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사
골령골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이 있었으면.....
어린 학생들에게 ‘산내 골령골’ 사건 현장을 설명해 달라는 요청이 올 때면 매우 난처하다. 전쟁, 죽음, 학살, 유해 등 무겁고 가슴 아픈 이야기를 전달해야 하는데, 아이들에게 어떤 말로, 그리고 어느 정도로 이야기해야 할지 부담스러워 주저하게 된다. 누군가가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아이들의 언어로 이야기해 주길 고대해 왔다. 그 일을 유하정 작가가 맡아 줘서 정말 고맙다. 어떤 이는 그런 이야기를 왜 아이들에게 해주려 하느냐고 묻는다. 이유는 그 또한 우리의 역사이고,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은 그와 같은 비극을 겪지 말았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에서다.
산내 골령골은 ‘세상에서 가장 긴 무덤’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섬뜩한 공간이다. 하지만 봄이면 골짜기를 따라 벚꽃이 피어 꽃길이 만들어지고, 흐드러지게 핀 꽃에 바람이 스치면 꽃비가 흩날린다. 아름다운 풍광 속 떨어지는 무수한 꽃잎처럼, 그해 여름 수많은 넋이 떨어져 나갔던 아픈 역사를 아는 이들은 많지 않다.
가슴 아프고 상처가 깊은 일은 잊으려 해도 잘 잊히지 않는다. 눈 감는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많은 이들이 함께 아파하고 눈물 흘려줄 때, 상처 입은 이들은 조금이나마 응어리가 내려앉는다. 전쟁이 수많은 목숨을 앗아갔다. 국민을 지켜야 할 이들이 오히려 국민을 죽였다는 게 가장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죽임당한 이들도 억울하지만, 남아 있는 이들도 고통스러웠다. 당시의 아이가 이제는 백발의 노인이 되었다. 하지만 그러는 동안에도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비극의 불씨를 여전히 안고 있다. 이 그림책은 상처를 아물게 하고, 비극이 재발하는 것을 막는 손길이다. 작가의 따뜻한 글과 포근한 그림 덕분에 더 큰 위로가 된다.
임재근
(북한학 박사, (사)평화통일교육문화센터 연구소장, 대전산내골령골대책회의 집행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