을 손에 움켜쥐게 되고요. 그 아이들은 점차 그 권력을 자기 입맛에 맞게 휘두르며 누릴 줄 알게 되지요. 다른 아이들은 그런 아이들과 친해지고 싶어서 안달을 하고요. 안타깝게도 어른들의 사회와 조금도 다를 바가 없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살아가는 세상은 어른들의 세상과 좀 달라야 하지 않을까요?”
작가는 이렇게 반문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정글 인 더 스쿨》은 아이들에게 깊은 공감을 일으키는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그 안에 옹송그리고 있는 용기를 밖으로 끄집어내려는 시도인 셈이에요. 진짜 행복이 무엇인지, 진짜로 옳은 것이 무엇인지를 넌지시 일러 주면서, 관계 맺음이 두렵고 힘든 아이들에게 용기를 내어 보라고 이 이야기로 살며시 손을 내밀어 보는 거랍니다.
부모 교육 전문가로 널리 알려진 ‘슬기로운 초등 생활’의 이은경 대표는 이 책을 읽고 〈추천의 말〉에서 이런 얘기를 합니다.
저는 초등학교 6학년 때 친구들로부터 집단 괴롭힘을 당했던 경험이 있어요. 이 책을 읽는 동안 그 시절의 힘들었던 기억이 너무도 생생하게 떠올랐답니다. 그때의 어리고 약했던 내가 이 책을 통해서 늦었지만 이제야 깊이 위로받는 느낌이 들었어요.
이렇듯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면, 실제처럼 생생하게 펼쳐지는 이야기의 재미에 쏙 빠지는 것을 넘어, 지난날의 아팠던 기억을 위로받고 내 상처를 보듬어 주는 따뜻함까지 느낄 수 있어요. 자, 이제 움츠린 어깨를 펴고서 다 같이 손을 잡은 채 앞으로 한 발짝 나아갈 용기를 내어 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