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처럼 아주 거대해진
아빠를 어떻게 버리지?
아빠는 재활용이 안 되니까
종량제 봉투에 버려야 할까?
그런데
그렇게 큰 종량제 봉투가
세상에 있을까?
버려야 하는데
버리고 싶은데
점점 더 커진다.
그리운
아빠 생각.
- 「아빠를 버리는 방법」 전문
표제작인 이 동시는 반전이 무척 인상적입니다. 이 작품에서 화자는 “코끼리처럼 아주 거대해진/아빠를 어떻게 버리지?”라고 말합니다. 독자들은 이 대목에서 화자가 왜 난데없이 아빠를 버리려고 하는지 의구심을 갖게 됩니다. 그리고 “아빠는 재활용이 안 되니까/종량제 봉투에 버려야 할까?”와 같은 화자의 말에서 살짝 기분이 언짢아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버려야 하는데/버리고 싶은데/점점 더 커진다.”와 같은 화자의 진술에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마지막 연의 “그리운/아빠 생각”에 이르러서야 화자가 왜 아빠를 버리려고 했는지 그 이유를 비로소 알게 됩니다. 이처럼 이 동시는 반전을 통해 시적 감동과 재미를 주고 있는데, 아빠를 그리워하는 화자의 마음이 오롯이 느껴져 깊은 울림을 줍니다.
착한 일이 재미없다.
축구도 시시하고
게임도 흥미 없다.
외롭고
괜히 슬프다.
소나기는 따분하고
개미와 모기는 지루하다
- 「열두 살이 되니」 전문
이 동시는 사춘기를 맞은 열두 살 아이의 심리를 묘사한 작품입니다. 사춘기는 누구나 한번은 겪어야 할 인간 발달의 단계로 이 시기에는 정신적 · 육체적으로 큰 변화가 일어납니다. 즉, 육체적으로는 이차 성징이 나타나고, 정신적으로는 자아의식이 높아집니다. 그러면서 “착한 일”이 재미없고, 평소 그토록 좋아하던 “축구”와 “게임” 시시하고 흥미가 없어집니다. 또한, 괜히 “외롭고” 불쑥불쑥 슬퍼지기도 합니다. 사춘기를 맞은 화자의 복잡한 심리를 간결한 형식으로 아주 섬세하게 그려낸 작품입니다.
이 외에도 이 동시집에는 ‘순대’, ‘곰국’ 등 그동안 동시에서는 잘 볼 수 없었던 독특한 소재와 재미있는 발상으로 동시의 참맛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 많이 실려 있습니다. 잘 알다시피 동시의 가장 큰 매력은 동심 즉, 아이다운 발상과 상상력입니다. 좋은 동시는 세상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 줄 뿐만 아니라, 고단하고 힘든 현실을 이겨낼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